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인이 휴전선을 넘어 우리네 초소에까지 와서 노크를 하면서 귀순을 했다고 한다.

 

아직은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데, 북한 군인이 우리네 초소까지 오는데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게다가 우리네 군인들은 그것을 알지도 못하고, 이 북한 군인이 초소에와서 노크를 할 때까지 아무런 낌새도 채지 못했다는 것, 이것은 국방에 심각한 위험이 있다는 신호로 보면 정말 무섭다.

 

확실히 우리는 평화의 시대에 살지 못하고, 전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북한군과 총부리를 마주 대하고 있는 우리나라 군인들이 그렇게 편하게 지내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전방에서 지내는 군인들이 별다른 위기의식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얘기는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어떤 믿음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렇기에 그냥 그렇게 마음 놓고 있지 않았을까? 그러기에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넘어가는데 후방에 있는 우리는 국방이 뚫렸다, 안보태세에 구멍이 생겼다고 호들갑을 떠니, 우리 안에 어떤 공포가 잠재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직접 겪고 있는 사람들은 만성이 되어 있고, 후방에 있는 사람들은 공포를 내재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

 

그 뉴스를 보고 갑자기 한 편의 영화와 소설이 생각이 났으니, 이건 무슨 오지랖이냐.

 

심각한 문제에 그러한 작품들을 떠올리다니... 사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네 마음 깊숙한 곳에는 어떤 "공포"가 자리잡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지금 평화롭게 지내고 있지만, 이 평화는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그것도 바로 저 편에 인간의 얼굴을 한 우리를 위협하는 세력이 있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 이 생각이 바로 "공포"이고, 이 "공포"가 어느 순간 튀어나오면 우리는 집단적으로 '공포 분위기'에 휩싸이게 된다는 생각.

 

평시에는 가만히 숨어 있다가 한 번 나오면 나도 모르게 어떤 행동을 하게 하는. 현재 웃으며 함께 지내지만 언젠가는 나를 위협할 수 있다는, 그럴 땐 나도 나를 지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는.

 

영화 한 편, "공동경비구역 JSA" 그리고 이 영화의 원작인 박상연이 쓴 "DMZ"

 

소설에서는 바로 이 "공포"가 어떻게 발현이 되는지, 그리고 그 공포를 우리가 마음 깊숙한 곳에 지니고 있기에 어떤 비극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는 이런 "공포"의 문제가 빠져 있지만.

 

함께 보고 읽으면 좋은 작품들이다. 지금 이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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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 의지의 스타일
수잔 손택 지음, 이병용.안재연 옮김 / 현대미학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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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문학에 관한 글이고, 2부는 영화, 연극에 관한 글, 3부는 정치적인 문제에 대한 글이다.

 

아마도 읽기에 가장 편한 글은 3부일터이다.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이라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3부는 비록 1960년대의 상황에서 쓰여졌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근현대사와 관련이 있지 않은가. 그 당시 미국을 어떻게 보는가 하는 문제와 베트남에 대해서 손택이 자기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을 펼쳐가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서 베트남, 즉 하노이에서라는 글은 우리나라와도 관련이 있으니, 읽으며서 여러 상황이 겹쳐서 떠오른다. 그 때 손택은 베트남에 대해 어떤 거리를 지니고 있었으나, 그 거리를 없애면서 베트남을 이해하는 모습을 글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벌써 50년도 더 지난 일이고, 이후는 베트남이 미국에 승리를 하고 끝났지만, 지금은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흐름에 베트남 역시 휩쓸리고 있으니, 지금에서 그 때의 베트남을 바라보는 미국인의 시선을 파악하면서 읽으면 나름 재이 있다.

 

2부는 상당히 어렵다. 사실, 영화와 연극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논한 첫번째 글도 그리 쉽지는 않지만, 베르히만과 고다르를 다룬 글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들은 1960년대까지(즉 이 글이 쓰인 시대) 활약한 영화감독이고, 지금 우리에게 이들은 너무도 멀기 때문이다. 너무도 멀어서 이들의 작품은 영화를 전공하는 사람들이나 볼 수 있고, 또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 이들의 작품이 당시에는 상당히 파격적이었다는 생각이 들고, 손택이 그러한 작품들을 이해하는 틀을 제공해주고 있다는 사실만을 기억하면서 읽어야 했다. 손택이 이들의 영화를 보는 눈, 어쩌면 그것은 지금 우리 시대에서 김기덕이나 홍상수의 영화를 보는 눈과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김기덕과 홍상수의 작품이 대중성에서는 멀어졌으나 작품성에서는 인정받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우리나라에서보다는 외국에서. 그래서 이들의 영화를 읽는 방법, 보는 눈을 가지게 되는 과정을 손택이 베르히만이나 고다르의 영화를 분석하는 방법에서 힌트를 얻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뭐니뭐니 해도 다방면에 걸친 손택의 지적 능력이 부럽기만 하다.

