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뮬란]을 보이콧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관람할 만큼 영화 [뮬란]은 매력적일까? 글쎄...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영화적 재미로만 따진다면 평균작 정도. 평범한 중국 무협영화 수준이라고밖에는.


2.영화 [뮬란]은 뮬란 역을 맡은 여주인공 유역비가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탄압했던 중국 경찰을 옹호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각자의 정치적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영화 자체가 아닌 연기자의 정치적 입장에 반대하며 영화관람을 반대하는 것 또한 관람자의 자유일 것이다. 


3. 하지만 영화제작 과정에서 불거진 인권과 관련된 논란은 입장차로 치부하기에는 가벼이 넘길 수 없어보인다. 신장 위구르 지역은 중국의 인권탄압이 벌어진 곳이다. 영화 [물란]의 일부 배경은 신장 위구르에서 찍었는데, 제작사가 인권탄압의 중심에 있던 신장 위구르 지역 공안당국에 영화 끝 타이틀에 감사 표시를 했다는 것은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인권에 무신경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행동을 취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없다하더라도 정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4. 영화 [뮬란]은 22년전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것이다. 그런데 애니 속 중요캐릭터인 용이 빠지고, 뮤지컬 적 요소도 사라졌다. 그나마 대신 나타난 것이 공리가 역할을 맡은 시아니앙이라는 캐릭터. 영화 속에서는 마녀로 등장한다. 그런데 뮬란보다 이 시아니앙이 현대적 의미에서 보다 강인한 여성 캐릭터로 보여진다. 


뮬란은 시대가 만들어놓은 유리천장을 깨뜨린 능력자다. 뮬란이 유리천장을 깨뜨렸다지만, 그 유리천장은 다른 이들에겐 여전히 강력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시아니앙은 이 유리천장을 없애고자 하는 혁명가다. 이런 혁명적 태도가 그녀를 마녀이게 만들었다. 뮬란보다 시아니앙이 여성으로서의 주체적 삶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공리의 무술은 몸이 둔해보여 안타까웠다). 



5. 영화 [뮬란]은 마치 무협영화처럼 만들어졌다. 하지만 뮬란 속에서 보여지는 경공술은 중국 무협영화에서 보여준 경공술에서 한발자국도 더 내딛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제자리걸음조차 제대로 못해보인다. 

영화 [와호장룡]이나 [영웅] 등에서 보여주는 경공술은 무술을 넘어 아름다움을 뽐낸다. 하지만 [뮬란]은 마치 [동방불패]나 [황비홍] 수준의 경공술을 조금 더 매끄럽게 보여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견자단과 이연걸을 데려다가 이정도 수준의 무협을 보여줬다는 것에 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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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충북 괴산의 클래식 농원을 찾았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사과농장을 이어받아 아들이 대학 졸업 후부터 가꾸어 온 곳이다. 이른바 후계농이다. 기후변화로 사과를 키우기가 어려워지면서 수지타산이 맞지않아 점차 복숭아로 품목을 바꾸어가고 있는 중이다. 조금 더 따듯해진 기후에 맞추어 주산지가 점차 변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과의 주산지는 이제 평창까지 올라가고 있다. 알게모르게 농촌에선 이미 기후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클래식 농원이 운영하고 있는 농장의 규모는 3만평이다. 과수 1만평에 감자 1만평, 옥수수 1만평, 그리고 후작으로 콩을 재배하고 있다. 소농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크다. 시설재배가 아닌 노지이다보니 규모가 클 수록 경제적 이익도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농사에서도 <격차>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후계자와 같이 기반시설을 갖추고 농사를 시작하는 사람과 전혀 연고가 없는 곳에 귀농을 해서 농사를 짓는 사람과는 그 출발선부터 다른 것이다. 귀농지원정책은 이 <격차>를 해소해줄 수 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먼저 살 수 있는 집을 구해주고, 꽤 괜찮은 땅을 임대해주는 아주 기본적인 기반부터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이정도 규모는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섣불리 도전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비싼 땅을 사가지고 농사 짓겠어요? 농사지을 생각이면 빌려서 시작하는게 낫죠. 요즘은 농지은행에 좋은 땅도 많이 나와요" 실제로 몇 년 전에 비하면 농지은행에 위탁하는 땅이 많이 늘었다. 게다가 청년창업농들에겐 임대도 1순위이고, 지대가 논인 땅을 빌려 타 밭작물을 재배할 때 임대료의 80%를 지원하는 정책도 있다. 이런 정보들을 잘 알아야 효율적으로 귀농지를 선택할 수 있다. 땅을 임대하고 정책 지원을 받는 것도 결국 정보싸움인 것이다. 


