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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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행복할 수 없음을 경제학 공식을 통해 이야기하면서도 그 도달할 수 없는 행복이라는 목표를 향해 욕망의 감소라는 종교적 선택보다는 만족의 확대를 통한 경제적 행위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는 이 경제학 카페는 그야말로 뜨거운 여름 한낮에 찾아들어간 카페에서 정신을 깨우쳐주는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들이키는 기분을 가져다 준다.
인간은 합리적 존재라는 전제하에 이루어진 경제학은 인간이 실상 합리적이지 않기에 결코 현실과 적확하게 맞아 떨어질 수 없는 태생적 비극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으나 그 이론이 현실의 보이지 않는 과정을 설명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쓰레기 취급을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만든다.

현실에서 보이는 여러 현상들 뒤에 감추어진 여러 개인, 단체들의 이익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고 그것이 어떻게 현실속에서 힘을 갇게 되는지를 분석함으로써 현실이라는 이름의 안개뒤에 감추어진 실제의 모습을 살펴보게 해준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라든가 곧 다가올 대통령선거 이전에 우리가 먼저 행해야 할 일은 바로 여론조사의 공표이며, 아직도 지지부진한 신문의 공판제도가 왜 그다지도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는지, 또 의약분업과 관련된 파업이나 보험료 인상등에 따른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의사들의 책임이 왜 큰지를 경제학적 패러다임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점은 우리가 정말 합리적 선택을 행하는 인간인가에 대한 회의와 그 합리적이라는 이름의 합리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가지게 만든다.

이 카페에선 아이스커피만을 먹고 머리를 차갑게 만들었지만 문을 나서는 순간 또 다른 쥬스를 파는 카페를 향한 길을 가르쳐주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본적 체험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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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뭔데 - 전우익의 세번째 지혜걷이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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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조금만 모여도 다들 자기가 잘났다고 아우성을 친다. 호숫가에 저 물은 그리도 많은 곳에서 흘러들 왔지만 그 깊이만큼의 고요를 간직한 채 묵묵히 세상에 존재하는데.빨리 빨리를 외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를 향해 빨리 가고 있는 것일까 나무는 수십년 수백년이 흘러도 한자리에서 자신의 키를 천천히 키워낸다. 편한 것을 찾아 몸을 뉘우는 사람들, 알고 보면 그 편함을 위해 오늘도 허리를 구부리고 일을 하고 있다. 나무는 생채기나는 험한 삶을 살아도 그 상처가 아름다운 무늬를 일구어낸다.

나무가 나무답고 하늘이 하늘답고 땅이 땅다울 때 그들은 아름답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기 위해선 사람다웠을 때만이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사람이 사람다울수 있을 것인가를 나무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자연을 통해 보여준다. 지혜는 어떤 도를 닦는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신비한 그 무엇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곁에 있는 자연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 지혜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준다. 끊임없는 욕심의 바다, 고해의 바다를 어떻게 헤엄쳐나갈것인지 우리는 오늘도 나무를 통해 한 수 배울 터이다. 도대체 사람이 뭔데 깝죽댄단 말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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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밥 먹구 가 - 오한숙희의 자연주의 여성학
오한숙희 지음 / 여성신문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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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남성인 내가 이 책을 집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규항씨가가 말한 <그 페미니즘>, 즉 인간에 대한 보편적 해방을 내세우기보단 자신이 처한 계급만의 불평등을 해소하려 드는, 이기적 이타주의의 표상이 되어버린, 주류 페미니즘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페미니즘의 페도 싫어하는 일반화의 오류상태에 놓여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나간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아무래도 그건 이 책을 알게된 과정을 설멍함으로써만이 풀릴것 같다. <패스트푸드의 제국>류와 같은 책을 통해 육류의 소비가 어떻게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으며 현대병과 난치병을 가져온 주범이며 그 밑바탕엔 노동의 착취와 동물에 대한 학대등이 숨겨져 있음을 자각하게 된 나로서는 자연주의에 눈을 돌리게 됐고 그 때 이책 <아줌마, 밥 먹구가>는 페미니즘 이전에 자연주의의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보여진다.

