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버스토리
리처드 파워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2월
평점 :
인권에 대한 개념이 생긴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인권이 인종, 성별, 나이, 지역 등의 차별없이 인간이라면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된 것은 체 100년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국민인권위원회가 생긴 것도 불과 20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인권을 넘어 동물권에 대한 개념이 사회 전반에 확대되고 있다. 동물을 학대하면 처벌을 받는다. 또한 초중고 교육과정에 동물보호와 동물복지교육이 곧 포함될 예정이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이들도 사람처럼 고통을 느끼고,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덕분일 것이다.
이렇게 생명에 대한 권리의 대상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식물권에 대해선 우리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최근의 연구 등을 살펴보면 식물들도 자신의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주위 나무들과 서로 의사소통을 하며, 벌레로부터 공격을 당하면 고통을 느끼고, 땅 속 미생물을 포함해 주위 생명체와 협력하는 등등, 동물과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즉 동물권에 이어 식물권도 생각할만큼 우리의 사고가 확장돌 수 있는 지식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런 사실들을 바탕으로 식물권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 필요한 시기에 들어선 것이다.
인권, 동물권, 식물권 이라고 나누긴 했지만, 이는 모두 생명에 대한 권리이다. 인간의 이로움을 위해 다른 생명체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자각이 필요한 것이다.
2019년 풀리처상을 수상한 소설 [오버스토리]는 나무와 숲을 통해 식물권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려 7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100여년에 다다르는 수대에 걸친 시간과, 십여명의 주인공이 잘 직조된 방직물마냥 꽉 짜여진 이야기다.
소설 초반부에는 마치 성경의 창세기 마냥 어떤 가족들의 계보가 이어진다. 그리고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것처럼 잠언이라 여겨지는 문구들이 시시때때로 나타난다. 하지만 결국 소설 속 인물과 이야기는 한 사건으로 응결된다. 내가 어렸을 적 외신을 통해 보았던 사진 중 아직도 인상 깊었던 바로 그 사건을 모티브로 한 듯하다. 숲과 나무를 지키기 위해 수십미터 되는 나무 위에 집을 짓고 환경운동을 펼쳤던 모습 말이다. 소설 속에서는 극렬한 저항을 통한 환경운동이 비극을 자아낸다. 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소설 속 이야기는 나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가 나무를 베고 숲을 파헤치는 것을 보면서도 막지 못하는 것을 방관자 효과라고 지적한다. 분명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도움을 줄거라며 자신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체 방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들인 것이다. 그레타 툰베리가 UN에서 외친 것처럼 환경을 지켜내기 위한 당장의 행동이 시작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자, 이제 우리도 식물권을 위해 행동에 나설 때다. 그럴 때가 돘다. [오버스토리]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일어서라고 말을 건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