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 대한민국. 6부작. 청불. 드라마, 스릴러. 박해수, 신민아, 이희준, 김성균, 이광수, 공승연 주연. 원작 카카오 웹툰. 25년 4월 4일 오후 4시 공개. 공개시간으로 눈길 끌기? ^^; 이일형 감독(리멤버, 검사외전). 우연이 겹치면 필연. 필연의 인간관계는 인연 또는 악연. 연으로 이어진 실을 스스로 온전히 끊을 수 있을까. ★★☆ 5점/10점


2. 사채빚을 갚지 못해 위협에 시달리던 사채남은 아버지의 생명보험증권을 보게 된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조선족 장길룡을 꼬드겨 흉악한 범죄를 사주한다. 이 범죄는 성공할 수 있을까. 

한편 한의사인 안경남은 이유정의 유혹에 넘어가 외도를 하다 교통사고를 낸다. 음주운전이 걸리면 인생을 망친다는 생각에 흔적을 지우려 하지만 목격남이 있음을 알게 된다. 돈으로 무마하려 하지만 목격남의 요구는 점점 더 커진다. 

의사인 이주연은 인근 폐건물에서 일어난 화재로 병원에 실려온 이가 악몽 속의 인물임을 알게 된다. 잊었다고 생각한 오래된 상처가 되살아나며, 이 악몽을 끝내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각자의 목적을 향해 걸어가는 6명의 인물은 과거로부터 서로 얽혀 있는 사이였다. 이들은 지독히도 불운한 이 악연을 끝내고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3. 작은 동네나 시골에서 살고 있는 이들은 서로 간에 모르는 일이 없다. 이들 사이에 형성된 관계는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이 관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장소를 떠나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혹여 운명이라 일컬을 수 있는 우연이 이들을 다시 한 곳에 모이게 만들기도 한다. 분명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 우연이 겹치고 겹치면, 누군가는 필연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거짓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악연>은 이 우연의 겹침으로 인해 개연성을 상실한다. 개인적으론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이것을 필연으로, 운명으로 해석하며 극의 재미를 높여주는 수단으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개연성을 상실하면서 집중력이 떨어진다. 웹툰도 그래서 중간에 보는 것을 그만두기도 했는데...... 개연성의 상실을 제목인 <악연>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버리는 느낌이다. 


4. 더군다나 안경남이 맏닥뜨린 사건은 계산대로 움직여질 수 없는 우연의 집합체다. 계획된 범죄라고 한다면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은 1%도 채 안될 성 싶은 사건이다. 하지만 이런 사건을 전제로 전체 이야기가 움직여진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다른 그물코가 성기지 않게 잘 짜여져 있다 하더라도 벼리가 문제라면 그물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그냥 한 번 넘어가주자'라는 마음으로 본다면, 이후 그물코의 촘촘함으로 꽤 볼만 하다 할 수 있겠다.   


5. <악연>은 인간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그보다 더하다. <악연>의 시작이 한 고등학교이듯, 현실의 악연들은 일부 법조 카르텔에서 싹이 자라나는 듯하다. <악연>의 원동력이 폭력이라면, 현실 속 비극의 원동력은 권력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악'의 '연'을 우리는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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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4-10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화려한 라인업인데 평점 5점이라니...아쉽네요.
감독이 누군지 몰랐는데 <리멤버>의 감독이라니,,,,, 개연성을 상실했다는 의미를 어림짐작 하겠네요.

하루살이 2025-04-11 14:57   좋아요 0 | URL
평점은 제 개인적인 평가이고요 ^^;;;;
그래도 넷플릭스에서 꽤 인기를 받고 있어요. 대한민국 시리즈 부문 1위, 글로벌 부문 5위까지 들어갔네요.
 

1. 넷플릭스 시리즈 <결백>. 스페인. 8부작. 청불. 드라마, 스릴러. 2021년 오픈. 할런 코벤의 2005년 원작 소설. 할런 코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는 총 11편이다. 이번이 4편 째 감상. 시리즈별로 제작한 나라들도 제각각이다. 제작한 나라에 따라 표현의 방법도 차이가 난다. 아무래도 국가별 표현을 제한하는 수위가 다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이번 스페인 제작 <결백>은 같은 청불이어도 그 표현 수위가 높다. 폭력적 묘사나 성적 묘사가 제한이 없어 보인다. 너무 자극적인 것이 불편한 이들에겐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자극적 표현이 일부러 시선을 끌기 위한 과도한 표현이라기 보다는 작품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어서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다소 남성 중심적 시선도 느껴져, 여성들에겐 불편한 감정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아무래도 매춘과 관련된 사업이 배경이 되고, 그 종사자가 주요 등장인물로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각 회마다 주인공을 달리해 연출하고, 후반부에 접어들면 이 주인공들의 만남(겹침)을 통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구성이 돋보인다. 영원히 감출 수 있는 비밀은 없다. ★★★☆ 7점/10점

