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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스타 - 이희재 단편집
이희재 지음 / 글논그림밭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1980년대 가난한 사람들의 지난한 삶들이 녹아 있는 만화책이다. 단란주점에서 일하는 아가씨, 쓰레기 리어카를 끄는 청소부 아저씨, 운수도 무지하게 나쁜 택시운전사, 일약 등단과 돈을 한꺼번에 쥐고자 했던 룸펜, 딸로 태어난 설움을 간직한 막내딸 끝지 등등.
흔히 밑바닥 인생을 읽어가다 보면 그들을 그 자리에 서게 만드는, 그리고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늪과 같은 사회에 대한 분노를 먼저 느끼게 마련인데, 간판스타는 오히려 눈물을 머금게 만든다. 그 굵직한 필체의 그림 속에서 이렇게도 연약한 마음의 파장을 일으킨다는 것에 경외감을 느끼게 만들 정도다. 경숙이, 황씨, 끝지가 보여주는 희생적인 삶, 자신을 버림으로써 가족을 살리고자 했던 그들의 마음에 눈물이 울컥 치밀어 오른다. 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덕목중엔 희생도 분명 포함되어 있을터이다. 아마 그래서 우리 주위엔 바른 사람을 찾아보기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렇게 눈물을 머금는 것도 그것이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님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내 주위엔 정말로 희생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꿈만을 향해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실재한다면 희생이란 단어는 사전에서 사라져버리지 않겠는가? 희생은 사회가 강요하는 것이다. 못난 사회를 아름답게 가려보기 위해 수많은 미담을 만들어낸다. 사회 자체가 아름답다면 아름다운 이야기는 사라질지 모른다. 난 더 이상 황씨나 경숙이와 같은 사람들이 사회에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아름다운 마음은 영원히 간직하되 그것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지 않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