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에 한 번 인권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두 달에 한 번, 다른 때보다는 더 인권이 내게 전면적으로, 집중적으로 다가온다.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이 오기 때문이다. 물론 "녹색평론"을 통해서나, "삶이보이는창"을 통해서도 인권에 대해서 접하게 되고 생각하게는 된다.

 

그렇지만 녹색평론은 생태를 표방하는 잡지이고, 삶이보이는창은 노동을 주로 다루고 있는 잡지라면 사람은 인권을 주로 다루고 있기에 인권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은 이 '사람'을 통해서 하게 된다.

 

인권이라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면 세상 참 갑갑하다. 도대체 반인권, 비인권적인 요소가 얼마나 많은지...

 

정치권은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노동계에서 이루어지는 반인권, 비인권, 그리고 하다못해 교육계에서 이루어지는 인권적이지 않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번 호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경기도 모 초등학교에서 여교사들이 성추행 혐의로 교장에 대해 민원을 제출했는데, 교육청에서는 양 쪽 모두를 처벌했다는, 세상에 민원 낸 사람을 다른 징계건으로 처벌하고, 교장에게는 겨우 경고를 내렸다는 비인권적인 결정이 신문에 나기도 했으니...

 

이뿐인가? 인권은 사람의 천부적인 권리이기도 하지만, 그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자연과 공생해야 하는데, 자연에 가하는 폭력은 반인권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이번 호의 특집은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후보에 대한 이야기다. 그가 지닌 역사관과 그가 여성이라는 이유가 어떤 의미인지를 다루고 있다. 

 

역사인식은 단지 과거를 판단하는 문제, 즉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이자, 미래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역사인식이 잘못되었다면 그것은 과거에 머무르는 퇴행이 아니라 현재, 미래의 심각한 문제이기에 엄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우리가 일본의 또는 중국의 역사인식을 문제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우리나라의 과거 역사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지니고 있다면 이것은 너무도 큰 문제이다.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거기다 그러한 역사인식에는 사람이 목숨도 걸려 있지 않았는가.

 

인간에 대한 예의, 인권에 대한 개념, 그것이 역사인식의 기본이 된다.

 

역시 마찬가지로 인권과 관련지어서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대한 기획이 마음에 든다. 지금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로는 소수자들은 자기의 대표를 뽑을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래서 제도를 고치자는 데도 동의한다.

 

이것을 이번 대선후보들에게 쟁점으로 삼도록 하자는 말에도 동의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대선후보들의 공약에 이러한 선거제도의 개혁이 포함되도록 할 것인가? 그것은 대선후보들에게 이런 공약을 포함해주세요 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받아들일 리가 없다.

 

그렇다면 이번 호에서도 언급이 되었지만 각 도시들이 인권도시를 표방하며 인권조례를 만들고 있지만 이것이 위로부터의 제정에 불과해 주민들에게는 실효성이 없다는 말에서 우리가 할 일을 찾아야 한다.

 

각 인권단체든, 시민단체든 밑에서부터 선거제도 개혁을 외쳐야 한다. 유력 정치인들이 들을 수 있게끔. 아니 들을 수밖에 없게끔. 그렇지 않으면 이것은 찻잔 속의 폭풍으로 그치고 만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풀뿌리 민주주의, 좋은 제도를 시민사회에서, 노동사회에서, 소수자에서 점점 다수에게로, 제도권에로 옮겨가게 하는 일, 그것은 누가 대신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 가능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인권,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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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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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신(修身)

모른다. 사실 얼마나 자기 자신을 잘 닦았는지는 자신만이 알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자신도 모를 수도 있다. 자신이 자신을 속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옛사람들은 수신(修身)을 첫 덕목으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안철수가 얼마나 자신을 잘 닦았는지는 모른다. 그의 말이나 행동을 통해 짐작할 뿐이다. 그가 대통령선거에 나오겠다고 선언하기 전까지 그는 우리나라에서 존경받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사람들은 그가 기업을 사적 이윤을 위해서 운영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또 대학교수가 되었어도 자신의 이익과 명예를 위해서 교수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는 사회에서 신망을 얻고 있었다.