 

2. 맷 헌터는 막 성인기로 접어든 시기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교도소에 들어간다. 시간이 흘러 교도소에서 출소해 변호사인 형의 사무실에서 일한다. 그러다 아내가 되는 올리비아를 만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낸다. 그러던 중 그에게 호텔에 누워있는 금발의 여인 사진이 전송된다. 그 여인은 바로 올리비아. 올리비아의 외도를 의심하면서도 믿고 싶은 마음에 그녀를 찾지만 도저히 연락이 닿지 않는다. 이에 탐정 조이에게 도움을 청한다. 

한편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수녀가 사망한 사건이 벌어진다. 로레나 형사는 자신이 자라난 그 학교 교장 선생님의 부탁으로 이 사건을 맡는데, 처음엔 자살로 보였던 이 사건에 의문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지고 로레나는 단서를 찾아 탐문을 시작한다. 그가 향한 곳은 맷 헌터의 집. 

과연 헌터는 아내를, 로레나는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3. 넷플릭스 <결백>은 첫회는 맷 헌터를 주인공으로, 2회는 로레나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첫회와 2회를 이어서 보지 않는다면, 2회를 보는 순간 다른 시리즈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착각할 정도다. 2회 끝 장면은 1회 끝 장면과 이어지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1, 2회 정도는 아니지만 매회 이야기의 중심을 끌고 가는 주인공이 바뀌면서 스릴러의 강도를 높여간다. 이런 구도는 가끔씩 볼 수 있는 편집 형태인데, <결백>은 주인공 별로 다른 사건인 양 시작되다 서로 마주치면서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점에서 탁월해 보인다. 


4. 믿음이 깨질 때 우리는 배신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배신감은 꽤 상처가 깊어 앙갚음을 하고픈 욕망을 일으킨다. 즉 복수욕에 불타게 된다. 믿음과 배신만큼은 아니지만, 우리가 다른 이에게 친절과 도움을 베풀 때, 상대방에게서 고마움과 보답을 바라는 마음도 함께인 경우가 많다. 이 마음이 깨질 때, 우리는 배은망덕이라고 부른다. <결백>은 이 배신과 배은망덕이라는 감정이 사람을 어떻게 극한으로 몰고 가 우리를 피폐해지게 만드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5. 우리가 배신이나 배은망덕이라는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베풀되 돌려받을 마음을 갖지 않는 자세다. 이를 금강경에서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라고 한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베풀 때 이자까지 쳐서 되돌려 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바로 고통의 씨앗이라는 것이 불교의 관점이다. 그렇기에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돕는 것,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베푸는 것. 보시바라밀을 행해야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괴롭지 않는 삶을 위해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베풀어 보는 일을 하나씩 하나씩 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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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삽목 5주차에 접어드니 눈에서 싹이 움터 자란 잎들이 조금씩 자라는 게 보인다. 아직 굵은 가지로 삽목한 것들은 잎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4개의 박스 중에 1개 박스만 피트모스 100%로 채운 것인데, 이쪽에 있는 삽목 가지들이 싹도 많이 나고 자라는 것도 빨라 보인다. 박스 간 위치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아서, 아무래도 흙의 성분 차이가 이런 차이를 발생시킨 것이 아닌가 싶다. 또 다른 차이라면 이 박스가 깊이가 깊어 피트모스가 더 두껍게 쌓여 있다는 점이다. 내년엔 일단 모든 박스를 100% 피트모스로 흙을 채우고, 깊이를 서로 달리해서 시험해 보면 좋을 듯 싶다. 


