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한 호흡 - 천재 안무가가 말하는 성공하는 조직의 첫 번째 습관
트와일라 타프 지음, 한세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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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80년대 유행했던 서정윤의 홀로서기란 시의 첫부분이다. 이 부분이 맘에 걸렸었는데, 나는 늘 둘이 만나서 더 잘 설 수 있다고, 한자의 사람 인(人)은 결국 둘이 만나서 섰을 때 온전한 사람이 된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짐반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시의 첫 구절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홀로 선 둘이란, 이미 뭔가를 이룬 자신의 정체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니면서 남과 협력을 할 때 사람은 더욱 인간적인 모습을 지닌다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남과 만날 때 그 때는 서지 못하고, 오히려 남에게 흡수되어 자신의 정체성을 잃게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이 책을 쓴 사람은 자신의 분야에서 홀로 선 사람이, 이미 홀로 선 다른 사람과 함께 할 때 훨씬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경쟁, 경쟁, 남을 짓밟고 올라설 때 성공했다고 느끼는 사람은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남과 함께 할 때 얼마나 행복하고, 또 성공할 수 있는지를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각 장의 제목들만 읽어도 좋다. 그 제목들을 이어서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도 훌륭한 읽기가 된다. 물론 각 장의 제목만 읽지 않고 내용을 읽으면 더 좋지만 말이다. 

협력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것 말고도 이 책을 읽으면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졌던 예술 분야를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저자가 발레를 한 사람이고, 안무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에게 많이 친숙한 감독부터 가수 그리고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그리고 이들과 어떻게 협력을 했고,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가 잘 나타나 있다.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만물은 서로 돕는다로 번역되기도 했다)"의 예술계 판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예술계에서 어떻게 협력이 더 좋은 성과를 거두었는가만을 말하는 책은 아니다. 예술분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조직생활을 하는 전분야, 그리고 개인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전분야에 해당하는 책이다. 

읽고 생각하고 실천한다면 무한경쟁이라는 이 세계에서 협력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 않은가. 우리나라 속담에도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베르베르의 '협동,상호성, 용서'라는 글에도 협동이 결국은 가장 좋은 성과를 나타낸다는 실험결과도 나와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이 책은 이 시대에 새로운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성과주의에 빠져 협동의 중요성을, 나를 풍요롭고 융성하게 하는 존재가 바로 나와 함께 하는 남이라는 사실을 잊고 지냈기 때문이다. 

'남'이라는 글자를 자세히 보면 '나'라는 글자 밑에 'ㅁ'이 있다. 경쟁을 우선시 한다면 이 'ㅁ'이 나를 끌어내리는 존재로 다가오게 되고, 협력을 우선시 한다면 이 'ㅁ'은 나를 받쳐주는 나를 좀더 돋보이게 하는 존재로 다가오게 된다.  

이렇듯 나와 남이라는 말을 해석함으로써 협력의 중요성을 우리말에서도 찾을 수 있지 않은가. 남을 또다른 나로 볼 때 그 때는 1+1이 2가 아니라, 3도 5도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남을 닫힌 존재로 보지 않고 열린 존재로 볼 때 나를 잃지 않고 더 큰 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잘 알려주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한 구절, '예술이란 환상과 현실의 협력이다. 그리고 현실이란 언제나 문제투성이기 마련이다.' 

예술이란 말을 교육이란 말로, 정치란 말로, 경영이란 말로 바꾸어도 이 말은 유용하다. 환상을 꿈, 희망이라고 한다면 늘 무엇은 꿈과 현실의 협력이지 않겠는가. 더 나은 세상을, 더 나은 나를 추구하는 그러한 모습. 그것은 바로 협력에서 나온다. 여럿이 한 호흡, 그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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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공약 사항이었는데, 공약을 실천하지 않으면 오히려 정치권에서 부끄러워 하고, 책임을 져야 할텐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게다가 학생들이 견딜 수 없다고,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리라고 의사표현을 하는데, 불법이란다. 

세상에 집회 결사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나라에서, 우리나라 집회는 신고제가 아니라, 허가제인지, 원, 함께 모여 의사표현이라도 할 양이면 불법, 불법이라고 하니... 

