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 23도~30도 간간히 비


긴 장마 탓에 밭은 거의 방치상태다. 중간중간 비가 그치면 풀을 조금씩 베는 정도다. 될 수 있으면 땅을 밟지않고 싶어서다. 비올때 자꾸 땅을 밟으면 흙의 공극이 사라져 소위 굳은땅이 될 것을 염려해서다. 밭은 장마가 끝나면 꾸준히 풀관리에 들어가야한다. 



올해 처음으로 열렸던 포도가 장마탓에 열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두송이에서 두서내개 알맹이가 터졌는데, 점차 그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열 송이 정도에서 일곱여덟 송이 정도가 열과가 나타났고, 한 송이에서도 대여섯개씩 알맹이가 터졌다. 


열과가 나타난 포도송이에는 개미와 벌을 비롯해 벌레들이 엄청 몰려들어 포도를 빨아먹는다. 벌레들이 헤집어놓은 포도송이에선 큼큼한 식초 냄새가 난다. 상한 포도주 냄새와 비슷하다. 열과가 나타나는 속도로 봐선 익을때까지 남아나는 것이 없을 성싶다. 


올해 같은 날씨가 또 발생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이렇게 비가 계속 이어진다면 나중엔 포도나무 뿌리근처는 비가 스며들지 못하도록 비닐을 까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과유불급. 역시나 과함은 부족함보다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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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넷플릭스 오리지널 폴란드 영화. 넷플릭스 덕분에 평소 보지 못했던 유럽국가들의 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의 영화를 접하고 있다. 이번 영화는 마치 정치인 테러 실화를 바탕으로 한듯한 이야기 전개에 가슴이 서늘해진다. 


2. 댓글의 힘은 대단하다. 같은 의견의 댓글이 모이고 모이면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몰기도 한다. 그런 힘을 알기에 댓글조작부대까지 생겨나지 않았는가. 한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 심지어 여론을 새롭게 만들어내기도 한다. 


3. 영화 [헤이터]의 주인공 토메크 기엠자는 한 가족의 지원 덕분에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표절로 인해 대학을 중퇴하게 되고, 한 커뮤니티 회사에 들어간다. 의뢰인의 입맛에 맞추어 댓글을 조작하고 여론을 왜곡하는 것이 일이다. 

그는 자신을 지원해준 가족의 딸인 가비를 좋아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어한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후원가족이 일하고 있는 한 정치인의 선거캠프에 들어간다. 이 정치인은 커뮤니티 회사에서 여론을 조작해 지지율을 떨어뜨려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토메크는 게임속 캐릭터로 사회부적응자인 한 남성을 꾀여 테러를 유도한다. 

영화 [헤이터]는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한 남자의 비뚤어진 욕망과 책임감 없이 비대해진 온라인 댓글이 만나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이 어떻게 흘러갈지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매력이 영화 내내 흘러넘친다.  


4. 그저 관심을 받고 싶었을 뿐이다. 인정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한 여자로부터. 또 조직으로부터. 가짜 계정을 만들고 조작된 댓글로 공격하는 것이 일인 회사. 이곳에서도 능력에 따라 차별을 받는다. 일이 일인지라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면 불법도 서슴치않는다. 하지만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남을 해치고 불화를 일으키는 능력이 뛰어나서야 되겠는가.


5. 해서는 안될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잘 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도 이때문일지 모른다. 무한경쟁 속에서 이기는 것만이 중요하다. 어떻게 이기는지는 상관없다. 무엇을 위해 경쟁하고 있는지도 관심이 없다. 그저 꼭대기에 서 있는 것만이 최대 관심사다. 

반대로 꼭대기에 서 있을 수 없다면 꼭대기에 있는 이들을 잡아끌어 내려야 한다. 그 잡아끄는 손가락-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거나 스마트폰 화면을 눌러대는-엔 정의나 양심이 없다. 욕망만이 춤을 춘다. 비극은 그렇게 잉태된다. 


6. 댓글 때문에 자살을 택하는 사람들.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헤이터]처럼 온라인의 영향력으로 사람을 조정해 테러까지 일으키는 일이 상상 속의 일일 수만은 없어보인다. 섬뜩하지만 미움으로 가득찬 마음으로 온라인에 남겨진 글은 칼날이 되기도 한다. 부디 함부로 휘두르지 않기를... 그 칼날이 자신에게로 향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미움과 증오로 춤추는 댓글들. 우리는 어디까지 그 춤을 허용하고 바라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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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장기간 이어진 장마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많은 피해를 입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밀한 점검을 필요케 만드는 논쟁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또한 지금과 같은 집중호우와는 맞지 않을듯한 기존의 댐 방류 기준에 대한 문제점도 제시됐다. 


한편 이번 장마가 준 피해 중 상당부분은 산사태이다. 어떤 이들은 무분별한 태양광 사업이 산사태를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태양광이 불러온 산사태는 채 1~2%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인 것은 산이 물을 머금은 후 내뱉을 시간적 여유도 없이 쏟아진 비일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론 이번 장맛비가 준 피해 중 가장 안타까운 것 중 하나는 황톳물이다. 재난방송에 비쳐진 물줄기들은 죄다 누런빛이다. 빗물에 흙이 쓸려간 것이다. 워낙 많은 비가 쏟아졌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다. 흙 1cm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100~250년 정도가 걸린다. 전국 곳곳의 황톳물은 수백년의 세월을 걷어간 것이다. 


