종교란 무엇인가 - 신의 실체에서 종교 전쟁까지
오강남 지음 / 김영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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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런 말이 있었다.

 

우리나라에 교회가 많을까, 다방(카페)이 많을까. 한 때 우후죽순처럼 카페들과 교회들이 생겨났었는데...

 

지금도 밤에 높은 곳에 올라가 보면 빨갛게 교회를 상징하는 십자가들이 보이는데... 그 십자들이 왜 이리 많은지... 또 십자자를 세운 철탑들은 왜 이리도 큰지.

 

여기에 음력으로 4월이면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하여 거의 한달을 불교와 관련된 것들을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고, 양력으로 12월이 되면 기독교(천주교)와 관련된 것들을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으니, 우리나라는 가히 종교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종교를 갖고 있으며, 이들이 갖고 있는 종교는 불교와 기독교(천주교)가 양분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떤 통계에는 우리나라 국민이 믿고 있는 종교를 조사해보고, 그 수를 합쳐보면 인구수보다도 않은 숫자가 나오기도 한다는데...

 

유럽이나 미국(캐나다)은 그리스도교(기독교나 천주교라는 말 대신 이 말로 통일하자)를 믿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아시아에서는 불교를 믿는 사람이 많고, 중동에서는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이 많으니(물론 다른 기타 종교도 많지만 여기서는 대표적인 세 종교만 이야기하겠다. 인도의 힌두교는 잠시 접어두자) 인간들에게 종교란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과연 종교란 무엇인가 하고 질문을 해보면 이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다. 아니 명확하지 않기에 종교라고 할 수 있으리라. 무엇이다라고 명확한 답이 나오면 그는 종교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여 오강남 교수의 종교란 무엇인가를 읽는데... 기독교를 믿는 분이지만 한 종교에 치우치지 않고, 종교를 공부한 분이라, 이 분이 말해주는 종교란 무엇인가가 마음에 와 닿는다.

 

종교인이 많을수록 세상이 행복해져야 하는데, 오히려 종교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종교 전쟁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으며, 고통받고 있으며, 또한 아직도 종교간에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지 않은가.

 

이것이 과연 인간이 종교를 만든 이유일까? 아님, 신이 존재하는 이유일까? 오직 나만을 섬기라고, 다른 신을 섬기는 사람들을 격멸하라고?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신은 이렇게 인간들의 일에 간섭을 하고 바랄 정도의 존재가 아니지 않겠는가?

 

신에 대한 생각을 우리 자신이 멋대로 규정해 놓고 독단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도록 한다.

 

상식 수준에서 생각하면 될 이야기들이 종교학자의 글을 통해 다시 펼쳐지니, 이는 진정한 종교란 자신을 비우는 데서 시작한다는 말을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하여 나만의 종교만이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나를 비운 자리에서 다른 사람을 또다른 나로 바라볼 수 있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그래야 바른 종교인이 된다. 그래야 세상에 갈등이 없어진다. 이 책은 그러한 종교에 대해, 종교인의 자세에 대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갈수록 커져가는 교회, 성당, 절 등등, 이러한 종교 시설들이, 종교인들이 양적으로만 팽창하는 것이 아니라, 영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얘기를 이 책은 하고 있다.

 

종교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던 사람, 다른 종교에 대해서 포용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 가리지 않고 종교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면 세상이 좀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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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 받은 후보는 대선 후보로 등록한 후보 중 단 세 명.

 

나머지 후보들은 자신들을 알릴 기회를 많이 갖지 못한다. 많이가 아니라,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세 후보는 세 번의 지상파 방송을 통해 공개 토론회를, 그것도 황금 시간대에 하는데, 나머지 후보들은 이런 기회를 한 번 정도밖에 갖지 못하며, 또한 뉴스를 통해서도 이들 군소 후보에 대해서는 들을 수가 없는 실정이다.

 

같은 대통령 후보인데, 국회의원을 어느 정도 배출한 정당 후보냐, 또는 여론조사 결과 어느 정도의 지지율이 있는 후보냐에 따라 초청되기도 하고, 관심을 받기도 하는데...