하지만 땅을 빌려 농사짓는 것보다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당부하는 말이기도 하다. 정착하고자 하는 곳의 마을 사람들과 융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클래식 농장의 젊은 아들은 "제 나이 또래인 30대들이 주위에서 농사에 도전하는 것을 많이 봤다. 하지만 그중에 대부분은 2~3년을 넘기지 못하고 되돌아갔다. 마을 사람들과 융화하지 못하고 혼자만의 힘으로 고집스럽게 농사를 짓다 결국 외롭고 지쳐서 포기하는 것이다."

클래식 농장의 아버지도 한 마디 거든다. "농사짓기로 마음 먹었으면 고생할 것을 각오해야지. 10년은 힘들다고 생각해야 해. 최소 2~3년은 마을사람들과 농촌생활에 적응하고, 이후에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가야지."  


마을과의 융화는 가장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이 필수라고는 할 수 없다. 마을과 외따로 떨어진 곳에서 자기만의 농사를 짓는 것도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농사를 짓다보면 혼자 짓는 게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꼭 농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주위에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무슨 일을 하든 신경써야 할 부분이지 않겠는가. 



현재 이곳 농장의 수확물 판매는 아들이 주로 담당하고 있다. 과수는 직거래로 70% 정도를 소화한다. 온라인 벤더를 통해서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직거래는 가격 결정권이 농부에게 있다. 반면 수매를 통해 넘기는 것은 가격 결정권이 유통쪽에 있다. 감자, 옥수수, 콩은 수매를 통해 판매중이다. 물량도 많을 뿐더러 저장의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직거래 규모는 하루 아침에 커진 것이 아니다. 차곡차곡 브랜드의 가치를 쌓아올려서 지금의 수준까지 가능해졌다. 온라인 직거래 가격은 수매가보다 높다. 반면 온라인 직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포장과 배송 등 잔손이 많이 간다. 하나하나 소량씩 들어오는 직거래의 경우엔 차라리 조금 가격을 덜 받더라도 수매로 넘기는 것이 나은 경우도 있다.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여력은 물론이거니와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품질이 함께라면 도전해볼만 하다. 


젊은 농장주는 "농산물은 결국 판매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허사다. 귀농하는 사람들은 농사기술부터 배우고자 애쓰는데, 실은 판매처를 확실히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농사를 아무리 잘 지어도 팔지 못하면 결국 다시 땅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농산물의 운명이다. 자급자족의 농사가 아니라면, 도시에서의 인맥을 활용한 직거래든, 지역 농협이든, 영농조합이든, 또는 친환경인증을 받아 한살림이나 생협과 같은 유통단체를 통해서든, 판매할 수 있는 여건을 확인해보고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의 큰 고민 중의 하나가 판매처다.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먼저 농사만 잘 지으면...'이라 생각하기 쉽다. 농사를 잘 짓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농사는 1년에 겨우 한두번 경험해 볼 수 있기에, 잦은 반복훈련으로 실력을 쌓을 수 있는 분야가 결코 아니다. 물론 농사를 잘 지으면 훨씬 좋은 조건에서 출발하겠지만, 이는 시간이 걸려 차차 해결되어야 할 문제일 수 있다. 첫번째 고려 사항으로 판매에 대한 고민을 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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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 18도~27도 맑음


밭 전체를 한 번 풀을 베고 나서는 주로 오이와 호박 위주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갑작스레 눈에 띈 것이 체리나무다. 열두 그루 중 서너그루가 옆으로 누워 있는 것이다. 



아이쿠야! 지난 번 연달아 지나쳤던 태풍에 쓰러진 모양이다. 이렇게 쓰러진줄도 모르고 방치해놓고 있었다니... 


