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7월 15일 장맛비 22도~24도
사흘 간 내린 비가 300mm를 넘어섰다. 버티고 버티던 블루베리 밭 사면이 무너졌다. 연 이틀 폭우가 쏟아져 불안한 마음에 밭 주위를 점검하던 바로 그 순간에 비탈 사면 5미터 정도가 스르륵 미끄러져 내렸다. 순간 눈을 의심했다. 무엇인가 장면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 순간 흙더미가 길을 막아선 것이다. 깜짝 놀라기 보다는 어리둥절하며 쳐다보던 그때 다시 5미터 정도 사면이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 순간 그야말로 멘붕이 찾아왔다. 자칫 잘못했으면 그 흙더미에 깔릴 뻔했다.
어림잡아도 덤프트럭 2대 분량 만큼의 흙은 되어 보인다. 집에서 밖으로 왔다갔다 하는 유일한 통로가 막혀 버린 것이다. 문제는 추가 붕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119에 연락을 하고, 다시 면사무소에 연락이 닿아 포클레인이 왔다.
하지만 계속된 비로 흙은 곤죽이 되어 있고, 추가 붕괴 위험이 있다보니, 섣불리 흙을 치우지도 못했다.
겨우 사람이 다닐 정도만큼 치우고 철수. 이래서는 고립된 상황이 전혀 바뀌지 않은 상태다. 이 농로를 따라 복숭아밭이 있는데, 한창 수확 시기인지라 차가 다녀야만 했다. 복숭아밭 주인의 올 한 해 농경을 좌우하는 일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다시 포클레인을 불렀다. 차가 다닐 수 있을만큼만 응급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다.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 지 차가 다닐 만큼의 길이 트였다. 일단 한숨을 돌리지만, 어떻게 복구를 해야 할 지, 추가 붕괴는 없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비는 계속되고, 머리는 멍한 상태로 하루를 보냈다. 먹는 것도 내키지 않고, 잠도 깊게 들지 못한 하루다.
다행히 비가 잠깐 소강상태로 들어가, 무너진 부분에 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했다.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서다. 일단 장마가 끝날 때까지는 이렇게라도 버틸 수 있다면 좋겠다. 향후 복구는 아직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번 장마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위로를 전하고, 힘을 내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