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삽목 5주차에 접어드니 눈에서 싹이 움터 자란 잎들이 조금씩 자라는 게 보인다. 아직 굵은 가지로 삽목한 것들은 잎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4개의 박스 중에 1개 박스만 피트모스 100%로 채운 것인데, 이쪽에 있는 삽목 가지들이 싹도 많이 나고 자라는 것도 빨라 보인다. 박스 간 위치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아서, 아무래도 흙의 성분 차이가 이런 차이를 발생시킨 것이 아닌가 싶다. 또 다른 차이라면 이 박스가 깊이가 깊어 피트모스가 더 두껍게 쌓여 있다는 점이다. 내년엔 일단 모든 박스를 100% 피트모스로 흙을 채우고, 깊이를 서로 달리해서 시험해 보면 좋을 듯 싶다. 


아무튼 잎이 나서 자라는 것들이 뿌리를 잘 내려줬기를 바란다. 지금 섣불리 뽑아서 보기엔 실뿌리가 너무 약할 것 같아, 조금 더 두고 나서 뿌리를 확인해 볼 심산이다. 다음주에는 굵은 삽목 가지에서도 잎이 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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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의 스마트 도어락이 저 혼자 삑삑거리기를 1년이 넘은 것 같다. 중문을 닫고 TV를 보고 있자면 삑삑 소리가 들리지 않아 그냥저냥 놔두었다. 그러던 것이 이젠 숫자 터치를 먹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순간 당혹스러웠지만 카드키가 있어서 문을 열고 닫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언제 이 카드키마저 작동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교체를 결정했다. 직접 도어락을 교체하기로 마음 먹고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주문 시 설치까지 해 주는 옵션도 있는데 설치비가 최저 3~4만원은 하는 듯했다. 단독주택에 살면서 수리, 교체를 맡기기 시작하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집이 아니라 관리비를 내고 위탁하는 아파트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직접 설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일단 기존의 도어락을 해체하고, 새것으로 갈아 끼웠다. 부품이 그렇게 많지 않아 어려운 작업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직접 교체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그림 설명서나 동영상 안내가 없어서 아쉬웠다. 해체했던 기억을 떠올려 반대 순으로 하나 하나 결합을 해 가면서 도어락을 달았다. 



그런데 두 개의 잠금장치가 꼼짝을 않는다. 위에 것은 수동으로 작동시켜 보려 단추를 누르지만 '윙' 소리만 나고 움직이지를 않는다. 아래 것은 손잡이가 움직이지조차 않는다. 구멍을 잘 맞추어서 나사를 풀었다 다시 조립해 보지만, 위 잠금장치만 움직이던가, 아래 잠금장치만 작동하던가 할 뿐이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야? 이리 허술하게 만들진 않았을텐데 생각하면서도 점점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풀었다 잠그기를 몇 번 하다 문득 틀의 앞 뒷면을 바꿔 보기로 생각했다. 맞았다. 앞 뒷면이 바뀌어서 작동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참, 어떻게 앞 뒷면을 바꾸었다고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그것도 신기했다. 구멍의 위치나 크기는 똑같은데 왜 앞 뒤를 바꾼 것 만으로 열리고 닫히는 게 달라질까. 아무래도 구멍 밖의 좌우가 완전히 대칭되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그래서 아주 조금의 차이로 걸쇠가 틀에 걸렸던 모양이다. 



이제 잠금쇠가 잘 움직이니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생각했다. 모든 부품들을 다 조립하고 비밀번호와 카드키를 등록하고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왠걸? 문이 잠긴 후에 밖에서 여는데 그냥 열리는 것이다. 이게 뭐야? 왜 안 잠기는 거지? 어라? 이번엔 안에서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꼼짝을 않는다. 이런! 안과 밖이 바뀐 것이다. 도대체 이번엔 뭐가 잘못된 거지? 


곰곰히 생각해보지만 해결책이 떠오르질 않는다.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으니 다시 분해를 하고 조립을 해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안과 밖이 바뀌었다. 잘못된 제품인가 싶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보지만 휴일이라 통화를 할 수가 없다. 천천히 다시 분해해서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며 조립을 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미더운 부분이 보였다. 손잡이 뭉치에 IN과 OUT이 써 있는데, 아무리 해도 인을 안쪽으로 아웃을 바깥쪽으로 향하도록 조립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립이 가능하도록 인과 아웃을 바꾼 채로 조립했던 것이 영향을 미친 듯했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고민고민 하다 도어락 뭉치 전체를 거꾸로 하면 어떨까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손잡이와 숫자 위치가 위아래 뒤바뀌고, 문의 타공이 보이게 된다. 설마 이렇게 조립하도록 만들었을까? 