 

1부가 문학과 관련된 내용이다. 아니 꼭 문학이라고 하기보다는 예술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해야겠다. 여기의 첫글은 침묵에 관해서인데, 문학 작품이 수다스럽기보다는 침묵할 때 더 많은 울림을 준다는 사실. 그렇지 않은가. 문학이 직설적으로 무언가를 전달해준다면 그 감동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문학이 무언가에 침묵하고 있는데, 그 침묵 속에서 더 많은 것들을 찾아낼 수 있다면 감동은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다. 하여 문학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는 글이고, 두번째 글 포르노그래피 문학에 대해서는 읽으면서 자꾸 우리나라 마광수 교수를 생각하게 해주었다고나 할까.

 

60년대에 이미 이런 글이 나왔는데 우리나라 검열관들(?)은 이 손택의 글을 읽었을까? 읽었다면 마광수 교수의 작품을(여러가지가 있었는데, '즐거운 사라'만이 기억에 남았다) 외설이라고 출판금지 시키지는 않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단지 작품의 출판금지만이 아니라 작가도 고통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것이 포르노그래피인가 하는 문제보다는 그것이 어떻게 우리 삶에 관여를 하는가, 또 어떤 예술성을 지니고 있는가를 살핀다면 단지 성적인 묘사가 많다고 하여 외설이라고 규정짓지는 못하겠단 생각이 든다.

 

지금도 영화나 문학 또는 음악 분야에서 검열관으로 활약하는 분들, 손택의 이 50년쯤 된 글을 읽어보라. 어떻게 작품을 대해야 하는지 알게 될테니...

 

손택과 같은 비평가가 우리나라에도 많다. 그들의 글도 많다. 그럼에도 손택의 글을 읽는 이유는 거리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의 글을 읽을 때는 이 거리가 잘 유지되지 않는다. 하지만 손택의 글은 거리를 유지하고, 나를 생각하면서 무언가를 더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그 점이 좋다. 그래서 자꾸 손택의 글을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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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키 동남아 - 사랑과 행복의 상징 두리안을 찾아 떠나는 힐링 로드
김이재 지음 / 시공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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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곳, 동남아.

 

우리와 상관이 없을 것 같지만 이제 우리 사회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는 곳이 바로 동남아다.

 

그런데도 우리는 동남아 하면 우리와는 상관없는 여행에서나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만큼 동남아는 우리에게 멀다. 우리 삶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늘, 글로벌, 글로벌이라고 외래어ㅡ아니 외국어를 남발하면서도, 또 다문화사회, 다문화사회 하면서도 우리가 말하는 다문화 사회는 남들이 우리에게 동화되는, 즉 우리 사회에 들어와 있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 문화를 빨리 익히는 사회로 여기지 않았던가.

 

이제는 국회의원 중에서도 이주민이 나오는 나라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그들을 이방인, 우리에게 동화되어야 할 사람들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동남아를 연구하는 학자가 동남아의 모든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고, 두리안이라는 과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여기서 두리안은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동남아의 문화이자, 행복의 원천이다. 서양과는 다른 동남아만이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과일이다.

 

두리안이라는 과일, 사실 생소하다. 생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나지도 않을 뿐더러 수입이 된 지도 얼마되지 않았으리라.

 

우연히 두리안을 맛보게 되었는데, 그 때 이 두리안을 과일의 왕이라고 소개를 해줬었다. 맛보기 전에 우선 냄새가 참.. 견디기 힘들었는데... 그런데 냄새를 이겨내고 입 속에 넣었을 때 그 맛은 냄새와는 완전히 다른 아주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었다. 이래서 두리안을 좋아하는구나.

 

하지만 그 때 얘기들은 것이 이 두리안을 호텔에 갖고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냄새가 난다고. 이는 서양인을 의식해서일텐데... 이 책에도 나온다. 동남아의 몇몇 나라에서는 두리안을 공항이나 호텔에서 판매를 하지 못하게 한다고... 당당하게 파는 나라도 있지만.

 

이 책은 동남아를 단지 후진국, 우리보다 한참 못한 나라, 가난에 찌든 나라,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다른 나라로 나올 수밖에 없는 나라라는 생각을 바꾸게 했다는 점에서 좋았다.

 

동남아에는 그들만의 문화가 있고, 이는 결코 열등하다 우월하다는 말로 평가를 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이들에게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는 사실... 태국에서는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태도를, 말레이시아에서는 남자들의 부드러움을, 인도네시아에서는 여자들의 적극성과 활동성을, 싱가포르에서는 철저한 깨끗함을, 필리핀에서는 역동적인 다양성, 밝음 등을...

