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집 안에 장식용 책들이 꽤 있었다.

 

두툼한 전집류들과 그리고 고급스러운 재질로 겉표지를 장식한 양장본 책들.

 

아마도 이런 집에는 자랑스럽게도 백과사전류가 있었을테고, 그리고 철학 서적들도 있었으리라.

 

그냥 읽기 위한다기 보다는 자신의 교양을 드러내기 위한 책으로.

 

당연히 이들 책 중에서 많은 책들은 나중에 폐휴지로 버려지거나 고물상에 넘겨지거나,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말았으리라.

 

종이의 질도 갱지 수준이라 몇 년이 지나면 종이의 끝 부분부터 누렇게 변색이 되어가고, 나중에는 바삭거리게 되어, 조금만 힘을 주어도 마른 낙엽처럼 부서져 버리기도 했으리라.

 

그런데도 그 책들은 사람들과 함께 세월을 보냈고,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제 몸에 받고 있었으리라.

 

그 때쯤 되면 장식이 아니라 삶의 일부분이 되어 있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아니,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들어서면서 책을 읽는 습관이 변해가면서, 이러한 전집류들은 이제는 교양을 드러내주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교양없음을 꾸며주는 역할을 하는 쪽으로 인식이 변해갔는데...

 

책은 이제 무더기로 한꺼번에 구입하지 않고, 그 때 그 때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또는 가지고 싶은 책을 구입하는 방향으로 독서의 문화가 바뀌었고.

 

이제는 전자책으로 인해 두껍고 무겁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종이책들은 사람들에게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기도 하는데.

 

그래도 나는 아직 종이책이 좋다. 아마도 앞으로도 계속 좋을 것이다. 이 책들은 하나하나가 내 삶을 만들어온 내 삶의 일부이니까.

 

가끔 책을 둘 데가 없어 헌책방에 팔곤 하는데...

 

내 곁을 떠나간 내 과거가 내 새로운 미래에게 자리를 양보하지만, 마음은 아프다.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방법... 좋은 서가를 갖는 꿈.

 

이 책을 보며 부러움 반, 나도 해야겠다는 기대 반.

 

고려 때 어떤 왕은 적어도 만 권의 책은 소장하겠다고 '만권당'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데, 요즘처럼 인쇄술과 교통이 발달한 시대에는 이 만 권의 두 배는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고, 그래서 책의 숲이라고 "서림(書林)"이라는 이름을 짓고 싶은데... 그 앞에 수식어를 붙여야 하겠단 생각.

 

아직은 꿈을 꾸고 있는 생각. 이 책에 나온 책장들보다 더 나에게 어울리게 책과 함께 하고픈 소망을 다시금 자극한 책.

 

더위를 이기는 방법...

 

책의 숲에서 책욕(冊浴-이런 말이 있을까마는)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뉴스, 허깨비를 좇는 정치 - “뉴스 시스템이 흔들리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다”
W. 랜스 베넷 지음, 유나영 옮김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1

뉴스를 보는 시간이 줄고 있다. 왜 보나마나라는 생각이 드니까. 이 방송이든, 저 방송이든, 거의 비숫한 내용으로, 그것도 화면도 거의 비슷하게 방송을 하고 있다. 뉴스가 아니라, 헌 소식, 진부한 소식이다.

엊저녁에 보았던 뉴스가 아침에 다시 나오기도 한다. 참.. 그래서 머리는 생각할 기회를 잃고 그냥 화면만을 보고 있다. 이런 일이 있었구나... 그랬구나

 

2

뉴스를 잘 안 보게 된다. 예전에 읽었던 "물은 답을 알고 있다"는 책의 내용을 마음에 새기고 부터는. 우리 몸의 대부분이 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안 좋은 일을 보거나 겪으면 이 몸이 깨지고 만다는 사실... 뉴스의 대부분이 폭력, 살인, 비리, 부정, 갈등이다. 이런 긍정적인 요소는 없나? 세상이 이렇게 안 좋았던가?

 

3

 뉴스를 보아도 보는 게 아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객관성 속에 포장되어 있는 정파성이 교묘하게 감춰져 있다. 분명 저 뉴스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저게 아닐텐데... 그들은 사실을 전달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은연중에 자기들의 관점을 나에게 주입하고 있다. 더 보다가는 생각을 하지 않은채 뉴스에서 전해주는 내용만 따라가고 말겠단 생각이 든다.

