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을 위하여 - 우리 인문학의 자긍심
강신주 지음 / 천년의상상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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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은 "김수영을 위하여"지만, 실제 내용은 바로 이 책을 읽는 우리들을 위하여이다. 진정한 삶, 단독자로서의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김수영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책이다.

 

어렸을 때였던가, 아니 머리가 조금 커지고 혁명이라는 단어를 마음 속에서 좇아가려고 할 때였으리라.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이란 시를 처음 만난 것이.

 

이 단어에서 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이라는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다. 자유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존재를 걸어야 한다는 사실, 그래서 그러한 자유를 추구하는 혁명은 고독할 수밖에 없음을 이 시를 통해서 느끼게 되었다고나 할까.

 

아직도 관념 속에 있는 개념이지만, 김수영의 이 시를 읽으며 격동의 80년대 젊은 시절을 보내는 나는, 관념 속의 자유가 실제로 피를 동반하면서 나타나는 모습을 목격했었고, 혁명을 꿈꾸는 사람들이 얼마나 고독하게 지내야 했는지를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우리는 자유로운가 하면 아니다, 라고 답해야 한다고 이 책의 저자인 강신주는 말한다. 우리가 표면상 느끼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라, 자유를 가장한 통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우리가 인식해야 한다고, 김수영을 예로 들어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이 책은 김수영에 관한 책이지만, 강신주 자신에 대한 책이기도 하리라. 그리고 자유를 꿈꾸는 우리들에 관한 책이기도 하리라.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행동으로 나아갈 때 김수영을 떠나보낼 수 있게 되리라.

 

스승을 떠나보낼 때, 이는 스승을 좇는 행위를 그만두고,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줄 때, 그 때가 바로 스승을 떠나보낼 때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에서 만나는 김수영을 떠나보내야 한다. 그를 떠나보내지 않고, 그를 안고, 흠모하면서 살아간다면, 우리는 결코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없다.

 

이 책의 저자인 강신주가 하는 말도 이러리라. 어쩌면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 옛선사들의 가르침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언제까지나 스승을 좇으려고 한다면 그는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스승의 그림자로만 살아가게 될테니 말이다.

 

강신주는 "달나라의 장난"을 읽고 위안과 삶의 방향을 찾았다고 하지만, 나는 "푸른 하늘을"이 더 좋았다. 아니 어떤 시보다도 먼저 접했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시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고 김수영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그의 시에서 단독자로서 자유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 그러한 삶을 살 때 그 때서야 비로소 "시"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으로 이런 김수영에게는 참여시니 순수시니 하는 유파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하겠다. 특히 이 책에서 김수영의 자유를 향한 추구를, 또는 그의 시의 원점을 4.19가 아닌 거제도 포로수용소로 잡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극도로 자유가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자유를 추구하는 김수영의 모습. 그가 그토록 치열하게 자유를 추구했던 이유는 수용소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고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자유를 잃은 사람이 자유의 소중함을 알고, 사이비 자유주의자들을 향해 진정한 자유는 이것이라고 외치는 모습. 그런 삶이 시로 하나하나 살아나는 모습. 이를 강신주는 이 책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그간 많은 문학적 논의가 많은 시인이 김수영이지만, 이렇듯 자신의 삶과 김수영의 삶, 그리고 시를 종합하여 하나의 독자적인 책으로 만들어낸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김수영을 떠나보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우리는? 성찰이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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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을 위하여 - 우리 인문학의 자긍심
강신주 지음 / 천년의상상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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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를 읽는 것은 당연히 나와는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 타인의 속내와 그 삶을 읽는 것-45쪽

시인은 단독적인 삶을 통해서 인간적 삶의 보편성을 보여주려고 한다.
...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제대로 된 시를 완성했을 때, 시인은 보편적인 시를 완성한 것이다.-117-118쪽

시인은 자신이 인문정신의 수행자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 이것은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167쪽

김수영이 김수영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상승에의 관성을 거부하고 하강에의 의지를 끈덕지게 관철시키는 것, 지배에의 욕구를 부정하고 공존에의 소망을 긍정하는 것-171쪽

