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 버트런드 러셀의 실천적 삶, 시대의 기록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박병철 해설 / 비아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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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의 글 모음집이다. 이런 사람의 글이 이렇게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다니...  

이 책을 읽으면서 루쉰의 글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루쉰은 우리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준 작가이자 사상가인데, 반면에 러셀은 루쉰에 비하면 덜 알려져 있다고 해야 하나. 

루쉰의 글들은 지금 우리에게서 좀 멀다면, 러셀의 글은 지금 우리에게서 가깝다.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러니 그의 글들은 불온하고 위험하다. 

정치, 심리, 종교, 교육, 성과 결혼, 윤리의 여섯 장으로 구분되어 있는 이 책은 한 편 한 편의 글들을 다 생각하면서 읽어야 한다. 

어느 장 어느 글을 펴놓고 읽어도 아, 그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아직도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글들이기에. 

그는 이런 삶을 살았다고 한다. 

"훌륭한 삶이란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이다." 

사랑이 없는 지식은 인간 사회를 황폐화한다. 그러나 사랑이 있는 지식은 인간 사회를 조금더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 간다. 

러셀이 꿈꾼 세상도 바로 그러한 세상이리라. 

러셀의 정수라고 번역을 할 책을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로 번역을 했다. 

러셀이 평생에 걸쳐서 보려고 했던 것, 알려고 했던 것, 실천하려 한 것들을 뽑아내었다고 보면 된다. 

방향을 잃은 삶을 산다고 느낄 때, 방향을 잡기 위해서도 이 책을 한 번 펼쳐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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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자서전 - 하
버트런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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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에 관한 길고 긴 여정을 끝냈다. 

러셀이 90이 넘어서도 사회 활동을 왕성히 했듯이 이 자서전도 길고 긴 글이었다. 

그렇다고 지루하다거나 하진 않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지금 우리 시대와 긴밀히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친숙한 이름들도 많이 나오기도 하고. 

그가 자신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노망이 든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감수하면서도 세상일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한 이유는 바로 이 자서전의 마지막 부분에서 말해지고 있다.

"우리의 세상에서 희망을 지키려면 지혜와 정력이 필요하다.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부족한 것이 바로 정력이다." (560쪽) 

그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위하여 정력적으로 자신이 할 바를 찾아 해나간 사람이다. 그러기에 그는 노블레스 오블리쥬(그의 공식 직함은 러셀 경, 즉 러셀 백작이다)를 실천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킨 참 지식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가 한 말을 다시 인용하면.  

"나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비전을 좇아 살아왔다. 개인적으로는 고귀한 것, 아름다운 것, 온화한 것을 좋아했고, 더욱더 세속화된 시대에 지햬를 줄 수 있는 통찰의 순간들을 두고자 했다. 사회적으로는, 개인들이 거리낌없이 성장하는 사회, 증오와 탐욕과 질시가 자랄 통양이 없어 죽어버린 사회의 탄생을 그렸다. 이런 것들이 내가 믿는 것이며, 비록 끔찍한 것들로 가득한 세상이지만 세상이 나를 흔들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563쪽) 

이런 사람이었으므로, 그는 평화를 위해서 러셀 평화재단을 건립하고, 핵전쟁을 반대하며, 베트남 전쟁 등 비도덕적인 전쟁에 대한 반대운동에 나서게 된다. 

그의 태도로 미루어보건대, 그는 지금 시대에 살았더라면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도 반대했을 것이고, 무분별한 개발에 대해서도 반대했을 것이다. 

지식인이라고 하는 사람, 그들은 자신이 세상에 대해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가 지식인이게끔 만든 사회에 대한 빚을 갚는 일은, 사회를 조금더 희망적인 사회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자세를 지니고 행동하는 일이다. 

행동하는 지식인, 그런 사람에게는 모 광고에 나오는 말처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오로지 자신이 할 일이 있다면 해야지 하고 하는 사람일 뿐이다. 

어지러운 시대, 러셀과 같은 행동하는 지식인, 세계에 희망을 주고자 애쓰는 지식인이 그립다.

삶의 자세를 바로잡고자 하는 사람, 이 세상이 희망이 없다고 절망하는 사람, 세상을 조금더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이 러셀의 자서전을 읽어보자.  