 

4

무슨 뉴스가 이래. 메인 뉴스라고 하는 뉴스에서도 온갖 잡탕 소식들이 뒤섞여 있다. 건강 소식에 나와야 될 이야기, 스포츠 소식에 나와야 될 이야기, 연예인 뒷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에 나와야 될 이야기들이 메인 뉴스에 떡하니 나온다. 허, 이런 그냥 이런 내용이나 소비하고 말라고? 이런 내용들이 많아야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그것이 시청율에 반영이 되면 광고 수익을 더 얻을 수 있나? 그럼 공영방송은? 공영 방송이 만들어진 이유가 뭐지? 공영성, 그게 뭘까?

 

5

이 책, 참 두껍다. 그런데 내용이 흥미진진하다. 굳이 기자를 꿈꾸지 않아도, 언론비평을 하겠다고 마음 먹지 않아도, 우리가 늘 접하는 뉴스에 대해서, 뉴스의 숨겨진 모습에 대해서 이토록 철저하게 파헤친 책이 또 있을까 싶다. 물론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미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읽다보면 우리나라 상황과 너무나도 많은 부분이 겹쳐진다. 바로 지금 우리 언론의 모습이 이 책이 고스란히 나온다.

 

뉴스가 만들어내는 정치권력의 모습과, 그 뉴스로 인해 우리들의 사고가 어떻게 왜곡되고, 우리들의 행동이 제약을 받게 되는지 치밀하게도 밝혀내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소프트 뉴스를 보고 있는 동안에 정작 우리가 공적인간으로서 존재해야 할 의무를 잊게 되지 않았던가.

 

제주 올레길 사고를 뉴스에서는 집중적으로 다뤘다. 그러면서 세상에 대책이란 것이 감시카메라 설치다. 그 좋은 환경에... 올레길이 너무도 위험하다는 식으로 방송을 한다. 제대로 된 분석은 없다. 그냥 우리의 시각을 자극한다. 반면에 더 위험한 강정마을 소식은 다루지 않는다. 그냥 없는 일이 된다. 우리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가? 뉴스는.

 

우리는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권력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 권력을 볼 수 있어야 우리가 뉴스를 (이 책에서도 우리나라의 시민 뉴스로 오마이뉴스가 나온다) 만들어내고 통제할 수 있다.

 

6

이 책을 읽으며 그래도 뉴스를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보지 않으면 행위를 할 동기를 마련하지도 못할테니 말이다. 단 뉴스는 거대 언론사들의 뉴스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뉴스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언급한 그러한 행동 지침들... 명심하며 뉴스에 참여할 때 우리는 공적 시민으로서 행위에 나설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뉴스, 허깨비를 좇는 정치 - “뉴스 시스템이 흔들리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다”
W. 랜스 베넷 지음, 유나영 옮김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09년 9월
품절


뉴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언론인과 관료 집단이 서로 의존한다는 것은 이 언론 제도라는 게 실은 독립성이 별로 없는 정부 산하의 제4부임을 의미한다.
첫째, 아직까지 뉴스에 귀를 기울이는 시민들 사이에서 여론을 형성하고, 둘째 정치 파벌들을 움직여 전쟁이나 기후 변화 대응 등의 정책 발의에 찬성하거나 반대하게 만들고, 셋째 공직자들에게 이런 정책 발의에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 지우고, 넷째 시민들에게 정부가 하는 일을 단순 전달해주는 뉴스의 역할을 반추해보았을 때, 뉴스를 만들고 통제하는 공직자의 능력은 지배 권력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정보 정치의 최전선에서는, 언론인과 뉴스 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스핀을 흘려 특정 정파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건이 보도되게끔 만들려는 싸움이 벌어진다.-54-55쪽

언론인이 수명이 짧은 정치판의 상식을 받아들이면서 공직자들의 스핀에 놀아나고 지배 집단에 합류하면 권력이 진실을 규정하게 된다. 권력을 향해 진실을 발언하는 뉴스 시스템을 갖는 대신에 권력의 지시에 따라 뉴스를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60쪽

뉴스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반영한다는 게 미디어 기업들의 전형적인 대답이지만, 이를 의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어 기업들은 뉴스란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들려주어야 한다고 믿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케팅과 광고와 소비자 지향 프로그램 편성을 통해 소비자들의 취향을 유도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이기 때문이다. -79쪽

저널리즘에서 하드 뉴스의 공통된 기준은, 사회의 교양 있는 사람들이 응당 알아야 할 내용이 보도에 담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
이에 비해 소프트 뉴스는 감성적이고 즉각적이다. 수용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만 하면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82쪽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에서 여전히 중요한 보호 대상이지만, 한편으로는 기업 미디어가 사회적 책임을 피하는 방패가 되기도 한다.-87쪽