황톳물의 주된 원인은 맨땅이다. 벌거벗은 땅은 물에 쉽게 쓸려간다. 벌목한 산과 갈아버린 밭의 맨흙들은 비와 바람에 취약하다. 고대문명 몰락의 원인을 바라보는 시선 중에는 무분별한 개간으로 인한 겉흙의 소실로 식량이 부족해진 것을 드는 주장도 있다. 흙은 맨살을 드러내서는 안되는 것이다. 


생명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흙이지만 정작 흙을 살리고 보호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황톳물 속 떠내려간 흙이 안타깝다. 흙없이 생명이, 인간이 살아갈 수 있을까. 물 속에서 흙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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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신도 아이가 있나요?" 딸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극. 심오한 철학이나 거창한 메시지가 담겨있지 않아도,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을 묵직하게 건드린다. 올해 본 영화중 단연 탑3에 꼽을 수 있는 영화. 


2. 마약 카르텔인 산토스 가문의 둘째 아들 후안. 형 대신 감옥에 들어갔다. 그는 가문과는 거리를 두고, 평범하게 살고자 한다. 하지만 딸의 첫 성찬식을 위해 가석방된 날, 뺑소니 사고로 딸을 잃는다. 폭력과 거리를 두려했던 후안은 딸의 복수를 위해 총을 든다. 과연 뺑소니범은 누구인가?


3. 엇갈린 목격자의 증언들. 경찰에게 말한 목격자가 지목한 범인과 같은 동네에 사는 주민이 후안에게 넌지시 알려준 범인이 다르다. 경찰이 쫓던 범인은 차 안에서 죽은채 발견이 됐다. 하지만 후안은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 생각한다. 그런데 그들은 정말로 범인일까? 영화가 주는 이야기 자체의 즐거움이 여기에 있다.


4. 후안의 딸은 이렇게 묻는다. "아빠는 좋은 사람이에요? 나쁜 사람이에요?"

 "어른은 나쁜 일을 저질렀을 땐 책임을 져야한단다" "나쁜일을 했으면 미안하다고 해야죠" 그렇다. 어른은 미안하다는 말을 쉽게 내뱉지 않는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들었다면 후안은 처절한 복수를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미안함도 표현되어져야 한다. 


5. 영화 [아디오스]의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것은 모성애나 부성애와 같은 부모의 마음이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악의 구렁텅이에도 빠질 수 있고, 목숨마저도 내놓을 수 있다.라고 영화는 말한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이 꼭 이런것만은 아니다. 현실 속에서는 아이를 내팽개치고 책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부모의 헌신이 동력이 되어 영화가 진행되는 모습은 마음 저 깊이 울림을 준다.


6. 딸이 죽고나서 흘러나오는 음악 Rosalía canta가 부르는  'Me quedo contigo'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귓가에 맴돈다. 유튜브를 뒤져서 이 음악을 다시 들을 정도였다. 개인적 취향이긴 하지만 영화[아디오스]를 본다면 스페인 영화와 음악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7. [아디오스]는 한국어로 "잘 가"라는 뜻으로 번역될 수 있다. 영화 마지막의 자막은 딸을 보내는 진혼시라 할 수 있다. "천국에 머물렴 지옥을 떨쳐버리고 천사가 된 너를 새가 된다면 볼 수 있을까" 정도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영화 자체가 죽은 딸을 떠나보내는 진혼의 의식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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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 우리 몸 안내서
빌 브라이슨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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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자인 빌 브라이슨의 책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나를 부르는 숲]이었다.이 책은 미국의 애팔래치아 산맥 트래킹에 도전하는 작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을 읽으며 그의 유머러스함과 삶을 바라보는 경쾌한 시선에 감탄했다. 책을 읽는 도중 피식피식 웃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고 저자의 탐구정신에 놀랐다. 사적 기록뿐만 아니라 지구의 역사라는 통합적 지식 분야에서도 그의 문체는 탁월하게 빛났다. 


2. [바디 우리 몸 안내서]도 그랬다. 우리 몸에 대한 기존의 지식들을 섭렵하고, 최전방에 서 있는 전문가를 찾아가 인터뷰해서 최신의 정보까지 통합한다. 여기에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에피소드까지 첨가했다. 새로운 발견이 어떤 우연으로 탄생했는지, 진정 노벨상을 받아야 할 인물이 어떻게 잊혀졌는지 등의 우리 몸을 탐구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물론 이런 이야기 속에서 빛나는 건 그의 유머다. 


3. [바디]를 읽게 되면 우리가 참 우리 몸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을 알게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과 함께, 그 알려진 지식 조차도 우리 몸의 극히 일부분임에 놀라게 된다. 아직도 우리는 우리 몸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많이 남아있다. 그러니 함부로 우리 몸에 대해 무어라 말하는 것(사람, 지식)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4. [바디]가 주는 가장 큰 깨달음은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생각이 다르다는 차원이 아니다. 생각의 근원이 되는 감각의 차원에서부터 사람은 서로 다른 것이다. 그 한 예가 바로 '안드로스테론'이다. 지구상 모든 인간의 1/3 정도는 이 호르몬의 냄새를 맡지 못하고, 다른 1/3은 달콤하게 느끼고, 나머지 1/3은 역겹게 느낀다고 한다. 같은 호르몬에 달리 느끼는 사람들. 그러니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폭력이 될 수 있다. 타인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임을 우리 몸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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