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5일 20도~28도 흐림



비트에도 잎에 벌레들의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계속 놔두면 안될것 같아 모두 수확했다. 올해 모종 6개를 심어서 하나도 빠짐없이 수확할 수 있었다. 한 개는 갈아먹었고, 나머지는 모두 청을 담갔다.



먼저 비트를 깨끗이 씻어서 말린 후 깍둑썰기를 했다. 크기가 작으면 작을 수록 설탕에 의한 삼투압으로 내용물이 빠져나와 발효가 이루어지는 과정이 빨라진다. 



비트와 설탕을 켜켜이 쌓는다. 청을 담근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비트청은 선홍색 빛깔이 매혹적이다. 비트청 단독으로 먹어도 좋지만, 다른 청과 섞어 먹으면 색을 예쁘게 만들어주고, 맛도 부드럽게 해주어 좋다. 올핸 비트를 조금 심었지만, 내년엔 조금더 많이 심어서 청을 많이 담갔으면 좋겠다. 



담근지 채 한달이 되지 않은 에이드용으로 만들었던 블루베리청을 시음해봤다. 블루베리청과 탄산수의 비율은 거의 1대 1 정도. 그런데 탄산수를 붓는 순간 거품이 엄청 올라왔다. 컵을 넘어서서 얼른 후루룩~~. 거품이 가라앉기를 기다려 조심조심 탄산수를 부었다. 



청에 같이 담가두었던 블루베리는 약간 물컹하다. 에이드는 달콤한 맛에 청량한 맛이 더해져 좋다. 조금 더 두면 신맛이 강해질듯해 냉장고로 옮겨놨다. 블루베리 생과가 있다면 청에 담가둔 블루베리 대신 에이드에 넣어서 물컹한 식감을 피하는 게 나을성 싶다. 하지만 생과가 없다면 조금 물컹해도 청에 담가둔 블루베리도 크게 나쁠것 같지는 않다. 한여름 시원하게 즐기기에는 제격일듯하다. 아이들도 좋아해 여름 음료로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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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오늘 급식에서 블루베리 나왔다. 대개 달았어~"

"오, 그래!"

"근데 아빠, 블루베리가 물렁물렁했어. 왜 그래?"

"아마 딴지 오래됐거나, 너무 익어서 그럴거야"

"그래, 그럼 역시 아빠 블루베리가 최고야!"


딸내미의 이 한 마디가 웬지 모를 힘을 준다. 아빠를 응원해주기 위해 일부러 한 말이라면, 그 정도 배려심을 갖춘 아이가 되었다는 것에 기쁘고, 자연스레 나온 말이라면 그 또한 위로가 된다. 


아하! 아이의 칭찬이 어른을 춤추게 할 수도 있구나. 난, 어땠나? 부모님한테. 그래도 가끔은 "엄마 김치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라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어머니의 마음은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지않았을까. 


그래, 부모님에게 칭찬의 말을 툭 던져보자. 칭찬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부모님께, 또는 어르신께 아낌없이 칭찬의 말을 건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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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경연 프로그램은 평소 마주치지 못했던 다양한 색깔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 JTBC에서 방송되고 있는 [팬텀싱어3]에서는 크로스오버 남성4중창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특히 이번 시즌3는 카운터테너와 소리꾼이 멤버로 들어가면서 보다 다양해진 레퍼토리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지난주 방송됐던 결승 1라운드에서는 라비던스의 <흥타령>이 귀를 사로잡았다. 소리꾼 고영열이 멤버로 있었기에 처음 시도한 국악 장르의 노래였다. 성악을 전공했던 멤버들도 성악 창법이 아닌 국악의 소리를 내기 위해 몸을 떨어가며 열창을 했다. 국악이 꼭 한의 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흥겨움도 갖고 있다. 라비던스는 그중에 남도민요 <흥타령>을 택했다. 제목만으로는 흥겨운 노래같지만, 실은 떠나버린 님과 흘러간 세월을 잡을 수 없음을 노래하고 있다. 


떠나가버린 님과 세월을 잡으려 애쓰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라비던스 멤버들의 '부질없다'라는 노래는 각자의 색깔로 슬픔과 허무함을 드러낸다. 우리는 부질없다는 한탄을 통해 마음을 씻어내리고, 새로운 하루를 맞이한다. 라비던스의 노래는 그런 씻김의 소리로 개성을 한껏 뽐냈다. 잘 알지 못했던 민요 <흥타령>을 새롭게 안 것도 좋았거니와, 이 노래가 대중적인 모습으로 선을 보인 것도 좋았다. 


