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의 사고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 사고들은 모두 우연히 발생한 것일까. 어떤 사고로 인해 누군가가 이득을 본다면, 그 사고는 의도되고 계획된 사고일 수도 있지 않을까. 많은 사고 속에 파묻혀 범죄라는 인식도 하지 못한 채 사라져버린다면 그야말로 완전범죄가 되지 않을까. 


<설계자>는 이런 음모론(?)적 사고(思考)로 세상의 사고(事故)를 바라보는 영화다. 사고로 위장된 조작된 범죄를 설계하는 팀의 대장으로 강동원이 주연을 맡고, 이미숙, 이현욱, 탕준상이 팀원으로 연기한다. 그런데 이전 팀원이었던 짝눈(이종석)이 1년 전 사고로 죽고, 지금 또다시 점만(탕준상)이 사고로 죽게 된다. 하지만 탕준상의 죽음은 자신을 타깃으로 했던 사고라는 것을 강동원은 안다. 자신들보다 더 거대한 사고의 설계팀, 즉 '청소부'가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청소부는 강동원을 타깃으로 움직이고 있다.  


영화의 재미는 1. 어떻게 사람들을 속일 정도로 사고를 완벽하게 우연처럼 보이도록 설계할까 2. 강동원을 노리는 청소부의 정체는 누구일까 에 달려있다고 생각된다. 


<설계자>는 첫번째 재미는 그럭저럭 달성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두번째 재미가 아리송하다. 강동원의 추리를 쫓아가면서 청소부의 정체가 드러날까 싶지만, 결국 정체를 보여주지 않고 끝을 맺는다. 물론 진짜 청소부에 대한 암시를 주지만, 확신을 하지는 못한다. 진짜 청소부를 찾기 위해 강동원이 경찰에 자수를 하지만, 오히려 그의 진술은 피해망상쯤으로 여겨진다. 이런 간극이 주는 재미가 돋보였다면 좋을 텐데, <설계자>에선 그 간극에 그다지 집중하지 않는 듯하다. 


영화 <설계자>는 조작된 사고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선 타인의 죽음마저도 가벼이 여기는 세상 속, 마무도 믿을 수 없다는 절망감이 가득한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느끼는 절망감이 더 큰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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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6월 1일 비 16도~25도


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풀들의 자라는 속도도 빨라지고, 벌레들의 활동도 많아졌다. 과실나무에는 어김없이 벌레들이 찾아들었다. 



사과에만 유독 달려있는 벌레도 보인다. 이 벌레가 어떤 해를 끼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열매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 결코 좋아 보이진 않는다.



흙 바닥엔 벌레 피해를 입은 사과가 떨어져 있다. 많이 달리지도 않았는데 벌레 피해까지 입고 보니, 정작 나무에 매달린 것은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땅에 떨어지진 않았지만 흠집이 난 배들도 보인다. 이것도 벌레들의 짓이다. 



매실은 나무에 잔뜩 열리기도 했지만, 잔뜩 떨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미처 처리하지 못한 씨살이좀벌들이 피해를 입혔으리라 추측된다. 올해는 피해를 입은 매실을 확실히 처리해서 내년엔 피해 규모를 줄였으면 좋겠다. 땅에 떨어진 것만 10키로그램은 족히 될 듯 싶다. 



벌레 피해를 입은 과실들을 정리하고, 해가 저물 쯤 데크에 오일스테인을 발랐다. 2년에 한 번 바르다가 2년 전부터 매년 바르고 있다. 2년에 한 번 바르다보니 방수 기능이 많이 떨어져서다. 1년에 한 번, 바를 때 두 번씩 발랐는데, 지난해 남은 오일스테인을 보니 양이 많지 않았다. 한 번 겨우 바를 정도다. 새로 주문하기도 번거로워서 올해는 그냥 덧칠 없이 한 번만 바르기로 했다. 매년 바르다 보니 제법 손에 익었는지 바르는 속도가 빨라졌다. 처음엔 3시간 걸리던 것이 이젠 2시간이 체 걸리지 않는다. 덧칠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올해는 이걸로 잘 넘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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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5월 30일 흐림 15도~26도


보리수 나무의 열매도 선홍빛으로 익었다. 



보리수 열매는 딱딱하지 않고 물렁물렁해서 힘을 주어 따기 보다는 가볍게 손에 쥐고 따야 한다. 



익은 것을 모아보니 제법 양이 된다. 생으로 먹어보았는데 신맛이 강하다. 그냥 먹기에는 살짝 부담스럽다. 



잼을 만들기로 작정하고 체에 문질러서 과육만 따로 모았다. 보리수 씨앗이 제법 크다. 이걸 심으면 보리수 나무로 잘 자랄 것 같은 예감. ^^ 하지만 지금의 한 그루만으로도 즐기기에는 충분해 그냥 버리기로 했다. 



