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4월 18일 5도~16도 맑음



아이쿠야! 순간 깜짝 놀랐다. 혹시 뱀? 자세히 보니 지렁이다. 한뼘이 넘게 큰 지렁이가 나타난 것이다. 땅 속에 있지 않고 왜 밖으로 나왔는지... 


3년째 약이라고는 일체 쓰지않고, 풀을 키워 땅에다 되돌려 준 덕분인지 지렁이가 무척 많아졌다. 흙이 건강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지렁이가 늘어난 덕분인지 두더지가 이곳저곳에서 출몰하고 있다. 지렁이를 밥으로 삼는 아이들이니 당연한 일이다. 땅 속을 헤집고 다니니 공짜로 경운을 해주는 셈이다. 그렇지만 아직 어린 싹 주위로 다니면, 이 싹들이 몸살을 겪어 죽는 경우도 많다. 마냥 좋지도, 마냥 나쁘지도 않다. 


두더지가 많아졌다는 것은 머지않아 뱀도 자주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뱀에겐 두더지가 밥이니 말이다.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야 뱀이 나타나도 상관없겠지만, 잘못해서 독사에게라도 물리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미리 겁을 먹고 근심해봐야 아무 소용없는 일이지만,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어디 삵이라도 한 마리 키워야 할려나.^^; 주위에 가끔 돌아다니는 고양이가 있는데, 이 녀석이 활약해준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다. ^^ 


밭의 최상위 포식자가 누가 될련지. 자연의 흐름에 온전히 맡기지만, 가끔은 농부의 개입도 필요하다. 농부 또한 자연의 흐름의 일부가 되는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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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4월 17일 3도~15도 황사


이맘때가 좋다. 연두색 잎이 산하를 물들일 때 말이다. 각종 꽃들과 연두색 잎들이 어울려 눈이 가는 곳마다 풍경화가 걸려있다. 파스텔톤 색이 빛을 받아 다양한 색상으로 조화롭게 나부끼는 모습이 평화롭다. 다른 어떤 계절보다 4월의 지금이 좋다. 움트고 솟아나는 것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만든다. 



게다가 눈길을 땅으로 돌리면 주위엔 푸성귀 천지다. 물론 개중엔 독초들도 섞여있어 함부로 다 먹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그저 잘 아는 것만 먹으면 될 일이다. 


민들레잎과 쑥, 그리고 구기자잎을 조금씩 땄다. 모두 생으로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민들레는 잎에서부터 줄기, 꽃, 뿌리 등 전초가 약으로도 쓰인다. 구기자잎은 매일 7~8장 정도를 이른 아침에 생으로 먹으면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모두 잘 씻어서 샐러드로 먹었다.



민엄나무(가시없는 엄나무)에도 싹이 났다. 2년간 그냥 놔두었더니 키만 잔뜩 컸다. 올해는 싹을 따서 먹고, 위로 자라는 가지를 쳐줄 생각이다. 



민엄나무 순을 몇 개 따서 살짝 데친후 초장에 찍어 먹었다. 향도 적당하고 부드러워 먹을만하다. 


자연이 내어 준 식사를 하다보면 마음도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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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4월 16일 5도~14도 잠깐 비


천일홍 씨앗을 한줌 얻었다. 천일홍 씨앗은 흐르는 물에 1~2일 두었다가 심으면 싹이 잘 튼다고 한다. 그런데 어디 흐르는 물에 놔둘 곳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그냥 컵에 물을 받아 하루 정도 담가두었다.


물에 담가두기 전에는 씨앗과 껍질 구분이 어려웠는데, 막상 물을 먹고나니 확연히 차이가 난다. 


비가 온다는 소식에 얻어두었던 천일홍 씨앗을 얼른 뿌리기로 했다. 어디에 뿌려야 할지 한참 고민이 됐다. 감국을 심었다 죽어버린 근처 쪽에 심는게 나아 보였다. 그런데 온통 쑥이다. 이 쑥은 블루베리밭에도 퍼져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된다. 블루베리의 성장에 방해가 된다면, 처리해주는 것이 맞을텐데....


