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 김미화의 대선 독해 매뉴얼 - 전문가 12인과 함께하는 대통령 디자인 프로젝트
박래군.김미화 외 지음 / 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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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슨 수험서 같다. 독해 매뉴얼이라니...

 

하지만, 그간 대통령 선거를 보면 후보들에 대해서 철저하게 분석하지 못하고, 그냥 친분이나 또는 이미지에 끌려서 투표를 한 경향이 있었으니...

 

학생 때 몇 번의 시험이 인생을 좌우하듯이(그러면 안되지만, 이게 참... 이러한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후보가 대통령감으로 적절하다는 말도 이 책에 나온다), 대통령 선거 때 어떤 후보를 뽑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대통령을 뽑는 일은 정말로 중요하다. 학생 때 시험만큼이나.

 

그럼에도 정말 고민 안하고, 공부 안하고 투표에 임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하긴, 그동안 후보자들에 대해 정보가 부족한 면도 있었고, 또 그냥 감으로, 또는 자신의 선입견으로 후보들을 판단하고 투표한 경우도 많았지만, 어떤 후보가 이 시대에 맞는 후보인가를 파악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지 않았다는 점도 그러한 경향에 더하기를 했으리라. 

 

그래서 이 책이 반갑다. 물론 조금 오래 전에 나와 유력 후보가 정해지기 전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그 선택의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가장 큰 틀은 인권이다. 그리고 이 인권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분야로 경제, 복지, 소수자, 통일.평화를 들고 있다. 이러한 분야에 대해 그래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과 대담을 하고, 그 대담을 토대로 어떤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으면 좋겠는지 정리를 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유력한 인물들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는데, 아마 이 마지막 부분을 유력 후보가 정해진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분야들이 따로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인권으로 묶일 수 있다는 점, 결국 인권에 대한 감수성, 실천성이 부족한 후보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우리가 인식하게 한다는데 이 책의 장점이 있다고 하겠다.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에서 이제는 정치 면에서도 지연, 학연, 혈연을 떠나 구체적인 정강을 가지고, 그 정강의 인권성, 실현성, 그리고 후보들의 실천의지 등을 종합해서 선출해야 하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자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이 책은 얘기하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 제시한 내용들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이 책은 경제, 복지, 소수자, 통일, 평화 등에 대해서 지금 우리 시대에 맞는,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이 어떤 것인지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이러한 고민들을 현실에서 실현시켜줄 대통령이 누구일까를 생각하고 선거에 임하라는 목적으로 쓰여졌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공화국의 시민이 지녀야 할 태도가 아니겠는가.

 

이 책을 읽으며 몇 가지 고사성어들이 생각났는데, 우선 오십보 백보(五十步 百步)

 

맹자는 그 놈이 그 놈이라고 했지만, 아니다. 그 놈이 그 놈이 아니다. 그 오십 보 차이가 백성들에게는 커다랗게 다가올 수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사실 우리나라에 진보와 보수로 명확히 나눌 수 있는 정당이 몇 개나 되는가? 게다가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는 두 정당은 정말로 오십보 백보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다르다. 많이 다르다. 그리고 어느 정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많이 차이가 난다. 우리는 그 놈이 그 놈이다 하지 말고, 그 놈과 그 놈 사이에 있는 그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그 차이를 우리 현실에서 큰 차이로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한 대통령 후보감에게 투표해야 한다.

 

다음은 타산지석, 반면교사(他山之石, 反面敎師)

 

이번 정권을 보고 그냥 넘어가면 안된다. 적어도 이번 정권에서 했던 정책들을 다시 비춰보고 고치려고 하는 후보, 그에게 투표해야 한다. 과거를 과거로만 묻어두는 사람, 또는 과거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에게서는 기대할 것이 별로 없다. 보통 사람도 다른 사람에게서, 또는 과거에서 많은 것을 배우는데, 하물며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에서랴. 그러므로 우리는 이들이 과거의 정권에서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을 수정하고, 무엇을 폐기하려고 하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그 다음은 경어인(鏡於人)

 

