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전염일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으로 세상이 멈춰버림으로써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다. 이런 전염이 가져오는 공포는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많이 등장한다. 꼭 전염병만이 아니다. 좀비와 같은 크리처물을 통해 전염에 대한 공포를 드러내기도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은 크리처물이지만 좀비와 같은 전염의 성격을 지니진 않는다. 하지만 전염보다도 더 막강한 욕망이 크리처를 낳는다는 설정으로 공포감을 더한다. 그야말로 한국형 크리처물의 새로운 탄생이라 할 만하다. 모두가 똑같이 뛰고 물어뜯는 좀비가 아니라 각자의 욕망에 따라 다른 형태의 괴물이 탄생하는 것이다. [스위트홈]의 재미는 이런 다양한 괴물과, 이들과 맞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심리, 그리고 괴물보다 더 괴물같은 인간 등등이 등장했다 퇴장하면서 그 크기를 키워간다. 단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시즌2가 빨리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2. 크리처물은 대부분 이들과 맞서는 인간들 중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다. 나머지 조연급들은 주인공을 돋보이게 만드는 존재다. 그런 차원에서 조연들은 괴물들과 싸우다 죽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너무 쉬우면서도 허무하게, 때로는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말이다. 

[스위트홈]은 조연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점이 특색이다. 주연을 위한 장식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연급 한 명 한 명에 대한 사연을 소개해줌으로써 애정을 갖게 만든다. 괴물을 대하는 각자의 방식이 왜 서로 다른지에 대한 설명도 자연스레 이뤄지는 것이다.또한 이런 각각의 개성이 소규모 집단을 형성하면서 때로는 갈등을 때로는 결합을 가져오는 다양한 양상을 띤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런 <관계>에 촛점을 맞추는 것은 동양적 사고방식의 특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런 특색이 [스위트홈]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로 보여진다. 


3. [스위트홈]이 바라보고 있는 유전에 대한 관점도 흥미롭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낮과 밤]은 현 인류를 뛰어넘는 새로운 종을 만들기 위한 실험도구로쓰여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위트홈] 또한 비슷하게도 사람에서 괴물로 넘어가버린 존재가 아닌, 사람이지만 괴물의 힘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새로운 종이 탄생됐음을 알린다. 주인공 차현수 또한 괴물에게 먹히지 않은 불멸에 가까운 존재로 변신했다. 이런 차현수에게 현 인류를 경쟁상대로 보고 죽여도 무방한 존재로 여기는 정의명이라는 괴물이 나타난다. 

[낮과 밤]에서도 [스위트홈]에서도 그렇지만 이들은 마치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현 인류의 조상이 된 호모사피엔스처럼, 호모사피엔스를 없애고 새로운 승자의 종으로 지구를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낸다. 반대로 현수와 함께하고 있는 아파트 사람들은 처음엔 사람과 다른 종으로 배척하는 관점으로 현수를 바라보다 점차 현수의 희생정신과 인내심에 마음을 바꾸어 그를 받아들이려 한다. 

[스위트홈]에서는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받은 존재들의 반란을 다루는 영화 [엑스맨]의 시선도 조금 느낄 수 있다.      


4. [스위트홈]이라는 시리즈의 핵심은 괴물의 등장이다. 그리고 그 괴물은 다름아닌 욕망의 실체이다. 욕망은 절대 채워질 수 없는 것, 또는 금기시됨으로써 억압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욕망은 항상 배고픈 상태이며, 갈구하는 상태이다. 그런 허기와 갈구가 결국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욕망이 인간을 해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해치지 않는 괴물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괴물로 표현된 욕망이 뒤덮힌 세상, 과연 [스위트홈]의 주인공들은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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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0-12-30 1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자체만 놓고 봐도 충분히 재미있는 내용입니다.
다만 웹툰을 본 입장에서는 비록 10회라는 시간적 제약이 있다 하더라도 몇몇 캐릭터의 욕망 발현이라든지, 차현수의 욕망 제어 과정 등에 대한 내용은 좀 아쉽게 처리되어 있는것 같습니다.

하루살이 2020-12-31 14:42   좋아요 0 | URL
웹툰 원본을 보지 못해서 뭐라 말하긴 어렵네요.^^;
웹툰과 영상이라는 매체의 차이와 시간적 제약 등에 따라 분명 다른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잉크냄새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욕망의 발현과 제어 과정이 보다 섬세하게 표현되어졌다면 더 좋았을지도...
그럼에도 시즌 2가 얼른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
 


1. 실화를 모티브로 결말은 판타지로. 부정한 힘에 맞서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찬가. 최근 영화 [다크워터스]와 비슷한 소재이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은 지극히 사실적인 [다크워터스]와 달리 코믹과 추리를 넣은 경쾌한 방식.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 올해 영화 중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듯. 


