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일 8도~27도 맑음



복분자에 꽃이 피었다. 2년전 5그루를 심었는데 딱 1그루 살아남았다. 지난해에도 꽃이 몇 송이 피고 한 주먹도 안되는 양의 복분자 열매를 선물했다. 올해는 가지가 잘 뻗어나가면서 꽃봉오리도 제법 많아졌다. 복분자꽃은 엷은 분홍색인데 멀리서 보면 하얗게 보인다. 삽목 기술이 있다면 복분자를 늘려볼 수 있을텐데... 한번 시험삼아 가지를 잘라 땅에 꽂아보아야겠다. 삽목이 잘 된다는 구기자도 실패한 터라 자신은 없다. 그래도 도전!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다.



도라지씨앗으로 알고 뿌렸던 곳에서 싹이 났는데, 아무래도 도라지가 아닌듯하다. 씨앗을 구했을 때, 표기를 꼭 해놓아야겠다. 주는 사람이 잘못 알고 주기도 하지만, 기록하지 않고 기억으로만 판단하기에는 실수가 잦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도라지 씨앗을 구했다. 백도라지다. 좀 늦은감이 없지않나 싶은데, 그래도 얼른 밭에 일부 뿌려봤다. 올해는 발아가 잘 되는지 확인해보는 차원으로 뿌려두고, 내년에 잘 심어보아야겠다.



백도라지 씨앗을 얻은 김에 잇꽃 씨앗도 함께 얻었다. 천연염색을 하던 시절엔 붉은 빛을 내는데 꼭 필요했던 꽃이다. 쌀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홍화라고 해서 약재로도 많이 쓰인다. 여름에 꽃을 피운다고 하는데, 이제서야 씨앗을 심는 것은 늦은 감이 있다. 잇꽃도 발아율을 시험삼아 몇개 뿌려놨다. 



대추나무잎에는 벌레알이 보인다. 검색해보니 깜보라노린재알인듯하다. 잎뒤에 낳은 알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난다. 일단 눈에 잘 띄지않는 곳에 알을 낳을뿐더러 기하학적 모양새하며, 바람에도 떨어지지 않는 흡착력은 예술에 가깝다. 생명을 낳아 기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발짝 떨어져 바라보니 예술인게다. 살아간다는 일 자체가 예술인 것이다. 



사과나무에도 사과열매가 한두개 맺힌게 보인다. 올해는 정말 사과를 따서 먹을 수 있으려나. 이맘때 복숭아도 열매를 맺는데, 복숭아는 여름이면 수확을 다 끝내고, 사과는 가을에서야 수확을 거둘 수 있다. 사과가 열매를 맺고 익기까지 꽤나 긴 기간이다. 사과 한 개를 먹는다는 것은 그 긴 시간을 함께 먹는 것임을 생각하게 된다. 


    

사과나무잎 사이에 말벌이 보인다. 왕바다리로 여겨진다. 왕바다리는 나비나 나방의 애벌레를 잡아먹는다. 일종의 천적인 셈이다. 장수말벌류가 집을 지으면 겁이 나서 얼른 떼어내고 부수지만, 왕바다리는 대환영이다. 슬슬 생태계가 균형을 잡아가는 신호로 볼 수 있을까. 자연의 힘으로 농사짓기, 이제 그 서막이 올라가고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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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일 8도~27도 맑음


내일 또 하루종일 비가 온다는 소식. 4~5일에 한번씩 내리는 비는 꿀같다. 블루베리나 체리나무에 물을 주지 않아도 되기에, 시간과 물을 모두 아낄 수 있다. 



브로콜리 모종이 적당히 크고 뿌리도 잘 엉긴것 같다. 몇 개는 아직 부실하지만,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얼른 본밭으로 옮겨심었다. 



본밭은 2주전쯤 퇴비를 뿌려두어 미리 자리를 마련해두었다. 막상 심고보니 다소 자리가 부족해보이긴 한다. 넓게 넓게 심어 바람이 잘 통해 병이 없도록 자라는 것도 좋지만 반면 공간이 너무 헐렁하면 풀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도 되고 땅을 아껴 더 다양한 작물을 심을 공간을 줄이는 단점도 있다. 적절한 간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 코로나19로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것처럼, 적절한 거리는 건강의 바탕이 된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비대면접촉을 기본으로 사회가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접촉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다. 접촉과 비대면접촉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브로콜리를 건강하게 키우고 수확을 잘 하기위해서는 아무렇게나 심지 않듯이 말이다.



