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 - 자본주의는 어떻게 이동하며 세계의 미래를 바꿔왔는가?
이동민 지음 / 갈매나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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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세계가 뒤숭숭하다. 트럼프는 관세정책을 통해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경제적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관세 정책은 중국을 제일의 목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미국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생산과 공급 기지로서의 위치를 다지기 위한 정책으로도 보여진다. 이로 인해 세계는 다자주의에서 양자주의로의 변화가 읽혀지며, 자국의 이익을 지켜내기 위한 여러 경제 블록이 새롭게 나타날 수도 있을 터이다. 그런데 이 모든 변화를 지정학적 접근을 통해 바라보면 어떻게 읽혀질까.  


이책 <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자본주의의 태동과 발전을 다루고 있다. 지리적 특성이 경제, 문화, 정치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것은 색다른 재미를 준다. 평소 유심히 보지 않았던 산맥과 강, 바다가 어떻게 각 국의 정치, 경제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의 지리적 특성이 유럽에서의 역할을 좌우하고,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각국의 위치와 인도양, 태평양의 접근성이 그들의 역사에 끼친 영향, 태평양과 대서양을 아우르는 대륙을 갖춘 미국의 힘, 육로와 해로를 통해(일대일로) 무역의 지평을 넓히려는 중국의 구상 등등.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경제적 흐름을 지정학적으로 간략히 살펴볼 수 있는 것이 <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의 경우엔 토건주의와 맞물린 현대 경제사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지리와 다중스케일적 접근을 통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세계 경제의 흐름과 앞으로의 변화를 읽어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면 좋겠다. 물론 이 책이 그런 눈을 키워주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그런 눈이 세계 경제사를 읽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깨달음과 관심을 갖게 한다는 점만으로도 의의가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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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호우에 이어 폭염이다. 비바람을 피하고 더위를 이겨낼 실내를 찾는다. 밖은 위험하다. 문명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연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당장 자연 속에 내몰린다면 생존을 장담하기도 쉽지 않다. 자연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 자연에 대한 환상도 강렬하다. 자연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것에 대한 로망도 가득하다. 생존 전문가 베어 그릴스의 <맨 vs 와일드>는 12억 명이 시청할 정도다. 


넷플릭스 시리즈 <언테임드>는 총 6화로, 각 화가 40~50분 정도로 시리즈 치고는 그리 길지 않다. 미국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은 이 국립공원의 연방요원으로 자연의 생태를 잘 알고 있는 베테랑이다. 시리즈의 첫 장면은 암벽등반가들의 성지로 불리는 900미터 높이의 화강암 절벽 앨 캐피탄에서 시작한다. 


두 명의 암벽등반가가 아슬아슬하게 앨 캐피탄을 오르고 있다. 암벽을 오르는 기술이 상당히 사실적이다. 베테랑이 다른 이를 가르치며 올라가던 도중 갑자기 위에서 한 여자의 시체가 떨어진다. 시체는 둘을 잇는 로프에 걸리면서 두 명의 등반가 또한 위기에 처한다. 클리프 행어나 미션 임파서블의 암벽 등반 보다 더 사실적이면서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시리즈는 암벽등반이 아니라 이 떨어진 젊은 여자의 시체에 집중한다. 도대체 왜 이 여자는 앨 캐피탄에서 떨어진 것일까.


<언테임드>는 이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 연방요원의 자연 속에서 흔적을 찾아가는 실력이 빛을 발한다. 이 요원의 짝꿍으로 LA에서 갓 요세미티로 온 경찰이 호흡을 맞춘다. 자연과 도시로 대변되는 두 인물의 호흡이 어떻게 틀어지고 맞아지는지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사건의 발단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뜻밖의 전개가 이어진다. 또 다른 시체가 발견되어지고, 새로운 살인 사건도 발생한다. 이 사건들은 서로 연결되어진 듯 보인다. 마침내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 듯 보이지만, 마지막 반전을 남겨둔다. 


<언테임드>는 요세미티라는 거대한 자연 풍광과 이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촘촘히 잘 짜여져 있다. 특히 자연 속에서 사건의 진실을 마주칠 수 있는 단서와 흔적들을 찾아 쫓아가는 장면들은 인상적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자연에 대한 로망이 투사되어 마음을 끈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도 킬러로서의 재능과 사냥꾼으로서의 재능이 맞부딪히는 장면이 숨막히는 추격전을 만들어 냈다. 물론 영화는 두 재능이 모두 경험의 축적을 통해 이루어 낸 능력이지만, 결국 허무하게 바스러지는 모습을 담아내지만. 


