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안해, 스이카 ㅣ 놀 청소년문학 4
하야시 미키 지음, 김은희 옮김 / 놀(다산북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왕따, 왕따돌림이라고 해야 하나. 종류가 여러가지라고 하는데, 왕따라는 말에는 그냥 자기들 집단에 끼워주지 않는다는 의미보다는, 집단괴롭힘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게 들어있다고 봐야 한다. 단지 무시가 아니라, 언어로, 행동으로 괴롭히는 행위, 그것이 왕따이다.
몇 년 전에 왕따 문제가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일본에서 이지메란 이름으로 먼저 시작된 그 모습이 우리나라에서 왕따라는 이름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아마도 사회가 불안정해졌을 때 더욱 기승을 부렸다고 할 수 있다.
집단 생활을 하다보면 적응을 못하는 사람도 있고, 또 자신과 다른 사람도 있지만, 이 왕따는 이러한 다름을 모자람으로, 모자람을 괴롭힘으로 바꾸는데서 문제가 생긴다. 그냥 그 사람은 저래하고 말면 될 일을, 저 것이 왜 저래하면서 사사건건 그 사람 일에 간섭을 하고, 또 괴롭히기 시작하는 일, 그것이 바로 왕따이다. 예전에 집단에 적응을 잘 못하는 사람의 차원하고는 비교가 되지 못하는 폭력, 그 자체가 바로 왕따이다.
그 때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라는 왕따를 겪다가 야쿠자의 부인으로 살다가 변호사로 다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와 많이 읽혔고, 왕따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생각하게 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그 책의 지은이는 우리나라에 와서 강연도 하고 그랬었다.
그렇다고 왕따 문제가 해결이 되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최근에 다시 학교 폭력 문제가 불거지고, 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학생들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우리나라 소설가인 김려령 씨가 "우아한 거짓말"이라는 소설을 써서 다시 한 먼 왕따 문제를 거론하였다. 왕따가 얼마나 상처를 주는지, 나는 아냐라고 하는 사람들, 그들 자신도 얼마나 왕따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이 소설을 읽으면 알 수 있는데... 이 소설에서도 주인공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이후에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으로 소설이 전개되는데... 우리가 하는 말들이, 행동이 우아한 거짓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그럼에도 왕따는 없어지지 않고,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폭력 멈춰!"라는 책까지 나오고 학교에서도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왕따가 단지 학교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직장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니, 학창시절에 왕따에 대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묻혀있는 상태에 불과하다고 해야 한다.
일본을 배경으로, 그것도 열네 살의 나이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소설이라고 하지만, 지은이의 말을 보면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썼다고 보면 된다. 왕따 당하는 친구를 도와주다 거꾸로 자신이 왕따가 되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주인공이, 자신의 영혼이 다른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증오로 가득찬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 그리고 그 죽음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치유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면 그러한 극단적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는 얘기,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라는 얘기, 그리고 자신의 그런 행동이 과연 남이 자신에게 했을 때 자신이 좋아할 만한 행동인지 생각해 보라는 그런 얘기들을 이 소설에서 얻을 수가 있다. 아마도 왕따 가해자나 피해자나 읽으면서 자신의 입장에서 이 소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왕따, 해결은 간단하다. 너무도 간단해서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 단순함, 간담함에 사람살이의 진리가 있는데, 그러한 능력,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교육을 하는데, 교육 현장에서 왕따가 만들어지는 역설이라니...
역지사지.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하지 마라. 이것이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볼 수 있는 마음가짐을 지닐 수만 있다면 왕따는 생겨나지 않을텐데... 이런 마음가짐을 지니려면, 어떠한 교육이 필요할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끝없는 질문을 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