브로콜리를 심고 나니 아래밭은 거의 자리를 잡아가는듯하다. 왼쪽에서부터 단호박, 브로콜리, 고추, 봄배추, 케일, 비트, 지황, 감자 등이 심겨졌다. 봄배추는 아주 잘 자라고 있고, 비트는 이제 탄력을 받는 듯하다. 케일은 벌레들이 먹어대는 바람에 불안한 상태고, 고추는 새잎들이 진한 녹색을 띠며 고개를 숙이는 것이 성장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제 본격적으로 성장 시기, 지난해 풀에게 내준 땅을 올해는 지켜내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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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드라마. 전 10회. 미드 [브레이킹 배드]를 연상. 흡입력 최고. 


2. 어머니는 도망가고 아버지는 도박을 일삼는 가족의 고2 아들이 주인공. 성매매앱을 이용해 성을 사고 파는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보호해주는 사업을 하며 돈을 번다. 하지만 이 앱이 깔려있는 스마트폰을 같은반 친구에게 도둑맞으면서 일이 꼬인다.  


3. 고2 주인공의 소원은 평범하게 사는 것.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다 죽는 것이 소원이다. 그래서 계산해보니 필요한 자본이 9천만원. 성매매앱 사업을 통해 6천만원을 모았지만, 스마트폰을 도둑맞으면서 일이 엉켜 이 돈을 아버지에게 뺏기고 만다. 


4. 주인공의 스마트폰을 훔쳐 사업을 같이 하자고 제의하는 친구는 부모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딸. 하지만 부모가 정해놓은 길에 숨막혀 자살까지 시도할 정도. 자유를 찾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가능하다. 


5. 1등급 성적의 모범생들이 벌이는 성매매 알선. 모범생과 범죄자의 거리는 결코 멀지 않다.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악의 평범성>을 생각나게 만든다. 분명 나쁜짓인줄을 알면서도 이들이 잡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얼른 나쁜짓을 청산하고 바른길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나쁜짓에 대한 응당한 댓가를 바라는 마음이 복잡하게 얽혀든다. 미드 [브레이킹 배드]에서 마약을 제조하다 마약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숨막히게 전개되듯, 주인공들의 거짓말이 쌓여가는 과정이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6.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고 난 후 주인공은 돈을 벌기 위해 알바를 뛴다. 일당이 가장 높다는 택배 물류 알바를 하고 받은 돈. 주인공은 그 액수가 성매매앱으로 벌어들인 돈에 비하면 개미허리 수준 밖에 안된다는 것에 실망한다. 게다가 알바를 뛰다보니 성적은 곤두박질. 최상위권이던 시험 점수가 50점도 받지 못하는 현실. 공부와 돈벌이의 병행은 어불성설. 배움과 치료, 먹을 것에 대해서는 기본 보장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저 평범한 삶이라는 것을 영유하기 위해서라도.   


7. 만약 배움과 치료, 먹을 것에 대한 기본적인 보장이 없다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은 요원하다. 사다리가 있다한들 사다리를 받칠 땅이 흐물흐물한 셈. 주인공의 아버지처럼 한탕만이 방법일뿐. 그래서 주인공의 나쁜짓이 벌을 받아야 한다는 당위와 함께 불쌍하다는 측은한 마음을 동시에 갖게 만든다. 가족이지만 사랑을 받지 못한 삶. 어떻게 사랑을 하고 받는지 알 수 없는 삶이 그를 수렁으로 내몬다. 


8. 1회부터 10회까지 회가 끝날때마다 등장하는 자막.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아는 사람들은 연락을 하라는 당부는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그들에게 내민 손이 수렁에서 늪에서 건져올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를 바랄뿐이다. 또한 사다리를 받칠 든든한 바닥, 즉 배움과 치료, 먹을 것에 대한 기본 보장은 필수다. 이번 코로나19로 재난기본소득이 지급되듯 3가지에 대해선 기본 보장이 꼭 필요하다. 평범한 악이 태어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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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인문학 : 진격의 서막 - 800만 권의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
에레즈 에이든 외 지음, 김재중 옮김 / 사계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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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책이 발명된 이래 발간된 1억 3000여만권의 책 중 3000여만권을 디지털화했다. 다시 그 중 800여만권을 이용해 엔그램뷰어라는 통계용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엔그램뷰어는 어떤 단어를 입력하면 그것의 사용빈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해갔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비틀즈를 검색어로 치면 언제 이 단어의 사용이 급상승해서 절정에 이르다 떨어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인권에 대해 궁금하다면 검색어로 인권을 치면 언제부터 인권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는지부터 가장 관심을 끌고 시들어간 시기가 언제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통계 자료로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 것일까. 


이책 [빅데이터 인문학 : 진격의 서막](이하 빅데이터 인문학)은 엔그램뷰어를 개발한 개발자들이 어떻게 엔그램뷰어를 생각하게 됐고, 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구글을 어떻게 설득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엔그램뷰어를 이용해 어떤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인문학적 통찰을 얻을 수 있는지를 흥분에 겨워 소개하고 있다. 