앞선 세대에 비슷한 고민을 한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면 우리의 행동에 좋은 참고가 될테니 말이다. 

이른바 온고지신(溫故知新),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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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적은 우리에게 명확하게 다가온다. 

나쁜 놈, 죽일 놈 등등 

그들이 얼마나 나쁜지 다들 안다.  

그래서 욕도 쉽게 한다. 

그들을 우리에게서 분리한다. 

그러나 아이히만은 구분이 안된다. 

그는 우리에게 있다.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그는 성실하다. 

자신의 일을 잘한다. 

또 자신이 잘한다고 믿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는다. 

하지만 그에겐 생각이 없다.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판단할 능력이 없다. 

그런 아이히만이 너무도 많다. 

우리나라 국회에도 있다. 

자신들이 너무나 잘했다고. 

자기들끼리 비준안을 통과시키고도, 

아무도 반성하지 않는다. 

오로지 국가를 위해서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만 

 외친다.

생각없음과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판단할 능력의 부재. 

아이히만들.  

아이히만이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 

이들은 알까? 

하긴 아이히만도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알지 못했으니... 

국회도서관에서 국회의원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더불어 김지하의 오적도.

아렌트가  

2011년 11월 22일  

우리나라 국회를 참관했다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이    아니라 

여의도의 아이히만들 

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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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자서전 - 상
버트런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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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버트란드 러셀. 

세계적인 수학자이자 철학자. 

그는 내게 수학자이자 철학자일 뿐이었다. 그냥 그런 사람이 있었지 하고 넘어가는. 

촘스키를 만나기 전까지는. 

촘스키가 왜 러셀을 존경했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러셀은 말년까지도 진실을 위해서 자신의 삶을 모두 바쳤다는 이야기에 러셀을 읽어야지 하는 생각. 

자신의 분야에서 세운 탁월한 업적도 업적이지만, 그가 세상을 향해 한 발언들이 세상을 조금 더 좋은 쪽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내가 러셀을 읽어야 하는 이유. 

1872년에 태어났으면 우리나라가 개화니 마니 한참 갈등을 하고 있던 시대. 그는 이미 개화된 나라에서 태어나 우리나라가 근대화의 열병을 앓을 때 그는 근대화를 넘어선 사유를 하고 있었으니... 

부럽기도 하지만, 그것은 환경의 차이일 뿐이고... 

우리도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상당히 근대적인 사고가 싹트고 있었으니... 

서양 중심의 근대냐 아니냐는 논의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고. 다만 그가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 출판하여 많은 영향을 주었다면 우리나라는 그런 면에서는 조금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청년기를 거쳐 장년기에 접어들었을 때 우리나라는 식민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식민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치열한 싸움들이 일어나고... 

러셀은 이 과정에서 평화주의자가 되어, 1차 세계대전을 반대하고, 그로 인해 감옥 생활까지 한다. 물론 저명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특별감방에서 책을 읽으며 보냈다고 하지만,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감옥행을 각오하고 자신의 신념을 계속 글로 발표하고, 연설을 했다는 사실은 그가 참 지식인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상)권이 1924년의 편지로 끝난다. 러셀이 52세가 되었을 때라고 해야 하나. 그 때 그는 볼셰비키 혁명이 성공한 러시아도 가보고, 중국에도 가본다. 그가 중국에서 돌아와 두 번째 결혼을 한 장면까지가 바로 상권이다.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아직은 러셀의 진면목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 진실하게 사는가를 고민하고 실천한 사람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상)권에서도  러셀의 삶의 자세는 잘 드러나 있다. 이 점이 우리가 러셀의 자서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자서전의 편제가 자신을 합리화한다기보다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실수했던 점, 고민했던 점, 자신의 생각을 바꾼 점 등이 잘 나타나 있기에 위대한 철학자이자 지식인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알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그는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 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라고 한다. 

어렸을 적 양친을 모두 여의고, 할머니 품에서 자랐기에 그는 사랑에 대한 갈망이 강했으리라 짐작이 되고, 지식에 대한 탐구욕으로 인해 수학과 철학 분야에서 대단한 업적을 남겼으며, 인류의 고통에 대한 연민이 바로 그를 사회 참여 지식인이 되게 하였으리라. 