문제는 알 것 같은데 해결책은 보이지 않아 답답했다. 그렇게 다시 분해와 조립만 두어 번 더 했다. 그러다 문득 손잡이 뭉치를 왜 꼭 안에서 집어 넣어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잡이 뭉치를 밖에서 안으로 집어 넣으면 인과 아웃도 제대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맞았다. 그게 정답이었다. 손잡이 뭉치를 밖에서 집어넣어 인과 아웃을 제대로 위치에 놓으니 도어락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30분 이면 끝날 작업을 무려 3시간이나 걸렸다. 


사고의 경직성. 한 번 떠올린 생각에 사로잡혀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 벌어진 고생이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한 생각에 사로잡힌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이긴 하지만, 정말 '한' 생각에 사로잡혀 고통을 당한 느낌이다.

도어락을 교체하면서 경직된 사고가 얼마나 고생스러운지를 체감했다. 언제든 열려있는 <사고의 유연성>을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가장 근거가 되는 전제조차도 의심해보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 논리의 도약으로 한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는 불교의 '중도'에 대해서도 고찰해본다. 제법무아, 제행무상. 틀에 갇히지 않는 삶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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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5년 4월 3일) 자동차 사고를 제법 크게 당했다. 맞은편에서 오던 차가 중앙선을 넘어 내 차를 들이받아버린 것이다. 중앙선을 넘는 것이 보여 경적을 울리고 급하게 피해보려 했지만, 사고를 피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속도가 시속 40~50키로미터 정도로 빠르지 않았고, 자동차 앞 부분을 피하면서 뒷 부분이 받쳤다는 것. 그럼에도 차 뒷바퀴 쪽 축이 완전히 나가버려 거의 반파수준이다. 상대차량은 에어백이 터지면서 운전자분이 꽤 많이 놀란듯하다. 다행히 응급차를 타고 병원에 갔는데 타박상이라고 한다. 나 또한 조금 놀란 마음에 어디 아픈 곳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왜 중앙선을 넘어왔는지 물어보니, 휴대폰이 울려 전화를 받기 위해 차 안에 놓여 있던 휴대폰을 주우려다 상체를 숙이는 통에 핸들이 꺾여버렸다고 한다. 몸을 일으켰을 때는 이미 '쾅' 부딪첬다고 한다. 그랬으니 브레이크를 밟을 새도 없었던 것이다. (제발 운전 중엔 휴대폰을 만지지 맙시다!)


이 전 과정에서 중앙선을 넘어오는 차량을 최대한 피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것과 함께, 어떻게 정확히 이 시간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차를 탄 지 5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는데, 차를 조금 일찍 탔거나, 조금 늦게 탔더라면, 또는 차를 운전했던 5분 사이 속도가 조금 빨랐거나 반대로 늦었다면 등등 갖은 생각이 떠올랐다. 흔히들 이런 경우 어떤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사고는 말 그대로 그냥 사고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우연일 뿐이지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운명이라 함은 필연적이라는 것을 의미할 텐데, 이런 사고가 필연적일 수는 없다. 하필 그 때 전화가 울렸고, 전화를 받으려 했고, 운전대의 중심을 잡지 못했고... 상대방에게 닥친 이 모든 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사고를 당하고 렉카차를 타고 공업사에 들르고, 차를 렌트하고 등등. 이후 일처리를 진행하면서 마음이 조금씩 진정이 되어가자 문득 이 문구가 떠올랐다. 신학자인 라인홀트 니버가 쓴 것으로 알려진 <평온을 비는 기도>다. 


주여, 우리에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가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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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넷플릭스 시리즈. 16부작. 드라마. (판타지). 아이유, 박보검, 문소리, 박해준 주연.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으로 그려냄. 매 회마다 눈물을 자아낸다. 오열이 아니라 어느새 주루룩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다. 이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에게 '사랑해'라고 말해주고 싶다.  ★★★★☆ 9점/10점


2. 1950년대 제주도에서 태어난 새침데기 문학소녀 오애순과 무쇠 일편단심 양관식의 사랑을 중심으로 이후 1960~70년대 태어난 자식 세대까지를 아우르고, 1950년대 이전과 2000년대 이후까지 총 4세대가 그려지는 일대기다. 돈이 없어 진학을 포기해야 했던 새마을 운동 시대와 망할 것 같지 않던 대기업마저 분해되었던 IMF시대, 배달 음식이 꽃을 피웠던 2002 월드컵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대박을 낳았던 인터넷 시대가 개인의 인생사와 연결되어 희노애락이 펼쳐진다.      



