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그림의 비교
윤호병 지음 / EJONG(이종문화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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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문학과 그림의 비교라는 제목의 책이지만, 문학 중에서도 시와 그림의 비교이다. 단순한 비교라기보다는, 먼저 존재한 그림에 대해서 시인 자신이 시로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를 비교문학적으로 연구한 책이다.

 

그림과 시는 예로부터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고, 이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미 존재한 미술 작품들을 통해서 시인이 어떻게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대표적인 화가로 고흐, 샤갈, 뭉크, 피카소 그리고 우리나라의 김정희가 있다. 김정희를 제외하고는 다들 그림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이고, 이들의 그림은 강렬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 그림들에서 영감을 얻는 사람이 많을텐데, 그 중에서도 더욱 감수성이 예민한 시인들은 일반 사람들보다는 더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으리라.

 

고흐의 삶과 그림을 통해 자신을 보고, 샤갈의 초현실주의를 통해서 세상을 파악하며, 뭉크의 그림을 통해서 인간의 절망을 이해하고자 하고, 피카소를 통해서 개인의 삶에서 사회적 삶으로의 전이를 파악할 수 있다. 이들 그림을 통해 표현되는 내용을 시라는 다른 예술 장르를 통해 다른 표현기법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는 미술과 시의 비교라기보다는 그림의 시적 변용이라고 하는 편이 더 좋을 듯하다.

 

마지막 장에 나오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에게 더욱 친숙할 수도 있다. 물론 앞의 화가들도 우리에게 친숙하고, 여기에 이 책에서는 그림들도 실어주고 있어 더욱 이해하기 쉽고, 친숙하게 다가오지만, 김정희의 세한도는 우리네의 정서에 어울리는 너무도 유명한 작품 아니던가.

 

그리고 우리는 인간 삶의 자세를 이 세한도에서 느끼지 않았던가. 그런 세한도를 시적 대상으로 삼은 시인이 30여 명에 달한다는 사실은, 세한도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시인들은 세한도를 통해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또한 그 시인들이 쓴 시를 통해서 우리들도 나와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우리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보게 되고.

 

이 책을 읽으면서 굳이 그림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아도 그림과 시가 영향을 주고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처럼 명확하게 화가의 작품이나 화가를 언급하지 않은 작품과 그림을 비교하는 일도 의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지용의 장수산을 읽으면, 자연스레 어떤 산수화가 떠오르지 않는가. 문학과 그림의 비교연구는 이러한 데까지 나아가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림을 보는 재미, 그 그림에 대한, 그 그림을 통한 시를 읽는 재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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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양중학교 혁신학교 도전기 - 우리는 대화한다. 고로 우리는 점프한다. 맘에드림 혁신학교 이야기 4
김삼진 외 지음 / 맘에드림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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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

 

이 말이 와닿는다. 혁신학교가 한두 개도 아니고, 또한 성공한 학교도 있고 실패한 학교도 있을텐데, 자꾸 혁신학교에 관한 책을 읽는 이유는 앞의 말과 같은 이유다. 무언가 자꾸 성공한 사례에 대해서 읽고 알고 있다면, 교육의 변화가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기 때문이다. 경기를 할 때도 자꾸 이겨 버릇해야 한다고 한다. 져 버릇하면 지는 일이 습관이 돼 이기도 있다가도 불안에 떤다고 한다. 이러다가도 우리 또 지지 않나 하는. 그러나 이겨 버릇한 팀은 지고 있어도 자신감이 있다. 지금은 우리가 뒤져 있지만 조만간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 그 자신감이 실제로 경기에서 이기게도 한다.

 

혁신학교도 마찬가지다. 실패한 사례를 두고 왜 실패했는가를 찾기보다는 성공한 사례를 두고 어떻게 해서 성공했는지를 찾아야 한다. 그런 성공 사례 하나하나에서 좋은 점들을 받아들이고, 자신들이 처한 현실과 비교하여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 한다.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하다보면 어느새 자신감이 붙고, 그 자신감이 성공으로 다가가게 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덕양중학교도 마찬가지다. 이들도 한 번에 서두르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해 나갔다. 그래서 한 번에 배움의 공동체로 가지 않고, 이 학교의 실정에 맞게 여러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도달한 수업의 형태가 배움의 공동체 수업이다. 그렇다고 이런 형식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각 수업의 내용에 맞게 그 때 그 때 교사와 학생의 관계 속에서 수업의 형태를 바꿔가게 된다. 이런 점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무언가 하나를 정해놓고 우리 모두 이렇게만 하자고 하지 않는 자세. 서로가 합의를 볼 때까지 끝까지 설득을 하며 시간을 두고 합의해 가는 과정.

