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최초의 여성참정권은 1893년 뉴질랜드에서 이루어졌고, 그후 20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점차 많은 나라들이 여성참정권을 인정했다. 영국은 수차례 여성참정권을 담은 선거법안을 상정했지만 폐기되기 일쑤였다. 1917년, 1918년에 이르러서야 하원과 상원에서 차례되로 법안이 통과되었다. 

넷플릭스 영화 [에놀라 홈즈]는 영국의 여성참정권이 인정된 사건을 배경으로 셜록 홈즈의 여동생 에놀라 홈즈의 활약상을 담았다. 영화적 상상력으로 담아낸 에놀라의 활약은 자립과 사랑, 성평등의 내용을 엄마를 찾아나서는 사건으로 쾌활하게 풀어냈다.


2. [에놀라 홈즈]는 먼저 추리소설적 재미가 있다. 단서를 남겨두고 떠나버린 엄마를 찾아나서는 에놀라의 추리가 흥미를 끈다. 단서로 남겨진 단어의 철자를 바꿔서 해답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주사위 놀이처럼 표현하는 편집기법도 흥미롭다. 여기에 에놀라가 화면을 바라보며, 즉 관객과 대화하듯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장면들도 영화에 빠져들도록 만든다. 


또 엄마를 찾아 집을 나서면서 처음 만나게 된 귀족 청년은 일회성 해프닝처럼 보여졌지만,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이 되어가는 구성도 재미있다. 이런 구성과 편집은 물론 영화 전반을 발랄하게 이끌고 가는 주인공 밀리 바비 브라운의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3. [에놀라 홈즈]는 교육의 중요성을 외치고 있는듯 보인다. 에놀라가 자립적이면서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순전히 엄마의 교육 덕분이다. 어려서부터 갖은 인문서적과 과학서적, 실험은 물론 운동을 섭렵하게 함으로써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스스로 독립해 생존해 갈 수 있는 힘을 기른 것이다. 물론 이런 교육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신뢰관계가 서로 간에 쌓여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아이가 점점 무엇인가에 물들어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것이 부모의 말이 되었든, 학교의 생활이 되었든, 수많은 콘텐츠들이 되었든, 그야말로 백지장같던 영혼이 무엇인가로 채워져 가고 있음을 알게되는 것이다. 다만 수많은 것들을 채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채우고, 채워진 것들을 어떻게 융합하고, 재창조해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그렇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하는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에놀라가 엄마의 품을 떠나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은 그 생각의 힘을 갖추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에게 우린 무엇을 건네주어야만 하고, 또한 건네줄 수 있을까. AI가 위력을 더욱 더 발휘할 세상에서 추천 알고리즘의 추천으로만 둘러싸이게 놔둘순 없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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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핵잠수함을 다룬 프랑스 영화. 잠수함의 결투 장면도 나쁘지 않았지만 그보다는 핵을 놓고 벌어지는 심리적 압박감을 잘 표현했다. 잠수함에서 근무하는 음향탐지사에 대한 호기심도 불러일으킨다. 스릴을 좋아한다면 적극 추천.


2. 영화 [울프 콜]은 세계에서 핵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늘어나면서 핵전쟁의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의 견제를 통해 핵 억제력이 강해진다는 핵전쟁 억제력이 핵을 갖추기 위한 미사여구일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핵전쟁 억제력은 모래 위에 지어진 성처럼,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허술하고 위태로운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스릴러 끝판왕. 국력을 위해 핵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한번쯤 꼭 봤으면 하는 영화다. 


3.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잠수함 음향탐지사는 잠수함이 운항하는 내내 양말 한 켤레로 지낸다하여 별명이 '양말'이다. 양말은 잠수함 소나에 탐지된 음향을 통해 그 소리의 정체를 파악하는 일을 담당한다. 적군인지, 아군인지는 물론 잠수함인지 구축함인지, 또는 해양생물인지 등등을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 판단을 통해 작전의 향방이 갈리고 생사가 결정될 수 있다. 그렇기에 빠르면서도 정확한 판단은 필수다. 