3.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절대 악인이 없다.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 판타지다. 물리쳐야 할 대상도, 앙갚음을 치를 존재도 등장하지 않는다. 허세 가득 차 남에게 상처를 주는 부상길 마저도 마냥 미워할 수 없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착하게 살면 복 받는다'는 말이 위로나 속임수가 아니라, 현실로 이루어진다. 역시 판타지다. 그럼에도 이 판타지를 통해 위로를 받는 것은 판타지가 판타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우리의 현실이 되었으면 하는 갈망 때문일 것이다.     


4. <폭싹 속았수다>는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이끌었던 우리 부모 세대의 노고에 대한 감사함을 담은 모양새다. 소위 2세대가 모여 사는 핵가족을 넘어 1인 가족이 늘어난 지금,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고, 안부 전화라도 자주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더해서 반대로 자식들을 향해 한 번 더 포옹해주고, 사랑한다는 말을 더 자주 해야겠다는 마음도 갖게 한다. 이뿐 아니라 가족을 넘어 이웃과 사회에 대해서도 다정하게 대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울 수도 있겠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행복이라면, 다정이야말로 그 밑거름이지 않을까 싶다. 


5. 애순이에게 힘이 되어 준 이는 이모라고 부르는 해녀 3인방이다. 우리 조상들이 힘든 농사일을 할 때 두레나 품앗이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듯 해녀들에게도 서로가 서로를 돕는 끈끈함이 있다. 애순이 엄마가 일찍 죽고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어버린 애순이를 이모들은 자신의 딸인 양 '물심양면' 도와준다. 그들의 관계는 평생을 간다. 흔히 우리가 연대라고 부르는 삶의 버팀목이다. 아이유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다른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도 해녀와 꼭 닮은 동네친구들이 등장한다. 함께 하면 힘이 되는 사람들. <폭싹 속았수다>도 이런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6. 험한 말이 오가고, 상대를 무너뜨려야만 세상이 살만할 것이라 여겨지는 요즈음. <폭싹 속았수다>라는 판타지의 위로가 더불어 살아갈 힘을 주기를 희망해 본다. 판타지에서 깨어나 현실을 보고 있자면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지를 실감하게 된다. 그럼에도 서로가 죽이고 죽여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비록 생각은 다르더라도 다정함으로 대할 수는 있지 않을까 공상(판타지)의 나래를 펼쳐 본다. <폭싹 속았수다>가 가난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실함을 도구로 사용한 세대를 이야기하고 있다면, 이제 우리는 혐오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정함 같은) 새로운 무기를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애순과 관식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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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3월 30일 맑음 영하 5도~8도


꾳샘추위가 강하다. 어제는 점심 무렵부터 1시간 가량 눈이 내리더니 오늘은 아침에 개 물그릇의 물이 꽁꽁 얼어붙었다. 불과 1주일 전 주말만 해도 20도를 넘어서는 날씨에 잠깐만 일을 해도 땀이 났는데 말이다. 어제 오늘은 추워서 가벼운 옷차림으론 견딜 수 없어 조끼를 하나 더 껴 입고 일을 할 정도다. 


지난 주 날이 풀리기 전까지도 영하권 날씨가 이어지는 통에 블루베리 가지치는 작업이 늦어졌다. 평년보다 1~2주 늦는 게 아닌가 싶다. 올해는 열매를 절반 이상 새에게 줄 바엔 차라리 굵고 적게 수확해 볼 생각으로 가지를 강하게 전지해 주었다. 정말 과감하다 생각할 정도다. 올해 6월쯤 어떤 모습으로 결과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가지치기를 서둘러 끝내고, 유기질 비료와 유박을 뿌렸다. 초창기엔 유기질 비료인 흙살림균배양체만 주었지만, 지난해 부터는 유박도 함께 뿌려주고 있다. 아무래도 블루베리가 제법 자라 있는데, 균배양체 만으로는 양분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다만 최근 비가 오지 않아 땅이 메말라 있어 걱정이다. 전국적으로도 메마른 날씨이기에 비가 한 번 흠뻑 와 주었으면 좋겠다. 영남 지역의 산불도 잔불 걱정이 없도록. 수요일 잠깐 비 예보가 있는 듯하지만 양이 작아 실제 얼마나 올련지 모르겠다. 인위적인 물 주기 없이도 나무와 작물들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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