미국의 공적 정보가 언제나 민주적 경로로 발전하지 않는 원인으로 뉴스의 두드러진 네 가지 특징을 들 수 있다. 이 네 가지는 바로 개인화, 드라마화, 파편화, 정부 권력-무질서 편향이다.-120쪽

대통령 정치에서 가장 개인화된 영역은 아마도 선거 운동일 것이다. 대통령 선거 운동은 개인화되고 드라마화된 뉴스 플롯에 맞추어 진행되는 일이 많은데, 이렇게 되면 미디어 전략에서 이슈 자체가 이차적인 지위로 밀려나게 된다.-142쪽

개인적이고 극적인 관점에서 가장 쉽게 제시할 수 있는 이슈가 뉴스를 지배하며, 정치인과 이익집단들은 이 이슈를 자기들의 정치 목표에 유리한 쪽으로 규정하려고 싸운다.-185쪽

여론을 자기 편으로 만들려는 싸움이 벌어지는데, 여기서는 첫째, 가장 단순한 메시지, 둘째 가장 강한 감정적 코드를 건드리는 메시지, 셋째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가 닿는 메시지, 넷째 수시로 반복할 수 있어서, 다섯째 파편화된 사회와 미디어 시스템을 뛰어넘어 퍼져나가, 그 결과 사람들이 상호 확신을 통해 특정한 입장을 공유하게끔 만드는, 공통의 인식을 이끌어내는 메시지를 만드는 쪽이 이기는 경향이 있다.-192쪽

당파적 정치 캠페인과 뉴스 보도가 비슷한 목표와 가치를 추구할 때는 바로 공익이 피해를 입게 된다.-197쪽

대체로 사람들이 무기력을 느낄 때는 뉴스에서 말하는 이슈를 중요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아지며, 평범한 사람들이 변화를 일구는 방법을 전해주는 의욕적인 기사를 접할수록 참여 가능성은 높아진다. -201쪽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경험에 근거한 감정적 반응을 건드리는 것이다.-211쪽

뉴스와 광고의 상승효과는 공중의 이목을 끌고 여론에 영향을 끼치는데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 광고의 테마가 뉴스에 실리게 되면, '사실성'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획득하여 저항을 무너뜨릴 수 있다.-215쪽

뉴스는 대중과 직접 관련되고 그들이 행동 지향적 관점에서 생각하도록 돕는 정보를 담았을 때 가장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세계화 이슈를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다루어주면 곧바로 정치적 이해와 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224쪽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첫째, 수용자가 누군지를 이해하고, 둘째 그들이 나의 상품이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셋째 그들의 생각과 감정의 수용 지대 안으로 나의 이슈를 끌어들일 언어를 찾으라는 것이다.-248쪽

여론조사 전문가, 이미지 메이커, 매니저, 스핀 닥터들의 임무는, 첫째 고객의 정치 의제 확립을 돕고, 둘째 공중의 관심사를 읽고, 샛째 그들에게 전달할 메시지와 미디어 이벤트를 고안하고, 넷째 정치적 고객의 언행이 일관된 공식적 메시지에서 벗어나지 않게 조율하고, 다섯째 무엇보다도 언론, 반대파, 공중과 우발적인 접촉을 못하게 단속하는 한편, 여섯째 뻔히 정해진 사건을 솔깃한 각도에서 본 기사거리를 기자들에게 던져줌으로써 고객의 정치 의제를 뒷받침하는 것이다.-262쪽

뉴스는 미국 사회의 한정된 양상을 두 가지 방식으로 꾸준히 보여주어왔다. 첫째로 뉴스는 중산층의 가치를 통해 세상을 재현함으로써 사회적 예의범절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모델이 되었다. 둘째로 언론은 뉴스 보도에 특정한 윤리적 관점을 도입함으로써 자신이 장려하는 바로 그 가치를 넌지시 정당화했다.-425쪽

객관성 또는 균형이라는 이상을 뒷받침하는 언론 관행 탓에 흔히 보는 몇 가지 정보 격차가 발생하며, 이는 뉴스 이벤트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방해한다. 예컨대 관료들의 재가가 떨어지지 않은 기사 요소를 '누락'한다든지, 어느 한쪽 편이 더 옳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 때에도 '인위적 균형'을 맞춘다든지, 관료들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기만과 거짓'이 뉴스 속에 비집고 들어오도록 하는 현상을 들 수 있다.-439쪽