4. '양말'은 시리아 앞바다에서 정체불명의 소리와 마주친다. 자신이 갖고 있는 데이타에 적합한 소리가 아닌 것이다. 겨우 겨우 목숨을 건지게 된 작전이 끝나고, 본부로 돌아온 '양말'은 그 소리의 정체가 해체된 러시아의 잠수함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러던 중 러시아쪽에서 날아온 핵미사일로 프랑스 전역이 초비상에 걸린다. 작전중이던 핵잠수함에서 격추용 미사일을 발사하지만 요격에 실패한다. 프랑스는 핵미사일 공격에 맞서 핵으로 대응하기로 결정, 작전 중인 핵잠수함에 핵미사일 발사를 명한다. 하지만 '양말'은 러시아가 발사한 핵미사일의 소리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아챈다. 핵미사일에 핵탄두가 없는 것이다. 제3세계 테러집단이 핵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속임수를 썼던 것. 당장 핵미사일 발사 명령을 취소해야 한다. 하지만 핵미사일 발사 명령은 절대 취소할 수 없는 명령이다. 핵미사일 발사 이후 벌어질 여러가지 상황에 대비해 이 명령은 절대 거두어질 수 없도록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한 가지 뿐. 핵잠수함이 핵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핵잠수함을 격추시켜야 한다. 아군이 아군의 핵잠수함을 격추시켜야 하는 상황. 핵잠수함 또한 핵미사일 발사 명령을 지키기 위해 아군의 호위잠수함을 쓰러뜨려야만 한다.


5. 국가를 위해 행해야 하는 일이 서로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상황은 혼란스럽다. 핵미사일 발사 시간은 다가오고 긴장은 극도로 커져간다. 영화 [울프 콜]은 주인공들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는 한편으로, 이 극한의 상황을 치밀하게 직조해간다. 오랜만에 보는 스릴 만점의 잠수함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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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학교인데요, 오늘 따님이 도자기 수업에 참석 안했네요. 지금이라도 보내시면 됩니다."

갑작스러운 전화였다. 분명 30분 전에 딸내미와 연락해서 수업에 참석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디로 간거지....

딸내미에게 전화를 해도 신호는 가지만 받지를 않는다. 한 번, 두 번... 왜 전화를 안 받는거니? 점점 짜증이 일기 시작한다. 

이 시간에 가 있을만한 곳을 수소문했다. 학원 선생님에게 전화하고, 친구 어머니에게 전화해보고, 이곳저곳 연락해봤지만 본 사람이 없다. 짜증이 걱정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온갖 생각이 다 일어난다. 무슨 일이 생겼을까봐 조마조마하다. 

다시 딸내미에게 전화를 하지만 좀처럼 받지를 않는다. 일 초, 일 초가 지옥처럼 변해가고 있다. 

안되겠다 싶어 학교로 갈 채비를 차렸다. 그리고 막 학교로 움직이려는 순간, 다시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네, 아버님,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실수를 했네요. 같은 이름이 있어서 잘못 알았네요. 지금 수업 잘 받고 있습니다."

아~, 안도의 한숨이 밀려왔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선생님에 대한 화는 날 겨를이 없었다. 그저 안심이 되면서 다리에 힘이 풀릴듯 축 쳐진다.


수업이 끝나고 딸내미를 다시 만났을 때 그냥 꼭 안았다. 딸내미야 어리둥절... 그 시간에 재미있게 도자기를 만들고 있었단다. 아빠는 속이 타 들어가고 있었는데. ㅜㅜ; 