반면 <언테임드>는 제목이 뜻하는 야생적인 모습에 대한 로망이 가득하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던 전 LA 경찰은 이제 말을 타고 사슴 무리 사이를 지난다. 생존이 걸린 사투의 장이 아닌 공존과 모험이 가득한 자연이라는 로망 속에서 인간이 만들어 낸 것들의 욕망이 사건을 만들어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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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하나 하나 먹어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멀어져 간 게 있다. 음악이다. 몇 시간의 장거리 이동에도 피곤을 모르던 청춘 시절엔 내내 이어폰이 귀에 꽂혀 있었다. 테이프 플레이어에서 CD플레이어, MP3 플레이어로 까지 기기는 변해갔지만, 이어폰은 여전히 귀에 음악을 선물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귀에는 아무 것도 꽂혀 있지 않게 됐다. 일상 속에서 항상 흐르던 음악이 사라졌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음악 없이도 삶은 궁핍하지 않았다. TV로 즐겨보던 음악 프로그램을 마주쳐도 채널을 돌렸다. 가끔 오디션 음악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정도다. 굳이 음악을 찾아 듣지는 않았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 나오는 음악에 어쩌다 취하기는 한다. 하지만 음악을 일부러 찾아 듣겠다고 시간을 내지는 않는다. 




유튜브를 서칭하다 문득 오랜만에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선택한 것은 영화 <스타 이즈 본> OST 중 하나인 <Always Remember Us This Way> 였다. 혼자만의 느낌이겠지만,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무엇인가 강렬한 게 쏟아져 나오지만 그것을 온전히 다 쏟아내는 게 아니라 조금은 억제되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마치 꾸억꾸억 한을 가슴 속에 구겨 담았다가 마침내 폭발하듯이. 하지만 완전히 폭발하지 못하는 그 마음 같은 노래였다. 


두세 번 반복해 듣다가 영화 <스타 이즈 본>을 찾아 넷플릭스로 들어갔다. 2018년 개봉된 영화이지만, 노래가 좋다는 소문이 주위를 떠돌았지만, 보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영화다. 시간이 흘러 OST가 영화로 이끈 셈이다. 


<스타 이즈 본>은 못생긴 외모 탓(본인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에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앨리가 스타 가수인 잭슨을 우연히 만나면서 큰 무대에서 가수 데뷔를 하고, 일류 프로듀서 레즈를 만나 앨범을 내고, 그래미상까지 움켜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는 이 줄거리와 함께 잭슨과 앨리의 사랑을 담는다. 잭슨은 알코올 중독의 할아버지 나이 뻘 되는 아버지와 단 둘이서 자랐다. 이 환경이 그를 알코올 중독으로 내몰았고, 끝내 이겨내지를 못한다. 앨리의 첫 모습에 반했던 그는 앨리가 레즈를 만나 대중가수로 변해가는 모습도 참아내지 못한다. 잭슨의 앨리에 대한 사랑은 어떻게 끝을 맺을까.


영화 <스타 이즈 본>의 매력은 단연코 음악이다. 여기에 더해 잭슨의 입장에서, 그리고 앨리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는 색다른 재미도 있다. 과거에 사로잡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잭슨과, 과거를 떨치고 앞으로 씩씩하게 걸어가는 앨리를 바라보며 갖가지 감정이 솟구친다. 영화의 마지막  I'll Never Love Again  이 불려지는 부분은 이 솟구친 감정이 바로 사랑이었음을 실감케 한다. 


덧붙여 개인적으로 <스타 이즈 본>의 여자 주인공이자 가수인 레이디 가가의 노래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었다. 초창기 레이디 가가는 댄스팝과 일레트로닉을 주로 불렀고, 이를 통해 인기를 얻었다. 이 장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레이디 가가의 노래를 들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하지만 레이디 가가는 이후 음악 스펙트럼을 넓혀 재즈, 컨트리, 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었다. <스타 이즈 본>에서 들려주는 컨트리 풍의 소프트 록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장르이기에 귀를 열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가 끝나고 레이디 가가의 노래를 찾아 듣는다. 100%가 아닌 97~98%의 폭발과 2,3%의 제어가 마음 속 깊이 묻어둔 감정을 끄집어 내는 것처럼 들려지는 레이디 가가의 목소리가 한동안 귓가에 맴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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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보다 보면 콘텐츠는 정말 무궁무진한데 막상 무엇을 볼지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그냥 나오기가 일쑤다. 그래도 알고리즘이 어느 정도 작동을 하는 덕분에 취향에 가까운 작품들을 찾을 수 있는 경우도 가끔 있다. 


이번의 경우엔 최근 올라온 작품들을 둘러보다 눈길을 사로잡은 경우다. 애니메이션 시리즈 <리바이어던>.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림과 예고편에 끌렸다. 하지만 12세 관람가가 오히려 흥미를 잃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혹여 유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볼지 말지 망설였다. 일단 1회만 볼까? 