 

이런 신망은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또 강요될 수도 없다. 자연스레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삶이 사람들에게 진실로 다가올 때 신망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신망 속에서 권위가 싹트게 된다.

 

말과 행동이 하나가 되었을 때 신망이 싹틀테니, 지금껏 그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살아왔다고 해도 좋으리라.

 

그는 말한다.

"진로를 결정할 때 저는 항상 세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의미가 있는 일인가, 열정을 지속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인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인가. (28쪽)

"저는 지금까지 인생의 큰 전환기마다 '내가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에 얼마나 보탬이 될 수 있을까'를 판단 기준으로 삼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어요."(30쪽)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은 안주하지 않는, 도전과 결단의 연속이었습니다."(32쪽)

"저는 말이나 생각보다 중요한 것이 결국 선택과 행동이라고 봅니다."(35쪽)

 

2. 제가(齊家)

자신의 몸을 닦은 다음에는 가정을 다스려야 한다. 가정이 화목해야 한다. 자신의 가정에서조차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그리고 가정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다면 그는 수신에 성공했다고도 할 수 없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건 완전 가부장적 발언 같다. 아니면 가정이 해체된 집들은 문제가 있다고 하는 말과 같다.

 

그러나 가정을 다스린다는 말을 가정을 꼭 남들과 같은 형태로 유지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가정을 다스린다는 얘기는, 적어도 가정의 구성원이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키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자.

 

가족 구성원 때문에 고초를 겪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사회를 위해 옳은 일을 한 사람 때문에 가족이 고초를 겪은 일은 여기서 제외한다. 그것은 우리가 권장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가족 구성원들을 힘들게 한 사람들을 우리는 많이 알고 있다. 이들 때문에 자신이 쌓아왔던 모든 것들이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보아 왔는가.

 

지금까지 안철수의 가족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가끔 문제를 삼는 언론이 있었는데, 그후 지속되지 않고 있으니, 그냥 문제제기였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앞으로 치밀하게 이 쪽 부분에서 문제제기가 나오리라.

 

이 책을 통해서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가 없다. 사실, 할 필요도 없고. 다만 지금까지는 가족 때문에 어떤 심각한 문제가 있단 얘기는 듣지 못했으니,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또 많은 언론들이 가족들의 문제를 캐고 들테니 말이다. 여기서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은 진실을 가릴 줄 아는 눈을 지니는 일이다. 진실은 밝혀지게 마련이니 말이다.

 

3. 치국(治國)

점점 앞으로 나아간다. 몸에서 가족으로 가족에서 나라로. 이들을 순차적으로 보아도 좋고,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도 좋다. 사실 이를 순차적으로 하나하나의 단계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것은 순차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적이기도 한 일이다.

 

이제 안철수는 치국의 단계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가 며칠 전에 이번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출마하고자 한다고 선언을 했다.

 

이 선언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읽게 했다. 내가 알고 있는 안철수는 의사이자 백신개발자, 또 안철수 연수소 경영자, 그리고 대학교수였기에, 그가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판에 뛰어든 일은 의외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는 나라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이 생각이 이 책에 들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은 우리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종합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책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정말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상식이 바로 안철수의 생각이다. 이를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런 상식이 아직까지 상식 대접을 받지 못한 것이 바로 우리 사회다. 그것이 그가 대선에 후보로 나서게 된 배경이기도 하리라.

 

그렇담 이런 상식을 확인하는 것에서 그치면 안된다. 그가 말하지 않았는가. 말이 중요하지 않고 선택과 행동이 중요하다고. 앞으로 그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에 따라서 그가 이 책에서 한 말들이 진정성 있게 다가올 것인지 아니면 한낱 수사에 불과할지 판가름날 것이다.

