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드라마 112분 12세 관람가

감독 임진순 출연 마동석, 정경호, 오나라....


1. 마동석의 주먹 한 방!이 아니라 입담 한 방!으로 관객의 웃음을 잡으려 했지만, 글쎄.... 이야기가 받쳐주지 않는 말 장난은 술자리 친구도 자주 하는걸. "뭔 말인지 알지?"(이 대사는 영화 속 마동석이 줄기차게 하는 말임)


2. 영화의 배경은 2007년 압구정. 건물마다 성형외과가 들어서던 시기, 압구정 토박이인 대국(마동석 역)은 최고 실력의 성형외과 의사지만 면허가 정지된 지우(정경호 역)를 만나, 사업수완을 발휘, 대한민국은 물론 중국 등 아시아에서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원스톱 서비스 성형병원 빌딩을 꿈꾼다. 이를 위해 압구정 정보통인 미정(오나라 역)과 큰 손 태천(최병모 역), 인맥 규옥(오연서 역)을 한데 엮는다. 


3. 코미디로서 영화<압꾸정>은 사회 풍자적인 그림자는 희미하고, 슬랩스틱도 아니고, 그저 말 장난에 주력한다. 가끔씩 허를 찌르는 말 장난에 피식 웃음을 흘리지만, 마동석의 주먹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피식, 피식 거리며 볼 수 있을 정도. 그렇다고 드라마로서 <압꾸정>은 등장인물들 간의 권모술수와 배신 등이 큰 반전을 주지도, 잘 짜여져 있지도 않다. 약간 성긴 느낌이라 이야기로서의 몰입도가 크지는 않다. 


4. 그래서 결국,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권선징악의 짜릿함도, 착한 악당에 대한 애정도 없고, 그렇다고 옆집 사람들만큼의 친근함도 없어 영화를 보고 나서의 감정이 애매모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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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미국  139분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에드워드 노튼, 자넬 모네...

15세 관람가


전편 <나이브스 아웃>에 이어 다시 찾아온 탐정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 역- 007 제임스 본드보다 촬영하면서 부상을 입지 않아 좋았다는 인터뷰가 화제). 이번에도 한 장소(그리스의 한 섬으로 관리인만 50명이 필요한 호화로운 사유지)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등장 인물은 모두 살인 동기를 가지고 있다. 블랑은 명쾌하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전편과 마찬가지로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단서 만으로는 절대 범인을 추측할 수 없다. 이 단서들은 등장 인물들이 모두 범인일 수 있다는 미끼일 뿐이다. 관객은 단서가 아닌 촉 또는 감으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을 뿐이다. 


다만 영화의 재미는 이 단서들이 전지적 시점에서 볼 수 있는 전체 장면 중 일부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다시 편집을 통해 전체 장면들을 보여 주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달라진 이야기의 끝은 범인을 밝히는 것이다. 


이번 [나이브스 아웃;글래스 어니언]의 재미는 두 가지 이야기가 주는 추리적 재미와 함께 백만장자(에드워드 노튼 역)의 허상을 까발리는데에도 있다. 여기에 동원된 명화 [모나리자]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하나의 단서가 되기도 하면서, 허상이 무너지는 표상이 되기도 한다. 이를 위한 영화적 장치 또는 소품들을 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이 전혀 지겹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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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다의 황홀경. 

실내 의자에 앉아서 스킨스쿠버 하는 느낌. 모두가 진짜인 듯 생생한 디테일에 놀란다. 반면 이야기는 전편의 흐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황홀한 바다를 구경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추.


2. 생생한 디테일 

13년 전 3D 기술에서 얼마나 발전했을지가 궁금했다. 당시 느꼈던 시각적 충격만큼의 놀라움이 있을까. 생생한 묘사 능력이 발전했지만, 3D라는 공간적 시각 효과의 발전은 느끼지 못했다. 좌우로의 움직임이 주가 되고, 관객을 향하거나 관객으로부터 멀어지는 움직임을 통해 깜짝깜짝 놀라게 했던 장면 연출은 자제한 듯 느껴진다. 반면 배경이 되는 소품들을 앞 뒤로 배열해 공간감을 많이 주었다. 


3. 물의 감촉

전편 배경이 되었던 숲에서 이번엔 바다로 변화를 주었다. 물이 주는 감각이 훨씬 다루기 어려울 것이라 추측된다. 그런 점에서 9년 전 선보였던 [라이프 오브 파이]가 정말 대단한 영화였다는 생각이 든다. 


  

4. 자연 보호?

영화의 백미는 어찌보면 툴쿤을 사냥하는 장면일 듯. 현재의 고래 사냥을 떠올리게 만드는 툴쿤 사냥을 통해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운다. 500미리미터도 되지 않을듯한 툴쿤의 뇌수를 채취하기 위해 거대한 툴쿤 한 마리를 사냥하는 인간의 모습 속에서 인간 탐욕의 비도덕성을 깨우친다. 하지만 전쟁(전투) 속에서 적을 과감히 죽이는 모습은 생명 존중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적의 소멸을 통한 통쾌함이 명확한 선악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인간은 악한 존재인지를 되물을 수밖에 없다. 


5. 지독한 가족주의.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버지라는 존재일까. 가부장주의와 가족주의가 다소 마음에 걸린다. 다만 가족의 범위를 직계 가족아 아니라 부족으로, 다시 인간으로, 크게는 지구로, 그리고 마침내는 뭇 생명으로 확장시킨다면 다행일 터. [아바타 물의 길]에서는 가족의 범위가 부족의 범위로 확장된다. 후편에서는 이 범위가 보다 광범위하게 확장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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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셀러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영화화 했다. 책을 읽지 않았지만, 그 평을 보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습지에 대한 묘사가 탁월한 듯하다. 영화는 소설 속 습지를 영상으로 보여주어야 하는데, 과연 소설이 공들인 것 만큼의 영상을 표현해 냈는지는 책을 읽지 않았으므로 알 수 없다. 다만 영화 속의 습지 또한 매력직이긴 하다.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매력이 습지라는 배경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여러가지 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굳이 장르로 표현해보면 성장물, 멜로물, 법정물, 미스터리물 등 다양한 장르가 합쳐져 있고, 관점에 따라서 중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가 정해질 듯하다. 