 

배려

 

덕양중학교를 비롯한 혁신학교에서 중심을 이루는 낱말이 배려다. 남이라는 글자를 자세히 보면 나를 받쳐주고 있는 'ㅁ'이 있다. 이 'ㅁ'이 나를 받쳐주고 있는데, 나만 홀로 커지면 'ㅁ'이 나를 받쳐주지 못한다. 내가 크기 위해서는 'ㅁ'역시 커야 한다. 이게 덕양중학교에서 바라고 있는 학교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남은 또다른 나라는 인식을 할 수 있게 학교가 돌아가는 모습, 그것이 혁신학교다.

 

성찰

 

이러한 배려가 몸에 체화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바라보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을 바라볼 수 없다. 나를 바라볼 수 있는 힘, 지금 학생들에게 가장 부족한 힘이다. 사실 자기를 바라볼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고 해야 한다. 그런 여유를 찾아주고,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과정, 그것이 혁신학교다.

 

여기에 삼인행 필유아사언(三人行 必有我師焉)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바로 이 덕양중학교에 딱 맞는 말이다. 사실 혁신학교들이 추구하는 교육의 목표이기도 하고. 그래서 잘하는 아이가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나머지 아이들은 배우는 관계가 아닌, 서로 배우는 관계. 그것도 학생은 배우고 교사는 가르치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교사도 학생들을 통하여 배우는 관계, 이것이 바로 혁신학교의 모습이다. 이것은 바로 배려와 성찰이 이루어진 모습이다.

 

리더의 힘

 

교장은 학교의 리더다. 그냥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교사들을 이끌고 학부모의 협력을 이끌어내며, 또한 지역사회와도 함께 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한 교장을 통해 교사들도 학부모들도 그리고 지역사회가 변하게 된다. 이 변화는 학생들의 변화를 자연스레 이끌어내게 된다. 덕양중학교의 성공은 교장의 변화에서 시작한다. 군림하는 사람이 아닌 함께 하는 리더로서의 교장으로부터 혁신학교는 시작한다.

 

이렇게 덕양중학교와 같은 성공사례들이 자꾸 알려져야 한다. 알려져야 할 수 있단 생각을 하고, 우리 교육이 변할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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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 - 궁궐에 핀 비밀의 꽃, 개정증보판
신명호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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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자들이 또는 예언자들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는 큰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그들의 모습이 신비에 가려지지 않았기때문이다. 무릇 선지자란 신비함에 감싸여 있어야 하는데, 그들은 일반사람들과 함께 생활했던 보통의 사람이라는 인식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이를 왕에게 적용하면 왕은 어느 정도 신비에 싸여 있어야 한다. 왕이 신비한 존재로 남아있기 위해서는 왕의 소소한 일상을 아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쉽게 만나면 안된다. 그들이 일상적으로 만난다면 왕의 일거수일투족이 낱낱이 드러날 테고, 그렇다면 왕도 신비한 존재가 아닌, 우리와 다름없는 보통사람이라는 인식이 들어 왕이 통치하는데 문제가 생기게 되기 쉽다. 지금처럼 지도자가 국민들에 의해 선출되지 않고, 다른 사람과는 다른 혈통,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되었던 그 시대에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궁녀에 대한 기록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기록을 남긴다는 사실 자체가 왕의 일상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일이고, 이는 왕의 신비한 모습을 벗겨내는 일이니, 거의 역모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여 천년을 넘는 궁녀의 역사가 우리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간헐적으로 왕조의 멸망이나, 또는 반역사건과 관련이 있는 궁녀의 기록을 통해서만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궁녀란 제목만 보면 무슨 왕조 비사(秘史)나 야사(野史)라는 생각이 들기 쉬우나 이 책은 그러한 비사나 야사가 아니라, 궁중의 문화 중에서 궁녀에 중심을 둔 미시사라고 해야 한다. 역사에서 예전에는 커다란 사건 중심이나 인물 중심의 서술이 중심을 이루었다면 최근의 역사서에서는 작은 일, 소소한 일상생활의 변화 등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경향이 있는데, 무려 천 년을 넘게 존재했던 집단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리라. 그만큼 궁녀에 대해서는 연구하기도 힘들었다는 얘기가 되기고 하고.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궁녀에 대한 선행 연구는 조선말기, 더 정확하게는 대한제국 말기에 궁녀 생활을 했던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증언이란 어느 정도의 사실과 어느 정도의 과장이 있게 마련이고, 또한 인간의 기억이란 자기 중심적으로 내용을 엮어가기 마련이어서, 증언을 뒷받침할만한 다른 자료들을 보충해야지만 정확한 역사가 재구성 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증언도 참조하지만, 다양한 역사 기록들을 찾아 궁녀에 대한 종합적인 역사 서술을 하려고 하고 있다. 물론 궁녀도 삼국시대, 고려시대의 궁녀에 대한 역사 서술을 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이들에 대한 자료는 현재 구하기 힘든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교적 자료를 찾을 수 있는 조선시대에 한정해서 궁녀에 대한 종합 서술을 한다. 궁녀에 대한 종합 역사서라 할만한다. 그렇다고 역사를 전공한 사람들만이 읽을 수 있도록 학술적인 내용으로 꽉 차 있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일반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알려지지 않았던 궁녀들의 삶에 대해, 이 책은 "궁궐에 핀 비밀의 꽃"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이들은 꽃은 꽃이되,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는 꽃이어서는 안된다. 이들은 오직 한 사람, 아니면 자신이 모시고 있는 사람(왕, 왕비, 대왕대비, 세자, 세자빈, 후궁 등)에게만 보이는 꽃이어야 한다. 보이는이 아니라, 보여야 하는, 그래야만 같은 궁녀라도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로가는 그런 꽃이었다고 한다. 이런 꽃이 남의 눈에 띄고, 남에게 가려 한다면 이는 있을 수 없는 행동, 역모와 같은 행동으로 취급되어 극형에 처해지는 꽃이었다고 한다. 단지 그들의 신비를 유지하기 위해서.