사람이 자신을 판단할 때는 물에 비춰보지 말고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비춰보라고 했다. 즉 주변의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것을 각 후보들에게 적용하면 된다. 후보들은 워낙 자신을 미화할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대선에 나온 사람이라면 자신의 장점은 부각시키고, 약점은 감추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 그 후보들의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면 된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가. 후보와 후보 주변의 사람들, 이게 내가 대선 대 후보를 선택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다. 최소한 측근 비리는 없는 후보라야 하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화씨의 옥(和氏之璧)

 

화씨라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옥을 구해 왕에게 바쳤음에도 옥을 알아보지 못한 왕들에 의해 두 다리를 잘리고 말았다. 두 다리를 잘리고도 자신이 옳다고, 이것은 세상에서 진귀한 옥이라고 말했던 사람, 결국 인정을 받았던 사람...

 

이번 대선에는 누가 진정한 옥이고, 돌인지 우리는 구별을 해야 한다. 화씨의 옥처럼 세상에서 진귀한 보물이라도 사람들에게 보물로도, 또는 쓸모없는 돌로도 인식될 수 있다. 그만큼 진귀한 보물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보석은 제자리에 있는데, 사람들이 돌로만 여긴다면 이는 돌에 불과하다. 이를 보석으로 인정하고 다듬을 때 진짜 보석이 된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정치인들이 돌인지, 옥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정치인이 옥이라면 정말로 좋은 옥이 될 수 있도록 국민인 우리가 다듬어야 한다.

 

그러한 다듬질, 첫번째가 바로 옥인 후보에 투표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옥을 구분하는가? 그 방법이 이 책에 나와 있다. 후보들이 모두 결정이 안 되어 있어도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 결정하는 기준은 이 책에 나와 있다.

 

이제 정치는 정치인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공부도 학생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공부를 하여 바른 정치인을 선택할 때, 아니 선택하려 할 때 우리는 이미 정치에 관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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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사람이 먼저다 : 문재인의 힘 - 문재인의 힘
문재인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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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을 읽으면서 다음엔 문재인의 책을 꼭 읽어야지 했다.

 

두 사람이 지금은 경쟁자이지만, 함께 갈 수도 있는 사람들이고, 생각이 비슷하고 삶의 방향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안철수의 생각"이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안철수의 포괄적인 생각을 밝혔다면, 이 책 "사람이 먼저다" 역시 우리나라 제반 문제들에 대한 문재인의 생각을 밝히고 있는 책이다.

 

문재인의 정책이 포괄적으로 나타나 있다고 보면 되고, 이것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공약들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안도현이 쓴 "연어"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왜 일까? 아마도 문재인이나 안철수를 눈이 맑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일지도 모른다.

 

"연어"에는 좀 특이하다싶은 은빛연어를 도와주는 '눈맑은 연어'가 나오기 때문이다. 눈맑은연어와 은빛연어는 함께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그들은 목표에 도달한다.

 

단지 이것 때문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연어"의 한 장면은 댐을 눈 앞에 두고 연어들이 회의를 하는 장면이다.

 

그냥 이 자리에서 돌아갈 것인가,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우회로로 갈 것인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댐을 거슬러 올라가려고 할 것인가를 놓고 회의하는 장면.

 

은빛연어는 댐을 정면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한다. 그것이 연어가 사는 길이라고...

 

이 장면에서 문재인은 바로 은빛연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참여정부의 공과를 고스란히 계승하는 사람이다. 그 앞에 거대한 장애물이 놓여 있다. 하지만 그는 그 장애물을 피해 후퇴하거나, 돌아가거나 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도 자주 나오는 말. 참여정부의 공과를 안고, 잘못은 고치고 잘된 점은 더 잘되게 하겠다는 그의 말에서 이런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많은 정책들, 방향들이 이 책에 나와 있는데, 다 옳은 말이다. 옳은 말이기에 이 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시간낭비다.

 

이 옳은 말들을 실천하는데 수많은 장애물이 있을테고, 문재인이 이 장애물을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돌파할 수 있는 뚝심을 지니고 나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앞으로 두 달 정도, 대선까지는. 그 앞에 놓인 여러가지 장애물들을 그가 어떻게 정면돌파하는지 지켜보는 일도, 이 책을 읽은 사람의 의무이자 권리이리라.