관심과 애정이란 분명 지켜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세상에나, 체리나무를 도대체 언제부터 쳐다보지 않은 것일까. 부랴부랴 누워버린 체리나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런데 체리나무를 세우다보니 체리나무의 뿌리가 영 시원치않다는 것을 알게됐다. 뿌리를 깊게 박지 못하고 들썩들썩거린 것이다. 일으켜세우긴 했지만 아무래도 뿌리가 약해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사과도 태풍에 떨어졌다. 벌레가 먹어치워서 수확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막상 사과가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 


나무 한 그루 키워내는 것이 이토록 어렵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해도 사과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고 했던가. 실제 사과나무를 심어보니 그 뜻이 오만가지로 다가온다. 아무튼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애정과 관심은 지켜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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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방송 프로그램 중 <구해줘! 홈즈> 같이 시청자가 원하는 집을 찾아주는 '집방'이 인기다. 모두 그런 것이 아니겠지만 집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는 사람이 꽤 된다. 하지만 직접 집을 짓다보면 차라리 그냥 지어진 집에 들어가 사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죽하면 '집을 지으면 3년 늙는다'거나 '집을 지으면 10년 늙는다'는 소리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다시 집을 지으면...' 이란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자신만의 집을 자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짓는다는 매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귀농도 집짓기와 살짝 비슷한 측면이 있다. 자신만의 농장을 꿈꾸며, 땅을 구하고, 작물을 디자인하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가꾸어가고 싶어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말 그대로 농업을 직업으로 삼아 경제적 활동 측면만을 생각하는 귀농인들도 있다. 이런 귀농인들에겐 이미 잘 꾸며지고 완성된 농장에 몸만 들어가서 농사를 지어 생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조건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괴산의 한 블루베리 농장. 2,000평에 가까운 규모에 저온저장고 2개, 창고 1개, 대관정 1개 등 모든게 완벽히 갖추어져 있다. 



그런데 14년차 유기농 블루베리를 짓고 있는 농장주는 나이가 먹어 농사를 많이 짓는게 힘들다며, 농장의 반을 매물로 내놓았다. 



만약 농사를 직업으로 삼고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런 매물이 매력적일 수 있다. 기반시설을 다 갖추었을 뿐더러, 나무 종류는 3~5년 정도 과일을 매달때까지 수익이 없이 투자만 해야하는데, 귀농 첫해부터 수확할 수 있는 과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사를 지으면서 마주치게 될 갖가지 어려움도 농장주가 옆에서 노하우를 전수해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이 매물을 얻기 위한 목돈이 필요하다는 것이 장애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귀농정책자금 등 각종 지원책을 활용해보면 이 장애물도 큰 어려움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귀농하고자 하는 이의 목적이다. 농사를 직업으로 삼겠다는 것만이 주요 목적이라면 이런 완성된(?) 농장을 구입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일 수 있다. 실제 농가를 둘러보면 연세가 드시면서 농사를 줄이고 싶어하는 어르신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이런 어르신들의 농장을 임대 또는 구입하게 되면 어르신들을 멘토로 해서 빠른 시일내에 정착이 가능하다. 반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이들에겐 그다지 추천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완성된 농장이기에 새롭게 손을 댈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귀농의 목적!>.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귀농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잡아야 한다. 그래야 그 목적에 맞춘 귀농지를 잘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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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8일 18도~27도 소나기 잠깐


올해는 멧돌호박을 블루베리와 블루베리 사이에 심었다. 



아직 블루베리가 크게 자라지 않은 상태인지라, 블루베리 사이의 폭이 여유가 있다. 늘 이 여유로운 땅이 아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올해는 이곳에 멧돌호박을 심어보았다. 

그런데 이 멧돌호박이 그야말로 무지막지(?)하게 자라는 바람에 혼쭐났다. 줄기가 블루베리를 타고넘어가면서 블루베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블루베리 줄기를 감싼 멧돌호박 줄기와 잎은 제거하고 이랑쪽으로만 성장을 유도했다.



무성하게 자란 풀들을 자르고 주위를 정리해보니 멧돌호박이 몇 개 달려있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조금 걱정이 앞선다. 물론 걱정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기에 그저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랄 뿐이다. 

지난해에는 사면에 멧돌호박을 심었는데, 다소 늦게 심었는지 완전히 익은 늙은 호박을 수확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올해는 아주 조금 이르게 심었음에도 불구하고, 열매가 달린 모양새가 수확할 즈음 완전히 익을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뭐, 올해도 충분히 익지 않는다면 덜익은 멧돌호박으로 탕이나 찌개 등등 요리 재료로 사용해야겠다. 지난해에도 멧돌호박을 생선조림에 넣어서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익으면 익는대로, 덜 익으면 덜 익은대로 말이다. 이왕이면 다 익어서 달임용으로 쓰면 더 좋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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