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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녹색당에 투표한 사람 수란다.

원자력 발전소가 20기가 넘는 나라에서, 그것도 원자력에 관한 사항은 거의 다루지 않음에도 간혹 발전소에서 사고가 났다는 기사가 나는 나라에서, 반원자력을 주장하고 나선 정당에 대한 투표율이 0.48%

절망해야 하는가? 한 때 절망도 했었다. 가까운 후쿠시마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되었으며, 오래된 원자력 발전소는 위험하게도 고장이 자주 나고 있는 상태이고, 그런데도 원자력 발전소를 더 짓겠다고 하는 나라에서 반원자력을 주장하는 녹색당에 대한 지지가, 그것도 녹색당원들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지역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온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그 지지율이 1%도 안 되다니 말이다.

 

하지만 절망에서 끝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사표 심리가 크게 작용을 했을 거고, 투표장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번에 비례대표 지지 정당은 너무도 많아서 정말로 관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녹색당이 있는지도 몰랐을테니 말이다.

여기에 녹색당은 창당이 늦어졌고, 홍보할 수 있는 수단도 부족했고, 언론이 관심을 가져주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나 역시 기껏 녹색당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녹색당 선언"이라는 책을 읽어서 알고 있는 사항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녹색당의 이번 지지율은 절망할 지지율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고 홍보 수단도 부족했는데, 10만명이 조금 넘는 사람들이 찾기도 힘든 투표용지에서 녹색당을 찾아 지지했다는 사실은, 녹색당이 앞으로 가능성이 있다는 표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 녹색당이 이 정도의 지지율을 얻는데는 "녹색평론"의 공도 컸다고 해야 하리라.

 

녹색당의 이념과 녹색평론의 주장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고, 녹색평론 독자라면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반원자력, 환경, 생태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을테니 말이다.

이번호에서도 여기 쉬지 않고, 원자력, 좀더 명확한 언어로 말하자, 핵에 대해서 다뤄주고 있다. 이제는 언론에서 이미 끝난 일처럼 다루고 있는 후쿠시마 사태를, 녹색평론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이제 시작임을 계속 우리에게 환기시켜 주고 있다.

세상에 잊을 것을 잊어야지. 이건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속담처럼이 아니라,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는, 아무리 경고해도 지나치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이렇게 꾸준히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이 책이 고맙다.

반핵 뿐만 아니라, 강정마을에 대한 이야기도 마음에 와닿는다.

 

해결된 문제는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해결되지 않을 문제도 없다. 반핵, 강정마을, 쌍용차, 기타 언론사 파업 등등 우리는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 해결해나가도록 계속 우리를 격려하는 책이 바로 이 녹색평론이다.

화창한 오월, 눈에 보이는 이 화창함 속에 우리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가 얼마나 제대로 보아야 하는지 "녹색평론"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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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2-05-18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색당이 얻은 표는 솔직히 힘빠지는 결과이지만,
현실적인 여건들을 생각한다면 희망을 얻을 수 있는 득표율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선거제도와 정당제도 자체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비례대표를 더 확대하여 각 정당의 정책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선거구조로 가야하고,
지역구에서 출마하는 국회의원의 경우 해당 지역구를 위한 공약보다는
그 지역구를 대표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해야 합니다.
정당제도는 이미 기득권을 가진 정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소수정당들도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활동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노후원전 폐기와 신규원전 취소 그리고 일본산 수입식품 검역 문제, 밀양 초고압송전탑 문제, 강원도 골프장 문제, 제주 해군기지 문제,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 문제, 광우병 수입쇠고기 문제를 비롯한 각종 먹거리 안전 문제 등등 녹색당이 힘을 기울여 해야 할일이 많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녹색당 당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조금 힘이 빠져 있었는데, 용기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상 문학의 비밀 13
권영민 지음 / 민음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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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가를 행복하다고 해야 하나? 자신의 삶에서는 그다지 행복을 느끼지 못했는데, 사후에 이렇게 관심을 받는 작가를 말이다.

 

겨우 28살에 세상을 떠난 작가를 우리는 아직도 천재니 뭐니 하면서 그를 기리고, 그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자들 말대로 그가 남긴 작품보다도 훨씬 더 많은 연구자료들이 축적되어 있으며, 또 많은 연구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그 작가가 바로 이상이다. 이상이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한 김해경. 아니 우리는 김해경이라고 하면 그를 알지 못한다. 인간 김해경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작가 이상만이 존재하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이상을 이해하는데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이번 이 책은 이상을 13가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의 삶과 그의 작품을 전체적으로 놓고, 이 13가지면(오감도에 나오는 13인의 아해와 연결이 되기도 하고) 어느 정도 이상의 진면목에 다가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하는 책이다. 