대학생들이 여러 단체와 연계해서 6.10민주화 투쟁을 벌였던 오늘 대대적인 반값 등록금 투쟁을 하기로 했단다. 

서양에서는, 아니 교육이 제대로 된 나라에서는 학비라는 개념이 없다시피 한데, 돈이 없어서 공부를 하지 못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데, 우리는 전액도 아니고, 반값으로 내리자고 하는데도 하지 않으려 하니... 

학문을 하는 공간이 대학이 아니라, 돈벌이 수단이 대학이 된 지가 오래되었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된 지 꽤 오래되었지만,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고, 부모들도 들고 일어나는데, 최소한 반값등록금은 보편적으로 실시되어야 하지 않나. 

그게 복지국가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이는 우리나라에서 지녀야 할 태도 아닐까. 

언제까지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부모들이 빚더미를 떠안는 악순환을 벗어날 것인가.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전액 학비 무료를 위해 모여야 하지 않나. 

그 정도는 되어야 대학생이 대학생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가끔 허황된 꿈을 꾼다.  

만약에 전국에 있는 모든 대학생이 이런 대학, 나는 다닐 수 없다고 거부하고 모두 대학에서 나온다면... 하는...  

그리고 나는 꼴찌도 대학 가는 세상이 아니라, 일등도 대학 가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김예슬의 대자보, 아니 책이 생각나는 날이다. 

김예슬 선언-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느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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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위한 디자인 - 개정판
빅터 파파넥 지음, 현용순 외 옮김 / 미진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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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하면 그냥 포장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포장 하면 상품의 실용성과는 상관없이 보기 좋게만 만든다는 의미가 떠오르고, 결국 디자인이란 말은 긍정적이 면보다는 상품성을 내세운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떠올리기 쉬운 말이다. 

하지만, 이런 편견을 벗어나게 해주는 책이 있다. 바로 파파넥의 인간을 위한 디자인. 원래 제목인 영어를 보면 진실한 세계를 위한 디자인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진짜 세상, 진실한 세상이란 바로 인간을 위한 세상이라고 보면 이 번역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라? 처음에는 인간을 위해 어떤 디자인을 하지? 그런 디자인이 가능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는 디자인이란 말을 좁은 의미로만 해석하고 있는 편협한 생각 때문이다. 

디자인을 세상을 디자인 한다고 보면, 세상을 어떻게 디자인 하느냐에 따라 우리 인간의 삶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대량생산의 신화, 폐물화에 대한 신화, 대중들의 욕구라는 신화, 디자이너의 통제능력 부족 신화, 더 이상 품질은 중요하지 않다는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파파넥의 주장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이러한 신화에서 우리가 벗어나서 제3세계를 위한 디자인, 지적 장애인, 장애인, 불구자를 위한 교육과 훈련 장비의 디자인, 의료, 수술, 치과, 병원 장비를 위한 디자인, 실험 연구를 위한 디자인, 한계 상황 하의 인간 삶을 지속하기 위한 시스템 디자인, 획기적인 발상의 디자인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그가 관심을 지니고 있는 분야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이 물신주의 시대에 물질적 궁핍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가난한 나라, 라디오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깡통라디오를 보더라도 그의 디자인 원칙을 알 수 있다. 여기에 그는 시혜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고, 디자이너의 개입은 절제되어야 하고 최소화되어야 하며 민감하여야 한다고 하여, 최종적인 디자인은 그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이 그 사회-문화에 맞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한다. 

결국, 누군가에게 베푼다는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고, 함께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그가 디자인이라는 특별한 분야에 국한시켜서는 안되고, 통합의 관점에서 디자인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데서 더 잘 나타난다.   

여러 학문을 통합적으로 배운 사람이라야 사회를 위한, 인간을 위한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2000년대에 접어든 지금에도 유효하다고 본다. 

