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해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때,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작품. 프랑스, 세네갈 합작 영화. 사회 부조리와 억압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아프리카 흑인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영화 중반부터 장르가 바뀌는듯한 전개로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2. 부자 오마르와의 결혼을 열흘 앞두고 있는 세네갈(?)의 아다. 그녀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건설노동자 술레이만이다. 그는 몇개월째 체불된 임금 때문에 다른 동료들과 함께 스페인으로 밀입국을 시도한다. 아다는 술레이만으로부터 어떤 이별통보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몇일 후 밀입국을 시도했던 배는 풍랑에 조난을 당하고, 배에 탔던 젊은 노동자들은 모두 살아남지 못했다. 슬픔에 쌓인 아다는 예정대로 결혼식을 치르는데, 결혼식 당일 신혼집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그런데 방화를 저지른 범인이 술레이만이라는 목격자들이 나타나는데...


3. 가부장적인 부모, 인권을 무시하는 공권력, 자본가들의 횡포, 돈과 결탁한 경찰... 흑인 여성 아다를 둘러싸고 있는 부조리와 억압들이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개도국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억압된 사회에 순응해야만 하는 것일까. 사회에 저항하는 운동 차원이 아닌, 독립된 개인으로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삶을 살고자 하는 아다의 발걸음이 잘 그려져 있다. 


4. 영화[애틀란틱스]의 제목은 대서양을 뜻한다. 영화에서도 자주 바다의 파도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바다는 휴양지에서 보는 에머랄드빛의 고요한 바다가 아니다. 세네갈의 젊은 노동자를 집어삼킨 바다다. 또한 유럽으로 갈 수 있는 희망을 품은 바다이기도 하다. 지켜보고 그 자리에서 즐기는 바다가 아니라, 건너가야만 하는 바다다. 그래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파도는 고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고난을 넘어서면 희망이 있으리라. 아다가 품고자 하는 그 희망. 


5. * 스포일러입니다.

영화 중반부에 마을의 젊은 여인들이 한밤중 체불 사업자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검은 눈동자가 없는 좀비같은 모습으로 사업자에게 체불임금을 달라고 요구한다. 바다에서 죽은 노동자들의 망령이 스며든 것이다. 이 망령의 힘으로 노동자들은 체불임금을 돌려받고, 아다는 못다한 사랑을 이룬다. 망령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지만, 결국 저항없이는 억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갑작스러운 망령의 등장이 황당무계한 전개로 보이지만, 영화에서 자연스레 녹아들면서 극의 긴장을 끌어올린다. 망령이 돌아다니지 않는 세상을 위해선 일어서서 앞으로 걸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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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JTBC에서 방영된 [팬텀싱어3]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라비던스 팀에서는 소리꾼 고영열이 포함되어 있다. 이 팀은 결승 1라운드에서 남도민요 <흥타령>을 편곡해 불러 심사위원의 극찬을 받았다. 우리의 전통 소리 창법과 노래를 현대인의 귀에 쏙쏙 들어오게 변화를 준 것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비결로 보인다. 옛것 그대로가 아닌 재해석과 변화, 조절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물론 그 바탕은 고영열이라는 소리꾼의 소리가 있었다. 


2. 우리나라 최초의 100만 관객 영화 [서편제]에서는 소리꾼이 되는 과정과 소리꾼의 애환이 잘 담겨져 있었다. 소위 '한' 이라고 부르는 정서를 그려낸 것이다. 올해 개봉한 영화 [소리꾼]은 판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이야기의 즉흥성과 관객과의 호흡 등이 판소리의 중요한 특성임을 심청전을 통해 말하고 있다. 


3. 영화 [소리꾼]은 솔직히 영화적 재미는 떨어진다. 서사나 인물이 고정관념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소리꾼의 운명, 암행어사의 등장, 탐관오리의 횡포 등등이 너무나 오랫동안 봐왔던 것이다. 다만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정형화된 판소리가 초창기 얼마나 즉흥적 변화를 거치며 만들어졌을지를 유추해보는 재미는 있다. 


4. 판소리는 죽어있는 소리가 아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판소리의 즉흥성은 현대의 랩이 대신하고 있는듯하다. 어찌보면 판소리와 랩은 닮은 구석이 많다. 전통이 꼭 인기를 얻고 사랑을 받아야한다는 당위성은 없다. 하지만 힙합과 같은 인기를 구가할 수 없을지라도 우리 고유의 소리를 내는 방식이 현대의 노래 속에도 살아 있다면, 다양한 소리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이 아닐까. 남성 4중창 라비던스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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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의 SF 스릴러이자 멜로영화. 인공지능로봇이 사람의 피부를 이식해 인간에 가까워지면서 사랑을 갈망 또는 배우기 위해 범죄도 서슴지 않는다는 내용. 논리나 과학적 상식에서 벗어나는 몇 가지 점을 애교로 봐준다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는 꽤나 흥미진진하다. 자본주의화되어가는 중국이 사랑과 돈, 결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현재 생각하고 있는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게 만든다. 