[빅데이터 인문학]에서 소개하고 있는 엔그램뷰어가 알려준 사실 중의 하나는 수많은 영감을 줄 수 있을듯하다. 영어 동사의 과거형 분류에서 불규칙동사가 규칙동사보다 먼저 존재했다는 것을 통계를 통해 증명하고 있는 부분이다. 불규칙동사가 갖고 있는 규칙성에서 벗어나는 동사들이 나타나면서 이들에게 어떤 규칙(-ed 접미사)을 주기 시작했고,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자주 쓰는 단어 이외의 것들은 점차 이런 규칙을 따라 변화했다는 것이다. 그런 변화로 인해 규칙동사가 대세를 이루고, 불규칙동사는 예외인 것처럼 여겨지게 됐다. 다만 어떤 불규칙 동사들이 여전히 예외로 남아있는가를 살펴보니 사용빈도가 높은 동사들이었다. 이 사용빈도는 '지프의 법칙'을 따르는데, 이는 1등과 2등의 빈도가 절반으로, 다시 2등과 3등의 빈도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하향의 사선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지프의 법칙은 동사 이외에 우리 사회 현상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준다. 


문제는 표본과 해석이다. 엔그램뷰어는 단행본만을 대상으로 했다. 단행본과 뉴스는 단어가 말하고자 하는 속성이 다르다. 최근엔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비롯해 댓글 속에서 시대의 조류를 읽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SNS는 진짜 속내를 드러내기 보다는 잘 보이려하거나 튀어보이고자 하는 속성으로 인해 오해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런 표본의 문제를 제쳐두고, 통계 수치가 나온 그 결과를 해석하는데에서도 연구자 또는 발표자의 편견이나 선입견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 통계는 그저 수치만을 보여줄 뿐 그것의 원인이나 영향력, 변수 등을 말해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어떤 관점으로 그 숫자들을 해석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마치 사주팔자의 괘는 정해져있지만, 점집에 따라 그것을 해석하는데 차이가 있어 운명이 점집에 따라 달라지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빅데이터라 부를 수 있는 세상을 읽는 좋은 수단을 갖게 됐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 수단 중의 하나이자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엔그램뷰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활용될 수 있는지를 이책 [빅데이터 인문학]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통계에 드러나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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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일 


볼일이 있어 찾은 집 정원이 다양하게 어우러진 꽃과 나무들로 정겹다. 매의 발톱, 각시붓꽃 등 정원의 풀을 둘러보다 꿀풀과에 속하는 풀들을 발견했다. 


 

꿀풀은 향도 좋고 꽃도 예쁜데다, 약재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두세포기 얻을 수 있을까 했더니 흔쾌히 가져가라 하신다. 이름을 물어봤지만, 어르신은 고개를 저으신다. "뭐, 이름을 알고 키우나? 그냥 이것저것 다 키우는게지"



일단 집으로 가져와 샤스타데이지를 심은 곳 앞쪽으로 옮겨 심었다. 검색을 해보니 조개나물과 가장 근사하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 펴낸 꿀풀과 69종을 담은 책자를 살펴보았지만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을 찾지는 못하겠다. 일단은 조개나물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번식력이 강한 것 같아 풀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해보려 했는데, 조개나물의 특성을 보니 풀보다 약해 주위의 풀을 제거해야 잘 큰다고 한다. ㅜㅜ 반대인 셈이다. 어쨋든 올해는 이곳에서 잘 자라 번식해주길 바랄뿐이다. 내년엔 이 주위에 꿀풀 씨를 뿌려 꿀풀과가 어울리도록 해보아야겠다. 



조개나물을 옮겨심다보니 옆에 신기한 모습의 씨앗을 보았다. 분명 제비꽃이 있던 자리였는데.... 아무래도 제비꽃이 지고나서 씨앗을 품은 모습같아 보인다. 



틈틈히 체리나무도 살펴본다. 나무마다 애벌레 두세마리가 부지런히도 잎을 갉아먹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손으로 잡아 죽였다. 위장에 강한 놈들만 살아남아 다음엔 더 잘 숨어들겠지....벌레를 잡다 딱 하나 체리열매를 보았다. 열 그루 중 딱 한개라니! 귀하디 귀한 체리다. 혹시나 다른 나무에도 열리지 않았을까 꼼꼼히 살펴봐야겠다. 올해는 체리 맛이라도 구경해볼 수 있으려나. 

죽어가던 나무에 황을 뿌려본 것은 별 소용이 없는듯하다. 살아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가장 잘 자라던 나무였는데... 묘목을 심은 8 그루 중 2 그루는 아직도 잎을 내놓지 않고 있다. 뿌리 활착이 안되는 모양새가 살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명이 나고 자라는데 있어 의지라는 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살아남지 못하는 것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정리해보려 한다. 그리고 한편으론 끝까지 기다려보리라. 생명의 힘은 기다림 속에서 피어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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