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9일 7도~16도 비온후 갬


약초와 허브를 중심으로 만들 생각이던 공간이 지난밤 빗물과 토사로 엉망이 됐다. 배수구를 급히 뚫어 물을 빼고 토사를 삽으로 치우고 나니 다시 모양을 얼추 갖췄다. 하도 삽질을 해서 그런지 온몸이 뻐근하다. 



약초정원이 될 빈 공간을 채워줄 둥굴레를 몇 주 얻었다. 뿌리까지 캐서 보니 모양새가 지황이나 인삼류와 비슷해 보인다. 둥굴레 뿌리도 인삼과 마찬가지로 사포닌이 풍부하다고 한다. 구황작물로도 쓰여 봄에는 생으로도 먹었다고 한다. 보통 가을에 뿌리가 비대해지면 캐어서 말려 약재나 차로 끓여 먹는다. 피로나 어지럼증, 두통이 있는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둥굴레는 키가 크게 자라지 않기에(30~60센티미터) 약초정원 앞쪽에 심었다. 잘 번식해서 앞쪽에 군락을 이루어주면 좋겠다. 혹시 옮겨심은 올해에 꽃과 열매가 열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둥굴레를 얻으면서 감초 줄기도 하나 얻었다. 감초는 이런 포복성 줄기를 뻗어서 뿌리를 내리거나, 위로 곧게(1미터 정도) 자라는 가지가 있다. 포복성 줄기의 경우 약재로 쓰는 뿌리와 비슷해 혼돈할 수 있다. 감초는 '약방의 감초'라는 말처럼 흔히 쓰이는 약재인데 강한 약성을 중화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감초의 포복성줄기를 눈이 피는 것 한두개를 포함할 수 있도록 한뼘쯤 되는 크기로 잘라서 땅에 심는다. 사선으로 심어서 흙을 덮는 방법이 낫다고 하여 최대한 사선으로 심어보았다. 



감초는 사질토양이 재배에 적합하다고 하는데, 밭이 온통 황토라 적당한 곳이 없다. 일단 체리나무와 체리나무 사이에 잘라놓은 감초 가지를 심었다. 약초정원에 심으면 좋겠지만, 포복성 줄기처럼 옆으로 쭉 뻗어서 자랄 수 있기에 따로 심은 것이다. 적합한 환경이 아닌 곳에서 잘 자랄지 걱정이긴 하다. 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으니 방법이 없다. 물관리를 잘 해주면서 키우는 수밖에. 적절한환경에서 자란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환경이 잘 갖추어지지 않을 땐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수밖엔 없는 것 아니겠는가. 대신 관심을 더 가져주어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아주 아주 개인적이긴 하지만, 만화 캐릭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신지다. 지구를 구해야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힘겨워하며 안간힘을 쓰는, 자기 안으로 파묻혀 가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반대로 [원펀맨]의 주인공은 취미가 히어로다. 사람을, 지구를 구해야한다는 막중한 의무감이 아니라 그냥 취미로 한다. 누군가 자신을 깔보거나 무시하면 '뭐래?'라고 말하듯 지나친다. 마음 속에 담아두거나 상처받지 않는 것이다. 그냥 사람들을 구하는 취미활동을 열심히 한다. 그러면서도 마트의 할인시간이 끝났다며 속상해하는 일상인이다. 그의 이런 친근함이 웃음을 폭발시킨다. 


2. 그래도 관심은 받고 싶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주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 목매달지는 않는다. 취미이기 때문이다. 내 취미를 누군가 알아주면 좋은 것처럼. 

그래서 원펀맨은 히어로협회에 가입한다. 자신의 등급이 최하위 등급에다 순위도 뒤처져 있다. 자신의 진짜 활약을 모르기 때문이다. 섭섭해하지 않는다. 다만 이 등급에서는 의무적으로 영웅적 활동을 펼쳐야 한다. 이 의무할당이 싫을 뿐이다. 그저 취미로 하는 것인데 말이다. 그래서? 등급을 올리면 의무로부터 면제. 이런 엉뚱함이 재미를 폭발시킨다.


