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5년 4월 3일) 자동차 사고를 제법 크게 당했다. 맞은편에서 오던 차가 중앙선을 넘어 내 차를 들이받아버린 것이다. 중앙선을 넘는 것이 보여 경적을 울리고 급하게 피해보려 했지만, 사고를 피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속도가 시속 40~50키로미터 정도로 빠르지 않았고, 자동차 앞 부분을 피하면서 뒷 부분이 받쳤다는 것. 그럼에도 차 뒷바퀴 쪽 축이 완전히 나가버려 거의 반파수준이다. 상대차량은 에어백이 터지면서 운전자분이 꽤 많이 놀란듯하다. 다행히 응급차를 타고 병원에 갔는데 타박상이라고 한다. 나 또한 조금 놀란 마음에 어디 아픈 곳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왜 중앙선을 넘어왔는지 물어보니, 휴대폰이 울려 전화를 받기 위해 차 안에 놓여 있던 휴대폰을 주우려다 상체를 숙이는 통에 핸들이 꺾여버렸다고 한다. 몸을 일으켰을 때는 이미 '쾅' 부딪첬다고 한다. 그랬으니 브레이크를 밟을 새도 없었던 것이다. (제발 운전 중엔 휴대폰을 만지지 맙시다!)


이 전 과정에서 중앙선을 넘어오는 차량을 최대한 피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것과 함께, 어떻게 정확히 이 시간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차를 탄 지 5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는데, 차를 조금 일찍 탔거나, 조금 늦게 탔더라면, 또는 차를 운전했던 5분 사이 속도가 조금 빨랐거나 반대로 늦었다면 등등 갖은 생각이 떠올랐다. 흔히들 이런 경우 어떤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사고는 말 그대로 그냥 사고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우연일 뿐이지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운명이라 함은 필연적이라는 것을 의미할 텐데, 이런 사고가 필연적일 수는 없다. 하필 그 때 전화가 울렸고, 전화를 받으려 했고, 운전대의 중심을 잡지 못했고... 상대방에게 닥친 이 모든 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사고를 당하고 렉카차를 타고 공업사에 들르고, 차를 렌트하고 등등. 이후 일처리를 진행하면서 마음이 조금씩 진정이 되어가자 문득 이 문구가 떠올랐다. 신학자인 라인홀트 니버가 쓴 것으로 알려진 <평온을 비는 기도>다. 


주여, 우리에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가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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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시리즈 <소년의 시간>. 넷플릭스 25년 3월 13일 개봉. 영국. 4부작. 범죄, 스릴러. 각 회 마다 원 테이크로 진행된다. 우리는 왜 혐오와 분노에 쉽게 빠지는가. 만약 이 학교에 학생으로 돌아가든지, 아니면 선생을 맡는다고 상상하면 두려움이 먼저 든다. ★★★★☆ 9점/10점


2. 13세 소년 제이미 밀러의 집에 경찰이 들이닥친다. 놀랍게도 동급생 소녀인 케이티 살해 혐의다. 제이미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범행장면이 담긴 CCTV가 있다. 제이미는 진짜 범인이며, 만약 그렇다면 왜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3. 이 시리즈는 4회인데 각 회 마다 원 테이크로 촬영과 편집이 이루어져 있다. 1회는 경찰서, 2회는 학교, 3회는 보호관찰소, 4회는 제이미의 집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1, 2회의 경우엔 공공건물의 특성상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데, 이것을 원 테이크로 담고 있는 것에 놀랍다. 연기나 기술적 측면에서의 놀라움과 함께 원 테이크로 표현된 여러 인물들의 감정에 쉽게 몰입되는 장점도 있다. 굳이 어렵게 원 테이크로 가야만 할까? 하는 의구심도 살짝 들었지만, 컷의 구분없이 진행되는 이야기에 현장감이 살아나고, 감정 몰입도 커진다.


