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잠시 쉴만도 하련만... 여름은 제 세상이라는듯이 자기의 존재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런 더위에 다들 지쳐떨어지고 있는데... 무슨 유럽 사람들처럼 여름 휴가를 한 달을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날씨는 점점 더 우리들을 괴롭히는데...

 

이것 역시 우리들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하면 무슨 소리냐고 할 사람도 많겠지. 지구 온난화를 인정하는 사람도 있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기온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으리라.

 

열대야가 일어난 날수가 늘고 있고, 수온이 상승해서 물고기의 종류가 바뀌고 있으며, 과일의 북방한계선이 점점 위로 올라오고 있으니... 게다가 요즘은 우리나라 최고기온을 경쟁이라도 하는듯이 계속 올리고 있으니...

이런 날들이 계속되면 사회계층에 따라서 더위에 대한 피해가 나타난다. 아무래도 힘없는 사람, 못 사는 사람, 경제적으로 하위층에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고통을 받게 된다. 이런 더위에 집 안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쉴 수도(어떤 사람들은 에어컨조차도 없고) 없고, 땡볕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힘들 때일수록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는 자세. 이것이 바로 반성하는 자세 아니던가. 이 시집 전에 읽었던 시집이 "반성"이었다. 풍요로운 80년대를 비루하게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의 모습을 시로 표현했었는데... 이 시집을 읽은 다음 이번엔 무슨 시집? 하다가 제목이 "반성하다 그만둔 날"이라서 이 시집을 골랐다.

 

연속해서 읽는 시집인데, 하는 반성이고, 하나는 반성하다 그만둔 날이니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사실 예전에 다 읽은 시집인데... 머리 속에 떠오르지 않으니 예전엔 그다지 큰 감흥을 주지 못했나 보다 하는 생각도 있고, 2008년에 나온 시집이니 1987년에 나온 김영승의 시집보다 21년 뒤에 나왔으니, 내용도 좀 다르겠지란 생각도 있고... 또 하나 이 시집을 고른 이유는 출판사, 실천문학사라는 점도 있다. 실천문학사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의식이 있는 책들을 냈던 출판사였으니, 이 시집에도 사회의식이 담겨 있으리라는 생각도 있었다.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시집은 '이 시다'라고 마음에 꽂히는 시는 없다. 어떤 시집에서는 시 하나가 마음에 들어 전체 시집을 빛내기도 하는데... 그만큼 쉬운 언어로 쓰여진 시들인데.. 읽어나갈수록 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이 된다.

 

한 편 한 편의 시가 자기 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들이 뭉쳐서 전체적인 소리를 낸다. 어라? 이게 이 집의 매력이었구나. 그래서 한 편의 시가 내 맘에 꽂히지는 않았지만, 시집이 강렬한 인상을 내기 시작한다.

 

전체적으로 이 시집의 배경은 "가리봉"이다. 가리봉이라면 잘 모르는 사람이 있겠으니, "구로공단"이라고 하자. 요즘은 "구로디지털단지"로 바뀌어 굉장히 세련되어진 곳. 이 곳의 80년대는 우리나라 산업화의 그늘이라고 할 수 있는, 김영승의 시에서 나타난 풍요로움 속의 비루함이 전체적으로 몰려 있는 곳이었다. 물론 그 전에는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이 강하게 결합했던 곳이기도 하고.

 

일명 공순이 공돌이들이(이런 말들을 썼던 사람들...자기들도 노동자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던) 몰려 있던 곳, 가출 청소년들이 모여들었던 곳, 그 곳에서 자기 청춘의 삶을 시작한 사람. 그 곳의 삶을 시 속에 복원시켜 내고 있다. 그러나 시인은 이제 그 곳에서 나오려 한다. 그 곳은 자기 시의 고향이지만, 그 고향을 떠나 또 다른 삶을 살려고 한다. 그래서 "반성하기를 그만둔 날"이다.

 

이제는 세상이 변했으므로,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미래를 찾아 떠나야 한다.

이러한 내용의 시들이 많이 들어 있는데... 2부가 독특하다. 2부는 시인의 개인사를, 가리봉이 아닌, 그녀의 고향인 해남(?)에서의 일을 담고 있다. 특히 어머니, 아버지의 일을.