 

좋게 말하면 궁녀는 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다. 정규직, 특히 거의 종신직 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어서 가난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궁녀가 되기도 했다는 사실, 특히 상궁이 되면 경제적인 면에서는 남부럽지 않게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이 이들에게 위안이 되기도 했으리라. 다만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고, 또 소위 말하는 줄을 잘못 서면 목숨을 잃는 경우도 허다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리지만.

 

궁녀의 조직과 하는 일, 그리고 직급, 월급, 또 역사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궁녀, 궁녀들을 선발하는 방법, 궁녀들이 어떤 계층에서 많이 들어왔는지 등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래서 한 시대 상당한 세력을 지니고 있었던 궁녀라는 집단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마지막에 궁녀의 성과 사랑까지. 우리가 우리나라 최고의 성군으로 이야기하는 세종이 여자들에게만은, 특히 궁녀들에게만은 얼마나 가혹한 군주였는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반대로 이들은 경제적으로는 어느 정도 안정을 이루었을지는 모르나 사람으로서의 존엄한 생활은 거의 힘들었으리라는 사실을 생각하게 해주었다고나 할까.

 

이제는 사라진 궁녀. 그러나 이러한 집단이 완전히 우리 사회에서 사라졌다고는 할 수 없다. 분명 존재하지만 공식적으로 언급이 되지 않는 존재, 그들의 삶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함을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신비가 걷힌 왕은 일반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 아니, 일반 사람보다도 오히려 더 못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왕의 신비를 도와주는 존재, 그 존재가 바로 궁녀를 비롯한 궁궐에서 일하던 사람들 아니었을까. 그 때는 왕이 신비를 돕기 위해 이들의 기록이 존재하면 안되었겠지만, 이제는 이들도 역사 속에서 당당하게 복원되어 자기의 자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 작업을 이 책이 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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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 - 전쟁과 포르노, 패스트푸드가 빚어낸 현대 과학기술의 역사
피터 노왁 지음, 이은진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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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선정적이다.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래서 한 번쯤은 호기심에 보게 만든다. 내용은 선정성보다는 과학기술의 역사를 이야기한다고 보아야 하는데...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이 기술들의 원천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대부분의 과학기술이 전쟁과 관련이 되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것이 포르노와 그리고 햄버거로 통칭되는 패스트푸드와는 관련이 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전쟁을 통해서 발달한 과학기술이 상업화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하는데, 이 대중화를 가장 잘 실현해준 것이 바로 포르노라는 것이다.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에 호소하는 포르노 사업은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끌어 사람들로 하여금 소비하게 한다. 이러한 소비를 유도하는데 포르노는 지대한 공헌을 하고, 이런 포르노로 인해 더 간단하고 더 저렴한 기술적 성과들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대형 패스트푸드 점도 자신들의 상업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 과학기술을 이용한다고 한다. 패스트푸드라는 것이 사람들을 기다리지 않게 하는 음식이라고 한다면 맛은 유지하면서 더 빨리 소비자에게 갖다줄 기술이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 그렇다면 이러한 패스트푸드업체는 현대의 과학기술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이용으로 인해서 과학기술은 더욱 발전하게 된다.