쑥을 뽑아내고 그 자리에 천일홍 씨앗을 뿌렸다. 발아가 얼마나 될련지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한 가지 목적이 아닌 다양한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씨앗을 뿌려왔다. 그런데 천일홍은 관상용으로만 쓰인다. 우연찮게 얻은 것들인데, 그냥 놔둘 순 없는 노릇인지라. 그래서 가장자리로 살짝 씨앗을 뿌렸다. 삭막한 것보다야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올해 일단 얻어둔 씨앗인지라 뿌리긴 했지만, 한해살이가 아닌 여러해살이 위주 로, 한가지 목적이 아닌 다목적용으로라는 원칙에 맞는 것들을 찾아 하나 하나 채워나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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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4월 14일 맑음 0도~16도



직파했던 곳에서 싹이 나오기 시작했다. 씨앗별로 싹을 트는 조건이 다를뿐더러, 싹을 내는 시기도 제각각이다. 아무튼 나중에 심었지만 조건이 잘 맞아서 일찍 싹을 트는 것들이 고개를 내민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고개를 내민 싹이 꼭 내가 심었던 씨앗에서 나온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풀들도 열심히 싹을 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게 풀의 싹인지, 씨앗을 뿌려놓은 것인지 구분하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다. 다만 일정한 간격으로 비슷한 모습의 싹이 나온다면, 아무래도 흙에 묻어놓은 씨앗일 확률이 높을 뿐이다. 직파한 것 중 가장 먼저 싹을 내민 것은 아무래도 금화규인 듯하다. 



그런데 싹을 내밀자마자 수난이다. 벌써 벌레들이 식사를 즐긴 모양새다. 어린 싹은 여린데다 벌레들의 입장에선 독성도 적어 맛있는 식사감이 될 것이다. 상품을 내놓아야 하는 농부들이라면 농약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집에서 먹을 요량인지라, 또 혹여 누군가에게 선물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눈에 보이는 벌레 정도는 손으로 잡고, 나머지는 생태계의 먹이그물에 맡긴다. 


초기 벌레들이 조금 있을 때는 식탁 위에 올릴 가능성이 높지만, 점차 벌레가 극성을 부릴 때가 되면 실패를 맛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흙을 살려 생태적인 방법으로 농사짓겠다는 원칙을 어겨가며 수확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그냥 벌레들에게 모두 양보할 수는 없다. 생태적 농사, 즉 일방적인 뺏기가 아닌 나눠먹을 수 있는 방법들을 계속해서 찾아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생태계도 점차 균형을 잡아갈 것이라는 믿음하에 올해도 많이 양보할 심산으로 싹을 키워간다. 아니, 싹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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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4월 13일 흐린 후 맑음 2도~16도



수선화가 피었다. 언제 피었는지도 몰랐다. 아니, 언제 이만큼 자랐는지조차 몰랐다. 지난해 심었던 수선화인데, 죽지 않고 살아서 이렇게 꽃을 피운 것이다. (봄)구근류는 이렇게 겨울엔 죽은듯 자취를 감추었다 봄이면 활짝 생을 펼친다. 그러고보니 지난해 심었던 백합을 모조리 멧돼지에게 뺏긴 것이 분하다. 멧돼지가 구근을 먹어치우지 않았다면 지금쯤 싹을 내밀고 머잖아 꽃을 피웠을 텐데 말이다. 


구근류의 장점은 바로 이런데 있는 것 같다. 겨울동안에 자취를 감추었다 봄에 존재를 드러내는 것 말이다. 여러해살이 풀은 한 번만 심으면 된다. 딱 한 번만 땅을 헤집고 심어놓으면 이런 마술을 펼친다. 반면 한해살이풀은 매해 땅을 파고 심어주어야 한다. 아, 물론 씨앗이 땅에 떨어져 자연스럽게 싹을 내밀기도 하지만 말이다. 


뉴욕 하이라인의 식재로 유명한 정원 디자이너 피트 아우돌프는 <자연주의 정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 <여러해살이 풀>을 애용한다. 아마도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사람의 손을 최대한 거치지 않는 자연적 방식이란 매해 심고 가꾸는 것보다는 한 번 식재하면 매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여러해살이 풀이 제격일테니 말이다. 나 또한 한해살이 풀 보다는 여러해살이 풀이 매력적이다. 지금은 다목적용 식물을 주로 심고 있지만, 한쪽엔 경관용 여러해살이풀로 가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수선화꽃뿐만이 아니었다. 블루베리에 주로 신경을 쓰다보니 다른 나무들도 제각각 성장에 온힘을 쏟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체리나무에도 꽃이 폈다. 아쉬운 것은 십여그루 중 단 한 그루에만 꽃이 피었다는 것이다. 조금 더 지켜보면 몇 그루 더 꽃을 피울지는 모르겠다. 물론 꽃을 피워도 대부분 열매를 맺을 때쯤 벌레들에게 다 양보하고 말테지만 말이다. 



사과나무에도 꽃봉오리가 맺혔다. 4그루 있는 것 중에 이것도 한 그루만 꽃봉오리가 보인다. 뭐, 다른 사과나무도 조금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품종이 다르다보니 자라는 속도도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꽃을 맺은 것 중에 식탁 위에 오를 과일은 얼마나 될지 기대 한 편 속에 걱정이 깃든다. 올해는 내가 키운 체리와 사과 맛 좀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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