 

책을 읽으며, 또 참여정부 때부터 그의 행동을 보면서 어쩌면 그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가 우리 사회를 소통과 통합으로 이끌어가게 될지, 즉 이 책에 나온 자신의 말을 어떻게 실천해 갈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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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길상사에 다녀오다.

한성대입구 역에서 내려 5번 출구로 나가 한참을 걷다 보면 길상사가 나온다. 아직은 단풍이 들지 않았지만, 성북동에 자리잡은 안온한 자태를 뽐내는 곳이다.

 

법정 스님이 주지로 계시던 곳이기도 하고, 시인 백석과 관련이 있기도 한 곳.

 

아니, 시인 백석이라고 하기보다는, 백석을 사랑했던 한 여인과 관련이 된 곳.

 

길상화, 김영한(이름이 김진향이라고도 하고, 자야라고도 한다). 백석을 사랑했던 여인. 그리고 백석을 잊지 못했던 여인.

 

백석이 우리나라에서 한 동안 잊혀진 시인이었기에 그에 대한 그리움을 내비치지 못하다가, 백석이 해금된 이후에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여인.

 

백석의 시 중에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나타샤라고 말했던 여인.

(어떤 책에서는 나타샤가 서로 나라고 하는 여인들이 셋이나 된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내 사랑 백석"이란 책에서 자야는 나타샤가 자신임이 분명하다고 한다. 이 책에는 백석과 만난 자야의 이야기가 소상하게 실려 있다)

 

조선시대 마지막 기생이라고 해야 하나? 요즘 말로 하면 종합예술인 정도 될텐데, 자신이 번 돈으로 만든 '대원각'이란 음식점(사실 술집이라고 요정이라고 해야 옳을 듯)을 법정 스님에게 맡아달라고 전부 기증을 했다는 여인.

 

그래서 절 이름이 길상화에서 따와 길상사가 되었다는.

 

길상사에 가면 법정 스님의 마음을 느낄 수도 있고, 자야와 백석을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가 백석을 생각할 수 있는 곳, 그곳이 이곳말고 또 어이 있으랴. 백석은 고향이 북쪽이니 말이다.

 

법정 스님과 백석을 모두 생각할 수있었던 곳. 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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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야 뭐, 뉴스나 신문만 보면 어지러운 기사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야말로 복마전이다. 이건 지옥도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어지러운 세상이었어?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건사고야 예전에도 존재했을테지만, 신문이나 방송에서 계속 보도를 하니 더 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위험사회, 울리히 벡의 책 제목이기도 하지만, 요즘 뉴스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주변을 둘러보면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교회들이 있고, 절들이 있는 신들이 늘 함께 하는 나라에서 웬사고들이 이리 많담 하는 생각이 든다.

 

교회는 '신과 함께'하는 공간이 아니던가. 절은 '신과 함께'하는 공간이 아니던가. 무교회운동을 하는 사람까지 합치면, 또 무속신앙을 믿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우리나라는 '신과 함께'하는 나라 아니던가.

 

그렇담 신은 무엇하고 있나? 혹시 신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만약 신이 있다면 이것은 분명 신의 직무유기다. 신이 우리를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을 심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신이 인간에게 무엇을 하길 바라기 전에 신이 먼저 인간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말을 빌리면)

 

어쩌면 오래 전에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이래 신은 인간세상에서 추방당했을지도 모른다.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나오는 장면처럼 신이 인간을 구원하러 이 세상에 왔다가도 인간에 의해 다시 추방당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신이 존재한다면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흔히 부모들에게 하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자식을 싸질러 놨으면 책임을 져야지."

 

신이 추방당한 사회라고 하면 이는 신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신의 존재를 부정한다는 얘기다. 그 많은 교회와 성당과 절들이 있는데, 점집도 있는데...