아무튼 잎이 나서 자라는 것들이 뿌리를 잘 내려줬기를 바란다. 지금 섣불리 뽑아서 보기엔 실뿌리가 너무 약할 것 같아, 조금 더 두고 나서 뿌리를 확인해 볼 심산이다. 다음주에는 굵은 삽목 가지에서도 잎이 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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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넷플릭스 시리즈. 6부작, 25년 3월 26일 오픈. 아르헨티나. 스릴러, 미스터리. 청불. 할런 코벤 원작.(스페인, 프랑스, 영국, 아르헨티나 등 여러 국가에서 그의 작품을 시리즈로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할런 코벤 시리즈는 11개나 된다) 대한민국에서는 <용서할 수 없는>이라는 제목으로 출판.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접한 할런 코벤 원작 시리즈 중 연출적 측면이 아닌 이야기적 측면만으론 제일 흥미진진하다.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역의 빼어난 풍경을 배경으로 그루밍의 위험성을 다룬다. ★★★★ 8점/10점

  

2.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바릴로체라는 도시에서 소녀들의 실종과 피살이 연이어 발생한다. 저널리스트인 에마 가라이는 선정적이지 않으면서도 범죄자들을 폭로하는 기사로 디지털 미디어 내에서 유명세를 얻고 있다. 에마는 채팅을 통해 소녀들을 유혹하여 성범죄를 저지르는 범인을 쫓다 지역사회에서 존경받고 있는 레오 메르세르를 만나게 된다. 이번 사건의 범인이 과연 레오일까? 에마는 혼돈에 빠진다. 


3. 넷플릭스 시리즈 <덫>의 배경이 되는 도시는 아르헨티나의 바릴로체다. 짙푸른 호수와 만년설이 있는 높은 산, 빙하 등이 어우러져 휴양도시로 유명한 곳이다. 보트타기와 트래킹, 등반 등 각종 레포츠를 즐기기에도 좋다고 한다. <덫>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데 더할 나위없이 좋은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풍경을 중간 중간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어 큰 화면으로 본다면 꽤 볼만하다. 그렇다보니 시리즈 <덫>에 비쳐진 아르헨티나의 삶이 퍽 풍요로워 보인다. 


4. 이야기의 주요 소재는 인터넷 언론과 채팅 앱, 그루밍이라고 볼 수 있다. 그루밍이란 손질, 다듬기, 차림새라는 뜻이지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길들이기를 통해 성적 학대, 착취 등의 성범죄를 일컫기도 한다.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라 할 수 있다. 할런 코벤은 <미싱 유>에서는 데이팅 앱을 소재로 스릴러를 써나갔는데, 최신 미디어의 문제점을 파악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능력이 탁월해 보인다.    


5. 이번 시리즈 <덫>에서는 뉴미디어라 할 수 있는 라이브 방송이 언론으로서 갖는 힘과 부작용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우리도 유튜브가 갖고 있는 장점과 더불어 그 폐해로 인해 국가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 더해 국가적 폭력 장치라 할 수 있는 경찰이 권력의 통제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측면도 드러난다. 어쨋든 <덫>의 주인공 에마는 그루밍 범죄자를 쫒다가 일종의 함정 수사로 범인을 맞닥뜨린다. 하지만 이 범인은 청소년은 물론 주위 사람들로부터 신망받는 존재다. 그리고 본인 또한 자신이 범인이 아님을 주장한다. 하지만 에마는 라이브 방송을 켜고 일종의 덫에 걸려든 범죄자 레오를 다그친다. 일종의 '선빵'이다. '아니면 말고' 식 보도라 할 수도 있겠다. 물론 에마는 이런 식의 보도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믿음이 배신당했다는 감정적 파도가 그의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에마의 의도는 아니지만, 우리의 현실에서는 이런 식의 보도를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그 밑엔 유명세와 이를 통한 금전적 이득이 있다. 언론인으로서의 에마를 좇아가는 재미도 상당하다.


6. <덫>에서는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도 생각거리를 준다. 아이들은 분명 부모에게 도와달라는, 또는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신호를 주지만, 부모는 이 신호를 쉽게 알아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에겐 부모의 사정이 있어서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의 기대고 싶은 마음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는 마음이 쉽사리 그루밍의 타깃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필요한 것은 아이에 대한 믿음이다. 그리고 그 신호를 알아챌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언제든 기댈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아이를 대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디지털 세상의 수많은 유혹 속에서 어른은 이 믿음의 버팀목을 지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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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5-04-07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덫...할렌 코벤 원작이라니!! 꼭 보도록 하겠습니다!!ㅎㅎ

하루살이 2025-04-08 09:51   좋아요 0 | URL
할렌 코벤을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
 