 

2부가 눈물나게 슬프다. 아버지의 첩으로 살아가야 하는 어머니. 이런 어머니와 아버지로 인해 겪어야 했던 설움들... 가리봉에서의 생활보다는 시인의 어린 시절을 담은 이 2부의 시들이 아프게 마음에 다가온다. 어머니와 화해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가. 그런 어머니를 결국 하나의 여자로 받아들이게 되는 모습이, 2부에 걸쳐 펼쳐진다. 좋다.

 

더운 날, 사회의 밑바닥에서 살았던 시절을 그려낸 시들을 읽으며 다시금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생각해 본다. 나는 반성을 해야 하나,

 

반성을 그만두어야 하나.

 

나는 아직도 반성해야 한다. 그만큼 나는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으므로.  

 

무더위,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송가. 김사이의 시 한 편을 보자.

 

무엇을 위하여 종은 울리나

 

나는 잘렸다

터무니없이

 

5월 연둣빛 나무 이파리를 보는데

휴대전화로, 그래 휴대폰으로

해고통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해고사유는 '잡담'이다.

그리고 더 이상 회사에 갈 필요도 없었다

눈만 뜨면 전쟁을 치르듯이 아이 맡기고

30분 일찍 전철에 구겨져가던 내 밥그릇 자리

그러나 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였고

비공식적으로 잘린 거다

어디에도 내가 흘린 피는 없다

어디에도 내가 살기 위해 노력했다는 흔적도 없다

자본이 숨 쉬기 위해 내가 숨죽이다가

이름도 인격도 빼앗긴 결과다

이제 더 이상 내가 가난한 집 딸이고

돈 벌어야 하는 아내고 한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자본은 너무 자유롭고 나는 갇혀 있다

자본은 너무 안전하고 나는 위태롭다

이제 종이 울리면 쉬러 가는 것은

내가 아니라 자본, 그래 돈이라는 것이

정규적으로 쉬러 간다

 

언제든지 공식적이지 않게 나는 잘리고

무엇을 위하여 종이 울린단 말인가

 

김사이, 반성하다 그만둔 날, 실천문학사 2008 초판, 무엇을 위하여 종은 울리나 전문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 내가 꿈꾸는 사회. 종은 우리를 위해서 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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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매혹적이다. 반성이라. 도무지 반성이란 모르고 사는 현대에서 반성이라는 제목으로 반성이라는 시들만 주욱 실려 있는 시집이다. 그렇다고 반성1부터 반성 844까지(이 시집은 반성 연작시인데... 차례를 보니 844번이 가장 뒷번호다. 다 실려 있지는 않고 중간중간 빈 번호들이 있다.) 순서대로 되어 있지는 않다. 내용들에 따라서 이 반성 연작의 순서는 바뀌어 실려 있다.

 

일일삼성(一日三省)이라고 자신을 하루에 세 번은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는데.. 이 살펴봄이라는 말은 반성이라는 말과 같고, 반성이라는 말은 자신을 떨어뜨려 놓고 바라볼 수 있다는 말과 같으니, 자신을 떨어뜨려 놓는다는 일은 시와는 거리가 맞지 않을 듯하지만, 시인이 세상을 주관적으로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은 결국, 그렇게 하기 위해서 자신을 자신과 분리하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의미라고 생각하면, 시인에게 반성은 필수품이어야 한다.

 

반성. 그러나 이 시는 직설적이지 않다. 무엇을 반성하고 있는지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비루한 자신의 삶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얼마나 비루하냐면 자신의 삶을 자신이 능동적으로 살지 못하고 억지려 밀려서 산다고 표현한다. 일명 밀어내기

 

반성 72

 

나는 대변을 보는 게 아니라

밀어내기 하는 것 같다.

만루 때의 훠볼처럼

밀어내는 것 같다.

죽기는 싫어서 억지로 밥을 먹고

먹으면 먹자마자

조금 있으면 곧 대변이 나온다.

안 먹으면 안 나온다.

입학도 졸업도 결혼도 출산도

히히 밀어내는 것 같다.

먹고 배설해 버리는 것 같다.

사랑도 이별도

죽음도.

 

김영승, 반성, 민음사, 2009년 개정판 2쇄. 반성 72 전문 

 

비루한 삶이기 때문에 온갖 비속어가 시에 등장한다. 따라서 아름다운 시가 아니다. 시에는 술과 피와 정액이 난무한다. 자신이 사는 곳을 잠수함이라고까지 표현했으니... 이 시의 전체적인 주조는 액체이다. 액체 중에서도 끈끈함이 느껴지는 맑음과는 거리가 먼 그런 액체.