2. 대부분의 밥벌이는 힘들다. 주어진 일에 매달려 해치우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사회에 아니 이웃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어떻게든 하루 하루를 버티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일이 최소한 부끄럽지 않고 나아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라면 어떨까. 비록 아주 사소한 일일지라도 이것이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면 일에 끄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일을 끌고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 물론 어림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어림 좀 잡아보자. 세상의 많은 노동자들이 이런 값어치를 지니고 일을 한다면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영화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의 고졸여사원들이 회사의 부정을 눈감지 않고 바로 고치려 한 것처럼 말이다. 


3.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의 주인공 자영은 잔심부름을 하러 간 공장에서 폐수가 유출되는 것을 목격한다. 회사에 보고하고 사건은 일단락 된듯 했지만, 이 폐수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것을 알게된다. 무엇인가 잘못된 것을 깨달은 자영은 유나, 보람과 함께 폐수 유출을 무마하려한 회사의 비리를 캐기 시작한다. 과연 회사와 맞짱뜨려는 이들은 잘못을 바로잡고, 자랑스러운 회사로 거듭나게 만들 수 있을까.


4. 페놀 유출 사건은 불과 20여 년 전 실제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낙동강에 흘러간 페놀로 대구 지역 시민들이 피해를 보았고, 사회적 문제가 됐었다. 최근 드라마 중에도 이런 대기업들의 독성 폐기물 무단 방류를 소재로 한 것들이 종종 등장한다. 이를 감추기 위한 권력기관과의 부정한 결탁은 물론이다.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 것을 소재로 한 [다크워터스]라는 영화가 있다. 듀폰이라는 회사가 독성폐기물질을 버림으로써 벌어진 사태를 다룬 것으로, 지금도 현재진행중인 재판 과정을 진지하게 묘사하고 있다. 반면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은 힘없는 회사원들의 연대를 통해 회사의 부정을 폭로하고 대항하는 판타지적(?) 결말로 끝난다.


5.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의 주인공은 고졸사원 3인방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최동수 대리에게 눈이 간다. 이 영화의 힘도 아마 조연급 캐릭터들이 이야기의 도구로만 쓰이지 않고 나름의 개성을 갖춤으로써 나오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최동수 대리는 회사의 지시대로 페놀 유출과 관련된 자료를 감추는 일에 동참하다, 결국 자영 3인방과 합류하게 된다. 

세상의 흐름을 바꾸는 힘은 흐름에 반하는 주장을 펴는 1인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1인을 지지하는 2인의 등장으로부터 시작한다. 자영은 일종의 내부고발자가 된 셈인데, 자영에 동조하는 사람이 없었다면 이 일은 자영에게 상처만 주고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현실 속 내부고발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는 마치 판타지마냥 회사의 동료들이 모두 힘을 합쳐 자영의 행동에 동조한다. 잘못됐다고 느껴지는 것을 바로잡는 것은 자영의 자발성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잘못을 깨닫고 자영에 힘을 보태는 최동수 대리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나의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를 눈을 뜨고 지켜봐야 한다. 일개 사원이기에 그저 명령과 지시에만 따른다는 생각이 잘못된 회사의 길을 탄탄하게 다져주는 콘크리트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비록 자영은 될 수 없을지라도 최 대리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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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산은 자신의 몸뚱아리를 벗은채로 온전하게 보여줍니다. 나뭇잎과 풀과 꽃과 열매로 치장하지 않은 민낯의 산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가끔은 눈으로 살짝 몸을 가리지만, 오히려 자신의 형태를 더 잘 보여주는 듯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볼품없는 겨울산일 수 있겠으나, 그 산속으로 발을 내디딘 다른 누군가에게는 맨몸으로 겨울을 이겨내는 불굴의 의지를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한겨울 나무들도 나체를 드러냅니다. 그런데 가끔은 강렬한 색의 열매를 여전히 달고 있는 것들을 마주칩니다. 수확하지 않고 놔둔 구기자의 주황색 열매가 눈에 들어옵니다. 햇볕을 받았다 찬바람에 얼었다 하면서 쪼그라든 것들도 보입니다. 



산수유의 붉은 색 열매도 눈을 찌릅니다. 모두가 땅으로 돌아가는 이때 열매는 어찌 찬바람이 매서운 이때까지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일까요. 