개개인의 단독성이 인간의 자유를 가능하게 한다면, 예술적 창조는 자유가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예술의 자유가 없다면 인간의 자유를 실현할 곳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188쪽

예술은 자기 이해에 도달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고, 동시에 자기 이해에 도달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191쪽

시는 자신만의 삶을 살아내려는 삶의 방식에서 나와야만 한다.-193쪽

(카프카의 말 재인용) 책은 우리 내면에 얼어 있는 바다를 내려치는 도끼같은 것이어야 한다.-229쪽

우리의 삶과 언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 바로 `시`다. 아니 정확히 말해 김수영이 꿈꾼 `진정한 시`다.-231쪽

시인은 자신만의 제스처로 자신의 삶을 살아내려고 한다. 이것이 시인이 자유롭게 자유에 대해 노래할 수 있는 이유다. 시는 이렇게 탄생한다.
... 섬세하지만 나약한 시인은 아무래도 순수시를 쓰기 쉽고, 반대로 강하지만 투박한 사람은 참여시를 쓰기 쉽다. 그러니 시를 쓰면서 전자의 경우는 점점 강인함을, 후자는 점점 섬세함을 얻어가고자 하면 된다. 이것이 김수영의 근본 입장이다.-337쪽

진정한 시는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성, 그러니까 단독성을 가져야만 한다. 오직 자신만의 제스처로 살아가는데 성공한 사람의 자기 표현이니까 말이다.
... 결국 시를 쓰기에 앞서 우리는 자신만의 삶을 살아내려고 노력해야만 한다.-3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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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육군 사관학교에서 생도들의 사열을 받은 사람.

 

출신 고등학교에서 자랑스런 동문이라는 칭호를 받는 사람.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는 사람.

 

명성이라기보다는 악명이 더 높은 사람.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

 

그런 그에게 우리는 대응을 잘하고 있을까?

 

아주 오래 전에 나온 시인데... 이 시에서 처럼, 우리는 그냥 주저앉고 있지 않은가.

 

마치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황지우

 

영화(映畵)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갈대숲을 이룩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자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이런 상태일 뿐이지 않은지...

 

황지우의 또다른 시가 생각나는 날이다.

 

침묵하지 않고, 언론에 계속 노출되는 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

 

묵념, 5분 2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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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
오에 겐자부로 지음, 윤상인.박이진 옮김, 오자키 마리코 진행.정리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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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 하면 일본에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두 번째 사람이다. 그의 문학이 일본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졌다는 얘기다. 그의 일생에 걸친 작품 이야기를 한 책이 이 책이다. 대담 형식으로 그의 삶과 작품을 재구성하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그래서 프랑스 어법에 관한 공부와 일본어 어법에 대한 공부를 해서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러한 문체 덕분에 유럽을 비롯한 서구 여러나라에서도 그의 작품이 읽힐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노벨 문학상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을 탔을 때 그의 반응이 내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도 글을 쓸 수 있겠구나. 이 말. 천상 그는 소설가이다.

 

그럼에도 부끄럽지만 나는 그의 소설을 한 편도 읽어보지 않았다. 어린 시절은 일본에 대한 반감으로, 또다른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었음에도 도저히 감동을 받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와는 분명 경향이 다른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의 작품이 우리나라에 많이 번역이 되어 있는데...

 

소설을 읽지 않았다고 그에 대해서 모른다고는 할 수 없다. 그의 수필집이라고 할 수 있는 "나의 나무 아래서"를 아주 좋게 읽었기 때문이다. 그 책으로 인해 오에 겐자부로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요즘 후쿠시마 사태에서도 그는 앞장서서 원전에 대한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하니...