파편화된 전공을 한 학생보다는  이것 저것 통합적인 전공 공부를 한 학생이 더 가능성이 있다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팀을 이뤄 일을 할 때, 더 잘 된다는 그의 주장은 우리나라 대학이 갈수록 파편화되고, 자신의 전문분야만을 추구하고 있는 현실에서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지만, 굳이 이 책을 디자인에 관한 책이라고만 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이 시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가 어떤 삶을 살아야 인간을 위한(여기서 인간을 위한이란 말은 다른 존재를 지배하고 인간만을 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간 이외의 존재와도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 진정 인간을 위한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삶을 살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다. 

그렇다. 눈을 한 곳으로만 향하지 말고, 주위 여러 곳으로 향하면, 그 동안 보이지 않았던 존재들이 나에게 다가온다. 이렇게 나에게 다가오는 존재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내 삶은 더더욱 풍성해 질 수 있다.  

단지 디자인이 아니라, 삶 전반에 걸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멋진 디자이너, 파파넥, 이런 사람이 많아지길, 그리고 이런 이론에 동감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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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디자인의 교감 : 비터 파파넥
조영식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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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파파넥.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누구지? 역시 녹색평론은 내게 지금껏 알지 못했던 사실, 또는 사람, 생각 등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당장 궁금하다. 디자이너라는데, 어떤 디자인을 했는지, 그는 무엇을 추구하는지, 녹색평론에 실린 짧은 글로는 다 알 수가 없다. 검색을 해 본다. 그의 저서가 죽 뜬다. 처음부터 그가 쓴 책을 읽기에는 왠지 망설여진다. 그렇담, 그에 대한 간략한 소개 책자를 먼저 보자는 생각이 든다. 어떤 책이 좋을까? 제목이 맘에 든다. 인간과 디자인의 교감이라.. 괜찮을 듯 싶다. 그래서 책을 집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 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생각 1. 1960-70년대 새마을 운동. 세상에 새마을이란 이름으로 전통 가옥을 모두 부수고, 슬레이트 지붕으로, 그것도 초록, 빨강 등의 색칠을 해서 마을을 한 눈에 띄게 만들었다. 한 눈에 띈다기보다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자연에서 이질적인 모습으로 떨어져 나온 건축물이 되고 만다. 이게 산업화를 이룬 마을 디자인이었다. 

생각2. 피맛골이 사라졌다. 종로의 양반들, 왕들의 행차가 있을 때마다 땅에 엎드려야 했던 백성들이 자신들의 생업을,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말을 피해다니는 길을 만들고, 그곳에 자신들의 삶터를 만들었던 곳.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그 곳이, 서울에 아직도 이런 곳이 남아 있구나는 감탄을 자아내던 그곳이 없어졌다. 개발을 한다는 도시 디자인이었다. 

생각3. 북촌 한옥마을을 재개발한다고 했었다. 서울에 이렇게 멋있는 한옥들이 남아있는데, 이를 또 개발한다고? 아직도 우리는 먼 과거의 개발 망령에 시달리고 있단 말인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러 관광객들이 오지 않는가. 그런데 개발이라니, 북촌에 살고 있는 한 외국인이 개발 반대 운동을 했다. 한국에서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발해야지 개발해야지 하는데, 외국인이,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왜 개발하냐며 반대운동을 한다. 결국 북촌은 지금 그대로 남아있게 되었다. 

생각4. 개발 열풍으로 콘크리트 밑으로 감춰졌던 청계천이 복원되었다. 아니 재개발되었다. 본래의 청계천을 드러내지 않고, 그 위에 인공 하천을 만들었다. 물도 자연적인 물이 아니라, 전기로 끌어다 쓰는 물이다. 엄청난 물 소비와 전기 소비를 하는 인공하천이 만들어졌고, 이를 청계천의 성공적인 복원이라고 자랑한다. 또 하나의 인공하천을, 정말로 도시다운, 전통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하천을 만들어 놓고 자랑스러워 한다. 콘크리트 하천, 멋진 디자인이다! 

