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와' 함성이 울린다. 장막이 걷히고 모습을 드러낸 조용필은 다시 한번 '기도하는'을 외친다. 또다시 쏟아지는 함성소리. 작년 8월에 열렸던 콘서트의 서막이다. 직접 가서 본 것도 아니지만 그 순간의 감동이 거세게 밀려온다. 도대체 이 벅찬 감동의 정체는 무엇인가?
35년이라는 세월을 자신이 사랑한 일에 한결같이 헌신하는 삶이란 자랑스러워 할 만하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를 존경해도 된다. 아무도 욕하지 않을 것이다. 딴따라를 넘어서 예술의 경지로 대중음악을 이끈 작은 영웅은 아직도 노래를 부를땐 가슴이 심장이 들뜬다고 한다. 사랑하는 여인마저도 세월이 지나면 두근거림이 사라져갈 터인데 오직 노래를 부른다는 그 행위 하나만으로 아직도 가슴이 뛴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목석마냥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의 정열은 하나의 열병이다. 그의 노래를 듣는 이순간 나의 몸은 뜨거워질테지만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듯 깨끗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열병의 기억은 뇌리속에 남아 또 다시 누군가의 심장소리를 듣는 순간 가차없이 발병할 것이다.
난 나의 심장소리를 듣고 그 열병이 도지길 바란다. 무엇인가에 쿵쾅쿵쾅 뛸 수 있는 심장을 가지고 있으니 기어코 언젠가는 그 심장을 신나게 뛰도록 만들리라. 무대위에서 열정적으로 자신을 불사르는 저 킬리만자로의 표범 조용필이 있지 않은가? 이미 50을 넘은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는 듯 그 쏟아지는 비 속에서도 그의 몸은 뜨겁다. 나도 뜨거워지길 바란다. 살아있다는 것은 바로 그 뜨거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