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일 2-도~31도 벌써 30도가 넘어가다니. 해 쨍쨍


아침에 텃밭을 둘러보다 오이가 처져 있는 걸 보았다. 망 쪽으로 유인한다고 살짝 들어올렸는데 그만 줄기가 툭 하고 부러졌다. 



아직 뿌리도 왕성하게 뻗지못한 어린 오이인데... 먼저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물주고 벌레잡아주고 했는데 오이 하나 못 따먹고 죽다니... 소위 본전생각이 난 것이다. 



게다가 컵 정도 크기만큼 자란 오이가 두 개나 달려있었는데, 괜히 망에 올린다고 만져서... 그냥 놔두었다면 적어도 2개는 따먹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후회도 들었다. 그러고보니 순전히 나의 손익만을 따져 발생한 감정들이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아까움과 후회말이다. 


아마 오이 줄기를 벌레가 갉아먹었거나 아니면 물을 주다 호스에 걸리면서 꺾여서 약해진 부분이 부러졌을지 모른다. 잘 보살핀다고 했지만 지나친 것들이 있었을지 모른다. 끝내 자신의 생명을 다 꽃피우지 못하고 성장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죽게된 오이를 보니 이제서야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내가 의도한대로 키우겠다고 자꾸 손을 대는게 도리어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적당한, 정말 말 그대로 적당한 관심과 손길이 필요하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적당함을 알아가는 것. 그것의 시작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에서 부터일지 모른다. 오이의 줄기가 약해져있음을 알았더라면 망에 올리겠다고 오이를 팍 들어올리진 않았을테니 말이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적당함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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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일 17도~28도 새벽에 비 조금



지난달 풀베기를 한 이후 다시 풀이 무릎께까지 올라와 2차 풀베기에 나섰다. 풀도 땅을 가리는지 잘 나는 곳은 무성하다. 대부분 사면 아랫쪽이 풀이 자 자란다. 아무래도 물이 아래로 내려가다보니 마르지 않아서 풀이 자라기 좋은 조건일 듯 싶다. 



1차 풀베기 때도 그랬지만 이번 풀베기 동안 맥문동을 심어 둔 곳을 새롭게 찾았다. 풀 속에서도 용케 잘 버텨주고 있었다. 맥문동 자리에 표시를 해두었다. 올해는 관리를 좀 해서 꽃구경을 했으면 좋겠다. 꽃 자체는 화사하지 않지만 색깔은 보라색이라 틘다. 

맥문동은 뿌리를 약재로 쓴다. 소염과 기관지염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합과 식물이다. 백합의 뿌리는 해충을 방제하는 효과가 있다. 백합과 식물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체리나무 주위에 심어놓았던 것이다. 정작 백합은 고라니밥이 되어버렸지만 ㅜㅜ



블루베리밭 주변 풀도 정리를 했다. 1차 때는 반나절에 끝났지만, 이번엔 풀도 무성하고 더 많은 곳에서 자라 서너배는 더 걸린듯 싶다. 요 몇일 붓질에 낫질까지, 오른팔과 어깨가 쑤끈거린다. 하지만 선제적 차원에서 풀관리를 해주면 나중에 훨씬 밭을 정리하는게 편하다. 지난해에 관리못한 경험이 올해엔 교훈이 되어주고 있다. 역시 실수나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배운게 있다면 실패나 실수는 배움의 과정일 뿐이다. 배움이 없다면 실패는 실패로 남는다. 



또다른 사례. 올해 처음 시도해본 복분자와 포도 삽목은 처참하게 실패로 끝났다. 아, 아직 복분자 하나는 순을 내놓으면서 실낱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아무튼 이게 실패로 남지 않으려면 이번 경험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필코 죽은 한 그루의 포도자리에 삽목해서 살려낸 포도를 심어보련다. 그러기 위해선 실패의 원인과 성공을 위한 방법을 배워야 할터. 식물을 키우는 일은 배울 것 투성이다. 하지만 실패의 쓴맛보다 배우는 단맛이 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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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일 흐림 12도~25도



푸릇푸릇하던 오디가 점점 빨개지더니 검붉은 모습을 띠고 있다. 바야흐로 열매가 익어가는 시기다. 새들도 모여들어 잔치를 벌이겠다. 어느날 갑자기 아무 것도 없던 곳에서 뽕나무가 자라는 것은, 새들이 오디를 먹고 똥을 싸면서 씨앗이 번진 덕분이다. 인삼도 새들이 열매를 먹고 산에서 똥을 싸, 그곳에서 자라게 되면 산삼이 되는 법이다. 그러니 익어간다는 것은 유혹한다는 것이다.   