아~ 부모의 마음이란 이런 것이구나! 새삼 깨닫는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한 알게되었다. 짜증과 분노, 불안과 걱정, 안도를 오가는 마음의 롤러코스터를 지나고 보니, 평정심이란 현실과 동떨어진 경전 속 이야기일 뿐일지도 모르겠다는 의구심마저 든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감정의 요동으로 치닫는지를 경험했으니 말이다. 십년은 늙어버린듯한 기분이다. 과연 우리는 고요한 마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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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4년생인 딸내미의 마음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하루는 "사람들이 돼지, 닭, 소는 고기로 먹으면서 개와 고양이는 고기로 안 먹는게 이상해"라고 하길래 종교, 문화, 가축과 반려견에 대한 인식의 차이 등등으로 각 국가나 민족마다 먹는 동물이 다를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한참 말을 듣고 있던 딸내미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왜 아빠는 내 말에 호응을 안해줘. 아빠는 항상 반박만 하잖아"라는 것이 아닌가. 

???

"아니, 아빠가 네 의견에 반박한 것이 아니라 사실을 이야기해준 것이야. 고기를 대하는 세상 사람들의 서로 다른 모습을 말해준 것이지, 반박하려고 한 것이 아니란다."

그래도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어떻게 달래주어야 하나 고민하게 만든다. 

"아빠는 항상 네 편이야. 아빠가 말해 준 것은 반박이 아니야. 그저 설명한 것 뿐이지. 아빠는 항상 네 편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아빠는 항상 네 편이란다."

하며 꼬~옥 안아주니, 그제서야 조금씩 진정한다. 


다음날, 딸내미의 마음은 언제 그랬냐는듯 상쾌하다. 최근 재미를 붙인 자전거를 타고 싶단다. 바람빠진 내 자전거의 바퀴에 공기를 집어넣고 함께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마침 집 주위 둑방길이 차도 거의 다니지 않고 널찍해서 자전거 타기에는 안성맞춤. 바람이 조금 차가웠지만 함께 자전거를 탔다. 



십 년 넘게 안 타 본데다, 동생에게 얻은 자전거를 개시한 것이라 흔들흔들 조금은 불안하다. 그래도 옆으로 천이 흐르고 멀리 산이 보이고, 백로가 날고, 단풍이 들어가는 나무들이 예쁘게 다가온다.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잘조잘 해대며 딸내미와 함께 자전거를 타니 마음이 가볍다. 아직 자전거 초보인 딸내미의 속도를 맞춰 페달을 밟는 것이 힘이 들지만, 오랜만에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이다. 게다가 딸내미와의 의미없는 잡담이 왜 이리 즐거운지 ^^ 종종 딸내미와 함께 자전거를 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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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 4도~18도 맑음(초미세먼지 나쁨)


가을이 깊어지면서 국화꽃이 곳곳에서 만발하고 있다. 집의 진입로 옆에 심어두었던 감국도 노랗게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감국의 꽃은 샛노랗고 10원짜리 동전의 절반 정도 크기밖에 되지않아 앙증맞다. 



홀로 피지 않고 한데 어우러져 피기에 화려함을 자랑한다. 



감국의 꽃은 차로 활용할 수 있다. 가을에 핀 꽃을 10분 정도 찐 다음 응달에서 1주일 정도 말리면 차로 마실 수 있다. 감기로 인한 두통에 좋다. 감국 5그램을 물 1리터에 넣고 끓인 후에 90도 정도에서 20분 정도 달인 후에 마시면 좋다. 단, 이렇게 달인 차가 식으면 쓴맛이 강해지므로 따뜻할 때 마셔야 한다. 

감국은 꽃이 필 때부터 향이 강해 차로 마실 때도 강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작은 것이 맵다' 처럼 '작은 꽃이 향이 강하다'라고 할 수 있을련지....



블루베리도 조금씩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블루베리의 단풍든 잎도 차로 만들어 마실 수 있다고 한다. 



블루베리잎차를 한 번 만들어볼까 말까 고민중이다. 혹시나 잎을 따는 바람에 내년 성장에 어떤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어서다. 그래도 블루베리잎차 맛이 궁금하기는 하다. 두세그루 정도만 잎을 따서 차를 만들어볼까?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번거로운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하다. 이 마음을 이겨낼 수 있을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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