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5월 14일 14도~30도 맑음 여름더위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본격적으로 병충해도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매화나무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벌레들이 축제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냥 놔두고 지켜본 탓에 매실을 한 주먹 정도밖에 수확하지 못했다. 올해는 정향 추출물을 희석해서 조금 뿌려주었다. 정향은 향신료의 일종이다. 향신료는 말 그대로 향이 강한 식물의 일부를 음식이나 약재로 활용하는 것이다. 향신료의 독특한 향은 벌레로부터 피해를 받지 않고 내쫓기 위해 식물이 내뿜는 것이다. 피톤치드도 이와 같은 것인데, 벌레와 같이 작은 동물에겐 치명적일 테지만, 몸집이 큰 인간에겐 오히려 건강에 도움을 준다. 향신료의 원래 목적 그대로 정향의 추출물을 활용해 벌레를 내쫓는 약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배나무에도 어김없이 적성병이 찾아왔다. 근처 향나무가 있으면 서로 계절을 오가며 균이 옮겨가는 것이라 향나무를 없애지 않는한 적성병을 차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적성병에 걸리기 전에 예방을 했어야 했지만, 일단 자연적인 과정을 지켜보느라 놔두면서 결국 병에 걸리고 말았다. 올해는 병이 나타난 곳에 황을 희석해 뿌려본다. 소독작용을 하는 황을 통해 적성병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른 배나무는 새로 난 가지의 끝이 까맣게 타 들어가며 죽고 있다.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일단 지켜볼 심산인데, 아무쪼록 전체로 퍼져나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스스로 이겨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할지 공부해야 할 판이다. 


벌레와 균은 자신들이 활동할 조건에 맞추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과 최대한 공존하는 것은 그만큼 외부의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나무가 건강을 잃지 않을 정도라면 자연스럽게 놔둘 생각이지만, 어느 한 쪽이 우세해진다면 다소 균형을 맞추어 줄 필요는 있을 것이다. 올해는 함께 잘 살아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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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 - 인간은 어떻게 미지의 세상을 탐색하고 방랑하는가
마이클 본드 지음, 홍경탁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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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가르쳐 준 사실 중의 하나는 인간이 꽤나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집에 콕 박혀 사는 것만으로 우울증을 겪는 코로나 블루는 인간의 여행욕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기본 욕구라 할 수 있는 식욕, 성욕, 수면욕에 더해 여행욕구를 집어넣어야 할 판이다.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다. 인류가 지구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여행욕구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전 세계 곳곳으로 확장되어진 것은 길을 떠난 덕분이다. 


최근 아카데미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받은 영화 <노매드랜드>가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도 이런 길을 떠나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물론 서브 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한 미국의 경제적 충격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지 중 하나였던 노매드 족의 모습을 통해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근저에는 결국 길을 나서고야 마는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나빌레라>에서 할아버지 심덕출은 알츠하이머를 앓았다. 알츠하이머의 증상을 표현하는 기억력 상실 중 초기부터 나타나는 것은 바로 길을 잃는 것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집으로 가는 길은 무엇인지를 전혀 알 수 없는 공포감이 엄습한다. 길을 나서고 찾는 것은 인류 초기 생존과 직결된 사냥을 위한 기본적인 지식이었을 테며, 그런 과정을 통해 인간의 뇌는 발전을 거듭해 왔을 것이다. 반대로 알츠하이머와 같은 병에 걸리면 우리는 생존의 중요한 덕목인 길을 찾는 능력을 잃고 마는 것이다. 


한 번 생각해보라. 당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곳에 홀로 놓여져 있다고. 그것만큼 두려운 것은 없을 것이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만으로도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불러온다. 반면 길을 찾고 나서는 것은 삶을 이어가고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이책 <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은 인간의 길찾기 능력이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은 물론 성실함, 창의성, 우울증 등등 다양한 정신적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뇌과학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아이들을 바깥 공간에서 모험을 즐기도록 키워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뇌의 발달을 위해 가끔은 낯선 곳에서 길을 찾아 나서야 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GPS를 끄고 오직 우리의 몸으로 주위를 관찰하며 한 발 나아가는 훈련도 필요하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우울감. 우리 동네의 가보지 않은 낯선 곳으로 길을 나서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극복되어지지 않을까. 자, 이제 GPS는 꺼둔채 발걸음을 옮겨보자. 길은 결국 찾아지리라.  