 

1. 이상과 동경 그리고 일본어 시

이상은 동경에서 죽는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동경에 가고 싶어 했다. 왜? 그에겐 동경이란 최신 문학(예술)의 본거지라는 생각이 있지 않았을까? 제대로 된 문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이 현대 문명을 대표하는 도시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이 그를 동경으로 유인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이상 문학을 이해하는데, 동경은 하나의 열쇠가 된다. 이상 문학의 정점과 한계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상은 동경에 가지만, 곧 실망하고 만다. 동경 역시 서울과 마찬가지로 가짜 도시이다. 근대문명의 대표지가 아니라, 근대 문명을 근근이 흉내내고 있는 도시일 뿐이다. 그에게는 아마도 뉴욕이나 기타 파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존재하는 도시가 그가 꿈꾸는 문학을 대표하는 곳으로 자리 매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머리 속에 있는, 그의 이상 속에 있는 문학은 현실에 존재하는 도시에서는 찾을 수 없다. 아니, 찾아서도 안된다. 바로 문학은 현실과 이상의 갈등 속에서 현실을 넘어서는 이상의 세계를 좇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이상에게 이상적인 도시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그 때는 이미 그의 문학은 현실 속에 묻혀버려 더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상이 동경에 실망한 것, 그것은 또다른 문학을 자신이 창조하려는 뒷걸음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일보 전진 이보 후퇴! 그랬으면 좋으련만, 그는 이보 후퇴에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현실의 절망이 그의 삶을 더이상 지탱하지 못하게 하고 말았다. 더 앞으로, 더 나은 문학으로 나아가야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동경은 이상 절망의 종착지라고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그가 초기에 일본어로 시를 썼다는 사실도 우리가 명심해야 한다. 어쩌면 일본어가 그의 의식을 지배하고, 그의 문학이 이 일본어식 사고에 대한 우리말의 극복 과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일본어로 쓴 시를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대한 문제도 그의 문학을 이해하는 하나의 길이 될 것이다.

 

2. 오감도와 언어의 창조

이상을 일약 유명하게 만든 작품이 오감도이다. 조감도의 오자냐 아니냐 말들이 많은 작품이기도 했지만, 일본어 시에 조감도란 시가 있으니, 이는 조감도의 오자라고 보기보다는 이상이 의도적으로 언어를 창조했다고 보는 편이 좋겠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세상인데, 새가 내려다 보았다고 하는 것이 조감도라면 이 새 중에서도 까마귀가 내려다 본 세상, 그것이 바로 오감도라고 할 수 있다. 조감도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항과, 그리고 까마귀에서 연상할 수 있는 사항을 종합하여 이 시를 감상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해라는 말을 단지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저 높은 하늘에서 바라보면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아이처럼 작게 보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 다시 인식하게 해주기도 했으니...

 

난해하기로 유명한 오감도 이지만, 이 오감도에서 다른 작품들의 언어 창조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이상이 유명한 고사에서 그를 뒤틀어서 자신의 작품을 진행한다든지, 한자어를 교묘하게 바꾸어 작품을 이끌어간다는 사실을, 그가 숨겨놓은 위트와 유머 등을 찾아내는 재미를 느껴야 한다는 사실.

 

그것이 이상을 이해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할까.

 

3. 구인회와 삼사문학

이처럼 철저히 개인주의자인 것처럼 보이는 이상이 몸담은 단체가 바로 구인회다. 세상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람이, 그것도 새까맣게 보이는 세상을 관조하는 사람이 관여한 단체라니... 아홉 사람이 모여서 친목단체(?)와 비슷한 모임을 가졌다 해서 구인회인데...

 

이 구인회가 이상에게 중요한 이유는 이상의 후원자 노릇을 구인회가 했다는 사실. 거기다 구인회의 작품집인 시와 소설을 이상이 편집했다는 사실. 그를 아껴 준 사람인 김기림, 정지용이 구인회의 주요 구성원이었다는 사실은 이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여기에 이상이 유명해지게 하는 오감도를 신문에 실어주는 이태준까지. 이들이 모더니즘을 표방한, 리얼리즘을 반대한 사람들이라면, 이상의 뒤를 잇겠다는 삼사문학 동인들은 모더니즘을 더 밀고 나가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보며 이상은 자신은 19세기와 20세기에 발을 걸쳐 놓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더라도 과연 삼사문학 동인들이 이상 문학의 수준을 뛰어넘었던가. 그건 아니라는 게 문학계의 평가 아니던가.