모여진 과육에 설탕을 같은 양보다 조금 적게 붓고 끓이기 시작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기 시작하고도 10여 분 이상 눌어붙지 않도록 저어 주었다. 



제법 잼 모양을 띠어 간다. 불을 끄고 식힌 후에 소독을 한 병에 옮겨 담았다. 그리고 후라이팬에 남은 잼을 식빵에 발라 먹었다. 오호라! 열매의 신맛이 설탕의 단맛과 어우러지면서 새콤달콤 꽤 맛있다. 보리수잼! 별미로 좋구나 ^^ 색도 예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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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웅의 AI 강의 - 챗GPT의 실체부터 AI의 진화와 미래까지 인간의 뇌를 초월하는 새로운 지능의 모든 것
박태웅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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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발표된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라는 책에서 맥루한은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사실 이 주장을 체감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실감하는 것은 어렵다. 아니, 솔직히 말해 미디어가 콘텐츠보다도 더 중요하게 사회적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엔 역량부족이었다고 고백한다. 지금도 K콘텐츠의 영향력에 대한 '국뽕'에 가까운 환호와 열광은 쉽게 접하지만, 그것이 가능케 한 넷플릭스라는 미디어가 사회에 끼친 영향은 대체로 간과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스마트폰을 접하면서 왜 미디어가 메시지인지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할 수 있는 플랫폼의 등장은 전적으로 스마트폰 덕분이다. 이제 우리의 삶 대부분은 플랫폼 없이는 돌아가지 않을 정도다. 즉 스마트폰이라는 미디어의 등장이 우리 삶의 양식을 완전히 바꿔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AI가 등장했다. 챗GPT로 시작된 인공지능에 대한 열광은 가히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다. 과연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상상하는 것 만도 벅찰 지경이다. 박태웅의 AI강의라는 책은 인공지능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고, 또 발전할 것인지, 그리고 우리 삶에 어떤 선한 영향과 부작용을 가져올 것인지를 개괄한다. AI라는 미디어가 가져올 메시지를 탐색케 하는 책인 것이다. 만약 AI가 가져올 메시지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한 번 훑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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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5월 26일 18도~28도 오후 늦게부터 비


6월이 가까워져 오니 점차 열매도 익어가는 것들이 생긴다. 오디는 검붉게 익은 것들이 땅에 떨어지고 있다. 



오디를 따는 것은 꼭 블루베리 열매를 따는 듯하다. 한 무리의 열매가 동시에 익지를 않고 따로따로 익어가다 보니 하나하나 손으로 일일이 따야 한다. 그 크기가 크지도 않아 한참을 따도 생각만큼 양이 많이 모이지 않는다. 



햇볕이 따가워지기 전에 잠깐 시간을 내어 익은 것을 추려서 따보니 한 소쿠리의 절반 정도가 담겼다. 올해는 뽕나무잎이 나올 시기에 어린 잎들을 따서 나물을 무쳐 먹었는데, 그 덕분인지 잎들이 촘촘하지 않고 통풍이 잘 되어 뽕나무이의  활동이 뜸해 보인다. 그래서 안심하고 익은 열매는 주저없이 딸 수 있었다. 간혹 노린재가 눈에 띄긴 했지만, 작년에 비하면 그 숫자도 적어 보인다. 



물에 씻은 후 물기를 털어내고 믹서기에 갈았다. 대략 1.5키로그램 정도 수확한 듯한데, 믹서기로 가니 500미리 정도가 나온다. 잼을 만들 생각인데, 설탕에 절여 물을 낸 후 끓이면서 뭉개기 보다는 이렇게 믹서기로 갈아서 설탕과 섞어서 가열하는 것을 좋아한다. 오디의 경우엔 입에서 씹히는 것이 그다지 좋은 기분이 아니어서 깔끔하게 갈아서 잼을 만드는 것이 개인적으론 식감이 더 좋아서다.



프라이팬에 오디 간 것을 넣고 설탕을 부었다. 보통 잼을 만들 때 1대 1로 섞어주는데, 나는 5대 4 정도 섞는 것을 선호한다. 대신 잘 섞어서 가열한 후에 상하지 말라고 레몬즙을 서너 방울 첨가한다.



잼을 담을 병을 끓는 물로 소독했다. 병 소독을 하지 않으면 곰팡이가 피는 경우가 많아서다. 잼을 담을 때 꼭 거치는 일이다. 



푹 끓인 잼을 조금 식힌 후에 병에 담았다. 두 병 가득 나온다. 프라이팬에 남은 것은 모닝빵으로 훔쳐서 맛을 본다. 설탕을 조금 적게 넣은 덕분에 아주 달지가 않아 오히려 좋다. 약 한 번 치지 않은 오디를 잼으로 만들어 놓으니 마음이 풍족해진다. 운과 시간이 따른다면 앞으로 두어 번 정도 더 잼이나 청을 만들 수 있지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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