겨울에 열매를 달고 있는 것들은 새들의 눈에 잘 뜨이기 위한 것일지 모릅니다. 새들이 열매를 발견해서 먹고 어디론가 날아가 그 씨앗을 배설하면, 나무는 발이 없지만 먼 곳으로 이동할 수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새들의 먹이가 되지 못한 열매들은 어찌할까요. 겨울을 난다 하더라도 아마 이듬해 봄 새잎과 열매들에 자리를 내주겠죠.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남겨진 것들이 애처로워보입니다. 하지만 슬퍼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무는 봄이 되면 온힘을 다해 다시 열매를 맺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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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테넷] 1회차 관람평. 내 마음대로 주제는 파악했다. 할아버지의 역설처럼 과거와 미래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히는 것까진 알겠다. 하지만 엔트로피 증가를 역으로 이용한 인버전이라는 시간작동법은 이해가 어렵다. 지적 자극을 불러오는 영화. 시간을 거스르는 액션장면은 압권. 그리고 액션의 상대가 밝혀지는 부분은 그야말로 반전에 가까운 놀라움. 주제도 딱 마음에 든다. n차 관람은 필수일듯.


2.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아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된 주인공 주도자. 그의 적은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 기술로 무장한 사토르. 그를 막기 위한 주도자 또한 인버전 기술로 과거로 돌아간다. 미래를 알고 있는 자의 현재를 막음으로써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싸움이 시작됐다.


3. 인버전 기술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영화의 대사처럼 그냥 느껴보자. 인버전 기술로 탄생한 액션장면과 적과의 만남은 감탄을 불러온다. 현재의 시간 속에서 앞으로 가는 사람들과 뒤로 가는 사람들의 만남은 기묘한 느낌을 준다. 


과거로 가서 할아버지를 죽인 손자는 할아버지가 죽었기 때문에 태어날 수 없고, 손자가 태어나지 않았기에 할아버지는 죽임을 당하지 않아 결국 손자를 낳고, 이 손자는 다시 할아버지를 죽이는 할아버지의 역설. 상반된 상태로 과거와 미래가 얽혀지게 된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그렇다면 과거로 돌아간 미래의 시점에서 우린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것인가. 그래서 필요한 것은 평행세계?


4. 과학적 설명은 차치하고 세상을 멸망시킬 제3차 대전은 왜 일으키려 하는 것일까. 나름대로 생각해본 영화의 주제 의식은 왜? 라는 질문에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의 우리 문명은 기후변화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지구의 뭇생명은 인간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 이것이 위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의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미래의 세대들에게 위험을 떠맡기는 행태다. 즉 우리는 지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만들어 우리의 후손들의 손에 쥐어주고 있는 것이다. 영화[테넷]은 시한폭탄 만들기를 그만두라고 외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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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에 거두었던 늙은 호박들이 방 한켠에서 노랗게 익어간다. 아직 덜 익은 큰 것 2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8개를 차에 실었다. 건강원에 가지고 가서 늙은 호박을 달여 즙으로 먹기 위해서다. 


여기에 대추와 생강도 보탰다. 강삼조이(薑三棗二)라는 말이 있다. 한약재를 달일 때 생강3에 대추2 비율로 함께 달여주면 약의 독성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생강대추차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비염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오래전에 사두었다 여태 쓰지못하고 남겨둔 구기자도 추가했다. 너무 오래된 것이라 조금 찝찝한 마음이 들었지만 곰팡이같은 것은 안 핀 것 같아 사용하기로 했다(다소 불안하긴 하다 ㅜㅜ;).



초겨울내 까먹었던 귤의 껍질도 잘 말려두었다 함께 달였다. 귤피는 향도 좋아 먹을 때 기분을 좋게 해줄 것 같다. 금화규 뿌리 말린 것도 몇 개 추가했다. 


이렇게 건강원에 가져가니 한 솥에는 못 달이고 두 솥이 필요하다고 한다. 기왕 만드는 거 많이 달여서 주위 사람들과 나눠먹으면 더 좋겠지. 


올해는 마트에서 구입한 재료가 많지만, 내년과 그 이듬해에는 집에서 모두 길러낼 수 있는 것은 길러내도록 해야겠다. 구기자와 대추나무는 병충해만 잘 관리하면 충분히 수량을 확보할 수 있을듯하다. 올해는 벌레들이 다 먹어치웠지만 말이다. 생강은 올해 심어봤는데 밭 토양과는 잘 맞지 않은듯하여 아쉬운 부분이다. 반면 도라지를 잘 길러서 추가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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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12-18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이 불쑥불쑥 솓겠네요!ㅎ 매일매일 따뜻하고 건강한 하루되십시요!ㅎ

하루살이 2020-12-22 12:54   좋아요 1 | URL
네, 고맙습니다. 님도 건강한 하루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