2. 사람에 가까운 인공지능로봇을 만들어 자신의 만족을 채우려는 미친(?) 과학자. 인간의 대부분의 조건을 충족시키지만, 피부만은 인간처럼 만들기 어렵다. 하지만 로봇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인간의 피부를 박피해 붙이면 동화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 물론 말도 안되는 설정이지만 넘어가보자. 이후엔 과학자가 인간의 피부와 똑같이 만들어주는 기계까지 만들어낸다.  


3. 과학자는 이 로봇에게 모든 미인의 특성을 심어주려한다. 순전히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다. 하지만 로봇은 인공지능을 통해 사람에 대해 배우면서(딥 러닝?) 오직 하나 사랑만은 알지 못한다. 로봇은 과학자에게 줄기차게 질문한다.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하지만 과학자에겐 사랑같은건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로봇은 사랑하고 있는 사람을 통해서 사랑을 배워보고자 한다. 현재 열애중인 남자의 연인을 납치하고, 자신이 그 연인으로 변장해 사랑을 체험하려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연히 소매치기가 등장하는 것 또한 그냥 넘겨보자. 


4. 과학자는 로봇에게 아이작 아시모프가 자신의 소설 <아이, 로봇>에서 제시한 로봇의 3원칙을 심어주었다. 제1원칙은 절대 인간을 해치지 말라. 제2원칙은 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인간의 말에 복종하라. 제3원칙은 1,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자신을 지켜라. 그런데 [기계화피] 속 로봇은 제1원칙을 쉽게 무너뜨린다. 어찌보면 절대적 원칙임에도 말이다. 이것도 넘어가보자.


5. 그래서 로봇은 사랑을 알게됐을까. 도대체 사랑이란 무엇일까. [기계화피] 속에서는 사랑=습관 인것처럼 말하는듯하다. 상대방의 습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쨋든 로봇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남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루어준다. 하지만 어쩌지. 과연 이런 만족이 사랑을 키워주고 지속시켜줄 수 있는 것일까. 


6. 영화 [기계화피]는 요즘 중국의 결혼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결혼을 위해서는 번듯한 집도 있어야 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어야만 한다는 남자주인공의 생각을 반성하게 만든다. 오직 사랑만으로 결혼은 충분하다고 말이다. 요즘의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도 이런 말이 통할 수 있을까. 사랑과 결혼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7. 인간과 기계를 구별할 수 있는 또하나의 특성은 무엇일까. 영화 [기계화피]는 거짓말을 든다. 기계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그러고보니 거짓말이라는 것은 인간만의 특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동물들도 속임수를 쓰기는 한다. 하지만 거짓말과 속임수는 차이가 있다. 거짓말은 속이려는 의도 이외에도 들킬 것을 알면서도 행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거짓말임을 밝히듯 하는 거짓말도 있다. 인간은 왜 거짓말을 할까. 흥미를 끄는 질문이다. 


8. 영화 [기계화피]는 몇 가지 논리적이지 못한 설정을 웃어 넘겨줄 수 있다면, 또 영화 후반부 CG의 어색함을 눈감아 줄 수 있다면, 꽤나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도대체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기에. 백인백색의 정의를 갖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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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가 제철이다. 요즘은 초당옥수수같은 단옥수수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찰옥수수에 비해 당도가 높은데, 단짠단짠에 익숙해진 입맛 탓(?)/덕(?)에 인기가 올라가는듯하다. 


옆 농장에서 단옥수수를 수확하면서 벌레먹은 것을 몇 개 얻었다. 딸내미에게 쪄서 먹였더니 이에 자꾸 끼여서 싫은 모양이다. 게다가 찰옥수수에 비해서 씹는 맛이 떨어진다. 물론 단맛은 강하지만 말이다. 딸내미가 문득 "아빠, 콘치즈 먹고싶어" 한다. 맛이 궁금하단다. 생각해보니 콘치즈 먹을 일이 없었던 모양이다. 


콘치즈에 쓰이는 옥수수는 대부분 통조림이다. 그리고 통조림 재료로 쓰이는 옥수수는 일반적으로 단옥수수다. 마침 단옥수수를 수확했으니 콘치즈를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을듯 싶다. 



1. 단옥수수의 옥수수알갱이를 분리하는 작업. 처음엔 숟가락으로, 다음엔 젓가락으로 해봤는데, 신통치않다. 그래서 과도로 주~욱 긁으니 그나마 나은편. 혹시나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기를. 



2. 단옥수수 5개 정도를 긁어모으니 큰 사발에 반 정도를 채운다. 4인분은 족히 될듯하다.1인분에 1개 반 정도 잡으면 넉넉할 듯.