 

왜 사는 곳이 잠수함인가. 간단하다. 반지하방에 살기 때문이다. 반지하방, 가난한 사람들의 거처. 그 곳에 존재하는 습기, 축축함, 그리고 삶의 고달픔.

 

시인이 시집을 낸 때는 80년대다. 우리나라가 풍요로움의 절정을 향해 치달릴 때다. 흥청망청, 우리도 곧 선진국이 된다고, 경제는 호황을 이루고, 세계적으로 한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는 때... 이 때 다들 행복할까? 이런 질문을 시인은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질문에 시인은 우리 모두가 행복하지는 않다는 답을 내린다. 자신의 삶에서, 또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의 삶을 보고서. 그래서 모두들 행복에 겨워해야 한다고 할 때 아니라고, 아닌 삶들이 도처에 있다고, 과연 이것이 행복이냐고 시인은 질문을 한다.

 

이 질문이 때로는 비속어로 나타나고, 비꼼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이 시집에서는 많은 시들이 논리성이나 체계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 말이 안됨, 말들이 꼬여 있음, 비논리성 등등이 시에 나타난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바로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80년대의 모습이다.

 

80년대 자조적으로 유행했던 말. 3S. SEX, SCREEN, SPORTS.

 

이 때 우리를 휘감았던 이 말들은 액체와 긴밀한 연관이 있다. 끈적끈적한, 우리네 삶에 달라붙는. 우리네 삶을 더 밝고, 명랑하고, 풍요롭게 해주어야 할 대상들이 위로부터의 강제로 인해 우리 삶을 더 어둡고, 더 힘들고, 가난하게 해주는 대상으로 전락한 시대가 80년대 아니던가.

 

이러니 시인이 반성할 수밖에. 그가 반성 연작시를 쓸 수밖에. 그렇다고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이 다 칙칙하지는 않다. 본래 어두움 속에서도 밝음이 있듯이, 어려운 삶에서도 행복이 있다. 어쩌면 낮은 곳에서 사람들은 더 사람답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시를 보자.

 

반성 100

 

연탄장수 아저씨와 그의 두 딸이 리어카를 끌고 왔다. 

아빠, 이 집은 백 장이지? 금방이겠다. 머.

아직 소녀티를 못 벗은 그 아이들이 연탄을 날라다 쌓고 있다.

아빠처럼 얼굴에 껌정칠도 한 채 명랑하게 일을 하고 있다.

내가 딸을 낳으면 이 얘기를 해 주리라.

니들은 두 장씩 날러

연탄장수 아저씨가 네 장씩 나르며 얘기했다.

 

김영승, 반성, 민음사. 2009년 개정판 2쇄. 반성 100 전문

 

이 시집이 87년에 처음 출간되었으니 2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 시에 나온 내용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가. 어쩌면 우리는 아직도 80년대 풍요로움의 뒷모습이 사라지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우리의 삶을 반성하고 있는가. 나는? 나는 반성하고 있는가? 되새겨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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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 스웨덴의 한가운데서 우리가 꿈꾸는 대한민국을 만나다
최연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나미비아에서 우리나라를

보았다고 한다. 나미비아 사람들이 들으면 기분이 나쁘겠지만, 그 나라가 양극화되어 있다고 하고, 빈부격차가 심하다고 하니 뭐... 하지만, 나미비아라는 이름도 생소한 아프리카의 나라보다는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자부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기분 나빠 하려나?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와 비교를 한다는 심리적 거부감을 버리고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자. 매년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들의 계층을 분석한 통계를 보면 경제적 능력과 서울대 입학율이 비례관계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서울대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학벌이라는 차별이 존재하고, 이 학벌에 의한 명문대들에 입학한 학생들을 분석해보면 경제와 학력이 함께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우리는 하고 있는가. 아니, 우리는 정부를 압박해서 이러한 노력을 하게 하고 있는가. 오히려 서울대를 폐지하자는 말에는 다른 대학들이 서울대의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또 대학등록금을 반값으로 하자는 주장에는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느냐고.. 우선 반대부터 하지 않는가. 어떻게 하면 이를 실현할 수 있을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런 제도를 실시하지 않을까 반대 이유를 먼저 찾지 않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아프리카의 한 나라와 무엇이 다를까.