채널이 많아졌다고 해서 선택권도 늘어난게 아니라는 것이다.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기법이 날로 세련되어지면서, 광고주들이 원하는 특정 시청자/청취자/독자 인구 집단을 유인하기 위해 똑같은 뉴스를 달리 포장해 내놓게 되는 것이다.-507쪽

시민을 위한 제안
. 스테레오타입과 플롯 공식을 인지하라.
. 플롯에 들어맞지 않는 정보를 찾아라.
. 추가 정보를 출처를 찾고 당파적 주장을 확인하라.
. 스핀과 뉴스 통제가 작용하는 상황을 인식하라.
. 스스로에게 비판적으로 되는 법을 배워라.
. 정치 코미디처럼 참신한 관점을 제시하는 정보 출처를 찾아라.
-558-568쪽

언론인을 위한 제안
. 개인화와 드라마화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라.
. 언론인 자신이 지닌 배경지식을 기사에 더 많이 소개하라.
. 표준 플롯 공식에 저항하라.
. 보통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관점에서 정치 상황을 정의하라.
. 그 기사가 왜 중요한지 설명해주는 것을 잊지 마라.-568-574쪽

정치인과 정부를 위한 제안
. 정치인에게 향하는 돈의 흐름을 제한하라.
. 후보자 토론과 입법 활동 보도의 포맷을 개선하라.
. 미디어 독점을 통제하라.
. 공영 방송에 대한 자금 지원(과 창의적인 명령)을 늘려라.
. 케이블과 방송 면허 취득에 공적 서비스 요건을 강화하라.-574-580쪽

시민들이 정보 환경의 질에 대한 공적 책임을 요구한다면,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역시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59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 안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열어 둔 문으로 가끔 바람이 들어온다. 그 바람이 온몸을 시원하게 훑고 간다. 좋다.

 

그런데 이 바람보다도 먼저 소리가 들어온다.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 이 소리와 더불어 뜨거운 열기도 함께 들어오고 있다. 차들이 뿜어내는 열기, 그리고 그 차들의 힘을 온전히 감내해야 하는 아스팔트에서 뿜어져나오는 열기,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건물들에서 내보내는 열기, 더 심한 열기는 자신이 시원하자고 밖으로 열기를 배출해내는 에어컨 송풍기에서 나오는 열기다.

 

밖을 내다본다.

 

하늘은 파랗다. 그리고 하얀 구름이 간간히 하늘을 떠다니고 있다. 이에 햇볕이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려고 하는듯이 강렬하게 열기를 내뿜어대고 있고...

 

주변의 나무들은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데, 이 열기들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동료들이 없다. 예전 같으면 주위에 흙과 돌과 물들이 있었을텐데... 여기에 다른 풀들도 함께 해서 그 열기들을 함께 나누었을텐데...

 

흙과 풀과 돌과 물들이 모두 콘크리트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이제 남으 것이라곤 인간이 만든 물질문명들 뿐이다.

 

나무보다도 높은 아파트들... 어디를 보아도 인공 건조물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나무들이 가로수란 이름으로 버티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 나무들조차 없었다면 얼마나 황량했을까.

 

아마도 회색도시가 되어버리지 않았을까.

 

도시에 살되, 시골을 꿈꾸는 사람들도 많은데...아직은 여유가 없다. 생활이 아닌 생존이므로.

 

물론 탈탈 털고, 그냥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가 있으면 되는데... 그 용기가... 여러 갈래에서 발목 잡혀 있다.

 

최승호의 생태시집을 펼쳐들다. 삶이 아직 생태적이지 않지만, 그래도 생태적이길 바랄 수는 있지 않은가. 됴요새라는 출판사 생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출판사이고, 또한 종이를 재생지로 쓰고 있으니, 생태시집이라는 말에 걸맞지 않은가.

 

최승호가 발표한 시들 중에서 생태와 관련된 시들 78편을 가려 모았다고 한다. 시집의 처음에 쓰인 글이 가슴을 울린다.

 

문명은 여전히 어리고 갈수록 불길하고 그로테스크하다.

 

아직도 이 놈의 문명은 더 자라야 한다는 말이다. 정말 그로테스크하다. 기괴하다. 그의 시를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라고 할 만하다.