현관문의 스마트 도어락이 저 혼자 삑삑거리기를 1년이 넘은 것 같다. 중문을 닫고 TV를 보고 있자면 삑삑 소리가 들리지 않아 그냥저냥 놔두었다. 그러던 것이 이젠 숫자 터치를 먹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순간 당혹스러웠지만 카드키가 있어서 문을 열고 닫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언제 이 카드키마저 작동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교체를 결정했다. 직접 도어락을 교체하기로 마음 먹고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주문 시 설치까지 해 주는 옵션도 있는데 설치비가 최저 3~4만원은 하는 듯했다. 단독주택에 살면서 수리, 교체를 맡기기 시작하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집이 아니라 관리비를 내고 위탁하는 아파트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직접 설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일단 기존의 도어락을 해체하고, 새것으로 갈아 끼웠다. 부품이 그렇게 많지 않아 어려운 작업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직접 교체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그림 설명서나 동영상 안내가 없어서 아쉬웠다. 해체했던 기억을 떠올려 반대 순으로 하나 하나 결합을 해 가면서 도어락을 달았다. 



그런데 두 개의 잠금장치가 꼼짝을 않는다. 위에 것은 수동으로 작동시켜 보려 단추를 누르지만 '윙' 소리만 나고 움직이지를 않는다. 아래 것은 손잡이가 움직이지조차 않는다. 구멍을 잘 맞추어서 나사를 풀었다 다시 조립해 보지만, 위 잠금장치만 움직이던가, 아래 잠금장치만 작동하던가 할 뿐이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야? 이리 허술하게 만들진 않았을텐데 생각하면서도 점점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풀었다 잠그기를 몇 번 하다 문득 틀의 앞 뒷면을 바꿔 보기로 생각했다. 맞았다. 앞 뒷면이 바뀌어서 작동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참, 어떻게 앞 뒷면을 바꾸었다고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그것도 신기했다. 구멍의 위치나 크기는 똑같은데 왜 앞 뒤를 바꾼 것 만으로 열리고 닫히는 게 달라질까. 아무래도 구멍 밖의 좌우가 완전히 대칭되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그래서 아주 조금의 차이로 걸쇠가 틀에 걸렸던 모양이다. 



이제 잠금쇠가 잘 움직이니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생각했다. 모든 부품들을 다 조립하고 비밀번호와 카드키를 등록하고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왠걸? 문이 잠긴 후에 밖에서 여는데 그냥 열리는 것이다. 이게 뭐야? 왜 안 잠기는 거지? 어라? 이번엔 안에서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꼼짝을 않는다. 이런! 안과 밖이 바뀐 것이다. 도대체 이번엔 뭐가 잘못된 거지? 


곰곰히 생각해보지만 해결책이 떠오르질 않는다.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으니 다시 분해를 하고 조립을 해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안과 밖이 바뀌었다. 잘못된 제품인가 싶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보지만 휴일이라 통화를 할 수가 없다. 천천히 다시 분해해서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며 조립을 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미더운 부분이 보였다. 손잡이 뭉치에 IN과 OUT이 써 있는데, 아무리 해도 인을 안쪽으로 아웃을 바깥쪽으로 향하도록 조립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립이 가능하도록 인과 아웃을 바꾼 채로 조립했던 것이 영향을 미친 듯했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고민고민 하다 도어락 뭉치 전체를 거꾸로 하면 어떨까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손잡이와 숫자 위치가 위아래 뒤바뀌고, 문의 타공이 보이게 된다. 설마 이렇게 조립하도록 만들었을까? 


문제는 알 것 같은데 해결책은 보이지 않아 답답했다. 그렇게 다시 분해와 조립만 두어 번 더 했다. 그러다 문득 손잡이 뭉치를 왜 꼭 안에서 집어 넣어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잡이 뭉치를 밖에서 안으로 집어 넣으면 인과 아웃도 제대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맞았다. 그게 정답이었다. 손잡이 뭉치를 밖에서 집어넣어 인과 아웃을 제대로 위치에 놓으니 도어락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30분 이면 끝날 작업을 무려 3시간이나 걸렸다. 


사고의 경직성. 한 번 떠올린 생각에 사로잡혀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 벌어진 고생이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한 생각에 사로잡힌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이긴 하지만, 정말 '한' 생각에 사로잡혀 고통을 당한 느낌이다.

도어락을 교체하면서 경직된 사고가 얼마나 고생스러운지를 체감했다. 언제든 열려있는 <사고의 유연성>을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가장 근거가 되는 전제조차도 의심해보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 논리의 도약으로 한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는 불교의 '중도'에 대해서도 고찰해본다. 제법무아, 제행무상. 틀에 갇히지 않는 삶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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