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문학, 노래로 쓰다
정경량 지음 / 태학사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시와 노래는 본래 하나였다. 둘이 아니었던 존재들이 문자언어가 발전하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시와 그림도 하나였다. 이 역시 문자언어의 발달로 인해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되었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시에서 노래를 들을 수 있고, 또한 시에서 그림을 볼 수 있다. 이것을 학교에서 배우는 시에 대한 용어로 풀이하면 노래는 운율이라고 할 수 있고, 그림은 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시와 그림, 시와 노래가 따로 떨어져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시 속에는 아직도 노래와 그림이 남아 있는 셈이다. 그리고 나를 찾아달라고 외치고 있다.
마찬가지로 노래도 아직 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아름다운 노랫말은 한 편의 시다. 아름다운 시. 여기에 반대로 시가 노랫말이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이처럼 시와 노래는 하나로 다시 어울어지고 있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시를 쓰는 경우도 있고, 시에서 영감을 얻어 그림을 그리는 경우도 있다.
서로 다른 길을 가던 존재들이 어느 순간 다시 하나로 합쳐지고, 다시 헤어지고, 합쳐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하나만을 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존재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시대. 일명 멀티시대라고 하는 이 때. 이 시대를 잘 살아가는 사람은 여러 존재들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각 분야의 통섭을 이룬, 융합을 이룬 사람이 되리라고 한다.
이 책은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기보다는 시와 노래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야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시와 노래의 상관성을 여러 노래들의 갈래를 들어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처음에 나오는 이론적인 면은 넘어가도 좋다. 물론 이런 기본적인 이론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시를 이해하는데, 시와 노래의 융합을 이해하는데 더 많은 도움을 받겠지만, 이를 어려워하는 사람은 건너뛰어도 좋다. 사실 우리는 이미 몸으로 시와 노래가 함께 할 수 있음을 알고 있고, 이론으로 정리를 하지 못해서 시가 무엇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론 부분을 건너뛰면 여러 노래들의 갈래가 나온다. 단지 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노래들을 통해 시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왜 시가 노래와 친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다양한 갈래의 노래들을 설명하고 있다.
자장가, 동요, 민요, 대중가요, 사회참여 노래, 가곡, 기독교 노래를 통해 시에 한발짝 다가가게 해주고 있다.
아니, 시에 다가가지 않아도 된다. 이 노래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어느새 이 책에 실린 악보를 보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노랫말의 아름다움을, 그 아름다운 노랫말들이 우리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느끼게 된다. 이게 이 책의 장점이다.
자연스레 시와 노래가 동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님을, 시와 노래는 늘 가까이 있는 존재임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책.
덧글
오탈자의 문제인데... 역사적인 사실에서는 오탈자는 치명적이다. 215쪽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설명 중에서 '이 노래는 1980년 2월 윤상원과 박기순의 영혼 결혼식을~'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에서 2월을 12월로 고쳐야 한다. 윤상원은 분명 5월 이후에 저세상으로 갔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