이제 그는 더 많은 분야에서 자신의 입장을 발표한다. 참고 발표하지 않는 것이 발표하는 것만 못 하다는 생각. 이는 자신의 책임을 저버린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리라. 

이것이 바로 지식인의 자세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나라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는데, 자신의 생각을 진실, 진리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발표하는 지식인이 몇이나 되는가. 우리는 러셀과 같은 지식인을 갖고 있는가.  

아니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지식인의 전통이 있다. 아주 많다. 지금도.

부러워만 할 일은 아니다. 

이제 (하)권으로 가야 한다. 우리와 가까운 시대, 과연 러셀은 그 시대에 어떤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았으며, 어떠한 실천을 했던가? 이 점이 촘스키가 러셀을 존경하는 이유가 되겠지. 

 

덧말 

자서전이라 러셀이 난 이렇게 살았다라고만 써도 될텐데... 러셀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정리한 내용보다는 그가 주고받은 편지들이 더 많다. 그래서 가끔은 읽기가 끊기기도 한다. 전기문은 시간 순서로 주욱 읽어가는 맛이 있지 않은가? 주요 사건을 다룬 일들을 러셀이 정리하고, 그 말미에 그 시간 대에 해당하는 편지들이 주욱 붙어 있다. 

그러나 처음엔 읽기가 힘들었는데, 뒤로 갈수록 러셀의 말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게되니, 이런 편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러셀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겐 더 좋은 자료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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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용석 의원 집단모욕죄로 최효종 고소 " 

어제 크게 난 기사다. 개그맨이 개그프로그램에서 개그를 통해 풍자를 했다고 고소를 한단다. 국회의원들을 모욕했단다. 

개그를 개그로 보지 못한다. 이는 자신에게 무언가 걸리는 점이 있다는 얘기다. 우리들도 자신이 당당하면 남 얘기를 웃으며 넘기지만, 자신에게 무언가 약점이 있을 땐 굉장히 화를 내지 않던가. 

그렇게 생각하면 강용석 의원이 개그맨 최효종을 키워주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또 하나의 개그를 선사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김지하의 오적이 생각났다. 그게 언젯적 시이던가. 김지하도 이 시로 꽤나 고생을 했는데... 

오적, ,이렇게 시작한다. 

시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럈다.  

그리고 좀 지나면  

으리으리 꽃궁궐에 밤낮으로 풍악이 질펀 떡치는 소리 쿵떡 

예가 바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라 이름하는, 

간뗑이 부어 남산만 하고 목질기기 동탁배꼽 같은 

천하흉폭 오적의 소굴이렸다. 

사람마다 뱃속이 오장육보로 되었으되 

이놈들의 배안에는 큰 황소불알 만한 도둑보가 곁붙어 오장칠보, 

그러다가 

또 한놈이 나온다. 

국회의원 나온다 

곱사같이 굽은 허리, 조조같이 가는 실눈, 

가래끓는 목소리로 응승거리며 나온다  

이렇게 간다. 

하하, 웃으며 넘기기엔 뭔가 이상하다. 

오히려 국회의원들이 최효종에게 우리들을 각성시켜줘서 고맙습니다 하고 감사패를 주어야 하지 않나. 

이 정도 성찰도 하지 못한다면 한 나라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나? 

이런 일이 고소로 간다면 우리나라 문화 수준을 세계에 알리는 일밖에 되지 않을텐데... 

남사스럽다.  

오적, 다시 읽어도 그 오적이 사라지지 않고, 아직도 오적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참 끈질기다.

덧말  

1. 오적에서 쓴 국회의원, 장성, 장차관, 재벌, 고급공무원은 한자어가 우리가 알고 있는 한자어가 아니다. 이 한자어 자체에 이미 비꼼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한자로 옮길 능력이 안된다. 원문을 읽어보면 좋을 듯. 

2. 또 하나 내가 갖고 있는 책은 1985년에 동광출판사에서 나온 오적인데...이걸 찾을 수가 없다. 이미 없어진 책인가? 이 책엔 최루탄가, 오적, 비어, 오행, 앵적가, 아주까리 신풍, 똥바다가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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