4. <소년의 시간>에서는 사건과 인물의 묘사 이외에도 장소에 대한 설명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피의자에 대한 권리보호에 매뉴얼 등으로 정립하는 등 꽤 신경을 쓰는 경찰서의 풍경, 선생님의 목소리가 수시로 드세지는 모습과 예의를 찾아볼 수 없는 제멋대로인 학생들로 가득찬 학교, 자신의 일을 마냥 하고 있지만 만족하고 있는 직원은 없을 것 같은 보호소 모습, 이웃의 따가운 또는 조롱이나 비난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마을의 풍경을 볼 수 있다. 특히 2회 학교를 배경으로 한 전개는 과연 이 학교에 학생으로 또는 선생으로 다닐 수 있을까 싶은 두려운 마음이 일 정도다. 공포물의 주요 소재로 쓰이는 학교라지만, 정말 학교는 언제 이렇게까지 끔찍한 곳으로 변했을까.    


5. <소년의 시간> 시리즈의 핵심 단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인셀'이다. 전혀 들어보지 못한 단어라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시리즈를 보면서 인셀이 갖는 의미를 알게 되고, 이것이 SNS와 연결되면서 어떤 부작용을 불러오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인셀이란 비자발적 독신주의를 일컫는 말로 1990년대 말 캐나다의 한 여학생이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처음엔 이성에게 매력적이지 못해 생겨나는 좌절감이나 고립감을 서로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했으나, 점차 극단적인 여성 혐오나 폭력적 성향을 띠게 되었다. 인셀은 SNS를 통해 점점 더 과격해졌으며, 결국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여러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다. 


6. SNS의 '좋아요'는 마법의 클릭이다. SNS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사람들의 본능에 가까운 인정욕구를 자극하기에, 이 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때의 낭패감 또한 이루말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바라본 <소년의 시간>이 갖는 시사점은 바로 인정욕구라고 생각한다. 인셀이라는 것도 결국 이성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자괴감의 발로요, 사이버 불링과 같은 온라인 상의 왕따와 같은 폭력 또한 인정받지 못한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고픈 집단성의 폐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SNS로 인해 이런 경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더군다나 경쟁을 거름 삼아 성장하는 자본주의 세례 속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패배와 낙오로 직결된다. <소년의 시간> 속 제이미는 자본과 경쟁, 무리짓기와 SNS라는 조건이 건재한 현실 속에서 과연 상상 속의 인물로만 남겨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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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넷플릭스 시리즈. 16부작. 드라마. (판타지). 아이유, 박보검, 문소리, 박해준 주연.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으로 그려냄. 매 회마다 눈물을 자아낸다. 오열이 아니라 어느새 주루룩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다. 이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에게 '사랑해'라고 말해주고 싶다.  ★★★★☆ 9점/10점


2. 1950년대 제주도에서 태어난 새침데기 문학소녀 오애순과 무쇠 일편단심 양관식의 사랑을 중심으로 이후 1960~70년대 태어난 자식 세대까지를 아우르고, 1950년대 이전과 2000년대 이후까지 총 4세대가 그려지는 일대기다. 돈이 없어 진학을 포기해야 했던 새마을 운동 시대와 망할 것 같지 않던 대기업마저 분해되었던 IMF시대, 배달 음식이 꽃을 피웠던 2002 월드컵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대박을 낳았던 인터넷 시대가 개인의 인생사와 연결되어 희노애락이 펼쳐진다.      



3.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절대 악인이 없다.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 판타지다. 물리쳐야 할 대상도, 앙갚음을 치를 존재도 등장하지 않는다. 허세 가득 차 남에게 상처를 주는 부상길 마저도 마냥 미워할 수 없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착하게 살면 복 받는다'는 말이 위로나 속임수가 아니라, 현실로 이루어진다. 역시 판타지다. 그럼에도 이 판타지를 통해 위로를 받는 것은 판타지가 판타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우리의 현실이 되었으면 하는 갈망 때문일 것이다.     


4. <폭싹 속았수다>는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이끌었던 우리 부모 세대의 노고에 대한 감사함을 담은 모양새다. 소위 2세대가 모여 사는 핵가족을 넘어 1인 가족이 늘어난 지금,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고, 안부 전화라도 자주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더해서 반대로 자식들을 향해 한 번 더 포옹해주고, 사랑한다는 말을 더 자주 해야겠다는 마음도 갖게 한다. 이뿐 아니라 가족을 넘어 이웃과 사회에 대해서도 다정하게 대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울 수도 있겠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행복이라면, 다정이야말로 그 밑거름이지 않을까 싶다. 