반대로 스웨덴에서, 덴마크에서, 핀란드에서 우리나라를 보아야 한다. 어떻게 이 나라들이 사회 격차를 해소해나가고 있는지, 어떻게 패자들이 영원히 패자로만 머물지 않고, 자신의 삶을 찾아갈 수 있게 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조금씩 우리가 갈 길이 보일 것이다.

 

기업인들이 책임을

지는 사회가 스웨덴이라고 한다. 이케아의 회장은 직원들이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직원들이 재미있게 일한다. 이는 회사의 구조를 디자인하는 데서도 나타나지만, 최소한 왜 자신이 기업을 하는지를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단지 이윤만을 추구하지 않고, 함께 살아야 함을 늘 인식하고 기업을 운영한다면 직원들이, 노동자들이 알 수 없는 병으로 죽어나가지는 않을테고, 노조가 있으면 회사가 망한다는 소리를 하지도 않을테고, 또 지나치게 많은 노동시간을 강요하지도 않을테다.

우리는 직장생활을 행복하게 하고 있을까? 질문을 해본다. 답은 부정적이다. 어쩔 수 없이 먹고 살기 위해, 잘리지 않기 위해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자신의 의견을 회사에 당당히 이야기하기 보다는 회사에 자신을 맞추기에 급급한 현실이다. 이런 상태에서 행복이 찾아올 수는 없다. 더군다나 회사에서 해고되었을 때 다른 삶을 찾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기에 "해고는 살인이다"는 말까지 있는 우리나라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는 스웨덴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우선은 자신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 권리란 주어지지 않는다. 찾아야 한다. 그러한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뭉치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뭉칠 수 있는 조직은 바로 노동조합 아니던가. 노동조합을 무슨 좌익집단, 불순세력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는 언론을 통해서, 또는 사상통제를 통해서 우리에게 주입된 잘못된 생각이다. 노조조직률이 낮은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제대로 찾지 못한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기업가들이 시혜를 베풀듯이 주어서는 안되지 않는가. 하여 이 책을 읽으면서 스웨덴의 노조조직률에 감탄을 했고, 그들이 파업을 했을 때 당연하다는 듯이 지지해주는 시민의식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부러워만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노조에 가입하는 일이 그렇게도 어려운가.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정치인들을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이 나라 스웨덴에서는. 정치인의 이직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의 하나라고 한다. 왜냐하면 정치인은 특권은 거의 없고 의무는 많은 그런 직업(?)이기 때문이란다. 게다가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낱낱히 국민들에게 보여지고 평가되고 있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또한 보좌관도 없이 자신이 정책을 연구하고 법안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늘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20대에 멋모르고 정치에 입문한 사람이 한 번의 국회의원을 하고는 더 이상 정치계에는 못 있겠다고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를 부러워해야 하는지... 우리나라 국회의원, 정치인들이 반대편에 떠오르는 이유는? 지금은 좀 나아졌는데... 국회의원 명패를 한자에서 한글로 바꾸자고 했는데도 기를 쓰고 반대했던 국회의원들, 누군가가 국회의원이 되어 간소한 복장으로 나타났더니 국회의 품위를 떨어뜨렸다고 그 의원을 그렇게도 비난했던 국회의원, 자신들의 품위를 위해서는 고급차를 이용해야 하고, 비행기 좌석도 고급으로, 자신들만의 특별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하는 의원들이 많은 나라. 의무는 적고, 특권은 많은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이직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해야 한다. 이들은 스스로 이직을 하지 않고, 공천을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이직을 강요당하니 말이다. 공천을 못 받으면 공천 부정이다 뭐다 해서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려고 한다. 과연 이런 자리가 힘든 자리일까? 툭하면 불거지는 공천비리는 무엇을 의미할까? 스웨덴에 관한 이런 책을 읽으면 공천비리라는 말을 어떻게 우리는 받아들여야 하나? 그렇게 특권으로 똘똘 뭉친 정치인 집단을 우리는 개혁해야 하지 않나? 밑에서부터 압력을 넣어 정치 개혁을 해야지만, 그래야지만 복지 국가로 가는 징검다리를 하나 놓게 되지 않을까 한다.