 

이상은 즉자를 넘어 대자로 나아간 모더니스트라면, 삼사문학 동인들은 아직도 즉자의 단계에 머무른 상태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즉 정과 반의 단계를 거쳐 합의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그냥 그 세태, 정의 단계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 그들이 삼사문학이라면, 이상은 반의 단계를 거쳐 합의 단계에까지 이르려고 했던 사람이 아닐까 한다.

 

4. 결핵과 일상성 그리고 영화, 그림, 금홍이와 그의 가족

이상 소설이나 시는 그의 일상 생활과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 오죽했으면 금홍과의 만남과 이별을 그린 소설이 봉별기이고, 또 자신의 동경유학과 죽음을 그린 소설이 종생기이겠는가. 그래서 이상의 일상성이 모더니즘의 기법을 통해 작품에 드러나고 있다.

 

이상은 화가로서도 성공할 수 있었다. 그는 그림에도 상당한 소질을 발휘했고, 입선을 한 적도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소설에 삽화를 직접 그리기도 했고, 또한 박태원의 소설에 삽화를 그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림이 단지 그림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그의 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하나의 수다으로서도 기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한다면 이상에 대해서 더 깊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예전부터 우리나라는 문학과 그림이 함께 존재하는 경우가 많았으니 말이다.

 

이런 저런 이유때문에 이상의 일상생활과 작품을 동일시하려는 경향도 있지만, 그의 작품에 나타난 서사는, 내용은 그의 일상과 반드시 일치한다고 봐서는 안된다. 작품은 작품 나름대로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상의 일상이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리라. 그의 결핵이 그의 작품을 추동하는 힘이 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과, 작품 곳곳에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사실로 미루어보아도 그렇다.

 

현대의 일상이 어떻게 작품으로 들어왔는지 파악하는 일, 이상 문학을 이해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5. 이상 문학의 텍스트

28세에 요절했다는 사실이, 그의 문학 텍스트를 확정짓는데 힘들게 한다. 그의 사후에 김기림으로부터 정리되기 시작한 작품집이 여러 학자들을 거쳐 계속 수정되고 정리되고 있으니 말이다.

 

적어도 문학 연구를 하려면 텍스트 정본이 확립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이상의 텍스트는 정본 확립 중이다.

 

많은 학자들의 연구 결과물이 중요한 이유가 그것이고, 아직도 이상이 우리에게 현재진행형인 이유가 이것이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말이 있다.

장님이 코끼리의 특정 부위만 만져서는 코끼리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코끼리를 제대로 알 수 있을까?

다각도로 접근하면 된다.

이상도 마찬가지다.

그를 천재로 규정하든, 서구의 기법을 흉내낸 작가에 불과하다고 규정하든, 이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텍스트의 정본을 확정하고, 이상 문학에 이르는 다양한 길들을 가봐야 한다. 그 때서야 우리는 이상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노력 중의 하나다. 이상 문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거나 생각해볼 만한 주제를 13개로 정리해주고 있다. 하나하나 생각할 거리이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라고 이상은 절규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에게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가 아니라, 우리에게 문학적 영감을 계속 불어넣어주는, 우리에게 도전 의식을 계속 불어넣어주는 작가다. 천재다.

그에게 다가가는 길은 무수히 많다. 아직도 열려 있다. 그런 면에서 그는 천재다. 우리는 그가 숨겨놓은 그 어떤 것들을 계속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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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고 한다.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는 것처럼.

 

미국에 간 광우병 조사단에 대한 평가가 신문에 이런 제목으로 났다.

 

'광우병 농장'도 못가본 조사단 "미 쇠고기 안전"

(한겨레신문 2012년 5월12일자 7면)

 

아무리 사람이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이 망각이 우리를 인간으로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살게 해준다고 하지만, 2008년 전국에서 일어났던 촛불들의 마음을 이렇게 잊어도 되는지...

 

국민을 지켜주지 못 하는 나라를 누가 나라라고 하면서 그 나라에 충심을 다할 수 있을까.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사는 관료들이라면, 최우선으로 공무원은 국민의 종이다는 말을 명심해야 하고, 국민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국민적 우려가 심하고, 또한 전문가들도 광우병 위험이 높다고 검역중단이나 수입중지를 해야 한다고 하는 판에, 국민들을 안심시키겠다고 미국에 간 조사단이 광우병이 일어났다는 농장에는 가보지도 못하고(그만큼 미국은 사생활이 보장된단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광우병이 발생한 농장에도 농장주인의 허락이 없으면 조사단이 갈 수 없다니.. 이게 사생활 보장인지 잘 모르겠다), 미국측의 자료만을 받고 이상없음, 안전함이라고 조사결과를 냈다니.

