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넷플릭스 역대 최장 시청 시간을 자랑하는 <오징어 게임>의 시즌2가 나왔다. 과연 전작을 뛰어넘을 것인지 관심사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하는 사람들도 많다 보니 장담하긴 힘들어 보인다. 다만 93개국 1위라는 초반 인기만큼은 거세다. 시즌2는 7부작으로, 2025년에 시즌3를 예고하고 있다. 


2. 456억원을 걸고 생사를 결정하는 게임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기훈(이정재)은 자신이 받은 상금을 이용해 이 게임을 기획한 세력을 찾아내 게임을 끝장내고 싶어한다. 시즌2는 이 게임으로 초대했던 딱지맨(공유)을 찾아내는 과정을 길게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딱지맨 프리퀄을 염두에 둔 듯이.^^ 그리고 시즌1에서 살아 남은 또 한사람인 황준호(위하준)가 게임장 밖에서 활약한다. 


3. 그런데 오징에 게임2는 시즌1과는 달리 한국의 전통 게임에 대해 시간을 많이 쏟지는 않고 있다. '둥글게 둥글게' '공기놀이' '팽이돌리기' '비석치기' '제기차기' 등이 소개되고 있는데, 실제 소개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이 게임에서 빚어지는 갈등 특히 양심이나 도덕적 갈등이 시즌1보다는 다소 약하게 느껴져 아쉽다.


4. 그럼에도 오징어 게임2가 여전히 매력적인 것은 작금의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많아서일 것이다. 특히 게임이 끝날 때마다 행해지는 OX 투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론 이번 오징어 게임2의 백미는 이 투표에 있다고 생각한다.


5. 게임을 이끌어가는 이들은 게임을 지속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을 참가자들의 투표를 통해서 <민주적>으로 결정함을 강조한다. 단 한 표라도 많은 쪽이 결정한 방향으로 게임의 지속 여부는 정해진다. 문제는 그 결과로 인해 원하지 않는 죽음으로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살아남으면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다는 유혹보다는 죽음이 더 두려운 사람들에게 투표에서 진다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죽음의 게임에 참여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표의 결과가 극단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통해 과연 투표가 민주적 절차로서 현재에도 여전히 유용한 수단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6. 게다가 이 투표의 결과로 OX라는 진영이 생겨나고, 게임과 별개로 진영 간의 싸움이 벌어진다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즉 게임의 정당성이나 지속성에 대한 질문은 사라지고 상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한 행위에 골몰하게 되는 것이다. 이 진영 간의 싸움이 짙어지면 짙어질 수록 게임을 만든 이들은 어떤 위협으로부터도 안전하다.


7. 결국 진영 간의 싸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곧바로 게임을 구상한 사람들에게로의 도전에서 밖에 찾을 수 없다. 하지만 그 도전은 대부분 힘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좌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징어 게임2의 기훈 또한 프런트맨의 농간에 놀아나며 게임을 끝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고 만다. 


8. 오징어 게임3가 기대되는 것은 게임을 운영하는 사람들 내부의 갈등과 이 게임 밖에서 게임을 찾아내려는 외부세력(황준호)이 게임에 참여한 기훈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게 될지이다. 마침내 게임을 기획한 이들의 실체가 드러나고, 오징어 게임은 끝장을 볼 것인가. 아니면 실체를 찾는다 하더라도 게임을 없애기에는 역부족일까. 물론 시리즈의 마무리는 전자로 매듭지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지만, 현실을 반영한다면 결국 오징어 게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오징어 게임3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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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더 킬러:죽음의 여왕>. 액션. 청불. 미국. 126분. 2024년. 오우삼 감독. 1989년 개봉했던 <첩혈쌍웅>의 리메이크작. 1990년 전후 아시아권을 넘어 세계를 점령했던 홍콩 느와르가 35년 만에 같은 감독에 의해 다시 만들어졌다. '첩혈쌍웅'은 당시 홍콩영화를 사로잡았던 서극이 제작을, 오우삼이 감독을, 주윤발이 주연을 맡았다. 35년이 지난 지금 파리를 배경으로 경찰과 킬러의 대립과 우정은 어떻게 변주되었을까. 