 

어떤 신이든, 신을 다시 불러올 필요가 있다. 아니, 신의 존재를 제대로 믿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가끔 저승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악해지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웹툰에서 시작하여 단행본으로 나온 책이 있다. 바로 주호민의 "신과 함께"

 

"티벳사자의 서"를 읽기 힘든 사람, 이 만화를 보면 좋겠다. 아니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이 다 보았으면 좋겠다. 저승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동이 조금은 변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 신이 어떤 신이든, 자신이 믿는 신에 대입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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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에 반대한다 이후 오퍼스 7
수잔 손택 지음, 이민아 옮김 / 이후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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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손택은 손택이다. 이 말은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다르게 말한 말이라고 보면 된다. 동어반복인 말인데, 단순히 동어반복이라고 하기 힘들다. 손택의 이 책에서 한 말대로 하면 '문학은 문학이다'가 된다. 너무도 당연한 말을 손택이 하고 있는데, 그것은 이 책의 제목이 "해석에 반대한다"이기 때문이다.

 

2. "해석"이란 대상을 대상 자체로 보기보다는 대상을 부분으로 해체해서 본다고 할 수 있다. 즉 문학에서 해석이란 바로 문학을 문학으로 보지 않고, 문학을 문학을 구성하는 어떤 요소들로 나눈다음 그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방법이 된다고 하는 것이다.

 

3. 이러한 방법으로 문학을 바라보면 문학을 문학자체로 이해하기 보다는 어떤 "사상"으로 보게 된다. 즉 문학을 내용으로 보게 되고, 그 내용의 적실성, 진실성, 또는 현실성 등을 따지게 된다. 이럴 때 문학은 문학으로 존재하지 않고 어떠한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을 지닌 존재, 즉 내용을 실어나르는 도구에 불과하게 된다.

 

4. 해석을 중심으로 문학을 보게 되면 검열이 작동하게 된다. 이는 문학을 내용과 형식으로 분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내용은 외설적이라든지, 폭력적이라든지, 반국가적이라든지, 비도덕적이라든지 하는 딱지를 붙이게 된다. 문학이 문학이 되지 않고 어떤 사상의 도구가 되어 버린다. 손택은 이를 반대한다.

 

5. 하여 이 책의 첫 부분이 바로 제목과 같은 '해석에 반대한다'다. 그리고 다음은 바로 '스타일에 대하여'이다. 손택은 문학은 문학으로 보아야지, 내용과 형식으로 나눠 문학을 보면 안된다고 한다. 

 

6. 이는 문학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얘기라는 생각이 든다. 문학 작품 내용에 빠져 등장인물에 몰입되어 그 인물과 같이 행동하고자 하는 사람은 문학을 문학으로 감상하지 못하고 그 내용에만 빠져들었다는 얘기다. 우리가 문학을 문학으로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문학에 빠뜨리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읽고 있는 이 작품이 바로 "문학"이라고 인식하고 읽기 때문이다.

 

7. 브레히트를 손택이 극찬하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그의 주장과 통한다고 본다. 내가 알고 있는 브레히트는 연극에서 관객들이 지나치게 몰두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연극을 감상하면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를 우리나라에선 한 때 '소격효과'라고 번역을 했었는데...

 

8. 내용과 형식이 하나로 완결된 존재로 문학을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문학에서 '검열'이란 불필요한 일이 된다. '검열'을 한다는 자체가 이미 문학을 문학으로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마도 문학을 검열하고자 하는 사람들, 손택의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9. 문학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구체적인 작품, 평론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연극에 대한 이야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거쳐 영성(종교)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마지막 부분에서 '캠프'에 대한 이야기와 두 문화(과학, 인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캠프'에 대한 개념은 잘 잡히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감수성을 시도하는 그러한 예술이라는 느낌이 들고.. 두 문화에서도 조잡한 두 문화이론을 비판하고 있다. 문화란 두 개, 세 개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되어 있는 것임을...

 

10.. 손택.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다방면에서 자신의 논리를 펼친 사람이다. 적어도 문화라는 것이 소설이나 시, 또는 연극, 음악, 영화 등등 따로따로 존재하지는 않으니, 이러한 분야들이 어떻게 통합될 수 있는지, 자신의 글을 통해 보여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이러한 점들이 나로 하여금 손택의 책을 계속 읽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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