생각5. 어느 유명 호텔에서 한복을 입은 사람은 들어올 수 없다고 했다. 신문, 텔레비전에 오르내리고, 국회에서도 이 일이 문제가 되었다. 우리나라 전통 복장인 한복이 우리나라 호텔에서 출입금지 복장이 되다니, 이건 전통문화가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 모습을 떠나, 전통을 부정하는, 우리 전통 복장은 시대에 뒤떨어진 복장이라고 전세계에 공표를 하는 행위다. 전통을 살리되, 현대 감각에 맞게 개선한다는 그런 취지의 디자인이 되어야 하는데, 한글 옷부터, 개량 한복까지 이런 취지의 복장이 많이 나오고 있는 지금, 도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결국 그 호텔은 사과를 했다. 잘못했다고, 잘못 전해진 것 같다고..

조영식이 쓴 파파넥에 관한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그는 전통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을 하려고 했고, 가난하고 소외받는 계층을 위한 디자인을 하려고 했다. 또한 그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생태디자인을 하려고도 했다. 이 책은 이런 그와 하는 가상인터뷰 형식으로 쓰여졌다.  

이 가상 인터뷰 중에 한국의 디자인에 대한 질문이 있고, 파파넥의 대답이 있었다. 물론 조영식의 생각이겠지만, 그리고 파파넥이 한국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아서였겠지만, 일본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의 디자인은 잘 모른다고 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아마도 파파넥이 앞에 든 생각 다섯 가지를 직접 목격했다면 어떻게 이야기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디자인에는 정신이 들어있어야 한다고 하는데,이 정신은 전통, 생태, 사회-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따라서 디자이너는 디자인에 관한 기술만을 배우지 말고, 인류학, 심리학, 사회학 등 여러 학문을 함께 배워야만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는 우리나라의 이 다섯 가지 일을 디자인의 해악 중의 해악으로 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지금 우리나라는 전통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을 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는 파파넥의 말대로 정신이 들어있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말이고, 그래야만 제대로 된 디자인을 하고, 디자이너로서의 책임도 다할 수 있다는 그의 말을 실천하는 디자이너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그림을 통해, 그가 디자인한 작품들을, 좋다고 여겨지는 작품들과 반생태적인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이 책은, 파파넥의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저자 조영식이 자신의 생각으로 재해석해서 가상 인터뷰로 풀어가고 있어 읽기에도 편하고, 부분 부분 생각할 거리도 많아서 좋다.  

작고 읽기 편하지만, 작은만큼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으며, 더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읽는 동안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고나 할까? 코퍼스웨이트의 "핸드메이드 라이프"란 책을 읽었을 때 느꼈던 즐거움과 같은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이제석이란 우리나라 광고인도 생각이 나고, 그가 상업광고에서 공익광고로 옮겨가고 있는데, 어쩌면 이 파파넥의 디자인에 대한 생각과 비슷한 관점에서 그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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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잡는 자가 대권을 잡는다 - 대한민국의 학교를 단번에 바꿀 교육 정책 제안
이기정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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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교육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교육에 관한 책으로 분류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사회-정치 분야의 책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화두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제목이 교육을 잡는 자가 대권을 잡는다이겠는가. 

우리나라는 모두가 교육전문가라고 자처하고 있다. 이는 새삼스런 얘기도 아니다. 그리고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여 백년을 내다보고 계획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분야라고 말하고도 있다. 모두들 이렇게 말하고는 있는데, 정말로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왜 아직도 우리들은 모두 교육에 대해서 만족하고 있지 못하는지, 이는 교육 분야를 사회의 다른 분야, 특히 정치 분야와 연계하는 작업이 없었다는 데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 책이 하게 했다.

대선에서 각 후보들이 교육공약을 내거는데, 그 교육공약이 경제, 정치 분야의 공약에 가려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 않았던가. 교육공약이라고 해야 다른 공약을 뒷받침하는 비중밖에는 차지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리고 또 교육공약들은 그 소리가 그 소리라고, 우리들은 이미 체념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렇게 중요하다 중요하다 말은 하면서도 정작 대선 후보들에게, 또 총선 후보들에게 우리는 이에 합당한 공약을 제시하게 하고, 그 공약을 과연 실현하고 있는지를 감시하려고는 하지 않고 있지 않았던가.  

