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는 브랜드들이 소비자를 유혹하는 다섯가지 원칙을 말한다. 1. 더 많이 팔아라 2. 쓰레기를 늘려라 3. 철저히 속여라 4. 더 꼭꼭 숨겨라 5. 강력하게 통제하라. 이 원칙들은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를 막고 충동적 소비에 빠지도록 만든다. 애플, 아디다스, 코카콜라, 유니레버 등 세계적 대기업에서 일했던 고위직 간부들의 인터뷰가 다큐멘터리에 힘을 싣는다.
2. 세상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손님은 택배 기사라는 우스갯소리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택배가 언제 올지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 택배가 도착하면 언박싱 하는 즐거움은 짧지만 강렬한 쾌락을 선사한다. 이 쾌락은 필요한 것이 아님에도 필요하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켜 그야말로 불필요한 상품마저 구입하도록 만든다.
3. 이런 충동적 소비는 쇼핑의 간편함과 편리함으로부터 비롯된다. 클릭 한 번이면 원하는 상품이 집 앞에 턱 배달되는, 그야말로 마술같은 일이 일상에서 펼쳐진다. 이런 쇼핑의 편리함을 위해서 대기업들은 과학적 원리와 방법으로 연구하고 실험해서 소비자를 현혹시켜 왔다. 손가락 한 번이면 원하는 것을 얻는다니. 그야말로 마법의 시대가 아닌가.
4. 진짜 원했던 상품이든 가짜 욕망이든 마음껏 소비한다고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나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좋은 것이 아닐까. 하지만 결코 소비가 욕망의 충족으로 끝나지 않는다는데서 문제는 시작된다. 소비되어지는 것들은 대부분 버려지는 운명을 타고났다. 최근엔 쓰임새가 다할 때까지 사용되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고장나거나 싫증나거나 등등, 기존의 상품을 고치거나 변형시켜서 재사용하는 경우는 없다. 바로 신상으로 교체되어진다. 그렇다면 교체되어져 버려지는 상품들은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
5. 현대인은 버려진 상품들이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결코 보지 못한다. 심지어 자신이 누는 똥이나 오줌 마저도 어디로 사라지는지 알 수 없다. 버려지는 것들이 감추어져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것들이 어디로 흔적없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땅에서 바다에서 쓰레기 섬을 이룬다. 이 쓰레기 섬은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이 악영향으로 말미암아 인간은 물론 지구상의 생명들은 건강의 위협을 넘어 생명의 위협까지 받는다.
6. 재사용되어지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재활용품이라고 분류해서 버려지는 것들 중 대부분은 그냥 버려진다. 재활용이라는 이름 뒤에 감추어져 있을 뿐 결코 재활용되어지지 못한다. 순환되지 못하는 것들은 결국 독이 된다. 기업들은 재활용이나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를 현혹하지만, 그 실체는 여전히 순환되지 못하고 버려진다. 우리가 버려지는 것들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7. 욕망을 억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소비를 줄이자는 주장은 힘을 얻기가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소비하고 버린 것들이 어떻게 남겨지는지를 볼 수 있다면, 지금과 같은 과소비를 계속할 수 있을까. 우리가 버린 것들에 쌓여진 베일을 걷어내는 일이 소비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는 첫 걸음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