참, 마음에 들었던 구절은, 장관이든 총리든, 자신의 아이를 자신이 직접 돌본다는 사실. 이런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 정치를 한다는 인식을 지녔다는 사실. 그래서 정치인은 더 힘들다는 사실, 이를 국민들에게 인정받고, 신뢰를 받기에 이들의 정책이 실현될 수 있다는 사실, 마냥 부러워만 해서는 안되고 우리도 실현해야 할 정치모습이라는 생각.

 

스웨덴이 꼭

답일 필요가 없다. 이 책을 쓴 글쓴이도 스웨덴만이 답은 아니라고 한다. 답은 우리가 구해야 한다. 우리의 현실에 맞는. 그러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 스웨덴은 참조자료가 된다. 이 참조자료와 우리의 현실을 비교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찾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는 학창시절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죽을 때까지 공부하는 것이다. 단순한 지식을 습득하는 행위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만들어가는 무엇을 찾는 일, 그것이 바로 공부이다. 이러한 공부를 할 수 있게 조직을 만들고, 여건을 마련하라고 압력을 넣어야 한다. 결국 복지국가는 깨어있는 국민이 있어야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는 8시간 노동을 철저히 지키라고 해야 하고, 지자체에는 평생교육 시설을 만들라고 해야 하고, 학교에는 대학에 들어갈 지식만을 교육하지 말고, 학생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총체적인 배움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와 여건을 만들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에는 패자가 부활할 수 있는, 이 책에 나와 있는 대로 인생 마라톤에서 중간 중간에 마실 수 있는 물을 마련하라고 해야 한다. 이런 일들은 우리가 깨어있어야만 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모습을 읽는 일. 내가 깨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우리 깨어나야 한다.

우리가 깨어나지 않으면 우리는 투표 때만 국민으로 대접받는다. 이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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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 스웨덴의 한가운데서 우리가 꿈꾸는 대한민국을 만나다
최연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7월
절판


경제학자들은 계수화하지 못하는 하나의 변수 때문에 스웨덴의 예외적 함수관계를 설명하지 못한다.
바로 국민의 행복감과 제도에 대한 신뢰다. 세금은 많이 내지만, 다시 복지를 통해 돌려받는다는 믿음이 있고, 형평성 있는 분배가 이루어져 국민 간의 차이가 줄어들어 서로의 위화감도 적다. 스웨덴 국민은 실직과 병으로 소득이 없을 때 본인이 낸 세금으로 국가가 일시적이나마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믿기 때문에 삶 자체가 불안하지 않다고 믿는다. 그런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서로를 믿고, 국가와 공무원을 믿는다. 개인, 지역, 계층 간의 차이가 적다 보니 서로 반목하는 것도 줄어들고, 사회적 갈등도 함께 줄어든다. 국민이 행복해하는 가장 큰 이유다.-28-29쪽

스웨덴이 택한 방법은 고부담, 고복지에 근간을 두고 있다.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을 다시 나눠주는 방식이다. 기여한 것보다 더 많이 가져가는 사람이 있고 혜택을 덜 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공평하게 적용되는 아동수당, 무상교육, 의료시설 이용 등에 있어서는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그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일시적 재난, 좌절, 실패의 늪에 빠진 사람들은 재기를 위해 준비하는 동안 보조금을 받으면서 자신이 낸 세금보다 더 받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고 다시 이들이 노동시장에 복귀하게 되면 받는 것보다 내는 것이 더 많게 되어 모두가 비슷하게 기여하는 구조다.-35쪽

결국 인생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게 해주는 사회적 물컵, 즉 복지제도의 구축은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정치인인과 정당, 그리고 제도가 있을 때 제대로 작동할 수 잇따. 부패한 사회에서는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보장제도 또한 반드시 실패한다.-38쪽

결국 부패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래부터 위까지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법제정, 그리고 폭넓은 사회운동 등을 통한 인식의 전환이 시작되어야 한다. 국민이 부패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썩은 정치와 행정을 쉽게 개혁할 수 없다. 위로부터의 개혁은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만나야 완성된다. 정치, 관료, 그리고 기업문화만 개선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국민도 함께 변하지 않으면 효과가 별로 없게 된다.-61쪽

해고만 하면 끝인 한국 기업에 비해 스웨덴의 기업들은 사회보장비 부담은 물론, 해고 시 재취업교육, 창업비 지원까지 책임지는 것이 기업의 책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69쪽

대기업과 기업가들에 대한 스웨덴 국민의 높은 신뢰는 결국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하는 기업, 기업의 이익을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과 사회적 안전조치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기업인이 있기에 가능하다.-70쪽