 

결국 소수자들은 이러한 관심에서 배제가 되니 자신들을 알릴 기회도 거의 얻지 못하게 된다.

 

기회 균등.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 대선인데...

 

여기에 세 후보 중 이정희 후보는 토론회에는 초청이 되어 참여하고 있지만, 뉴스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이정희 후보의 지지율이 낮다는 이유에서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건 그렇다치고, 어제 대선 토론회. 이게 두 번째인데... 경제 분야에 대한 정책 토론회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어제 한 토론회를 정책 토론회라고 할 수 있을까?

 

도대체 이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있었을까? 아무리 들어도 추상적이고 개괄적인 내용만 이야기가 되고 있고, 또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 있을 뿐...

 

더 나은 우리나라를 위해 어떻게 일하겠다는 자세보다는 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자세가 앞섰다고나 할까?

 

하여 나름대로 이 대선토론회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을 생각해 냈는데... 그것은 쇼펜하우어의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놓고, 후보들이 이야기할 때 어디에 해당하는지 찾아보면서 보는 것이었다.

 

어, 이거는 이 항목에 해당하네.. 이거는 이 항목과 비슷한데.. 하면서 보고 들으니... 이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쇼펜하우어의 이 책은 그야말로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이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의 논리학과도 다르고, 토론과도 다르다. 하지만 이 책에 있는 내용을 숙지한다면 상대방의 논지를 깰 수 있게 될테니 말이다.

 

설마 대선 토론회에 나온 후보들이 이 책을 보지는 않았겠지?

 

만약 봤다면, 그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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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문학기행 - 현직 국어교사 짱아쌤과 함께 떠나는 중고생 필수 여행 코스
장은숙 지음 / 소란(케이앤피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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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다.

 

언론의 힘이 강압정치보다 강하다는 말로 쓰이기도 하지만, 좀더 넓은 범위로는 문화의 힘이 무력(군사력)을 이긴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그만큼 문화가 중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문화가 융성한 민족은 한 때 고난을 겪더라도 언젠가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게 된다고 하면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문화 수준은 얼마나 될까?

 

성북동에 있는 최순우의 옛집에 가본 적이 있다. 개발로 철거될 위기에 있는 이 집을 사람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지켜냈다는 이야기가 함께 전해지고 있는 집.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라는 책으로 우리나라 문화의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그런 사람답게 그의 옛집은 아담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해서 문화적 가치가 높다. 또한 그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기도 해서.

 

이렇게 살아남은 문화유산도 있지만, 개발 광풍에 밀려 사라진 문화유산이 얼마나 많은가.

 

인사동이 옛날의 인사동이 아니고, 또한 피맛골 또한 옛날의 피맛골이 아니듯이, 너무도 많은 문화유산을 잃고 말았다.

 

여기에 우리가 기억하는 예술인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가 기념하는 예술인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예술인들을 홀대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보면 부정하기가 힘들다.

 

이런 예술 중에서 문학으로 범위를 좁혀 보자. 문학의 배경이 된 공간도 있고, 그런 문학인을 기리는 문학관도 있지만 대부분은 잊혀지고 만 문학인들이 많다.

 

최근에서야 여러 문학관과 기념관이 생겨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예술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문학관(기념관)이 있는데, 이들을 어떻게 감상하는가에 대해서 친절한 안내서가 나왔다.

 

토지, 봄봄, 역마, 역사(力士), 원미동이라는 공간을 소개하는 1부와 탁류, 서편제, 무진기행, 갯마을, 당신들의 천국의 배경이 되는 곳을 소개하고 있는 2부와 메밀꽃 필 무렵, 순이 삼촌, 비오는 날, 중국인 거리, 김약국의 딸들을 소개하고 있는 3부, 그리고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문학관을 소개하고 있는 특별한 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여행을 하면서 문학을 느낄 수 있게 소개해 주고 있다.