 

지금 우리는 그가 앞으로 어떻게 자신의 구상을 정책으로 구체화해나갈 것인지 지켜보면 된다. 이 책을 중심으로 이 책의 상식이 어떤 식으로 구현될지 지켜보는 일. 이것은 이번 대선을 지켜보는 우리들이 의무이자 권리일 터이다.

 

4. 평천하(平天下)

여기까지 가진 않으리라. 이는 세계화가 된 지금도, 하루면 지구 반대편으로 갈 수 있는 지구화, 세계화의 시대에도 이런 꿈은 좀 허황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말을 다르게 하면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우리와 관계있는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데 자그마한 힘을 보태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5.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 

아렌트는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는 말은 사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는 말이었다고.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으로 나아가는 길, 그것이 바로 정치라고. 그래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 존재를 걸 용기라고.

 

백척이나 되는 꼭대기에서도 과감하게 한 발을 내디딛는 일, 그것이 바로 정치라고.

 

안철수가 이 일을 했다. 그는 자신이 한 일을 중도에 그만두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가 이미 한 발을 내디딘 상태에서 그는 자신의 전존재를 건 용기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

 

사적 영역에서 충분히 부와 명예를 다 거머쥐고 살 수 있는 존재에서 그는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정치판에 자신의 몸을 내던졌다.

 

옛날, 자신이 공부한 만큼 사회에 돌려주겠다고 정치계로 뛰어든 선비들을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었는데... 이 선비들 중에 정치판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뜻을 펼친 사람도 있고, 좌절한 사람도 있는데... 안철수는 어떤 길을 밟을지...

 

그가 한 말이 그의 앞으로의 정치역정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수를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수를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타입인 거죠. ... 저 역시 기성 정치권의 나쁜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게 장점이 될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제가 비록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은 없지만 긴 기간 동안 사회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을 열심히 해왔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에 만일 정치를 한다면 이런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39쪽)

 

"제 인생에서 성공의 정의는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입니다. ... 그저 크로마뇽인의 벽화처럼, 누구인지도 잘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거나 좋은 제도, 좋은 책, 바람직한 조직 등을 통해 세상에 흔적이 남기를 바랍니다." (257쪽)

 

덧말

이 책에 나온 대부분의 안철수 생각은 우리 사회의 상식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하나 강정마을에 대한 이야기는 좀 동의하기가 어렵다. 국책사업에 관한 문제이기도 한데, 4개 정부에서 하나같이 추진했기에 타당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모든 정부가 같이 추진한다고 옳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인데, 예를 들면 새만금은 노태우 정부 때 시작하여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물막이가 완공(?)이 되었는데, 이게 과연 옳은가?

 

"또 만약 옳지 않다면 그 정부에 참여했던 분들이 당시 판단에 거짓이나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먼저 설명하고 반대하는 것이 정상적인 과정이겠지요."(220쪽)란 말은 참여정부 때 찬성했던 사람들이 강정마을에 대해 반대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데,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게 하는 정치인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안철수는 아직 정치인의 물이 덜 들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부분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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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야 사람이다 - 고전으로부터 배운다 한국국학진흥원 교양총서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지다 4
윤천근 지음, 한국국학진흥원 기획 / 글항아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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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부끄러움에 관한 책을.

윤동주는 부끄러움의 시인이라고 할 만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서시'만 보더라도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시작하고 있다.

이런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왜 사람에게 중요한지를 윤동주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광수와 비교를 하면서 말이다.

 

부끄러움을 다른 말로 하면 성찰이다.

성찰이 바로 우리를 사람답게 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치열한 자기 성찰, 이것이 바로 부끄러움의 다른 모습이다.

성찰하지 못하는 사람은 부끄러움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기 성찰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로 자기 자신을 남의 자리에 놓아야 한다. 남의 자리에 놓인 자신을 엄정하게 평가하는 모습, 이것이 바로 자기 성찰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찰을 통해 부끄러움이 나온다.