의원활동지원법을 보면 의원들은 피고용자 신분으로 봉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수당'을 받고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국회의원이란 직업을 국민으로부터 잠시 위임받아 활동하는 임시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152쪽

...사소한 규정들도 많다. 정치인들만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식사를 하러 가도 본인이 직접 식판을 들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줄을 서야 한다. 근무시간에 골프를 치는 것은 제아무리 공부라고 해도 제 무덤을 파는 행위다.-153쪽

깨어 있는 국민이 일하는 정치인을 만든다. 의식 높은 국민을 만족시키기 위해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정책 공부를 하고, 의회 대정부 질문에서는 공부한 실력을 맘껏 발휘한다. 의회에서의 토론도 심도 깊은 정책토론으로 일관한다. 인신공격, 장관 혼내기, 핀잔 주기, 고성과 폭력은 전혀 끼어들지 못한다. 그렇게 하는 순간 국민의 지탄을 받고 퇴출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스웨덴 정치인들은 언제나 국민의 눈과 귀가 무섭다고 이야기한다.-175쪽

현대식으로 지어진 이케아 가구 백화점에는 몇가지 콘셉트가 있었다. 첫째, 사람들이 전국에서 찾아오기 때문에 입구에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도록 스낵코너를 만든다. 그리고 쇼핑이 끝날 무렵 옥상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식당을 만든다. 둘째,아이들이 있는 가정은 물건을 제래도 볼 수가 없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든다. 셋째, 가정의 거실, 부엌, 침실, 공부방 등 실제와 똑같이 실내 장식을 하고 가구를 배치한다. 넷째, 가구의 디자인은 심플한 콘셉트를 갖춰라. 다섯째, 가격으로 승부하라. 여섯째, 스웨덴의 이미지를 만들어라.-194쪽

그는(이케아 창립자 캄프라드) 자서전에서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깅버 가치는 직원들이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직장, 고객들이 이케아만 오면 즐겁고 재미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적었다.-197쪽

교환학생 자격으로 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현지 물가 수준에 맞는 장기 저리 융자를 제공해주는 제도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무상교육 지원금도 외국에 나가 있는 학생에게는 그 나라 물가에 맞게 금액이상향 정되므로 외국 생활에 필요한 용돈과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 학업을 쌓는데 지장이 없도록 현지 대학등록금, 생활비 지원 등을 무상 부문과 장기 저리 융자로 지원해주는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다. 그래서 스웨덴 학생들은 부모의 수입이나 가족의 생활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외국에 나가 교육을 받을 수 있다.-210쪽

성공한 사람 뒤엔 반드시 이들이 좌절을 딛고 일어설 수 있게 해준 재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다. -215쪽

북유럽 국가들은 국가의 번영과 발전의 궁극적 목표가 서로의 차이를 줄여 국민의 행복을 증대시키는 것이라고 본다. 복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공동체 의식, 높은 관용과 낮은 갈등 수준, 투명성, 타협과 협의의 정신, 연대의식 등은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국가들이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사항들이다.-257-258쪽

스웨덴의 사회복지는 안전장치다. 국민의 행복감을 최대한 높여주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위기와 불행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줌으로써 자신의 삶과 미래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는 심리적 안전장치다.-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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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삼매경. 이런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책을 읽어도 더위를 잊기 힘들다. 인간의 정신이 육체를 초월하고, 극복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지, 폭염이라고 하는 이런 날씨에는 몸이 먼저 늘어져버리고 만다.

 

그렇다고 몸에게 나를 온전히 맡겨버리고 내 정신을 잃을 수도 없는 일.

 

예전에 샀던 시집 중에서 마음에 드는 시집들을 하나씩 꺼내 읽어 보기로 한다.

 

어쩌면 더 잘된 일인지도... 시란 언제나 가까이에 두고 읽어야 하고, 되새겨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책장에 제 자리를 잡고, 내게 다가오지 않았던 시집이 한두 권이 아니었으니, 이 기회에 하나씩 하나씩 다시 내 곁으로 불러내고, 내 맘 속에 담아두려 한다.

 

이번엔 정호승이다. 그가 2004년에 펴낸 "이 짧은 시간 동안"

 

일명 슬픔의 시인. 그는 기쁨보다는 슬픔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이 슬픔을 통해 기쁨에 이르려고 한다.  하여 그가 시에서 다루고 있는 대상들은 밝고 높은 대상이 아니라, 어둡고 낮은 대상들이다. 그러나 이런 대상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어서 오히려 우리에게 힘을 주고 있다.