만약 주인공인  카야가 폭력적인 아버지를 떠나 가족들이 모두 도망가버리고, 결국 어머니와 아버지마저 잃어버린 채 습지에 위치한 집에 홀로 남아 자라는 과정에 집중한다면 성장물이 될 것이며, 이렇게 홀로 남겨진 카야의 외로움을 위로해 줄 두 명의 남자를 만나는 모습에 집중한다면 멜로물이 될 것이다. 또 이 두 남자 중 한 명인 체이스의 죽음이 어떻게 발생할 것인지에 집중한다면 미스터리물로, 살인자로 몰린 카야가 무죄를 받기까지의 과정에 집중한다면 법정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카야가 진짜 살인자인지 아닌지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함께 카야를 바라보는 바깥(문명) 사회의 시선 속에 포함된 편견과 권력, 자연에 대한 경이와 함께 따라오는 상반된 두려움 등 다양하게 읽혀지는 재미 또한 크다. 


주인공 카야가 습지 집에서 홀로 자연을 통해 배우며 성장하는 모습은 사회 속에서 자란 이들에게 신비롭게 보여진다. 하지만 한편으론 거리껴지는 대상이기도 하다. 현대문명이 자연을 대하는 자세가 그대로 녹아있다 할 것이다. 자연을 두려워하면서도 정복해야 할 대상이자 도구로 바라보는 한편, 신비롭고 지혜로운 것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 생명으로도 보여지는 것이다. 


카야 또한 자연 속에서 자랐지만 결국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테이트와 체이스라는 두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믿었던 사람들이 떠나버리는 배신 속에서도 또다시 사람을 그리워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인간은, 아니 생명이란 결국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이 폭력에 의한, 또는 힘에 의한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아니라, 공감하고 이해하는 방식이기를 바랄 뿐이다. 두 남자 체이스와 테이트는 이 상반된 방식을 표현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폭력이 자신에게 가해졌을 때 과연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를 카야는 질문한다. 카야의 해결 방식에 동의를 할 것인지, 아니면 부정할 것인지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래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끝을 맺을 때 그 결말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두 입장의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자신의 입장에 따라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꽤나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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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영웅> 시리즈를 예고편으로 접했을 때, 무척 흥미가 갔다. 학원물에 성장기. 거기에 더해 기존의 무술 지향의 액션이 아닌 지적(?)인 액션. 딱 취향 저격인 작품으로 보였다. 그래서 원작인 웹툰을 찾아봤는데, 초반부 설정이 드라마와 다소 다른데다 속도감도 차이가 있어서 조금은 실망하게 됐다. '어서 드라마나 봐야지.' 


<약한 영웅>은 싸움을 잘 한다고는 볼 수 없는 연시은이라는 고등학생이 주인공이다. 주위 사람들과 섞이는 것이 싫어서, 대화조차 차단하기 위해 귀에 항상 이어폰을 꽂고 사는 성격이다.(재패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신지를 떠오르게 한다 ) 하지만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대상에겐 가차없다. 비록 싸움을 잘 하진 못하더라도, 주위 사물과 환경, 그리고 상대방을 재빠르게 파악해 상대를 제압한다. 하지만 신체적, 물리적으로 강한 상대에게 다소 역부족일 때가 있다. 


반면 시은과 친구가 된 안수호는 격투기를 배운 싸움꾼이다. 어려움에 처한 시은을 도우며, 타인과 섞이길 싫어했던 그와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또다른 친구인 오범석은 다른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시은의 학교로 전학을 왔다. 이곳에서 또다시 폭력의 희생자가 될뻔했지만, 시은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게 되면서, 시은에게 많이 의존하게 된다. 이것이 그의 시기와 질투심을 불러 일으켜 재앙을 불러오게 되지만, 이렇게 시은은 수호와 범석이라는 친구와 한 세력을 갖추게 된다. 


시은의 무리는 학교 내 일진과의 대결에서 승리하지만, 이 싸움은 점점 더 밖으로 커져간다. 마치 스포츠물 작품들이 더 강한 상대를 만나고, 이들을 꺾으면서 성장하듯이 말이다. 학원폭력물이지만, 그 이야기의 흐름은 성장 스포츠물을 닮아 있는 것이다. 시리즈1이 끝나는 말미에 시은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데, 그곳에서 또다시 새로운 상대를 만나게 될 것을 예고한다. 성장에는 한계가 없으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로 <약한 영웅>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드라마가 끝나갈 즈음, 학생들 개개인의 상태를 살피지 않고, 학교의 안위 만을 걱정하는 선생들이 시은을 불렀을 때, 시은이 대꾸하지도 않고 복도의 유리창을 깨뜨려 버리는 장면이다. 학교에서 벌어진 폭력에 그동안 학교는 무엇을 했는지를 묻는 듯하다. 학교가 폭력에 대처하지 않으면서 학교에 악당이 만들어지고, 그 반대편에 영웅이 등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약한 영웅의 탄생은 학교라는 곳이 실로는 부재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실제 독재 시절을 은유한 것으로 보이는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학교에서 지금의 학교는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묻지 않을 수가 없다.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있는 길은 오직 힘을 갖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일까. 영웅이 되었지만 약한 존재인 시은이 우리에게 묻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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