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5월 10일 맑음 7도~26도
집에 들어갈 때면 아까시꽃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보통 다른 꽃들은 냄새를 맡기 위해 꽃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지만, 아까시꽃은 그럴 필요가 없다.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그 향을 맡을 수 있다. 이런 강한 향 덕분인지, 아니면 강한 생명력 덕에 널리 펴져서인지, 꿀벌들도 아까시꽃을 좋아하나 보다. 시중에 판매되는 꿀을 보면 잡꿀, 밤꽃꿀 등과 함께 아까시꿀은 꼭 빠지지 않는다. 실제 양봉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 중 일부는 아까시꽃이 피는 시기에 맞추어 남도에서 중부까지 벌통을 옮겨가며 꿀을 채취한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아까시꽃의 개화시기가 남쪽에서부터 북쪽까지 차이를 보이지 않고, 거의 일시에 피어, 꿀을 얻기가 훨씬 어려워졌다고 한다. 올해 3월~4월 사이 꽃들이 차례를 지키지 않고 뒤죽박죽 피어나듯이 말이다.
집 뒤의 찔레꽃도 피었다. 찔레꽃을 보면 매번 장사익의 노래 <찔레꽃>이 떠오르는데, 그 슬픔의 감정은 잘 모르겠다. 추측컨데 찔레꽃이 피는 시기가 보릿고개 시기와 겹쳐서 인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무튼 노랫가사에 취해 찔레꽃 향기가 어떨까 싶어 근처에 가보지만 그 향을 맡기는 쉽지 않다. 꽃에 코를 바짝 대면 은은하게 향기가 난다. 그 은은함이 간혹 서글픔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초봄에 캐지 않았던 달래는 꽃대를 쑥쑥 키운 듯, 키가 허리께까지 왔다.
백합과여서 그런지 꽃이 예쁘게 피려 한다. 관상용으로도 괜찮지 싶다.
게걸무꽃은 올해도 알아서 핀다. 벌써 3년째인가 싶다. 첫해에 씨앗을 뿌리고 나서 무를 수확하지 않고 놔두었더니 꽃을 피우고, 씨를 떨어뜨리면서 매년 꽃을 피우고 있다. 게걸무꽃도 나름 예쁘다. 무를 캐지 않고 놔두면 거름이 되고, 그 중 인산이 풍부해서 주위 나무들이 자라는데 도움을 많이 준다. 따로 비료가 필요없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이런 자연스러운 순환이 밭 전체에 이루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