2. 사전정보없이 보다가 '뭐야, 첩혈쌍웅이잖아'라고 외쳤지만, 감흥은 예전만큼은 아니다. 성당 안 비둘기의 비행, 쌍권총, 슬라이딩 액션, 잦은 슬로모션. 오우삼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는 3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홍콩식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외치는 듯하지만, 비장미도 재미도 떨어진다. 당시 홍콩 반환을 앞둔 암울한 분위기와 맞물린 애조 띤 이야기가 현재 파리에서는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3. 영화도 유행이 있는 듯하다. 1990년 전후로 홍콩영화는 개인적 기준으로 '영웅본색'류와 '천녀유혼'류로 나뉘어 아시아를 집어 삼켰다. 하지만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홍콩영화는 그 힘을 잃었다. 영웅본색류의 영화도 일종의 총을 든 무협영화로 볼 수 있겠는데, 의리와 사랑이라는 무협에 대한 로망이 사라진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2000년대에는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과 같은 대서사를 담은 철학적 이야기와 시각적 아름다움을 담은 영화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후 CG를 활용한 무협영화가 보는 즐거움을 무기로 선을 보였지만 관객의 마음에 들어서지는 못한 듯하다. 


4. 아무튼 오우삼 감독의 새 작품이라는 반가움과 '첩혈쌍웅'의 리메이크라는 그리움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했지만, 좀처럼 새로움을 찾아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크다. 자신이 이루어 놓은 세상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것은 이토록 힘든 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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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4-12-27 14: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거 봤는데...감독이 오우삼 이었나욤?? 어쩐지 보다보니 클리셰 범벅이라...좀 그랬지만 요즘 넷플 영화 중 그나마 볼만한 액션영화였습니다~

하루살이 2024-12-27 15:22   좋아요 0 | URL
자신의 영화를 35년이 지나서 자기 스스로 리메이크 하는 용기에 박수를... ^^
 


1. 넷플릭스 시리즈. 6부작. 청불. 첩보액션. 스릴러. 영국. 키이라 나이틀리, 밴 위쇼 주연. 첩보물이나 스릴러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강추. 스파이에게도 의리는 있다. 이토록 매력적인 암살자라니....


2. '블랙 도브'라 불리는 스파이 헬렌. 유력 정치인에 접근해 정보를 캐내다 결혼까지 하고 아이를 둘이나 낳았다. 임무를 위해 여전히 부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진짜 사랑하는 이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 남자가 어느날 중국 외교관의 죽음과 연관된 피살자가 되는 사건이 터진다. 헬렌은 연인을 죽은 이를 찾아 나선다. 살인자를 찾는 일은 쉽지 않은데다 권력과 얽혀 있는 듯하다. 오히려 자신이 죽음으로 내 몰릴 상황에 처했다. 그와 단짝인 암살자 샘의 도움을 받는다. 과연 헬렌과 샘은 살인자를 찾아 복수를 할 수 있을까.


3. <블랙 도브> 시리즈는 살인자를 찾는 과정의 재미도 크지만, 헬렌과 샘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매력도 만만치 않다. 키이라 나이틀리가 분한 헬렌이라는 스파이도 좋지만, 벤 위쇼가 분한 샘이라는 암살자가 특히 매력적이다. 스파이와 뒤를 봐 주는 암살자의 관계지만, 상대를 위해 목숨까지 내줄 만큼 의리가 있다. 게다가 화려하진 않지만 간결한 액션이 샘을 더욱 매력적으로 이끈다. 요즘 이야기의 캐릭터 중엔 동성애자가 자주 등장한다. 일종의 시대적 추세처럼 보여지는데, 샘의 동성애적 사랑도 이야기에 잘 녹아들었다. 


4. 캐릭터와 이야기 모두 잘 잡아낸 덕분인지 이미 시즌2 제작에 들어간다는 발표가 있다. 이 두 인물이 또 어떤 이야기를 갖고 나올지 기대가 된다. 참, 그리고 시리즈 마지막 편 크리스마스 선물로 등장하는 축구 선수 유니폼엔 son이 쓰여져 있는 것도 깨알 재미다. ^^ 손흥민도 톱 클래스 선수임을 보여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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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넷플릭스 8부작 리미티드 시리즈. 청불. 미국. 스릴러. 도주극. 세상을 어지럽히고 위험에 빠뜨리는 가장 무서운 무기는 유튜브가 되었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강추.


2. CNN에서 시사 평론을 하는 작가이자 언론전문가인 먼시가 작품을 쓰기 위해 외딴 숲 오두막에 갔다 이웃집 오두막에서 토막 난 시체를 발견한다. 곧바로 범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총알 세례를 받고 도망치다 숲에서 정신을 잃는다. 이튿날 경찰에 살인 사건 신고를 하지만, 오히려 먼시가 용의자로 의심을 받게 된다. 먼시는 범인들로부터 무사히 도망을 가면서 자신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을까.