 

포르노나 패스트푸드보다는 전쟁이 과학기술의 근본적인 원천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이러한 과학기술들이 무기와 관련이 되기 때문이고, 또한 과학자들이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의를 위해서 일한다는 생각을 하며, 당장의 이윤을 남겨야 한다는 절박함 없이 또한 정부에서 많은 연구비를 받으며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과학기술들이 전쟁과 관련이 된다.

 

전쟁이 끝났을 때 이 기술들의 쓰임을 상업적 목적으로 전용하고, 사업적 이유 때문에 더 간단하고 더 편리하고 더 싼 기술들을 개발하게 되는 현실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1900년대 이후의 기술은 거의 다 전쟁과 관련이 있음을, 그리고 이들이 폭발적으로 사용되는 데는 포르노와 패스트푸드가 있음을 알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도 전쟁에 관련된 무기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고, 연구도 계속 되고 있을테니,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이제는 로봇에 대한 연구로 넘어갔다고 하는데, 이런 과학기술이 과연 인류에게 행복을 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과학기술을 중립적인 측면에서 서술하고 있다고 판단이 되지만, 과학기술이 과연 중립적일까 하는 생각을 우리는 해야 한다. 인류를 위해 살상무기로 쓰이던 것이 인류를 구원하는 기술로 쓰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인류를 파멸시킬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아야 하지 않을까.

 

과학기술의 발달이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겠지만, 이 흐름이 반드시 옳다고만 할 수는 없단 생각이 들었다. 과학시술 시대에 책임의 원칙을 이야기했던 한스 요나스처럼, 또는 유전자 변형 식품을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처럼, 우리는 과학기술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런 고민을 정립해가는데, 과학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지금 우리에게 존재하게 되었는가를 알려주는 이 책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쉽게 읽힌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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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살고 있다. 주변을 돌아보거나, 자세히 볼 마음의 여유를 잃고 있다.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시간에 쫓기고 있다고 해야 하나. 그러다 보니 삶이 삭막해지고 있다. 나 이외의 다른 것들에 관심을 주지 못하고 있다

 

문득, 내 삶이 너무 삭막해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정록의 이번 시집을 읽으면서 나는 내 주변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삶의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단지 내 삶의 주변이 아니라, 내 삶이라는 사실을 이 시집은 알려주고 있다. 작고 하찮은 것들이라고 그냥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서도 시인은 관심을 주고 있다. 그것들을 자신으로 받아들일 마음을 지니고 있다.

 

이는 마음을 비웠다는, 얘기가 되리라. 그래서 시인은 자기와 사물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졌으리라. 마음이 팍팍해졌을 때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난 山門이고 싶다


난 요즘 散文이다

散文이라서 장황하다

남이 없다

오직 내 얘기만 길―게

늘어놓고 있다

散文이라서 흩어진다 여기저기로

나로 집중하지 못 하고

수다스러워진다

山門이라면

더 많이 조용하고

더 많이 포용하고

더 많이 기다리고

더 많이 이해할텐데

山門!

그윽한 향기가

나를 감싼다

山門은 배척하지 않는다

山門은 재단하지 않는다

山門은 오라지도, 가라지도 않는다

오직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散文의 수다는 공허(空虛)한데

山門의 침묵은 공명(共鳴)이다

난 山門이고 싶다

詩가 되고 싶다

 

산문(散文)으로 장황해지지 않고, 산 속에 있는 문처럼 그윽하게 존재하고 싶단 욕구. 이를 이번 시집을 읽으면서 이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바로 마음을 비우고, 주변을 다시 바라본다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 시집에서는 물론 "의자"란 시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이 시집을 선택하기도 했지만, 잘 알려진 의자란 시 말로, "더딘 사랑"이란 시도 마음에 머문다.

 

더딘 사랑

 

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이정록, 의자, 문학과 지성사, 2012년 초판 7쇄 67쪽 더딘 사랑 전문

 

내 삶은 어디에 있는가. 이 시의 앞부분에 있는가, 아니면 뒷부분에 있는가. 삶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나는 모든 것을 순간이라고 나를 합리화해야 하는가, 아니다. 단 한 번의 윙크도 한 달이 걸린다는 이 달처럼, 내 삶은 길고 긴 순간들의 연속이다. 그 순간들 속에서 나는 나를 보고, 남도 보고, 내 주변에도 관심을 가지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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