 

아마도 소설, 시를 읽고, 이 책을 참조하면서 여행을 한다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여기에 꼭 알아야 할 지식이 첨가되어 있으니, 여행과 문학감상에 지식까지 얻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한 번쯤 문학여행을 떠나보자. 우리 문화를 경험하는 공통경험을 쌓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덧글

메밀꽃 필 무렵에 대한 소개에서 이효석 문학관과 이효석 생가, 그리고 메밀꽃이 피는 들판, 물레방아간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최근에 이효석 문학의 숲이 생겼다. 메밀꽃 필 무렵을 바탕으로 바위에 소설의 구절을 새겨놓았으며, 곳곳에 메밀꽃 무렵의 배경을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봉평에 가면 이 곳도 한 번 들르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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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신문이었던가, 새 책 소개하는 란에 리영희 선생의 "역정"이 소개되어 있다.

 

어라, 이 책 예전에 나온 책인데... 하며 책 소개글을 읽어보니, 예전에 나온 책을 재발간한단다.

 

그래, 의미가 있다. 적어도 리영희 선생은 송건호 선생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참언론인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분 아니던가. 이런 분의 자서전을 다시 내는 일은 지금, 우리에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사들의 파업, 그리고 파업에 참가한 사람들의 좌천과 해임 등.

 

나름대로 언론의 사명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힘든 상황에 처해있고, 또한 압력을 많이 받고 있는 실정 아니던가.

 

이제는 보도지침은 없는데, 윗선에서 알아서 기는 모습은 아직도 살아있고, 이에 대해 언론의 본분을 지키려는 기자, 피디들은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니...

 

언론에서 그렇게 검찰을 때리고 있는데, 검찰이 자신들의 거울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는지, 아니면 부끄럽지만 검찰 개혁을 보도하면서 이를 자신들의 반면교사로 삼으려고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언론 역시 국민들에게 불신을 받은 지는 오래되었다.

 

이들은 아직도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으니(물론 몇몇 힘있는 언론인들이 그렇겠지만, 어떤 책을 보면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언론사에 입사한 순간, 그 언론사의 방향에 자신이 알게 모르게 맞춰져 언론사의 관점을 마치 자신의 관점인양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권력의 제4부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 때 리영희 선생의 자서전이 다시 나오게 되었으니...

 

참언론으로 살려고 노력한 리영희 선생,그의 삶을 통해 언론인이 지녀야할 자세, 아니 사람이 지녀야 할 자세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특히 언론인들, 부끄럽지 않으려면 이 책을 읽어야 할 듯. 또 우리들, 언론인들이 제대로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 읽어야 할 듯.

 

리영희 선생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그의 자서전과 그의 생전에 남긴 대담집인 "대화"도 읽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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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폐허를 응시하라 - 대재난 속에서 피어나는 혁명적 공동체에 대한 정치사회적 탐사
레베카 솔닛 지음, 정해영 옮김 / 펜타그램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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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재난. 그렇기 때문에 재난은 일상적인 생활을 전복시킨다. 일상적인 사고도 전복시킨다. 그래서 새로운 상황, 새로운 행동을 만들어낸다.

 

이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약탈, 방화, 상대에 대한 억압이라고 생각하기 쉽고, 그런 인식이 만연되어 있지만,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이렇게 힘들 때는 사람들이 사람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고 한다.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자신의 위험보다는 상대방의 위험을 걱정하는 공감의 태도를 갖게 된다고 한다.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와도 관련이 되고, 프랭클의 의미찾기와도 관련이 되고, 또한 이타적인 유전자와도 관련이 되는 그런 행위, 조건 없이 주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고, 인간들이 왜 사회적 동물인가를 증명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재난으로 인해 인간적 질서가 무너졌다고 호들갑 떠는 집단은 이미 권력을(경제적, 정치적) 쥐고 있는 일부 엘리트들 이라고 한다. 이들은 기득권을 잃을까 전전긍긍하면서 재난을 바라보고, 재난을 통해서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권력을 이용한다고 한다.

