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넷플릭스 시리즈 <결백>. 스페인. 8부작. 청불. 드라마, 스릴러. 2021년 오픈. 할런 코벤의 2005년 원작 소설. 할런 코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는 총 11편이다. 이번이 4편 째 감상. 시리즈별로 제작한 나라들도 제각각이다. 제작한 나라에 따라 표현의 방법도 차이가 난다. 아무래도 국가별 표현을 제한하는 수위가 다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이번 스페인 제작 <결백>은 같은 청불이어도 그 표현 수위가 높다. 폭력적 묘사나 성적 묘사가 제한이 없어 보인다. 너무 자극적인 것이 불편한 이들에겐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자극적 표현이 일부러 시선을 끌기 위한 과도한 표현이라기 보다는 작품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어서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다소 남성 중심적 시선도 느껴져, 여성들에겐 불편한 감정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아무래도 매춘과 관련된 사업이 배경이 되고, 그 종사자가 주요 등장인물로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각 회마다 주인공을 달리해 연출하고, 후반부에 접어들면 이 주인공들의 만남(겹침)을 통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구성이 돋보인다. 영원히 감출 수 있는 비밀은 없다. ★★★☆ 7점/10점
2. 맷 헌터는 막 성인기로 접어든 시기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교도소에 들어간다. 시간이 흘러 교도소에서 출소해 변호사인 형의 사무실에서 일한다. 그러다 아내가 되는 올리비아를 만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낸다. 그러던 중 그에게 호텔에 누워있는 금발의 여인 사진이 전송된다. 그 여인은 바로 올리비아. 올리비아의 외도를 의심하면서도 믿고 싶은 마음에 그녀를 찾지만 도저히 연락이 닿지 않는다. 이에 탐정 조이에게 도움을 청한다.
한편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수녀가 사망한 사건이 벌어진다. 로레나 형사는 자신이 자라난 그 학교 교장 선생님의 부탁으로 이 사건을 맡는데, 처음엔 자살로 보였던 이 사건에 의문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지고 로레나는 단서를 찾아 탐문을 시작한다. 그가 향한 곳은 맷 헌터의 집.
과연 헌터는 아내를, 로레나는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3. 넷플릭스 <결백>은 첫회는 맷 헌터를 주인공으로, 2회는 로레나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첫회와 2회를 이어서 보지 않는다면, 2회를 보는 순간 다른 시리즈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착각할 정도다. 2회 끝 장면은 1회 끝 장면과 이어지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1, 2회 정도는 아니지만 매회 이야기의 중심을 끌고 가는 주인공이 바뀌면서 스릴러의 강도를 높여간다. 이런 구도는 가끔씩 볼 수 있는 편집 형태인데, <결백>은 주인공 별로 다른 사건인 양 시작되다 서로 마주치면서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점에서 탁월해 보인다.
4. 믿음이 깨질 때 우리는 배신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배신감은 꽤 상처가 깊어 앙갚음을 하고픈 욕망을 일으킨다. 즉 복수욕에 불타게 된다. 믿음과 배신만큼은 아니지만, 우리가 다른 이에게 친절과 도움을 베풀 때, 상대방에게서 고마움과 보답을 바라는 마음도 함께인 경우가 많다. 이 마음이 깨질 때, 우리는 배은망덕이라고 부른다. <결백>은 이 배신과 배은망덕이라는 감정이 사람을 어떻게 극한으로 몰고 가 우리를 피폐해지게 만드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5. 우리가 배신이나 배은망덕이라는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베풀되 돌려받을 마음을 갖지 않는 자세다. 이를 금강경에서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라고 한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베풀 때 이자까지 쳐서 되돌려 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바로 고통의 씨앗이라는 것이 불교의 관점이다. 그렇기에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돕는 것,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베푸는 것. 보시바라밀을 행해야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괴롭지 않는 삶을 위해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베풀어 보는 일을 하나씩 하나씩 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