 

이렇게 그가 사회 문제에 참여하게 된 것도 그의 치열한 작가 정신 때문이라고 본다. 그가 진실한 친구로 사귀었던 에드워드 사이드처럼 말이다. 그는 일본의 평화 헌법을 지지하는 운동을 하고, 오키나와의 진실을 규명하는 운동도 하며, 요즘에는 원전 반대 운동도 하고 있으니, 그의 이러한 운동은 그가 중심부를 지향하는 인물이 아니라, 주변인을 자처하는 그러한 경향을 지닌 인물이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주변인이기에 세상의 중심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그럼으로 인해 그의 객관적인 시선이 작품 속에 담길 수 있다는 사실...

 

오에 겐자부로는 그의 소설로도 유명하지만, 그의 아들 히카리 때문에도 유명하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들, 그러나 그 아들은 음악으로 자신의 세계를 이어가고, 무려 40년이나 아들의 잠자리에 담요를 덮어주는 것으로 자신의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이 작가의 생활에는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이 아들을 중심으로 그의 소설이 영감을 얻어 펼쳐지기도 했다는 사실도 빼먹을 수 없는 일이고.

 

무엇에나 신중한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는 오에 겐자부로. 그의 문학 활동 50년을 맞이하여 총결산 격으로, 아니 한 시대를 정리하고 다른 시대를 준비하는 격으로 마련된 이 대담에서 우리는 한 작가의 전생애와 전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고 신비에 휩싸이지도 않고, 또 세상과 절연하지도 않고, 오만에 빠지지도 않고, 자신이 할 일은 작품을 쓰는 일이라는 사실을 굳게 지켜가고 있는 작가. 그의 60주년 작품 정리도 나오길 바란다. 그는 그럴 일은 없겠지요 라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그에게서 그런 일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문학의 죽음이라는 소리를 듣는 이 시대. 문학은 결코 죽지 않음을 오에 겐자부로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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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공동선언이 이루어진 지 12주년이 되었다.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이런 비유는 맞지 않겠지만, 마치 7.4남북공동성명이 있은 다음 암흑기로 접어든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전쟁의 위협이 아직도 있으니 말이다. 그 많은 일들로 하여금, 6.15선언에 이어 10.4남북공동선언까지 이루어졌지만, 그 다음으로는 나아가지 않고 있다. 나아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뒤로 가고 있단 인상을 주고 있다.

 

80년대던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우리나라의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한다고 했다가 엄청난 고난을 겪기도 했었는데, 지금의 모습을 보면 우리는 여전히 반공 시대에 살고 있다. 종북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보라.

 

퍼주기 논쟁. 이것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굶주리는 사람에게 생활이 있을리가 없고,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보수들은 그러한 자유민주주의가 먹고 살만한 상태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삶에 여유가 있어서 더 많은 일들을 생각할 수 있다. 당장 먹고 살기에 급급하다면 다른 일들은 뒤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퍼주기 논쟁은 논쟁이 될 수 없다. 줄 수 있으면 주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신뢰가 쌓인다. 신뢰가 쌓이면 교류가 더 많아지고, 외부의 영향을 덜 받게 된다. 이 때 우리는 자연스레 통일로 가는 길을 만들게 된다.

 

진정으로 우리나라를 위한다면 우리는 통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통일이 되지 않고, 지금의 상태로 남북이 대치하고 있다면 우리는 늘 불안을 지니고 살 수밖에 없다. 불안감을 안고 사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나라를 위한다면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는 진보니 보수니 하는 이념을 떠나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라를 위하다는, 국민을 위한다는 진정한 보수라면 통일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현실적인 통일로 가는 길이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껏 많은 사람들이 통일에 관심을 가지고 일을 해왔다. 이들의 노력이 하나하나 통일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토요일에는 통일을 이야기합시다"는 책이 있다.

 

통일은 어떤 특정한 사람만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6.15남북공동선언에 나오는 합의다. 이를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2.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 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3. 남과 북은 올해 8‧15에 즈음하여 흩어진 가족, 친척 방문단을 교환하며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 나가기로 하였다.

4.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다.

5. 남과 북은 이상과 같은 합의사항을 조속히 실천에 옮기기 위하여 빠른 시일 안에 당국 사이의 대화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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