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놀이의 계절이 다가왔다. 하지만 코로나로 마음 편히 움직일만한 곳을 찾는 건 쉽지가 않다. 이럴땐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기에 더욱 좋은 아기자기한 주위의 작은 명소를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충북 괴산의 문광저수지와 소금랜드 사이에는 은행나무길이 있다. 10월 초부터 11월 초까지 은행나무잎이 노랗게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시골의 한적한 곳이지만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제법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교통을 통제하는 사람도 있고, 주차장도 크게 갖춰놓아 큰 불편은 없다. 은행나무길 한쪽은 차가 다니지 않아 여유롭게 산책하기에도 좋다.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한 아스팔트길 뿐만 아니라 문광저수지를 한바퀴 돌 수 있는 산책로도 갖추어져 있다. 물가에 데크로 만들어놓은 길은 물 위를 걷는 기분이 들어 좋다. 



산책로를 주욱 따라 걷다보면 은행나무길 맞은편 쪽 저수지둑길에서 벼그림을 볼 수 있다. 이삭의 색깔이 다른 벼 품종을 논에 심어서 벼가 익을 때쯤 그림이 나타나도록 만든 곳이다. 올해에는 편의점의 한 브랜드와 협약을 맺고 그 캐릭터를 그림으로 표현해놓았다. 



벼그림을 볼 수 있는 둑방에서 맞은편 은행나무길을 바라보는 것도 운치가 있다. 



산책로에서 잠깐 마주치는 숲길은 꿀풀 종류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어서 화려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문광저수지는 주왕산 주산지처럼 물 속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몇 그루 보인다. 일부 죽은 나뭇가지에는 새들이 자리를 잡고 쉬어가기도 한다. 느긋하게 가을을 느끼기에 제법인 풍경이다. 


한편 문광저수지 옆으로 소금랜드가 있다. 내륙 중심에 소금이라니? 괴산 지역은 절임배추로 유명한 곳이다. 김장철이면 절임배추 주문이 밀려들어 이곳저곳에서 절임배추를 만들어 판매한다. 이때 발생하게 되는 절임물은 소금기가 있어서 그냥 버리면 인근 땅이나 물을 오염시킬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군에서 이 절임물을 수거해서 이곳 소금랜드에서 염전마냥 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생산한다. 이 소금은 식용으로는 적합하지 않기에 겨울철 눈이 내릴 때 제설용으로 사용한다. 그야말로 자원순환적 환경을 살리는 좋은 아이디어로 보여진다. 다만 제설용 소금이 끼치는 환경에 대한 영향도 점차 고려해야할 부분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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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8일 4도~22도 맑음


서리가 언제 내릴지 조마조마하다. 이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기 보다는 수확할 수 있는 것들은 잘 갈무리하는게 나을 성싶다. 



멧돌호박이 누렇게 잘 익은 것이 눈에 띈다. 지난해에는 5개 중에 2개가 벌레 피해를 입어 겨우 3개를 건졌다. 게다가 체 못익은 것들이 많아 아쉬움이 컸다. 고구마는 아주 조금 심어서 겨우 맛만 보는 정도였다. 



올해는 늙은호박 수확이 괜찮은 편이다. 호박의 곁순을 제거하는 등의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방치한 것이다. 너무 무성하게 자라는 통에 블루베리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꽃은 많이 폈지만 수정은 생각만큼 많이 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워낙 세가 강해서 호박이 열린 게 꽤 많았다. 그 중에서 잘 익은 것만 따놓고 보니 8개 정도가 나왔다. 늙은 호박은 건강원에서 생강과 대추 등을 넣고 함께 달여서 두고두고 먹을 생각이다. 아직 익지 않은 것과 열매를 맺은지 얼마 되지 않은 것들도 따로 수확해서 찌개나 볶음 등으로 먹으면 좋겠다. 



고구마는 생각보다 수확량이 적었다. 고구마 줄기가 무성해서 올해 고구마 줄기 나물은 실컷 먹었다. 하지만 막상 고구마는 수량이 많지 않았다. 한 줄기에 겨우 두세개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럭저럭 먹을 정도의 크기는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정말 주먹보다 작은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말이다. 일단 수확한 것은 햇볕에 말렸다. 3일 정도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 등에 놓아 높은 온도에서 후숙시켜야 맛이 잘 든다. 