3. 먼시는 유색인종이다. 토막난 채 죽은 이웃은 유튜브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었던 극우 백인우월주의자였다. 먼시가 사건을 신고하였음에도 범인으로 내몰린 것은 평소 그가 CNN에서 주장한 내용들 때문이다. 먼시가 범인의 배후세력을 찾아가는 도중에도 그를 위협하는 것은 극우 인플루언서들이거나 유튜브로 뭉친 무정부주의 단체들이다. 


4. 현재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내란이라는 황당무계하면서도 분노를 일으키는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시작됐다. 윤석열이 왜 이런 얼토당토않은 일을 저질렀는지를 설명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거론되는 것은 선거조작을 주장하는 극우 유튜버에 빠져있었다는 것이다. 


5. 알고리즘은 우리를 극단으로 내몰고 있다.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것은 우리를 확증편향에 빠지도록 만든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사고를 넓혀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신의 플랫폼에 오랫동안 머물도록 만들지를 고민해서 작동되어진다. 알고리즘 자체는 도덕도 이성도 없다. 우리가 알고리즘에 젖어들수록 세상은 혼돈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6. <혼돈의 세상에서>는 우연한 사고로 살인 현장을 목격한 이가 극단적 정치 세력으로부터 쫓기는 모습 속에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과연 주인공 먼시는 알고리즘으로 범벅 된 플랫폼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저항하고, 반격을 가할 수 있을까. 


7. 먼시는 이 사건으로 한 가지 깨달음을 얻는다.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주위의 도움을 받을 것. 대한민국에는 응원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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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는 브랜드들이 소비자를 유혹하는 다섯가지 원칙을 말한다. 1. 더 많이 팔아라 2. 쓰레기를 늘려라 3. 철저히 속여라 4. 더 꼭꼭 숨겨라 5. 강력하게 통제하라. 이 원칙들은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를 막고 충동적 소비에 빠지도록 만든다. 애플, 아디다스, 코카콜라, 유니레버 등 세계적 대기업에서 일했던 고위직 간부들의 인터뷰가 다큐멘터리에 힘을 싣는다.


2. 세상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손님은 택배 기사라는 우스갯소리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택배가 언제 올지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 택배가 도착하면 언박싱 하는 즐거움은 짧지만 강렬한 쾌락을 선사한다. 이 쾌락은 필요한 것이 아님에도 필요하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켜 그야말로 불필요한 상품마저 구입하도록 만든다. 


3. 이런 충동적 소비는 쇼핑의 간편함과 편리함으로부터 비롯된다. 클릭 한 번이면 원하는 상품이 집 앞에 턱 배달되는, 그야말로 마술같은 일이 일상에서 펼쳐진다. 이런 쇼핑의 편리함을 위해서 대기업들은 과학적 원리와 방법으로 연구하고 실험해서 소비자를 현혹시켜 왔다. 손가락 한 번이면 원하는 것을 얻는다니. 그야말로 마법의 시대가 아닌가.  


4. 진짜 원했던 상품이든 가짜 욕망이든 마음껏 소비한다고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나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좋은 것이 아닐까. 하지만 결코 소비가 욕망의 충족으로 끝나지 않는다는데서 문제는 시작된다. 소비되어지는 것들은 대부분 버려지는 운명을 타고났다. 최근엔 쓰임새가 다할 때까지 사용되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고장나거나 싫증나거나 등등, 기존의 상품을 고치거나 변형시켜서 재사용하는 경우는 없다. 바로 신상으로 교체되어진다. 그렇다면 교체되어져 버려지는 상품들은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


5. 현대인은 버려진 상품들이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결코 보지 못한다. 심지어 자신이 누는 똥이나 오줌 마저도 어디로 사라지는지 알 수 없다. 버려지는 것들이 감추어져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것들이 어디로 흔적없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땅에서 바다에서 쓰레기 섬을 이룬다. 이 쓰레기 섬은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이 악영향으로 말미암아 인간은 물론 지구상의 생명들은 건강의 위협을 넘어 생명의 위협까지 받는다. 


6. 재사용되어지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재활용품이라고 분류해서 버려지는 것들 중 대부분은 그냥 버려진다. 재활용이라는 이름 뒤에 감추어져 있을 뿐 결코 재활용되어지지 못한다. 순환되지 못하는 것들은 결국 독이 된다. 기업들은 재활용이나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를 현혹하지만, 그 실체는 여전히 순환되지 못하고 버려진다. 우리가 버려지는 것들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7. 욕망을 억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소비를 줄이자는 주장은 힘을 얻기가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소비하고 버린 것들이 어떻게 남겨지는지를 볼 수 있다면, 지금과 같은 과소비를 계속할 수 있을까. 우리가 버린 것들에 쌓여진 베일을 걷어내는 일이 소비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는 첫 걸음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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