 

미국까지 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촛불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촛불이 하나하나는 미약하지만 함께 했을 때는 거대한 불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또다시 잊고 있지나 않은지.

 

미국 자료들이 광우병에 안전하다고 나왔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는 미국 축산업체나 또는 정부의 자료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도 광우병 문제를 짚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다.

 

도대체 사람이란 자기 듣고 싶은 말만 듣는지.

 

어떻게 이렇게 국민을 대표한다는 정부가, 정부의 관료가 국민의 말을 듣지 않고, 미국측의 말을 잘 듣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미국측에서도 광우병 문제를 꽤나 심각하게 다루고 있는 많은 자료들이 있을텐데 말이다.

 

요즘 광우병 문제를 보면 우리나라 언론들도 한두 번은 심각하게 다루더니, 이제는 나 몰라라다. 누구도 책임있게 끈기있게 잘 다루고 있지 않다. 오직 소수의 사람들만이 애가 타서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다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축산업을 하던 사람이. 그것을 그만두고 채식주의자가 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 사람의 자전적인 이야기에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광우병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는 자신이 그런 일에 종사할 수 없어 축산업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거대 축산업체들과 싸우고 있다. 그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이번 광우병 사태를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도 재미있다.

 

하워드 F.리먼, 성난 카우보이, 문예출판사

 

오래 된 책인데, 우리나라에 나온 지 10년도 넘었는데, 아직도 이 책은 우리에게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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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는 철수다 청소년오딧세이
노경실 지음, 김영곤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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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다. 철수는 철수고, 나는 나고. 성철 스님이 말해서 유명해졌다는 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이 당연한 말이 우리 마음에 다가오는 이유는, 이것이 당연하지 않은 현실 때문이리라.

 

철수는 철수여야 하는데, 과연 철수가 철수일까? 철수는 태어나면서부터 유치원, 초등학교 때까지는 그럭저럭 자신만의 삶을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철수가 중학교게 들어가면서부터 같은 아파트에 사는 준태라는 친구와 비교당하면서 엄마와 갈등을 겪게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여기서 비교되는 대상은 다른 것들도 있지만, 오직 하나로 수렴이 된다. 그것은 바로 성적이다. 시험 성적.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문제, 시험 성적. 이 시험 성적 하나로 대부분의 학생들의 희비가 갈린다. 잘 본 학생은 어깨에 힘을 줄 수 있으며, 못 본 학생은 마치 죄인이 된 듯한 모습으로 지내야 하는 상황. 여기에 부모들의 딴 집 애들은 어떤데 하는 소리까지 들으면.. 그야말로 정말, 자신이 자신인지 분간이 안 가게 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철수는 그러나 건강하다. 이 건강한 모습이 병국이라는 공부의 세계와는 멀지만, 나름대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그리고 그를 인정해주는 가족이 있는 친구 덕이기도 하지만, 엄마와도 소통이 된다는데 있다.

 

철수처럼 엄마에게 반박을 하는 아이는 건강한 아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소설의 철수처럼 성적이 나빴을 때 부모에게 반박을 하기는커영 죽은 듯이 찍소리 못하고 쉬쉬하고 있는 형편이 아니던가. 그래서 철수는 나중에 글쓰기로 자신의 응어리를 풀어내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응어리를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지는 않은지.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를 외쳤던 아이들이 몇 십년 전 얘기인데, 아직도 우리는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를 외치는 아이들을 만나야 하는지.

 

부모들은 자식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어쩌면 자신들의 체면을 더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어떤 광고의 학부모와 부모의 차이처럼 자식이 지니고 있는 그 많은 장점들이 단지 성적 하나로 묻혀버리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짤막한 분량에 짧은 문장들이 경쾌하게 소설을 진행하고 있으며, 또한 성적으로 엄마와 갈등하는 철수의 모습이 비극적인 분위기를 전혀 풍기지 않고, 희극적인 분위기를 보이고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현실이 그리 가볍지 않은데, 소설은 이런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그려나가고 있다. 사실, 시험 성적이라는 것은 이 소설처럼 가볍게 여길 수 있어야 하는데... 그래야 다른 더 많은 장점들을 살리고, 자신을 자신이게 하는 삶을 살 수 있을텐데...

