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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내부의 적 - 자유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다
츠베탕 토도로프 지음, 김지현 옮김 / 반비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토도로프, 문학자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가 사회에 대해서도 많은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진정 지식인이란 자신만의 분야에 갇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일에 관심을 가지고 옳바른 입장을 견지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우쳐주고 있다. 마치 촘스키처럼. 하긴 러셀도 마찬가지고. 이러한 지식인이 필요한 시대이기도 하고, 이런 지식인을 그람시의 용어로 하면 유기적 지식인이기도 하겠다.
민주주의 내부의 적, 제목이 호기심을 유발한다. 자본주의, 공산주의의 대립이 끝나고 이제는 자본주의가 전세계를 장악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 세상이 되었는데, 자본주의도 민주주의, 공산주의도 민주주의라고 하지만 토도로프는 공산주의는 민주주의를 내세웠지만 전체주의에 가까웠다고 이야기를 하고, 민주주의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더 잘 발현되었다고 한다.
그가 불가리아에서 산 이십여 년과 자본주의 국가인 프랑스에서 산 그보다 더 긴 세월의 경험에 의하면 공산주의 국가는 전체주의고, 자본주의 국가는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공산주의라는 대립체가 있었기에 더욱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려는 노력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와 공산주의는 없어졌고, 자본주의도 대립항을 잃었다. 이에 따라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이런 위기가 외부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바로 민주주의 내부에서 온 것이라는 것이 이 책의 논점이다.
무엇이 민주주의 내부의 적인가? 그것은 진보, 자유, 인민이다.
진보는 과학기술의 진보도 있지만, 제도의 진보를 들고 있는데,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다른 나라에 전파하려는 의도, 이것이 민주주의 내부의 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정치적 메시아주의로 나타나는데, 미국이나 다른 강대국들이 다른 나라에 이 제도를 강제적으로 강요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정치적 메시아주의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강제로 하게 하면 그것은 이미 좋은 것이 아닌데, 민주주의도 역시 강제로 주입이 되면 이미 민주주의가 되지 못하고 만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고나 할까.
마찬가지로 자유도 그렇다. 민주주의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바로 이 자유이지만 자유를 극도로 강조하면 결국 공동체가 파괴된다. 공동체의 파괴는 힘없는 사람들의 자유를 구속하게 되고, 결국 강자들의 자유만 살려두게 된다.
하여 토도로프는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데, 신자유주의가 국가의 공동체성을 무시하고 강자들의 자유를 극한까지 밀고 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전세계가 신자유주의의 광풍에 휩쓸리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 내부의 적이다.
세번째 적이 바로 인민인데, 이를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다른 말로 하면 극단적 인종주의, 민족주의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종교인에 대한 이유없는 반감, 다른 인종에 대한 이유없는 반감,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 등을 강하게 내세우는 사람들, 정치인들, 그들이 바로 민주주의 적이라는 것이다. 유럽에서 이러한 포퓰리즘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민주주의를 크게 위협하는 요소라는 것이다.
그렇담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이 명확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다만, 한 가지, 그는 유럽에서 희망을 보는데, 그 이유는 유럽이 다양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양성,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를 지탱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 인종의, 민족의,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강한자의 권력을 규제하는 법을 제정하고, 마찬가지로 힘없는 사람도 함께 살 수 있는 공동체성을 확보한다면 민주주의는 희망이 있다는 얘기다. 우리가 새겨두어야 할 지점도 바로 이것이다.
우리나라도 진보, 자유, 인민에서 위기를 맞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도 다문화라고 하여 인민 부분에서는 배타적인 모습을 지워가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자유 부분에서는 신자유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다못해 의료민영화, 공기업의 민영화도 서두르려고 하고 있으니.(민영화라는 말이 잘못되었다고, 민영화가 아니라 사유화라는 말을 써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유지하려면 이러한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는 반대해야 한다. 진보는 정치적 메시아주의는 우리나라의 분단이라는 특수성을 잘 생각하되, 우리의 제도를 강제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자연스레 따라올 수 있도록, 교류를 확대하는 방안부터 실천해야 한다.
민주주의 내부의 적, 남들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가 새겨둘만한 좋은 논점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