 

그의 시에 안치환이 곡을 많이 붙였다. 노래로도 많이 불려지고 있는데... 몇 년 전에 서강대에서 열린 안치환 콘서트에 정호승 시인이 나와 자신의 시를 낭송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이번 시들은 단지 낮고 힘들고 슬픈 대상을 넘어서고 있다. 무언가 포용하고, 융합이 되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시집에서는 불교와 기독교의 만남이 나오고, 아버지, 어머니 얘기가 나오고, 수미산이든, 십가자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있다. 

 

어느 시를 읽든 마음이 따뜻해진다. 잠시 더위를 잊는다. 그리고 이 무더위에 더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 함께 이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기를...

 

이 시집에 있는 '꿈속의 꿈'이라는 시를 보면 우리는 자신이 짊어진 짐을 가장 무겁다고 여기고 남들의 짐은 자신의 짐보다 가볍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결국 자신의 짐은 자신이 질 수밖에 없고, 자신의 짐만큼 남들의 짐도 무겁다는 사실을 인식하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짐을 짊어지지 말고 안고 가라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라고 하고 있다. 어디선가 들은 듯한 이야기를 그는 시를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꿈속의 꿈

나를 못 박을 무거운 십자가 하나 등에 지고 / 여름산을 오른다 / 조금만 발걸음을 멈추어도 누가 채찍을 내리친다 / 목이 마르다 / 무릎을 꺾고 땅에 쿠 십자가를 내려놓는다 / 한 여자가 달려와 발길로 물그릇을 차버린다 / 사방을 둘러보아도 / 내 대신 십자가를 지고 갈 사람은 보이지 않고 / 어디선가 그분의 말씀이 들린다 / 십자가를 등에 지고 가지 말고 품에 안고 가라 / 나는 얼른 그분한테 달려가 무릎을 꿇는다 / 십자가를 좀 바꾸어주세요 / 도저히 무거워서 지고 갈 수가 없어요 / 그가 빙긋이 웃으면서 나를 어느 숲으로 데리고 간다 / 숲에는 누가 버리고 간 것일까 / 크고 작은 수많은 십자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 이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 하나 골라보렴 / 나는 그분의 말씀대로 이것저것 몇날 며칠 고르다가 / 가장 작고 가벼워 보이는 십자가를 하나 골라 / 등에 지고 다시 산을 오른다 /여전히 십자가가 무겁다 /등이 휠 것 같다 / 몇걸음 떼어놓지 못하고 다시 쿵 십자가를 내려놓자 / 그분이 조용히 내게 다가와 말씀하셨다 / 그 십자가가 원래 네가 지녔던 바로 그 십자가다

정호승, 이 짧은 시간 동안, 창비. 꿈속의 꿈 전문(114-115쪽)

 

자, 이쯤되면 지금 내가 짊어진 짐을 짐으로만 여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짜피 나와 함께 할 십자가라면 안고 가야 한다. 기꺼이... 윤동주가 말했던 것처럼. 그러면 이 때 십자가는 그의 시 '벽'에 나와 있는 구절처럼(내리칠수록 벽이 되던 주먹을 펴 / 따스하게 벽을 쓰다듬을 뿐이다 / 벽이 빵이 될 때까지 쓰다듬다가 / 물 한잔에 빵 한조각을 먹을 뿐이다 / 그 빵을 들고 거리에 나가 / 배고픈 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줄 뿐이다) 짐에서 빵이 될 수 있다.

 

이런 삶. 이제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이다. 순간, 이 짧은 생의 순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우리의 짐(벽)을 빵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아마도 이 시집의 제목이 되었을 시.

 

물 위를 걸으며

 

물 속에 빠져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물 위를 걸으면

물 속에 발이 빠지지 않는다

 

물 속에 빠져

한마리 물고기의 시체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물 위를 걸으면

물 속에 무릎이 빠지지 않는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주어진

물 위를 걸어가는

이 짧은 시간 동안

 

물 속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지 말고

출렁출렁 부지런히 물 위를 걸어가라

눈을 항상 먼 수평선에 두고

두려워하지 말고

 

정호승, 이 짧은 시간 동안, 창비, 2005 5쇄, 물 위를 걸으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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