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9시의 거짓말 - 워렌 버핏의 눈으로 한국 언론의 몰상식을 말하다
최경영 지음 / 시사IN북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MBC와 KBS가 파업을 시작한 지가 오래되었는데도. 더 신기한 사실은 방송 노조가 파업을 하는데, 그것도 공정방송을 위해서, 자신들의 방송을 지키기 위해서 파업을 하는데, 방송은 별 차질없이 되고 있다. 도대체 불편하지 않다.
파업을 하면 불편해야 하는데, 불편해야 저 사람들이 왜 파업을 하지 하고 생각을 하게 되고, 파업의 이유를 파악하려하고, 파업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할텐데 말이다.
마찬가지로 9시로 대변되는 뉴스 시간에도 이 파업들은 잘 다뤄지지 않는다. 그러니 사람들은 그런 일이 있었나 하고 넘어갈 뿐이다. 파업하는 사람들은 이미 언론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들을 사라지게 하고 있는 존재도 같은 방송인들이다.
공정한 방송을 하자는데, 제대로 된 방송을 하자는데, 방송인이 방송인을 소외시킨다. 그러면 지금 방송하고 있는 사람들은... 진실 보도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일까. 의문은 이런 데서 생긴다.
이 때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이 책, 잘 홍보가 안 되었나 보다. 어쩌면 시사IN이라는 매체에서는 많이 다루었을지 모르지만, 시사IN이란 매체가 우리나라 언론에서 보면 진보 쪽에 있는 언론이니, 다른 언론에서 이 책을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밖에.
게다가 이 책의 내용이 우리나라 신문이나, 방송을 비판하고 있으니 방송이나 언론에서 비중있게 다루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내부 비판에 상당히 엄격한 사회가 바로 우리 사회 아니던가.
제목이 9시의 거짓말이다. 9시하면 지금은 좀 달라졌지만, 민영방송이라는 SBS가 생겨 8시로 메인 뉴스 시간을 당겨서 9시가 메인 뉴스 시간이라는 일반성이 사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메인 뉴스 시간이라는 인식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9시의 거짓말이란 우리나라 뉴스들이(이를 통칭하면 언론, 방송이라고 하면 된다) 얼마나 거짓 보도를 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래서 1장에서는 그동안 언론에 나타났던 진실을 가장한 거짓 보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비교 대상으로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렌 버핏을 끌어들이고 있다.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하고, 그 반대로 워렌 버핏이야기를 하고 하는 식으로 짝을 이룬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다.
워렌 버핏이란 자본주의의 총아이고, 사실 그리 도덕적이지 않을(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잘 적응하고 살아남은 사람이라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본주의의 총아인 그가 하는 행동이나 생각보다도 진실을, 공정을 생명으로 한다는 언론이 훨씬 더 정보를 왜곡하고, 돈과 권력에 매여 있으며, 자신들의 편견에 빠져 있다는 점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으니, 글쓴이가 워렌 버핏을 예로 든 것은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239쪽에서 그동안 진행되어 온 논의를 우리나라의 언론들과 워렌 버핏의 사고방식을 표로 대조해 놓은 것은 정말로 알기 쉽게 비교할 수 있어 이 책의 핵심 내용을 너무도 잘 전달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부끄럽지 않은가. 우리나라 언론인들은 삼인성호(三人成虎)란 말을 명심해야 하는데, 세 사람이 모이면 호랑이도 만들 수 있다고, 있지도 않은 일을 마치 있는 일인양 충분히 사람들을 호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명심해야 하는데, 그를 너무도 쉽게 잊지 않았나 한다.
이는 '3'의 효과라고도 할 수 있는데, 셋이 모이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언론사들이 셋 이상이 하나같이 왜곡된, 편파적인 보도를 한다면 대중들은 그에 현혹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언론인들은 명심해야 하는데... 이를 거꾸로 엣 이상의 언론사들이 공정한 보도, 진실 보도를 한다면 세상의 왜곡된 권력이 횡행할 수 없게 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여기에 공자의 말을 덧붙일 수도 있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진짜 아는 것이라고 하는.
우리 언론인들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도 제대로 모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 모르면서도 아는 것처럼 보도를 해서 사람들을 호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 이제부터라도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히 이야기를 한다면 진실 보도에 한층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워렌 버핏을 대조적인 상대로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 책에는 주식에 관한 이야기가 예로 많이 나온다. 주식에 대해서는 별 관심도 없지만, 자본주의의 총아가 바로 금융자본주의, 특히 주식 아니겠는가. 이러한 주식에서도 워렌 버핏이 그 때 그 때 행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보다 더한 우리의 삶에서는 어떠해야 하는지, 우리가 유추할 수 있다. 어쩌면 글쓴이도 이 점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주식에 대해서 몰라도 이 책은 어렵지 않다. 주식 투자 기법을 알려주려는 목적이 아니라, 진실이 어떻게 가려지는지, 우리가 진실을 파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려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면 주식투자를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는 부수적인 이득도 얻을 수 있다.
아직도 파업중인 방송인들. 그들의 목적이 바로 진실된 보도, 공정한 보도를 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생각한다. 파업 중인 방송인들 또한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방송인들, 이 책을 읽었으려나? 읽었다면 서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텐데...
이 책은 방송에 관심 있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사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방송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이 책과 같은 방송에 관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그동안 방송은 어떻게 되어 왔는지 궁금한 사람들이 읽으면 좋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의 제목이 바로 언론의 자유는 대중의 자유다라고 되어 있다. 언론의 자유는 대중의 자유다. 맞다. 여기에 다시 반대도 성립한다. 대중이 진정 자유롭다면 언론의 자유는 보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