소로스의 <월든>이나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이 비록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간 삶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것이 우리의 자연과 동떨어진 외국의 삶이기에 조금은 낯이 선게 사실이다. 그런 낯섬에서 비켜나 우리의 땅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친근하게 다가오는 김용택씨는 삶보다는 그의 시흥에 젖어 낭만적으로 빠져드는 함정을 지니고 있으나 오한숙희씨의 이 책은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삶터 가꾸기라는 점에서 누나처럼 다가온다.

밤을 나눠먹는 과정에서 깨닫게 되는 이기적 이타주의의 이기심, 호박의 쓰임새를 통해 느끼는 여자들의 퍼주는 사랑 등등은 곳곳에 과거 외갓집을 떠올리는 향수와 함께 삶의 잔잔한 미소를 전해주고 있어 즐겁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고 하나 곳간이 비워도 인심이 날 수 있음은 진정한 인간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 진정한 인간으로 변화되어지는 과정의 첫마디는 바로 <같이 밥먹구 가>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은 에코페미니즘이라는 울타리로 가두기에는 보다 큰 보편적 인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듯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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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인 것의 슬픔
정재서 지음 / 살림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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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리즘>이라는 책을 통해 서구의 관점으로 왜곡되어진 동양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책마저도 동양인의 손에 의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체적 시각을 지니고 있다고는 보기 힘들다. 더군다나 한국은 중국의 변방정도로 취급되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는 없는 문제일 것이다. 또한 이런 서구의 삐딱한 시각이외에도 동양권내에서도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가 그 주변국들을 바라보는 횡포 또한 만만치 않아 이레저레 치이고 사는 약소국의 슬픔을 느끼게 된다.

뭐 남들이야 어떻게 바라보든 무슨 상관이랴? 라고 생각하며 그냥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라는 것이 과거의 일이 과거로 그냥 끝나지 않고 항상 현실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또 문화적으론 주변국가들을 억압하고 강대국들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다양성을 상실한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런 왜곡된 관점에서 벗어나 주체적 사고를 갖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편협한 국수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옛무서 <산해경>과 고구려 시대 무덤벽화등의 비교를 통해 동양적인 것, 특히 한국을 중심으로 한 극동아시아의 독특한 문화관을 보여줌으로써 변방으로서의 소국적 관점을 벗어난 고유의 다양성을 밝히고 있다. 이런 지난한 연구를 통해 옛 사람들의 세계관과 또 그들 사이의 다양함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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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
이윤기 외 대담 / 민음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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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으로 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있다. 혼자 산다는 것은 말없이 산다는 것과 일맥상통할련지도 모르겠다. 역으로 함께 산다는 것은 어쩌면 남들과 이야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 수 많은 이야기가 있다. 아버지와 딸이 선배와 후배가, 또는 동년배의 학자로서 등등 때론 어울린 듯, 어울리지 않는 듯 짝을 지어 대담을 나눈다.

깃털처럼 가볍게 인생을 이야기하다 바위처럼 무겁게 현실을 이야기한다. 이윤기씨 부녀간의 신화와 인생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최장집씨의 이성에 대한 믿음으로 끝나는 이 책의 구성은 그야말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이윤기씨가 집착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정재서씨가 주목하는 산해경을 비롯한 동양 고전속의 환타지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고대사람들의 상상의 세계속에서 한쪽은 인간의 저 밑바닥에서부터 꿈틀대는 본성의 탐구를 행하며, 또 다른 한쪽은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감성의 확장을 바란다.

신화와 판타지의 맞은편에선 세상을 향한 이성의 외침이 있다. 여성의 평등권을 가져올, 좀 더 나은 사회를 이룰 마지막 저격수, 탈이성의 시대라 불리며 이성이 찬밥신세가 되었다 할지라도 결국 진흙속의 연꽃을 피우는 건 이성임을 다시 한번 자각하게끔 만든다.
그러고 보면 책의 마지막에 이성에 대해 언급한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신화를 해석하는 것도 디지털의 논리도 문학이라는 것도 결국 세상을 향해 외치는 함성이라면 뜨거운 가슴을 전제로 차가운 이성의 숨결이 존재하지 않는 한 그저 메아리에 그칠 뿐일지도 모른다. 직접 대담자들과 얼굴을 맞대고 그들의 음성을 듣지는 못하지만 글이로나마 그들의 생각과 인생의 한켠을 조금 훔쳐볼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경험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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