 

작가가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도 이것이리라. 아이를 아이 자체로 보자. 아이는 시험 점수의 종합이 아니다.

 

주인공이 중1이니, 중1들이 쉽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사실 이런 소설들은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더 필요하지 않나 싶다. 우리가 '학부모'가 아닌 '부모'의 삶을 살려면, 이런 소설들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는 것도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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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택리지 책상 위 교양 6
이중환 지음, 김흥식 옮김 / 서해문집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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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리지, 장소를 고르는 이치라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나? 깊은 절망에 빠진 이중환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살만한 장소를 모색한 책. 그냥 지리책이라고 생각해서 지금까지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냥 국사 시간에 배우는 하나의 지식에 불과한 책이었다. 이 택리지란 책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그 당시 기술과 철학을 담고 있는 대상이었다면, 이 택리지 또한 그 당시 사회의 모습이 담겨 있는, 그 사회 속에서 몸부림 치는 한 지식인, 당시의 용어로 해석한다면 사대부의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앞의 서문과 결말 부분에 해당하는 총론에서는 이중환의 짙은 절망감이 배어 나온다.

 

단지 장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인문지리라고 할 수 있는, 그 지역에 얽힌 모든 이야기가 망라되어 있다. 그러한 자연과 경제와 사람과 풍속이 하나로 어우러져 살고자 하는 마을을 찾는 사람, 그가 바로 이중환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과거 교과서 속에서 배운 지식들이 생생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또한 그동안 여행을 통해 가봤던 우리나라의 곳곳들이 이 책에서 다시 나옴으로써 기억 속의 장소를 다시 불러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 장소를, 이 책이 쓰여졌던 당시와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게 한다.

 

살만한 곳, 그곳이 바로 우리가 정착해야 하는 곳이라면, 지금 세기에 우리는 어디에서 살까. 이책에 나온 장소는 이미 많이 변해있고, 또한 그 때의 기준과 지금의 기준은 다를 수밖에 없다. 산과 강의 형세를 우선시하고, 그 다음 경제를 살피고, 사람의 풍속을 살피며, 자연경관을 따져야 한다는 택리지에서 장소를 고르는 원칙은 지금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산과 강은 예전의 산과 강이 아니고, 인간에 의해 변형되고 왜곡된 산과 강이고, 지구촌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이 시대는, 어느 장소건 다 통하기에 경제를 따진다면 사는 곳보다는 무슨 일을 하는가가 더 중요하고, 사람의 풍속도 거의 통일이 되어 가고 있으며, 자연경관은 돈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우리가 살 곳은 다른 기준을 택해야 한다.

 

물론 요즘 귀농이다 귀촌이다 하여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으로, 또는 물 맑고 산 좋은 곳으로 들어가 살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될 수는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책의 효용성은 우리가 어느 곳에서 살면 잘 살 수 있나가 아니라,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아야 사람답게 살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날 것이다.

 

~ 수십 년 전부터 산과 들을 모두 개간하여 농지와 마을이 생겨나 산에는 작은 나무 한 그루도 사라지게 되었다. ~ 태평성대에 백성이 점점 많아짐을 알 수 있기는 하나 산천 역시 꽤나 지칠 것이다. 68쪽 산천의 변화에서

 

이 책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강원도의 수려한 산천에 대한 변화를 이렇듯 이야기하고 있다. 이 때는 인구가 는다는 사실은 나라가 안정이 되고 살만한 시대라는 증거이기에 태평성대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금 지나치게 늘어난 인간이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현실은, 또 굳이 파괴하지 않아도 되는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현실은 산천이 파괴되면 인간도 살기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만든다.

 

아마 이중환이 이 시대에 살았다면 자신이 살기 좋은 곳의 조건으로 꼽은 네 가지 조건 중에서 경제를 빼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는 경제 우선의 사상으로 인해 인간의 삶이 피폐해져 가는 시대이니 말이다.

 

자, 어려운 시대, 우리는 어디에서 살 것인가? 어디서 우리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을 찾으라고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참으로 고맙게도 어려운 한자로 된 책을 쉽게 잘 풀이해 놓았다. 그래서 청소년을 위한 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겠지만, 어디 사람 살 곳을 찾는 일이 청소년만의 일인가. 그건 우리 모두의 일이 아니겠는가.

 

오래 전 우리 조상이 생각했던 좋은 장소, 지금과 비교하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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