블루베리도 성질 급한 아이들은 벌써 보랏빛으로 변해가고 있다. 올해 유독 꿩들도 주위에 많고 까마귀와 백로가 하늘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것이 수상하다. 블루베리를 새들과 얼마나 나누어먹게 될지. 


열매는 익으면 변한다. 동물과 사람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말이다. 열매의 달콤함을 주는 대신 씨앗을 퍼뜨려 달라고. 사람도 익으면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겠다. 아마도 말과 행동을 통해 우리는 사람의 성숙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성숙한 이를 통해 우리는 달콤한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그 위안은 나에게 그치지 않고 타인에게 전달될 것이다. 나도 익어가는 중이면 좋겠다. 행복을 퍼뜨릴 잘 익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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즘은 딱히 눈길 가는 드라마가 없다. 집중해서 보는 것이 어렵다. 졸음을 이겨가며 꼭 보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 물론 이곳저곳에서 재방송을 틀어대니 굳이 본방 사수에 목매달 필요도 없어졌지만.


그러던차 마음에 드는 드라마가 등장했다. 제목부터가.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라니. 정말 그렇지 않은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된 것 같으면서도 실상 알고 있는 것은 허무할 정도로 적다는 것에 놀라기도 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기적적인 단어. 하지만 누가 보지 않으면 갖다버리고 싶은 애물단지이기도 한 가족. 


트럭운전사인 아버지와 주부인 어머니, 그리고 각자 개성 가득한 3남매. 돌연 어머니가 '졸혼'을 선언하고, 아버지는 야간 산행에서 부상을 입는다. 2편 예고로 보아 기억상실로 젊은 시절만을 기억하는 듯하다. 큰 딸은 아이가 없어 고민이자, 카페 알바생에게 마음을 준다. 둘째딸은 5년 전 9년간 사귄 남친과 헤어지고 남친의 남친을 배신자라 칭하며 절교를 선언했다 용서를 빈다. 셋째아들은 천하태평. 


이 가족들에게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드라마 <눈이 부시게>와 같은 감동을 선물해 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눈이 부시게>가 치매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라'는 애틋함을 전해주듯 <가족입니다>가 과연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어떤 울림을 전해줄지 첫회가 주는 기대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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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일 15도~26도 맑음



구기자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보통 새 가지에서 꽃을 피우는데, 이런 특성을 가진 식물들이 많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새 열매는 새 가지에서 나오는가 보다. 새로운 나는 새로운 마음에서 비롯되듯이 말이다. 



구기자꽃도 작긴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참 예쁘다. 멀리서 언뜻 보기보다 가까이 다가가면 예쁜 것들도 많다. 한발짝 다가가기, 상대를 아름답게 바라보는 한 방법이다. 



드디어 진짜 도라지싹이 났다. 처음에 도라지씨앗인줄 알고 뿌렸던 곳에서 올라온 것은 황기였다. 



황기도 제법 자라서 풀과 구별된다. 황기를 심었던 곳에서는 지난해 자랐던 자소엽이 싹을 내서 함께 자라고 있다. 자소엽의 생명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매해 그냥 두면 주위로 점차 자신의 영역을 넓혀간다. 



아무튼 기어코 도라지 싹을 보게 되니 진짜 기쁘다. 도라지 심은 곳 주위의 풀들을 뽑고 또 뽑아서 헷갈리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식물들은 정성을 쏟은 만큼 상대를 대해준다. 그럼에도 더덕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아직 싹을 구별할지 모르니, 풀들도 함부로 뽑지 못하겠고... 도라지싹의 기쁨을 더덕에서도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또 이렇게 기다리는 수밖에. 초조해하지 말자. 기다리고 지켜봐주는 것이 가장 큰 응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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