우리 인생의 희노애락을 잘 어루만져주는 노래가 누군가의 입에서 콧노래로 흘러나올 수 있기를 ... 그래서 위로받고 새로운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기를 바라본다. 노래는 결코 부질없지 아니하기를...


사족 : '부질없다'는 뜻은 쇠를 담금질 할 때 불질을 하고 찬물에 담근 후 두드리는 과정이 있어야 단단해지는데, 불질을 하지 않아 헛된 일이 된 것을 말한다. 위로가 되는 노래란 끊임없는 불질을 통해 잘 타오르고 망치로 두들겨맞아 단단해진 노래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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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vN 드라마 <(아는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는 가족이란 무엇일까?라는 의문과 답을 끊임없이 되뇌이게 만든다. 9회차에서는 가족이란 정말 아는게 별로 없어보이지만, 심장을 꿰뚫어버리는 한 방의 날카로운 비밀을 알고 있는게 가족임을 상기시킨다. 그만큼 가족이기에 회복이 어려운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처는 앙금이 되어 쉽게 씻겨내려가지 않는다. 하지만 앙금은 평소에 아무일 없다는 듯 평온하게 가라앉아 있다. 


2. 아무튼 <가족입니다>라는 드라마는 어찌보면 '배다른 자식'이라는 상투적 소재와 동성애라는 금기에 가까운 소재를 가져와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 양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가 곳곳에서 빛을 발한 덕분일 것이다. 특히 원미경의 연기는 무르익은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소리높인 장면에서는 원미경 특유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나긋나긋한 말 속에서는 얼핏 김혜자의 그림자가 비치기도 하지만 말이다.


3. 첫회부터 깜짝 놀랐던 것은 원미경의 얼굴이었다. 한 살이라도 어려 보이기 위해 애를 쓰는 연예인들의 얼굴이 아니라, 주름살이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을 과감하게 보여준 것이다. 동안을 위해 피부과 병원을 집 드나들듯 다니며 관리한 얼굴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삶의 행로가 그대로 드러난 듯, 이제는 팽팽하지 않고 조금은 처진 얼굴. 진짜 주위에서 만나는 60대 아낙네의 얼굴. 그 얼굴만으로도 원미경은 <가족입니다>에서 미혼모로서의 삶을 피하기 위해 선택했던 사랑없는 결혼 생활의 핍박함을 고스란히 드러내보였다. 


4. 꾸미지 않고 자연스러운 얼굴. 시간을, 세월을 거스르려 하지 않고, 살아온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얼굴. 엄마로서의 삶이 투영된 원미경의 얼굴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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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19~28도 비


시골에서 콩은 밭을 마련해 심기도 하지만 짜투리땅에도 심겨진다. 요즘같은 경우는 고라니 피해가 걱정이지만, 일단 심어놓으면 크게 손가지 않아도 신경쓰지 않아도 잘 크는 것이 콩이다. 



몇년째 이맘 때면 만나는 풍경이 있다. 정말 45도 경사는 너끈히 될 듯한 사면에 할머니 한 분이 착~ 달라붙어서 콩을 심는다. 고추밭 옆의 경사면을 조금도 남김없이 콩을 심으신다. 콩이 나고 함께 풀도 자라면 할머니는 또 경사면에 착~ 달라붙어 풀을 뽑으신다. 이정도 규모면 짜투리땅이라고 부를 수가 없다. 콩밭이다. 전국에서 가장 경사가 큰 콩밭일지도 모른다. 정말 스파이더맨처럼 바짝 엎드려 이 밭을 다 매고 계시는 것이다. 


할머니의 억척스러움에 때론 감탄을, 때론 서글픔을, 때론 경이로움을, 때론 아련함을 느낀다. 억척스럽지 않으면 안되는 삶의 고달픔이 쪼그려 앉은 할머니의 쭈글쭈글한 손마디에서 묻어난다. 흙 한 줌 버려두지 않는 알뜰함은 시골 아낙네의 몸에 배어있다. 무더운 여름을 넘길 저 콩은 머지않아 누군가의 밥상에서 따뜻한 김을 모락모락 피어내며 피와 살이 될 것이다. 미끄러지거나 굴러 떨어지지 마시고, 부디 편안하시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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