3. 원펀맨은 어떻게 해서 이렇게 강해졌을까. 단 한 번의 주먹으로 웬만한 악당들은 KO. 슈퍼맨처럼 타고난 초능력일까. 스파이더맨처럼 어떤 변이를 겪은 것일까. 아니면 비법이라도? 신비한 물을 먹으면 힘이 세진다거나 하는... 

원펀맨은 자신이 강해진 비결을 말해준다. 두두둥~ 바로 중단하지 않는 끈기다. 3년간(? 확실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단 하루도 빠짐없이 10키로를 뛰고 100회 팔굽혀펴기를 하고, 윗몸일으키기도 100회, 스쿼트 100회를 한 것이다. 죽을 듯이 괴로워, 하루쯤 쉴까 생각이 들지만, 피를 토해도 괴로워도 날마다 이를 지킨 것이다. 머리가 다 빠질만큼(그래서 대머리 캐릭터가 됐다) 단련한 것이다. "신인류니 진화니 하며 놀고 있는 니놈들은 절대 여기 도달할 수 없다. 스스로 변하는 것이 인간의 강함이다!" 


4. 원펀맨의 매력은 이런 강인함에 있다. 넘보지 못할 초능력 같은 힘의 원천은 스스로 변하고자 하는 의지와 이를 실천하는 행동으로부터 비롯된다. 하지만 원펀맨의 진짜 매력은 영웅이라 잘난 척하지 않고, 세상의 모든 문제를 떠안은듯 고뇌하지 않고, 누가 뭐라 하든 '뭐래?'하는 마음으로, 일상 속에서 취미로 남을 돕는데 있다. 취미같은 가벼운 삶이면서도 타인을 돕는 충만함으로 가득한 삶, 한 번 신나게 살아볼 마음이 불끈불끈 샘솟지 않는가. 원펀맨, 화이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5.18일 15~26도 폭우


간밤에 비가 사납게 몰아쳤다. 천둥 번개와 함께 물을 쏟아붓듯 쏟아지는 비가 무서울 정도였다. 



올봄 집 윗쪽 밭 주인이 느티나무를 심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배수로를 만들었다. 그런데 불안했다. 포클레인으로 대충 긁어만 놓아서다. 작업과정을 전혀 알지못한 채 마무리 되고나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작업과정을 지켜봤다면 배수로를 단단히 여며놓도록 말했을텐데...

이 불안감은 간밤 폭우로 현실이 됐다. 배수로를 타고 넘은 빗물이 집쪽 사면으로 흘러내려온 것이다. 흙을 파헤치고 내려오면서 배수구까지 막아버렸다. 허브들로 채우려고 했던 정원은 물바다가 됐다. 그나마 사진은 배수구 쪽을 터놓아 물이 조금 빠진 상태다. 



비가 그치고 난 오늘 새벽에 정비를 했다. 일단 깊게 패인 사면의 흙을 채우고, 배수구 주변을 치웠다. 물이 빠지면서 제모습을 어느 정도 찾았지만, 오늘 또 하루종일 비가 온다고 하니 걱정이 된다. 윗밭으로 올라가 배수로의 끝부분을 흙으로 더 쌓아두었다. 임시방편이다. 어제와 같은 폭우라면 금세 차올라 넘칠 것이 뻔하다. 하지만 폭우만 아니라면 버틸만 할 것이다. 비가 그치면 좀더 탄탄하게 배수로를 마무리 지어놔야 할 것이다.  


우리의 감정도 배수구와 같다. 잔잔한 비마냥 내릴 때도 있지만 폭우로 쏟아질 때도 있다. 이때 배수구가 튼튼하고 높다면, 즉 마음이 강건하다면 배수구 안에 잘 가둬둘 수 있다. 하지만 배수가가 부실하면 이내 넘쳐나 피해를 준다. 이때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넘쳐나는 물을 잘 유도하는 것이다. 감정을 틀어막아 폭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살살 흐르도록 길을 내는 것이다. 