망설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단연코 번득이는 상상력에 12회까지 쉬지 않고 봤다. 물론 1회가 25분 정도여서 전체 러닝타임은 5시간 안팎으로 시리즈 치고는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겠다. 


시리즈 <리바이어던>을 다 보고 나서야 관련된 정보를 모아봤다. 그만큼 흥미진진하게 애니를 봤다고나 할까. <리바이어던>은 원작이 있다. SF작가 스콧 웨스터펠드의 리바이어던 시리즈 3권이다. 2009년 <리바이어던>, 2010년 <베헤모스>, 2011년 <골리앗>이라는 3부작을 12화의 애니메이션으로 다 담아낸 것이다. 알고보니 그의 작품 <어글리스>도 넷플릭스에서 제작해 공개됐다.  


<리바이어던>은 1차 세계대전의 대체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의 발단이 되었던 사라예보 사건을 토대로 전쟁을 벌였던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이탈리아의 3국 동맹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의 3국 협상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전제로, 과학 문명이 발전한 새로운 세계관으로 세계대전의 양상을 그려내고 있다. 3국 동맹국은 클랭커 국가로 기계공학을 발전시켜 대형 기계 병기와 워커라는 보행병기 등을 사용한다. 3국 협상국은 다윈족으로 생체공학을 기반으로 유전적으로 조작된 생체병기를 사용한다. 애니의 제목인 <리바이어던>은 영국의 생체병기로 고래를 유전 조작하여 탄생시킨 하늘을 나는 거대 비행체를 이른다. 


<리바이어던>은 오스트리아 제국의 뒤를 이을 왕자 알렉산더가 부모님의 죽음으로 고국을 떠나 워커를 이용해 피난길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한편에선 데린 샤프가 리바이어던에 탑승해 하늘을 나는 꿈을 꾸고자 남자로 변장해 승무원이 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알렉산더와 데린 샤프는 플랭커와 다윈족 하에서 자랐기에 자신들이 최고라 여기고, 상대방은 적으로만 여기며 자란 소년, 소녀였다. 이들이 우연한 사고로 만나게 되고, 우정과 사랑 사이의 묘한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들의 성장 속에서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평화에 대한 갈망이 함께 자란다. 


플랭커와 다윈족이라는 상상력과 전쟁이 아닌 평화를 향한 여정, 절대적 권력의 위험성(미국의 과학자 테슬라로 상징되는데, 현 기업 테슬라의 수장 머스크까지 떠올리는 재미도 있다)을 담아내고 있는 <리바이어던>. SF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정말 강추한다. 9점/10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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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가 붓다 - 붓다의 시선으로, 그의 삶으로
법륜 지음 / 정토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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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아가는 이들 중 특히 젊은이들의 종교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종교를 믿는 이가 대한민국의 경우 40%가 채 되지 않는다. 그 중 20대와 30대는 20%도 안된다. 

이렇게 종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은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합리적, 이성적 사고방식을 중시한다는 점과 탈권위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진 성향을 그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휴식의 필요성, 개인적 성취의 중요성, 재미의 추구라는 측면에서 종교가 이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점도 그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이에 최근 불교계에서는 '뉴진스님'과 같은 젊은 층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지만 종교에 대한 무관심이라는 경향을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데 불교를 종교적 측면이 아니라 수행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현대인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이 많아 보인다. 즉 기복적 관점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삶을 살아갈지에 대한 참고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참고서로서 붓다의 삶은 큰 도움이 된다. 종교가 없는 나로서도 붓다라는 한 인물의 여정은 경이롭고 흥미롭다.


이 책 법륜 스님의 <혁명가 붓다>는 부처의 실재 삶의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기적을 행하는 성인으로서의 붓다가 아니라, 우리 삶의 고민을 해결하고 괴로움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실천가로서의 붓다가 그려져 있다. 2000여 년 전의 성차별을 비롯해 계급제도 하에서도 그 역사적 맥락을 벗어나 인류 보편의 권익과 평등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서 붓다는 혁명가에 가깝다. 이 혁명가 붓다는 현대의 문명 속에서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반대로 지극히 괴로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현재의 나를 점검해 보게 한다. 우리가 붓다와 같은 혁명가가 될 수는 없을지라도, 내가 괴로움에 갇혀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운다. 내가 홀로 '나' 인 것이 아니라, 세상 모두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모두가 함께 괴로움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더불어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만든다. 


혁명가 붓다를 친구로 둔다면 오늘 하루도 나는 괴롭지 않은 삶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 모른다. 더불어 현대가 갖고 있는 맹점에 대한 고민과 그 해결에 대한 실천의지를 불태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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