부끄러움을 알면 고치게 된다

 

속된 말로 싸가지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싸가지를 사가지로 적어놓고 보면, 사람이 갖추어야 할 요소 4가지를 갖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4가지는 무엇일까? 유교에서 말하는 인의예지(仁義禮智)일 수도 있다.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소 아니던가.

또 4가지를 예의와 염치로 볼 수도 있다. 결국 인의예지나 예의와 염치가 없는 사람은 사람 축에 들지 못하고 비난을 받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이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요소가 바로 부끄러움이다. 그러한 부끄러움은 성실과 끈기를 지녀야지만 유지될 수 있다. 부끄러움을 지니고 산다는 일, 그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끄러움에 관한 옛사람들의 글을 모아놓았다. 단지 공자와 맹자의 글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서도 골랐으며, 또한 중국의 유명한 학자인 정호, 정이, 주자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학자인 김시습, 이황, 조식, 이이의 글에서도 골랐다.

 

중국과 우리나라를 아울러 부끄러움에 관한 글을 모아 그것에 대한 해설을 덧붙임으로써 부끄러움에 대한 성찰을 하게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가히 부끄러움에 관한 '고문진보'라 할 수 있다.

 

부끄러움, 사람됨의 기초일텐데... 가끔 보면 부끄러움을 잃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그것도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에게서. 그런데도 그들은 당당하다.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의 부끄러움을 인식하지 못하는 그런 모습은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짐승의 모습임을 알 수 있을텐데...

 

글을 읽기는 쉬워도 행하기는 어렵다고 했는데... 글조차 읽기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현실.

우리, 사람됨의 기준으로 '부끄러움'을 두자. 저 사람은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인가? 아닌가를 평가의 기준으로 두면 조금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남을 보는 기준만이 아니라, 나를 보는 기준으로도 '부끄러움'을 두자. 나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인가. 과연 나는 자기 성찰을 하고 있는 사람인가?

 

부끄러움에 관한 '고문진보'

방대한 고전을 다 읽기 힘들 때 부끄러움에 관해서, 성찰에 관해서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펼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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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에서 후보를 확정짓기 시작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거대 정당 두 군데서 후보가 확정이 되었다. 물론 앞으로 안철수와 같은 변수도 있고, 다른 군소 정당들이 후보를 내느냐 문제도 있고, 또 무소속으로 나오는 사람도 있을테니, 아직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는 확정된 일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 대통령 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을 보면 참 좋다. 이대로만 된다면... 하는 바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은 공허하기도 하다. 진정 이들이 제시하는 공약이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낮은 곳에 있는, 그날그날 삶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과연 그들의 공약에 담겨 있을까? 오히려 그들의 공약은 고담준론에 해당하지 않을까.

 

우리와는 거리가 먼 그들만의 이야기, 말잔치...

 

삶이 보이는 창은 그렇지 않다.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바로 내 이야기이고, 낮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삶을 보여주는, 그리고 희망을 주는, 희망을 잃지 말자고 하는 내용들이다.

 

그래서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힘을 얻게 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 시대에 필요한 말의 역할이다.

 

특집에 "흥분"을 주제로 삼았는데, 이는 우리네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니 그렇다치고, 그냥 조용히 자기 감정을 다스리는 사람도 좋지만, 자기 감정을 속이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이 필요한 시대이기도 하다.

 

노동현장,  삶의 현장, 그러한 모습이 이번 호에도 잘 실려 있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과 이 책에 나와 있는 이야기를 비교해보자.

 

어떤 이야기가 우리에게 필요한가? 과연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택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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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
김선우.전석순.이은선 지음, 나미나 그림 / 단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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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터지고 있으니... 도대체... 사람은 사람으로서 고난을 겪고, 자연은 자연으로서 고난을 겪고, 그 자연과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은 자연과 함께 고난을 겪고 있는 상황.