 

다른 힘없는 사람들은? 잃을 것이 없기에, 또 극한적 상황에 처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할 수도 없기에 그들은 그들이 처한 현재에서 최선의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극한 상태에서 최선이란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옆에 있는 사람을 적으로 돌리는 순간, 홉스의 말처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로 들어서게 되고, 이는 자신들이 있는 공간이 지옥으로 변하고 마는 현실을 만들게 된다.

 

반대로 옆에 있는 사람을 함께 해야할 이웃으로 생각하게 되면 재난은 함께 극복해야 할 무엇이 디며, 옆에 있는 사람은 나와 함께 하는 연대의 대상이 되고, 그곳은 유토피아로서 기능하게 된다.

 

유토피아가 꼭 물질적인 만족을 주는 곳은 아니니 말이다. 하여 재난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있던 두 가지를 끌어낸다고 한다.

 

첫째, 재난은 가능한 것,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잠재되어 있던 것을 입증해 준다. 우리 주변 사람들이 가진 회복력과 관용, 다른 종류의 사회를 즉석에서 꾸려가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둘째, 재난은 우리들 대부분이 연대와 참여와 이타주의와 목적의식을 얼마나 간저히 갈망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재난 속에 경이로운 기쁨이 있는 것이다.

- 이 책 454쪽

 

이것은 재난을 보고 자원봉사하는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직접 재난을 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른 세상, 지금껏 묻어두고 있었던 다른 모습을 발견하기에 재난 속에서도 기쁨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 이 기쁨은 지금과는 다른 생활을 하는데서 올텐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태풍이 우리나라를 휩쓸었을 때, 재난 당한 사람들의 모습이 단지 고통에만 차 있는 모습은 아니었고, 이들은 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음을 보아왔고, 또 그들을 돕기 위해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려고 하는 모습을 통해서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어느 정도 발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재난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한없는 재앙, 실의에 빠진 사람들, 이 틈을 이요해 약탈하는 무법자들을 부각시키는)와 근본적인 대책은 미흡한 정부의 모습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고...

 

이를 조금 더 확장하면 미국산 소고기 수입 파동 때 촛불 시위대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 때 촛불 시위는 시위가 아니라 문화제라고 했으며, 이는 카니발과 비슷하게 국민들은 거대한 위협 앞에서도 일종의 난장 축제를 만들어내었다.  심각함 속에서도 즐거움을 발견하는 모습, 그리고 위로부터가 아닌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모습.

 

반대로 이런 시민들의 축제를 두려워하는 엘리트 패닉에 빠진 사람들이 만들어낸 명박산성과 물대포. 마치 이 책에 나온 뉴올리언스 사태의 모습을 보는 듯해서 참... 아니 거꾸로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뉴올리언스 사태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이 촛불시위의 모습이 떠올랐으니, 정말 씁쓸했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뉴올리언스 사태에서도 부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으로 긍정적인 모습도 많았고, 이 긍정적인 모습이 다른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시민들의 의식과 행동에 변화를 주었다고 했으니, 우리 역시 촛불 시위를 통해서 많은 의식의 변화와 행동의 변화가 있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해야겠다.

 

여기에 조금 더 멀리가면 광주민주화 운동. 포위된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공동체를 만들어 갔던 모습이 우리에게도 있지 않았던가. 그리고 엘리트 패닉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도.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이 우리에게서도 이미 보여졌던 모습들이니, 우리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어떻게 새로운 사회의 모습을 만들 것인가? 시민사회가 정치사회와 공존할 수 있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책은 이런 질문을 던져 준다. 극한 상황인 재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어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것과 더불어.

 

 

덧글

 

258쪽의 세귀르 후작은 1970년 러시아에서 프랑스로 돌아왔을 때 벌써 그 사실을 깨달았다.

-> 전후 맥락으로 살펴보건대, 1970년이 아니라 1790년의 오타일듯.

 

그리고 하나 더. 이 책에서는 크로폿킨이라고 나오는데, 우리나라에 알려지기론 크로포트킨 아니던가. 대부분의 책에서 크로포트킨이라고 하는데, 그걸 고려해서 크로폿킨보다는 크로포트킨이라고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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