도시 설계의 다섯가지 요소
이동경로, 경계, 구역(도시 내부에 있는 별개의 영역), 노드(사람들이 모이는 연결점이나 장소), 랜드마크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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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5월 13일 맑음 10도~30도 초여름 날씨



사과나무에 사과가 열리기 시작했다. 한 가지에 2~5개까지 귀엽게 달렸다. 올해 처음으로 꽃이 핀 사과나무는 배나무와 다르게 꽃솎기 작업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열매가 많이 달린 것이다. 이제 제일 튼실한 것 하나만 남겨놓고 나머지 사과는 솎아줄 계획이다. 냉해 걱정은 이제 하지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열매가 너무 많이 달려있으면 크기가 작아져 먹을 것이 별로 없을 테고, 게다가 양분도 많이 빼앗겨 나무도 일찍 늙어갈 것이다. 


반면 꽃솎는 작업을 해주었던 배나무는 실제 열매가 달린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정말 무성하게 피었던 배나무꽃. 솎기 작업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수십개에 달했던 꽃이었는데, 막상 배가 달린 것은 열개도 안될듯 하다. 


사과와 배의 속성 차이인지, 아니면 수정이 되지 않을 것을 대비해 여유분을 두고 솎는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번 경험을 통해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꽃 솎는 작업보다는 그냥 열매가 달린 후에 열매 솎기 작업을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꽃이 과실로 100%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꽃은 열매를 담보로 피는 것은 아니다. 그저 피어야 할 때 피어나는 것이다. 묵묵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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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 10도~27도 맑음


한낮의 태양이 뜨겁다. 여름의 불볕같은 태양의 따가움이 블루베리밭에 가득하다. 


슬슬 열매가 달리기 시작한다. 지난해처럼 엄지손가락 한 마디되는 정도의 큼직한 블루베리가 열릴지 궁금하다. 올해는 꽃도 솎아주고, 추비도 준 만큼 기대가 크다. 



20일 전쯤 예초를 했던 밭에 다시 풀이 무성해지고 있다. 



블루베리를 수확할 때쯤 풀을 깎으면 될 줄 알았는데, 그 전에 한 번 더 풀을 잘라줘야 할 듯싶다. 



시간을 조금씩 내어 풀을 깎아줄 생각이다. 오늘은 두둑 1개 반 정도를 목표로 낫을 휘둘렀다. 그런데... 갑자기 풀이 스물스물 움직인다. 아~ 이건 뱀이다. 지난해까지 블루베리밭에서는 뱀을 보지 못했는데, 올해는 벌써 뱀을 목격했다. 밭 여기저기에 두더지가 나타나면서 예견을 했지만, 막상 뱀을 보게되니 몸에 소름이 돋는다. 예초기를 돌리는 것이 아닌지라, 낫질을 하다 자칫 뱀에 물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아찔하다. 아무래도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러워진다. 풀을 깨끗하게 깎아놓으면 숨을 곳이 마땅치 않아 뱀들도 다른 곳으로 피해 가지않을까 희망섞인 생각을 해본다. 조심 조심 2차 예초작업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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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11도~24도 흐림



오후가 되면 여름을 연상시키는 뜨거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햇볕이 따가울 정도다. 몇 일 밭에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복분자에도 꽃이 폈다. 자연은 그저 때가 되면 해야 할 일을 스스럼없이 해내고 있다. 



지난해보다 더 무성해진 복분자에서 청을 조금이라도 담글만큼 수확을 거둘 수 있을지 모르겠다. 



꽃이 진 자리에 오미자 열매도 열렸다. 비록 한 줌 정도 되는 양밖에 되진 않겠지만 올해 처음으로 오미자가 열매를 맺어준 것이 기쁘다. 머지않아 빨갛게 익어갈 텐데,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춥다고 또는 덥다고 투덜거리지 않고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풀과 나무들. 그저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경이로움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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