 

하여 이 책은 읽은이로 하여금 행복하게 해준다. 그냥 미소를 짓고 읽을 수 있게 한다. 동남아의 어두운 면도 있겠지만, 밝은 면을 우리에게 보여주어 말 그대로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다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 동남아와 관련이 있는 사람, 그리고 동남아로 여행을 가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이 책을 읽었다면 동남아에 대한 편견을 지니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음식을 주요 주제로 동남아, 특히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다루고 있다. 아마도 이 나라들의 대표 음식들과 그리고 무엇보다 두리안에 대해서 맛을 보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는 아이들에 대해서, 여자들의 삶에 대해서 많이 나오고 있다. 우리네 삶과 비교하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될 것이다.

 

진정한 다문화, 그것은 어쩌면 두리안을 냄새만으로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냄새가 감추고 있는 그 맛을 알아내고 즐기는데 있을 것이다. 우리도 멋진 다문화사회로 가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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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음악축제 순례기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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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를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번 그 곳에 가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가지 못하기 때문에 대리만족을 하기 위해서인가? 그것도 아니면 가고자 하되, 준비가 된 상태에서 가고자 함인가?

 

나에게는 우선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그 다음에는 혹 가게 될 때 나름의 준비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며, 아직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소개를 받고 한 번 가봐야지 하는 마음을 먹게 하는 역할을 한다.

 

한 때 (아니 지금도라는 표현이 맞겠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적어도 그 책에 나와 있는 장소에 가려면 유홍준의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할 필수요소였다. 가보지 않더라도 그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 곳곳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도 있었다.

 

이게 바로 여행서의 역할이자 여행서의 장점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살만한 나라가 되었다. 해외여행도 자유화되었고, 긴 휴일이면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기도 한다.

 

그만큼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도 먹고 살만해졌고, 일차적인 생존이 해결이 되니 이번엔 생활로 나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제대로 된 여행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냥 해외 문물을 보는 정도, 또는 집단으로 시간에 쫓기듯이 여행을 하는 경향도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행 관행에 맞서 이 책은 주제를 제시한다. 바로 유럽의 음악축제다. 즉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여행을 안내하고 있다.

 

도널드 서순의 "유럽문화사"에 보면 음악이 근대에 들어와서 급속도로 발전을 하며, 많은 음악가들이 명성과 부를 함께 획득해가는 과정이 나와 있는데, 이 책에서는 이탈리아를 '오페라'의 나라라고 소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유럽 음악축제 순례기"에서 다루고 있는 페스티벌들의 대부분이 오페라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여 오페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이 책을 참조하여 여행을 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또 오페라를 잘 몰라도 이 책을 읽어가면 한 번쯤 유럽 음악축제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유럽의 음악축제에 대해 맛깔나게 글을 쓸 수 있을까? 또 단지 음악축제만 소개하지 않고, 음악축제가 열리는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것, 볼만한 것, 봐야만 하는 것까지도 소개하고 있어 제대로 된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꽤나 도움이 되겠다 싶다.

 

저자도 세계 곳곳에서 자신의 책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고 하니, 이 책에서 유럽의 음악도시들을 얼마나 잘 소개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오스트리아, 스위스, 독일, 체코,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행하고 있는 음악축제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사진들과 글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또 처음부터 다 읽기 싫으면 자신이 원하는 곳을 중심으로 읽으면 되기도 하는 책이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하는 여행을 벗어나 이제는 자신만의 주제를 가지고 여행을 할 때가 되었다. 한 번 유럽에서 이런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싶단 생각을 들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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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 김미화의 대선 독해 매뉴얼 - 전문가 12인과 함께하는 대통령 디자인 프로젝트
박래군.김미화 외 지음 / 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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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슨 수험서 같다. 독해 매뉴얼이라니...

 

하지만, 그간 대통령 선거를 보면 후보들에 대해서 철저하게 분석하지 못하고, 그냥 친분이나 또는 이미지에 끌려서 투표를 한 경향이 있었으니...

 

학생 때 몇 번의 시험이 인생을 좌우하듯이(그러면 안되지만, 이게 참... 이러한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후보가 대통령감으로 적절하다는 말도 이 책에 나온다), 대통령 선거 때 어떤 후보를 뽑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대통령을 뽑는 일은 정말로 중요하다. 학생 때 시험만큼이나.

 

그럼에도 정말 고민 안하고, 공부 안하고 투표에 임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하긴, 그동안 후보자들에 대해 정보가 부족한 면도 있었고, 또 그냥 감으로, 또는 자신의 선입견으로 후보들을 판단하고 투표한 경우도 많았지만, 어떤 후보가 이 시대에 맞는 후보인가를 파악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지 않았다는 점도 그러한 경향에 더하기를 했으리라. 