3. 옥수수만 넣으면 심심할듯 해서 다른 채소도 첨가했다. 양파와 당근을 잘게 썰어놓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양파나 당근을 싫어한다면 넣을 필요가 없을듯. 아이들이 좋아하는 재료를 첨가하는게 좋겠다. 딸내미는 나중에 양파냄새가 싫다고 한 숟가락 먹고 포기. ㅜㅜ;



4. 보통 버터를 잘 사용하지 않지만, 오늘은 특별히 버터를 기름대신 사용해본다. 옥수수구이에 보통 버터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서... ^^;



5. 버터와 함께 당근과 양파를 넣어서 볶아준다. 



6. 채소가 익을 때쯤 옥수수알갱이를 넣고 여기에 소금과 설탕 조금, 마요네즈를 듬뿍 넣는다. 마요네즈도 평소에 즐겨먹는 것이 아닌지라, 이럴 때 먹어보자는 심산으로 듬뿍 넣었다. ^^;



7. 옥수수를 넣고 나서 살짝 볶은 후 위에 치즈를 올렸다. 일반적으론 피자치즈를 올려서 주~욱 늘어나는 맛을 즐긴다. 집에 모짜렐라 치즈가 있어서 그냥 이걸로 썼다. 늘어나는 맛은 없지만.



8. 치즈를 올리고 나서 뚜껑을 덮고 불을 끈 채 남은 열기로 치즈를 녹인다. 



9. 1분도 안돼 치즈가 녹았다. 잘 섞어준다. 



10. 그릇에 내놓으면 완성. 양파를 좋아하는 내 입맛에 그럭저럭 괜찮은데, 딸내미 입맛에는 맞지않는 모양이다. 딸내미 먹일려고 만든 콘치즈로 내 배만 불렸다. ㅍㅎㅎㅎ. 


통조림 대신 생단옥수수를 쓰다보니 식당에서 내놓는 콘치즈보다 단맛이 약할 수 있다. 그래도 단옥수수만으로도 충분히 달달하니, 궂이 설탕을 첨가할 필요는 없을듯하다. 다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채소를 첨가하고, 치즈는 주~욱 늘어나는 걸로 선택하는 것이 좋을듯. 버터와 마요네즈가 듬뿍 들어간 탓에 다소 느끼하긴 하다. 느끼한 게 싫다면 버터는 빼고 마요네즈도 조금만 넣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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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애플TV+의 오리지널 영화. 코로나19로 극장에서 개봉을 못하고 결국 스트리밍서비스로 직행. 하지만 영화 제작비가 5,000만불을 넘는 대작. 온라인 OTT 선두주자 넷플릭스와 경쟁이 될까? [그레이하운드] 영화 자체만 놓고 본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2. 톰 행크스 주연. 역시 믿고보는 배우. 2차 세계대전 당시 1942년 대서양에서 독일의 U보트 잠수함에 맞서 수송함을 호위하는 미국의 구축함 그레이하운드 이야기. 미국의 영웅주의적 시각이 그리 거슬리지 않는 영화. 


3. 영화의 대부분은 U보트와 구축함 사이 전투다. 잠수함을 소재로 하는 영화에선 으레 잠수함이 주인공이지만, [그레이하운드]는 구축함의 시선으로 전투를 바라본다. 이 시선의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끈다. 구축함이 잠수함을 어떻게 상대하는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쫄깃해진다. 마치 모바일게임 [월드어브워쉽 블리츠]를 보는듯하다. 


4. 눈길. 미 수송선을 호위하는 구축함 부대의 총 책임을 맡게 된 톰 행크스. 이번이 첫번째 총괄지휘자로서의 임무다. 수송선을 포함해 구축함의 모든 선원들의 목숨이 그의 지휘에 달렸다. 영화[그레이하운드] 속에서는 승무원들이 톰 행크스 선장의 명령 하나만을 기다리며 쳐다보는 시선들이 줄곧 나온다. 거의 침묵에 가까운 배경에 승무원들의 눈길만을 잡는 장면은 톰 행크스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막중한 무게를 지니고 있는지를 말하는 것 같다. 그 시선들이 주는 압박감은 톰 행크스의 어깨를 짓누른다. 다른 이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의 어려움이 승무원들의 시선으로 잘 묘사됐다. 


5. 환호. 수십 시간의 혈투를 끝낸 톰 행크스에겐 오직 휴식이 필요하다. 이때 들려오는 환호성. 수송선의 승무원들이 자신들을 지켜준 구축함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이다. 이 환호가 톰 행크스의 지친 몸을 달래고, 영혼을 깨운다. 고마운 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하라. 그것이 얼마나 그들에게 힘이 되는지를 안다면, 최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라. 곳곳에서 시시때때로 악다구니 대신 조그마한 환호가 들려오는 세상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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