5. 애순이에게 힘이 되어 준 이는 이모라고 부르는 해녀 3인방이다. 우리 조상들이 힘든 농사일을 할 때 두레나 품앗이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듯 해녀들에게도 서로가 서로를 돕는 끈끈함이 있다. 애순이 엄마가 일찍 죽고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어버린 애순이를 이모들은 자신의 딸인 양 '물심양면' 도와준다. 그들의 관계는 평생을 간다. 흔히 우리가 연대라고 부르는 삶의 버팀목이다. 아이유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다른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도 해녀와 꼭 닮은 동네친구들이 등장한다. 함께 하면 힘이 되는 사람들. <폭싹 속았수다>도 이런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6. 험한 말이 오가고, 상대를 무너뜨려야만 세상이 살만할 것이라 여겨지는 요즈음. <폭싹 속았수다>라는 판타지의 위로가 더불어 살아갈 힘을 주기를 희망해 본다. 판타지에서 깨어나 현실을 보고 있자면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지를 실감하게 된다. 그럼에도 서로가 죽이고 죽여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비록 생각은 다르더라도 다정함으로 대할 수는 있지 않을까 공상(판타지)의 나래를 펼쳐 본다. <폭싹 속았수다>가 가난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실함을 도구로 사용한 세대를 이야기하고 있다면, 이제 우리는 혐오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정함 같은) 새로운 무기를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애순과 관식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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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3월 30일 맑음 영하 5도~8도


꾳샘추위가 강하다. 어제는 점심 무렵부터 1시간 가량 눈이 내리더니 오늘은 아침에 개 물그릇의 물이 꽁꽁 얼어붙었다. 불과 1주일 전 주말만 해도 20도를 넘어서는 날씨에 잠깐만 일을 해도 땀이 났는데 말이다. 어제 오늘은 추워서 가벼운 옷차림으론 견딜 수 없어 조끼를 하나 더 껴 입고 일을 할 정도다. 


지난 주 날이 풀리기 전까지도 영하권 날씨가 이어지는 통에 블루베리 가지치는 작업이 늦어졌다. 평년보다 1~2주 늦는 게 아닌가 싶다. 올해는 열매를 절반 이상 새에게 줄 바엔 차라리 굵고 적게 수확해 볼 생각으로 가지를 강하게 전지해 주었다. 정말 과감하다 생각할 정도다. 올해 6월쯤 어떤 모습으로 결과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가지치기를 서둘러 끝내고, 유기질 비료와 유박을 뿌렸다. 초창기엔 유기질 비료인 흙살림균배양체만 주었지만, 지난해 부터는 유박도 함께 뿌려주고 있다. 아무래도 블루베리가 제법 자라 있는데, 균배양체 만으로는 양분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다만 최근 비가 오지 않아 땅이 메말라 있어 걱정이다. 전국적으로도 메마른 날씨이기에 비가 한 번 흠뻑 와 주었으면 좋겠다. 영남 지역의 산불도 잔불 걱정이 없도록. 수요일 잠깐 비 예보가 있는 듯하지만 양이 작아 실제 얼마나 올련지 모르겠다. 인위적인 물 주기 없이도 나무와 작물들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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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삽목 가지가 미동조차 없는 듯 보였지만, 20여 일 동안 숨을 들이키고 있었나 보다. 삽목 4주차에 접어들자 하나 둘 새 혓바닥만한 잎순이 연녹색을 품고 살뽀시 얼굴을 내민다. 



굵은 가지는 아직 기미가 없고, 주로 얇은 가지에서 순을 내밀고 있다. 가지 맨 끝부분에 속하는 것들이다. 생명력이 가장 꿈틀대고 있던 곳인가 보다. 굵은 가지에도 소식이 올련지 모르겠으나, 만약 소식이 온다면 더디더라도 훨씬 강인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하루하루 잎순을 내미는 가지 수는 늘어나고, 먼저 내민 잎순은 조금씩 부풀어 오른 모습이다. 꽃샘 추위에 아침에 물이 얼고 있어 밖에 내놓기는 힘들겠다. 조금 더 실내에서 키우다 잎이 쑥 고개를 더 내밀고, 뿌리가 안정될 때쯤엔 밖으로 내놓야겠지. 여리디 여린 잎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행복감에 젖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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