 

그래서 이 책이 반갑다. 물론 조금 오래 전에 나와 유력 후보가 정해지기 전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그 선택의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가장 큰 틀은 인권이다. 그리고 이 인권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분야로 경제, 복지, 소수자, 통일.평화를 들고 있다. 이러한 분야에 대해 그래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과 대담을 하고, 그 대담을 토대로 어떤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으면 좋겠는지 정리를 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유력한 인물들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는데, 아마 이 마지막 부분을 유력 후보가 정해진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분야들이 따로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인권으로 묶일 수 있다는 점, 결국 인권에 대한 감수성, 실천성이 부족한 후보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우리가 인식하게 한다는데 이 책의 장점이 있다고 하겠다.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에서 이제는 정치 면에서도 지연, 학연, 혈연을 떠나 구체적인 정강을 가지고, 그 정강의 인권성, 실현성, 그리고 후보들의 실천의지 등을 종합해서 선출해야 하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자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이 책은 얘기하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 제시한 내용들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이 책은 경제, 복지, 소수자, 통일, 평화 등에 대해서 지금 우리 시대에 맞는,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이 어떤 것인지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이러한 고민들을 현실에서 실현시켜줄 대통령이 누구일까를 생각하고 선거에 임하라는 목적으로 쓰여졌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공화국의 시민이 지녀야 할 태도가 아니겠는가.

 

이 책을 읽으며 몇 가지 고사성어들이 생각났는데, 우선 오십보 백보(五十步 百步)

 

맹자는 그 놈이 그 놈이라고 했지만, 아니다. 그 놈이 그 놈이 아니다. 그 오십 보 차이가 백성들에게는 커다랗게 다가올 수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사실 우리나라에 진보와 보수로 명확히 나눌 수 있는 정당이 몇 개나 되는가? 게다가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는 두 정당은 정말로 오십보 백보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다르다. 많이 다르다. 그리고 어느 정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많이 차이가 난다. 우리는 그 놈이 그 놈이다 하지 말고, 그 놈과 그 놈 사이에 있는 그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그 차이를 우리 현실에서 큰 차이로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한 대통령 후보감에게 투표해야 한다.

 

다음은 타산지석, 반면교사(他山之石, 反面敎師)

 

이번 정권을 보고 그냥 넘어가면 안된다. 적어도 이번 정권에서 했던 정책들을 다시 비춰보고 고치려고 하는 후보, 그에게 투표해야 한다. 과거를 과거로만 묻어두는 사람, 또는 과거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에게서는 기대할 것이 별로 없다. 보통 사람도 다른 사람에게서, 또는 과거에서 많은 것을 배우는데, 하물며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에서랴. 그러므로 우리는 이들이 과거의 정권에서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을 수정하고, 무엇을 폐기하려고 하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그 다음은 경어인(鏡於人)

 

사람이 자신을 판단할 때는 물에 비춰보지 말고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비춰보라고 했다. 즉 주변의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것을 각 후보들에게 적용하면 된다. 후보들은 워낙 자신을 미화할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대선에 나온 사람이라면 자신의 장점은 부각시키고, 약점은 감추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 그 후보들의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면 된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가. 후보와 후보 주변의 사람들, 이게 내가 대선 대 후보를 선택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다. 최소한 측근 비리는 없는 후보라야 하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화씨의 옥(和氏之璧)

 

화씨라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옥을 구해 왕에게 바쳤음에도 옥을 알아보지 못한 왕들에 의해 두 다리를 잘리고 말았다. 두 다리를 잘리고도 자신이 옳다고, 이것은 세상에서 진귀한 옥이라고 말했던 사람, 결국 인정을 받았던 사람...

 

이번 대선에는 누가 진정한 옥이고, 돌인지 우리는 구별을 해야 한다. 화씨의 옥처럼 세상에서 진귀한 보물이라도 사람들에게 보물로도, 또는 쓸모없는 돌로도 인식될 수 있다. 그만큼 진귀한 보물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보석은 제자리에 있는데, 사람들이 돌로만 여긴다면 이는 돌에 불과하다. 이를 보석으로 인정하고 다듬을 때 진짜 보석이 된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정치인들이 돌인지, 옥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정치인이 옥이라면 정말로 좋은 옥이 될 수 있도록 국민인 우리가 다듬어야 한다.

 

그러한 다듬질, 첫번째가 바로 옥인 후보에 투표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옥을 구분하는가? 그 방법이 이 책에 나와 있다. 후보들이 모두 결정이 안 되어 있어도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 결정하는 기준은 이 책에 나와 있다.

 

이제 정치는 정치인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공부도 학생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공부를 하여 바른 정치인을 선택할 때, 아니 선택하려 할 때 우리는 이미 정치에 관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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