 

우리는 우리의 편리를 위해서 자연을 얼마나 파괴하고 있는지, 그 파괴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요즘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여 우리들의 문명을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부르도자 부르조아

 

반이 깎여나간 산의 반쪽엔

키 작은 나무들만 남아 있었다

 

부르도자가 남은 산의 반쪽을 뭉개려고

무쇠턱을 들고 다가가고

돌과 흙더미를 옮기는 인부들도 보였다

 

그때 푸른 잔디 아름다운 숲속에선

평화롭게 골프치는 사람들

그들은 골프공을 움직이는 힘으로도

거뜬하게 산을 옮기고

해안선을 움직여 지도를 바꿔놓는다

산골짜기 마을을 한꺼번에 인공호수로 덮어버리는

 

그들을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누군가의 작은 실수로

엄청난 초능력을 얻게 된 그들을

 

최승호, 부르도자 부르조아 전문 (47쪽)

 

이게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일까. 어쩌면 우리들 이야기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편하게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파괴가 일어나는지 성찰해야 한다. 그런 성찰이 없으면 우리 사회는 점점 더 힘들어진다. 우리는 지구에게, 우주에게 암세포가 되고 만다. 그렇게 되지 말아야 한다.

 

더운 날, 최승호의 시집을 읽으며 생태에 대해 생각해 본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유럽에서 날아온 행복한 교육 이야기 - 슬픔을 이겨내는 법을 가르치는 교실
첸즈화 지음, 김재원 옮김 / 다산에듀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마음이 따스해진다. 편안해진다. 우리나라 교육을 잠시 잊고, 북유럽의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생각한다.

 

늘 선진교육이라고 생각은 해왔지만, 이들의 교육을 제도적인 측면에서 교육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책을 읽기도 했지만, 이 책처럼 그냥 북유럽에 거주하면서 아이들이 겪은 일들을 담담하게 적은 책은 이번이 처음이지 싶다.

 

대만 사람인 저자가 핀란드에 가서 6년동안 생활하면서 자기의 자녀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로서는 부럽기만 한 이야기지만, 저자의 나라인 대만도 우리나라와 현실이 비슷함을 알게 된 소득이 있었다고나 할까.

 

대만 역시 일류학교를 향한 한없는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이런 경쟁에서 핀란드에서의 생활이 훨씬 도움이 될 수 있었음을 책의 행간에서 느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전혀 다른 교육방식을 접한 아이들이지만, 이 교육방식이 아이들이 일류학교를 향한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자신의 삶을 관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었기 때문이다. 즉, 다른 길을 알고 있는 아이들은 오로지 한 길을 향해서만 달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에 관한 책을 읽으면 우선 드는 생각은 "부럽다"인데, 그냥 부러워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데, 답을 찾지 않고 있으니...

 

과도한 수업량, 그리고 너무도 바쁜 아이들, 취미생활도 대학과 연관지어서 생각해야 하는 우리나라 현실과, 봉사활동조차도 점수화되어 진학과 관련이 되는 지금의 현실은 아이들의 행복과는 거리가 있다.

 

핀란드의 밤이 길기도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학교 수업시간이 많지 않고, 또한 석차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서로간의 경쟁보다는 협동을 더욱 중시하게 하고 있으며, 사교육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에, 이들이 받는 사교육은 자신이 흥미로워하는 취미활동을 하는데 쓰이고 있는 현실. 그러한 교육 속에서 아이들은 나름대로의 삶의 방향을 찾아가고, 자신이 행복한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가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라고 하는데, 현재 행복하지 않은 아이가 미래에 행복하단 보장이 어디에 있는지...일찍 독립을 시키는 핀란드에 비해 우리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자신의 삶을 책임지지 못해 부모에게 의존하는 아이들로 키우고 있는데... 대학생이 되어서도,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행복을 찾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이것은 문제가 있다.

 

책의 곳곳에 공감과 이해의 장면이 나오고 있고, 특히 뒷부분에서는 슬픔을 어떻게 이겨내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서 좋다. 안 좋은 일을 묻어두지 않고 공개해서 함께 느끼는 모습, 거기에서 핀란드의 저력을 보았다고나 할까.

 

단지 부러워만 해서는 안된다. 우리도 핀란드처럼 못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의지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그리고 길게 교육정책을 집행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런 교육정책 중에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할 것은 아이들을 심심하게 하는 것이다. 심심하면 무언가를 만들어내게 된다. 지금 아이들은 너무도 바쁘다. 공부, 공부, 그것도 아니면 휴대전화기를 끼고 무언가를 계속 하고 있다. 도무지 심심할 틈이 없다. 그러니 아이들이 하늘을 한 번이라고 볼 시간이 있겠는가. 우리는 어떤 교육정책보다도 우선 아이들이 심심하게, 많은 시간을 갖게 해야 한다. 교육정책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의 교육,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에서 나는 우리 아이들도 충분히 그런 행복을 느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어떤 교육제도에서 아이들이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남 얘기라고만 치부하지 말자. 우리 얘기가 되게 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