 

내내 살아온 터전, 단지 육체적인 생명을 유지하는데 그치지 않고, 또 돈이라는 괴물에 속하지도 않고, 자신과 그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자연이다. 그러한 자연은 우리에게 타자로 존재하지 않고 바로 우리 자신이 된다. 우리 자신이 된 자연을 남인양, 개발해야할 대상으로만 여기는 사회는 야만이다.

 

제주도 하면 바람, 돌, 여자가 많은 삼다도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이번 태풍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람이 많은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리고 돌, 돌, 어디를 가도 보이는 돌, 돌들, 그 돌들을 이용한 돌담들. 집과 밭의 경계이기도 하고, 밭과 길의 경계를 알려주기도 하는 돌들. 그리고 여자, 여자들.

 

제주도에 여자가 많다는 말은 슬픈 역사를 생각나게 하는데... 남자들이 배를 타고 멀리 나가서 일을 하면서 실종이 되기도 하고, 죽음을 당하기도 하는 그러한 일들 말고도 제주도에 얼마나 많은 죽음이 있었던가. 그 비극이 있었던가.

 

그래서 자연스레 여자가 더 많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노무현 대통령 때 4.3에 대해 사죄하고,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선포를 했다. 이제는 과거의 비극을 잊고 새로운 평화시대를 여는데 주역이 되자고...

 

또한 제주도는 세계 자연 유산에도 속하고, 또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던 세계 7대 자연경관에도 들었으며, 올해는 세계자연보존총회도 개최하였다.

 

그만큼 제주도는 생명, 평화의 도시가 되어가고 있는데... 이 제주도, 그것도 아름다운 해안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단다. 강정마을에. 주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도 않고. 평화의 섬이라고 해놓고, 우리에게 그다지 필요도 없는 해군기지를 강행하고 있다. 자연유산을 파괴하면서 인간이 만든 가장 반(反)자연적인 군사기지를 만든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도저 정부는 그냥 밀어붙이고만 있으니...

 

강정마을에 있는 구럼비 바위에 폭약을 넣고 폭파시키고 있으며, 그곳을 시멘트로 메꾸고 있다고 하니.. 어떻게 제주가 평화의 섬, 자연의 섬이 될 수 있단 말인지.

 

앞뒤가 맞지 않는 일들을 저지르면서 책임은 모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지운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왜 반대하는지 생각지도 않은채.

 

그들에게 구럼비란 단순한 바위가 아니라 그들의 삶, 그들 조상의 삶, 바로 그들의 역사가 오롯이 녹아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단지 바위로 존재하지 않고 온갖 생명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증인이 필요하다. 증언이 필요하다. 증언이 사진의 형태로든, 다큐의 형태로든 영원히 오늘의 이 만행에 대해서 알려주어야하겠지만, 더 오래 사람들에게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 작가들이 나섰다. 공동작품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구럼비에 어울리는 행동이냐.

 

소설로 남기면 두고두고 읽히면서 바로 오늘을, 야만의 오늘을 증언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 해군을 꿈꾸던 아이가 해군에 의해 어떻게 배신을 당하는지, 진정 자신이 지키고 싶은 존재를 지키려면 군인이 아닌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소설을 썼다.

 

따라서 이 소설은 구럼비에 대한 증언이 된다. 우리에게 잊지 말라고... 공지영이 쌍용차 노동자를 잊지 말자고 "의자놀이"를 썼듯, 김원일이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잊지 말자고 "푸른혼"을 썼듯, 김선우, 전석순, 이은선 작가는 이 "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를 썼다. 그리고 나미나 작가는 그림을 그렸다. 우리의 영원한 증언으로 말이다.

 

이 증언이 구럼비를 망가뜨린 사람들을 영원히 부끄럽게 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우리를 정신차리게 할 것이다.

 

혹, 구럼비는 사라질지 모르지만, 소설 속의 구럼비는 영원히 남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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