교육공약이 전면에 나섰다고 할 수 있는 선거가 바로 직전 선거였던 지방자치와 교육감 선거 때 무상급식 문제 아니었던가. 이 책의 저자에 의하면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교육적 의미가 적은 무상급식이 전면에 나섰던 지난 선거에서야 비로소 교육문제가 선거에서 가장 핵심으로 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라고, 공약을 실현하라고 시위를 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 이것이 과연 대학생들만이 나서야 할 문제일까. 오히려 우리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할 문제 아니던가. 무상급식이 초중등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듯이, 반값 등록금도 대학생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모두의 문제이지 않은가. 그러나 반값 등록금 보다 더 중요한 문제도 있지 않은가.  

학생들의 자살이 늘어가고, 학업에 대한 흥미가 없으며, 온갖 스트레스를 받고,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 과연 미래에 어떤 부담으로 다가올까 생각하면, 지금 우리는 반값 등록금과 더불어 다른 교육 문제들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검토를 하고, 필요하면 시위도 해야 한다. 

그런데 시위를 하기 전에 내년으로 다가온 총선, 대선을 생각하면 시위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듯이 이들이 교육 분야의 문제해결방법을 공약으로 내걸게 압박을 하는 방법이다. 

가장 바람직한 교육공약을 내건 후보에게 표를 주어 그가 당선되게 하고, 그가 공약을 실천하도록 지켜보는 태도, 민주주의 사회라는, 형식적 민주주의는 아직 지켜지고 있는 이 나라에서 선거를 통해 우리의 표를 죽은 표가 아닌 살아있는 표로 만드는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공약이 바람직할까? 이 책의 저자는 우선 핵심 과제로 6가지를 들고 있다. 여섯 가지는 중,고등학교의 무학년 학점제-수준별 맞춤형 수업,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로의 감축-그것도 점진적이 아닌 즉각적인 감축, 이 감축과 더불어 현재의 교실을 두 개로 나눠 교실을 확보할 것, 교육과 사무행정의 분리-교육 중심의 학교제도(학교 사무행정 업무 직원 신규 채용과 교원 성과급의 빅딜 제안), 교장자격증제 폐지-교장 공모제를 통한 교장 선출, 특목고, 자사고 폐지와 고교 평준화 확대, 교과서 자유 발행제도 및 교과서 자유선택제도이다. 

이 항목 하나하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첫째와 둘째 제안인 무학년 학점제와 학급당 20명 이하로의 감축만 이루어져도 학교 수업은 상당한 내실을 기할 수 있고, 사무행정업무를 이관해도 역시 교육적 효과를 상당히 얻을 수 있으며, 교장 제도의 개선으로 학교 문화를 개선할 수 있다. 그리고 교과서 문제를 해결하면 교사의 자율성과 수업의 내실, 그리고 평가의 다양성, 학생들의 창의성 회복 등이 이루어질 수 있다. 

물론 이 제안들은 조금 더 구체적인 실천 정책들을 통해 공표되어야 하지만, 이들이 이루어지는 것이 허황된 일이 아닌, 현실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 책의 저자는 조목조목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 핵심 여섯 가지 외에 다섯 가지를 첨부하고 있는데, 학교도서관 활성화, 수학능력시험 겉멋 제거-문제 유형의 단순화, 청소직원에 의해 유지되는 깨끗한 학교, 교대-사대와 학교의 연계성 강화, 교장의 수업 참여-교장이 수업을 하면 학교가 변한다가 그것이다. 

이들이 지니는 의미는 한 번 천천히 곱씹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2부에 있는 교육에 관한 논쟁거리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저마다 머리 속에 있는 교육에 관한 생각들을 이렇게 글이든, 말이든, 행동이든, 무엇으로든 드러내어, 정치권에서 이를 수합하여 공약으로 내걸게 하고, 표로 심판을 받게 하는 모습을 우리가 가지게 된다면 교육은 지금까지의 제 자리 걸음에서 나아가, 분명 좋은 쪽으로 진보하게 될 것이다.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이 책은 교육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또 교육 분야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 찻잔 속의 태풍처럼 우리끼리 얘기하고, 우리끼리 울분을 토하지 말고, 형식적 민주주의든, 실질적 민주주의든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이용하여 우리들의 바람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많이 읽고, 많이 이야기하면 교육은 그만큼 좋아지겠단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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