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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경쟁 - 패자 부활의 나라 스위스 특파원 보고서
맹찬형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따뜻한과 경쟁이 함께 어울릴 수 있을까? 웬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 낱말이 하나로 묶였다. 경쟁이란 남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과정이기에 따뜻하기보다는 차갑다는, 냉정하다는 생각이 더 드는데, 이 책에서는 따뜻한이란 수식어를 붙였다. 우리가 선의의 경쟁이라고 하는 그런 경쟁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선의의 경쟁이라고 하면 의도만을 이야기한다는 느낌을 주는데, 따뜻한이라고 하면 의도뿐만이 아니라 결과까지도 이야기를 하고 있단 생각이 들게 하기에 선의의 경쟁이라는 말보다는 따뜻한 경쟁이라는 이 책의 제목이 더 마음을 편하게 하고, 더 마음에 다가온다.
경쟁이 없다면 좋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경쟁이 없을 수는 없다고 전제한다면, 경쟁을 통해 다른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뜨리지 않고, 함께 더 나은 삶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러한 경쟁은 우리가 장려해야 할 경쟁이 되리라.
이런 경쟁이 되기 위해서는 큰 틀을 공유해야 한다. 즉 경쟁보다는 협동이 더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협동, 더 나은 공존을 위해 경쟁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녀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스위스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스위스는 경쟁을 배척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경쟁 만능주의에 빠져 있지도 않다고 한다. 경쟁을 하되, 처음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 또 다른 경쟁에서 탈락을 한다면 또 다른 기회를 주는 사회, 그것이 바로 스위스 사회라고 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승자독식주의는 성립하지 않는다. 남들보다 돈을 많이 번다면 그는 세금을 더 많이 내서 사회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기여를 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하고 있으며, 굳이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자신의 적성과 재능에 맞는 일을 한다면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여기고, 실제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회가 스위스 사회라고 한다.
여기에 인간만을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고, 인간을 존재하게 하는 자연과 다른 동물들과의 공존도 고려하는 사회. 개발 개발을 외치지 않고, 함께 조화를 이루는 삶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사회, 당장의 교통 편의보다는, 자연이 그대로 있음으로서 더 많이 줄 수 있음을 알고 있는 사회. 하여 70킬로미터가 넘는 강에도 다리가 달랑 하나뿐이라는 사회.
금융업이나 기술업으로 번 돈을 상대적으로 취약한 농업분야에 투자하는 사회. 그래서 사회의 균형을 이루려고 하는 사회. 그것이 바로 스위스 사회라고 한다.
스위스 이야기를 하는데, 스위스 이야기보다는 우리나라 이야기가 더 많다. 아니, 지은이는 스위스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나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치 우화처럼. 우화에서 사람보다는 토끼나 여우, 사자 같은 동물들이 나오지만, 우리는 우화를 동물들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화를 재미있게 읽으면서 자연스레 우리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고, 어떤 삶이 바람직한가를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습득하게 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얘기, 스위스 얘기, 그리고 다른 나라 얘기가 혼재되어 나오지만, 결국은 우리나라 얘기다. 바로 우리 얘기다. 우리가 어떻게 살았으면 좋을까 하는 얘기를 스위스에 빗대어 하고 있다.
승자독식사회. 자연과의 공존보다는 자연을 파괴하는 시멘트가 지배하는 사회. 함께 일을 줄여가기 보다는 나만이라도 돈을 벌어야겠다고 하는 사회. 교육이 국민의 의무라고 하면서, 사실은 국가의 의무가 교육이고, 따라서 당연히 자라나는 세대의 교육을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데, 이를 사교육에 맡기는 책임방기의 사회. 민주주의 보다는 아직도 구태의연한 정치가 만연한 사회.
이런 우리사회를 바로 보라고, 스위스라는 거울을 들이대고 있다. 그 거울을 보면 우리 사회의 모습이 비친다. 우리를 비춰주는 거울이 된다. 일그러져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스위스라는 거울을 통해 나타난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싫다고 눈을 감으면 사실이 사라지는가? 아니다. 우리는 눈을 감으면 안된다. 오히려 더 자세히 보아야 한다. 알아야 고칠 수 있으므로. 거울에는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 어느 정도 나타나 있으므로.
특파원으로 직접 스위스에 가서 생활한 기자가 쓴 글이라, 전문적인 사회과학 서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게 이 책의 장점이다. 누구나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누구나 어, 그래 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공연히 학술서에 주눅이 들었다면, 그래서 사회 문제는 전문가에게 맡겨야지 하고 있었다면, 이 책을 읽자.
사회 문제는 전문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 우리 누구도 사회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고, 또 그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바로 우리라는 사실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자, 스위스라는 거울에 비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자. 보고, 우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부터 하자. 그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