이 길을 내는 방법이 <알아차림>일 것이다. 지금 내가 이런 감정으로 꽉 차 있음을 알아차리면 감정은 스스로 흘러간다. 폭발하지 않는다. 물론 <알아차림>은 금방 배워지는 것은 아니다. 끝없는 훈련이 필요하다. 배수로를 내기 위해선 삽질을 수없이 해야 하는 것처럼. 알아차렸다 하더라도 금세 잊어버리고 폭발할 수도 있다. 알아차리고 알아차려야 한다. 마음 속에 비가 내리고 있음을, 그 비가 넘쳐나고 있음을. 그러다보면 넘친 빗물은 배수로를 통해 스르르 사라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5.17일 16도~27도 맑음


올해는 실수가 많다. 꼼꼼한 정리가 필요해보인다. 



가시오가피 열매를 심은 곳에서 싹이 올라와 틀림없이 가시오가피라 생각했는데.... 잎이 말라가는 현상이 생겨 옮겨심을 생각으로 뿌리를 캤다. 그런데, 어라? 이건 인삼인데... 그랬다. 인삼이었다. 작년 화분에 심어두었던 인삼이 살아남아서 싹을 틔운 것이다. 그러니까 가시오가피는 전혀 싹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뭐, 아쉽긴 하지만 인삼이라도 잘 커줬으니 일단 옮겨심어놓았다. 



올 여름까지 잘 버텨준다면 삼계탕에다 넣어 먹어야겠다. ^^ 인삼을 키우려면 물이 잘 빠지는 토양에 그늘까지 세심하게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달랑 하나 키우겠다고 들이는 품이 너무 많다. 그냥 여름까지만 버텨다오.



인삼을 옮겨심으면서 모종을 키웠던 허브 종류도 함께 옮겨 심었다. 타임과 민트. 씨를 꽤나 뿌렸는데 싹이 난것은 별로 없다. 특히 민트는 겨우 하나 싹이 올라왔다. 집 옆 공간을 허브정원으로 꾸밀 생각인지라 그곳으로 옮겼다. 지금 이곳에 심겨진 것은 구절초,수선화, 조개나물, 샤스타데이지가 있고, 잇꽃과 도라지는 씨를 뿌려놓은 상태이다. 구체적 계획을 잡아놓지 않은 상태에서 그때그때 허브를 배치하고 있는데, 좀더 고심을 해볼 필요가 있겠다. 올해는 이곳에서 허브들이 잘 자랄 수 있는지 살펴보는 정도로 만족해야겠다. 구체적으로 구상이 잡히면 꽃과 향기, 그리고 음식의 데코와 약재 등 일석 팔조를 노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5.16일 15도~22도 흐림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복분자 정리를 하면서 새로 난 가지를 잘라 삽목을 했다. 복분자는 휘묻이도 잘되는 등 생존력과 번식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삽목이 잘 된다는 구기자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다소 걱정이 된다. 그래도 복분자 수를 늘리기 위해선 시도해보아야 한다. 묘목을 구입하지않고 갖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 증식할 수 있다면 도전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생태적 삶을 통한 자급을 원칙으로 한다면 말이다. 



데크의 어닝 기능을 해줄 포도나무 두 그루 중 한 그루는 아직도 잎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죽은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내친 김에 야생식으로 자라도록 놔둔 포도나무 한 그루가 있어 가지를 잘랐다. 포도도 삽목이 잘되는 편이니 복분자와 함께 삽목을 시도해볼 생각이다. 



복분자와 포도의 잘라낸 가지를 화분에 옮겨 심었다. 최소 하루에 두번씩 물을 주어 항상 촉촉하게 유지하도록 할 계획이다. 부디 뿌리를 내려 새로운 나무로 태어나기를... 가만히 놔 두어도 마음대로 자라는 칡이 부럽다. 



체리나무와 블루베리밭의 풀정리를 하다보니 그새 칡순이 새롭게 나온 것이 여럿 눈에 띈다. 몇개는 나무가 자라는 것을 방해할 듯하여 뿌리를 캐냈다. 그 중 하나는 아이들 팔뚝만큼 두꺼운 것도 나왔다. 칡냄새가 꽤 강하다. 1~2센티미터 두께로 잘라서 잘 말려두어 차로 먹어야겠다. 새롭게 뿌리를 내린 칡들이 너무 많다. 어느 정도 정리는 해두어야겠다. 올해 새롭게 뿌리를 내린 것중 일부는 손으로 뽑기에는 버거울 정도로 뿌리를 깊게 내렸다. 복분자와 포도에게도 이런 힘을...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