고구마를 수확하고 남은 잔사들은 고구마밭으로 돌려보냈다. 따로 비료 등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잔사를 흙으로 돌려보내야 땅이 고구마에 빼앗긴 영양분의 일부를 되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밭에는 무씨를 뿌려놨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무가 싹을 내고 어느 정도 자란 다음에 겨울에 얼어죽는 과정을 통해 영양분이 땅으로 스며들도록 하기 위해서다. 즉 사람이 먹을 것이 아니라 땅이 먹을 것을 위해 무씨를 뿌린 것이다. 


땅도 살아 숨쉬는 존재다. 그 속에는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땅을 생명으로 대한다면 절대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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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집콕생활을 한지도 벌써 얼마인가. 답답한 마음을 풀어보려 한가한 시간에 전북 김제에 위치한 금산사에 다녀왔다. 



금산사는 백제시대 창건된 절로 미륵전(국보 제62호)이 유명하다. 옥내 입불로는 국내 최고 크기(11.82미터)인 미륵불을 모시고 있는 3층 건물로 속리산 법주사의 팔상전 마냥 속이 텅 비어있다. 3층까지 뻥 뚫린 이 공간에 미륵불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속리산 법주사의 금동미륵입상(33미터)도 미륵불이다(불상의 크기로만 따지면 충북 음성의 미타사 지장보살이 41미터에 이른다).


미륵불이 이렇게 큰 이유로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바라보는 시선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렇게 큰 불상을 개인이 혼자 가질 수 없을뿐더러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누구나 바라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반대로 그 크기에 압도당할 수도 있다. 부처란 중생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해탈의 경지로 이끄는 자애로운 존재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하다고 여겨진다. 


아무튼 금산사는 미륵신앙의 성지다. 미륵은 미래불로 모든 중생을 고통에서 해방시키는 '구세주'다. 이런 해방의 성격이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혁명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실제 미륵을 모시며 혁명을 꿈꾸던 선인들도 많았다. 이런 해방의 성격때문일까. 갑갑했던 마음도 확 풀리는 기분이다. 



금산사의 또다른 볼거리는 부처의 진신사리탑과 적멸보궁이다.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불상의 자리에 바깥에 창을 내어 진신사리탑을 볼 수 있는 구조가 눈길을 끈다. 



대적광전은 본래 보물로 지정되어 있었지만 1986년 화재로 전소되면서 재건한 바람에 보물 지정에서 해제되었다. 보통 사찰의 대웅전에는 중앙에 본존불인 석가모니불이 있고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세우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다. 그런데 이곳 대적광전에는 특이하게도 5여개, 6보살이 한 자리에 봉안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이외에도 대적광전 오른쪽 앞마당에 위치한 보물 제27호 육각다층석탑이 이색적이다. 규모는 큰 편이 아니지만 흑색의 점판암으로 된 덕분에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이맘때 금산사에 가면 꽃무릇도 볼 수 있다. 영광의 불갑사와 고창 선운사의 꽃무릇에 비견할 바는 못되지만, 금산사 사찰에 들어가기까지 정성스레 가꾼 길과 정원이 걸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금산사를 나서며 생각해보니 세상은 언제나 미륵불을 기다려온 듯하다. 미륵은 세상에 올 것인가. 상투적인 말이지만 미륵은 우리 가슴 속에 살아서 언제든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가 되어있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고통없는 세상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야만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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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의 말 - 파리에서, 밥을 짓다 글을 지었다
목수정 지음 / 책밥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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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식은 추억과 결부된다. 졸업식날 먹었던 자장면, 결혼식장에서 먹는 가락국수, 장례식장에서 마주치는 육계장 등등 인생의 굵직굵직한 사건에는 음식이 함께 한다. 모두에게 공통되는(한 지역이나 국가에 한정되기도 하지만) 음식이 있는가 하면 지극히 개인적인 음식들도 있다. 소위 '집밥'이다.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음식은 다른 집에서 먹는 그 음식과는 다르다. 할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은 또 어떤가. 이런 음식들에는 '정성'이 깃들여 있다. 그리고 그 정성은 어찌보면 '시간'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한끼 밥상을 차리기 위한 어머니의 또는 할머니의 시간 말이다(물론 이젠 어머니나 할머니라는 여성에 한정된 것이 아닌 아버지, 할아버지의 밥상도 우리 아이들의 추억 속에 한 켠 자리잡아가야 할 것이만).

 

이책 [밥상의 말]에서는 목수정 작가의 음식에 깃든 추억이 반짝인다. 그리고 그 추억 속 음식은 결코 패스트푸드가 아니다. 슬로우푸드로 충만한 음식들이다. 그리고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손맛이 들어간, 그 집의 것이다. 책의 작가뿐만 아니라 그 전 시대나 동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겐 이런 음식과 관련된 추억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의 밥상은 점차 밥상을 차리는 데 들어가는 시간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개성의 폭도 줄어들고 있다. 음식을 차리는 기술, 즉 요리를 그 집안의 풍습이 아닌 온라인(인터넷 요리백과나 유튜브 등등) 속 레시피나 TV속 백선생을 따라하기에 바쁘다. 집밥의 재등장이 반갑긴 하지만 그 집밥이 어느 집에서나 똑같이 마주치는 집밥이라면, 과연 그것이 진짜 집밥인 것이 맞을까. [밥상의 말]을 읽다 이런 상념에 마주친다. 


2. [밥상의 말]에서 작가가 이야기하는 의견에 심정적으로는 공감이 가지만, 현실적으로는 고개를 젓게 된다. 지속가능한 유기농 재료와 가축들의 행복을 위한 동물복지를 주장하는데 이견을 달기 힘들다. 하지만 유기농과 동물복지가 이뤄지기 위해선 인간의 탐욕에 대한 절제를 전제로 해야만 가능하다. 보다 많이 보다 맛있게를 꿈꾸는 본능적 욕구를 제어하지 않는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동물복지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현재와 같은 고기 소비량을 유지하기 위해 가축을 키운다면 한반도 땅덩어리로는 어림도 없다. 세계인을 대상으로 확대한다면 지구가 몇 개는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소를 키우기 위해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물의 양과 곡물, 그리고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 돼지의 똥오줌 처리 등등 지구의 환경에 미치는 나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양적, 질적 측면에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은 육류 소비를 절대적으로 줄이는 수밖에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저기압일때 고기앞으로 가는 식사에 익숙해져 있다. 본능에 가까운 탐식과 과식을 억제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정책은 성공의 가능성이 희박하다. 


유기농은 또 어떤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시장에 맞춘 유기농은 단일작물에 과다한 농자재를 투입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농자재 투입을 위해 수입하는 원료의 양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종의 다양성과 저투입을 기본으로 하는 유기농업은 대농이 아닌 소농일 때 가능하다. 하지만 소농은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쉽지않다. 자본의 유통 구조가 대농에게 유리한데다, 농정 또한 대농을 살리기 위한 정책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도덕적으로는 물론 합리적으로도 옳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현장 속에서는 도덕과 이성이 제 갈길을 못찾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간의 탐욕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올바른 길을 찾는다는 것은 어렵다. 우리의 밥상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인간의 탐식과 환경이 어떻게 서로 관계를 맺는지에 따라 우리의 밥상도 달라질 것이다.[밥상의 말] 속에서 드러난 작가의 밥상이 때론 따듯하게, 때론 냉정하게, 우리의 밥상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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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 4도~18도 맑음


아침 기온이 제법 쌀쌀하다. 들판엔 코스모스들이한창이다. 

올봄 집앞에 심어놓았던 구절초도 새하얀 꽃잎을 자랑한다.



10뭉치 정도 심었는데, 지인의 실수로 겨우 한 뭉치만 남았다. 그래도 다행히 건강하게 꽃을 피워줘 눈을 호강시킨다.



국화 종류는 비슷비슷한게 많은데, 구절초 종류만 15개 가량 된다고 한다. 구절초란 이름의 정확한 유래는 찾기 힘들어보인다. 일반적으로 두 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아홉번 꺾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다른 하나는 음력 9월 9일에 그 약성이 제일 좋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아홉번 꺾인다는 의미는 잘 모르겠다. 아홉마디를 의미한다고 해도 정말 아홉마디쯤 나는 것인지는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보인다. 



아무튼 지금 핀 구절초는 몇가지 꺾어서 집안을 화사하게 만들어 주었다. 몇일 더 있다 피어난 구절초꽃은 말려서 구절초꽃차를 만들거나, 줄기채 꺾어서 구절초차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살아난 구절초가 적어서 양은 많지 않겠지만, 내년엔 좀 더 많이 번식해가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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