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점점 더 커져만 가는 빈부격차. 임계선을 넘는다면 사회 붕괴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빈부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도적 측면이 아니라 심리적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영화 [더 플랫폼]이 힌트를 줄 수도 있다. 주인공이 빈부격차의 시스템을 어떻게 깨부술지 궁금함을 자아내는 일종의 스릴러 액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가 되는 재미가 있다. 다만 인육 등 꽤나 잔인한 장면이 있어 비위가 약한 사람에겐 비추. 


2. 영화 [더 플랫폼]의 주인공은 '홀' 이라 부르는 감옥 같은 곳에 지원을 한다. 6개월간 버티고 나면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이곳엔 자신이 원하는 것 한 가지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 

홀은 수직감옥이다. 0층에서부터 아직 알 수 없는 최대 200층은 넘을 것 같은 밑바닥 층까지. 룰은 간단하다. 홀에 갇힌 모든 사람이 먹을 수 있을만큼의 음식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온다. 따라서 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다만 한 달에 한 번 자신이 갇혀있던 층에서 어떤 규칙인지는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층이 바뀐다.


3. 주인공은 유일하게 책을 가지고 홀에 들어갔다. 그 책은 바로 [돈키호테]. 아마도 주인공이 이 홀의 돈키호테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모양새다. 초반엔 운 좋게도 30층대로 먹을 것이 풍부했다. 하지만 한 달 후 100 층 아래로 떨어졌다. 룸메이트는 2년 가까이 이곳에 살다보니 생존법을 알고 있다. 바로 주인공이 깨어나기 전 침대에 주인공을 꽁꽁 묶어둔 것. 자신이 있는 곳까지 음식은 남아있지 않아 굶을 것을 알기에,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다. 타인의 살을 베어 먹어 살겠다는 방법을. 


4. 음식은 풍성하다. 자신이 먹을만큼만 적당히 먹는다면 밑에 있는 사람들이 굶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위 층의 사람들은 배가 터지도록 음식을 향유한다. 한 달에 한 번 처지가 바뀐다는 것을 알기에, 오히려 더 음식에 집착한다. 밑에 처한 사람들이 굶을 것을 알면서도 서로가 배려해 나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욕심을 부리는 것이다. 위에서부터 아래로의 낙수효과는 없다. 

자본주의가 부추기는 끝없는 욕망은 타인과의 비교로부터 비롯된다. 나도 저런 것을 갖고 싶다는 욕망이 경쟁을 과열시키고, 승자독식에 가까운 결과를 내놓는다. '나도 1층에 있다면 꼭 배터지게 먹고 말거야'라는 욕망이 배려를 넘어서는 것이다. 


5. 밑에 굶주리는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룸메이트를 죽이는 일까지 벌인다. 생존을 향한 본능은 윤리를 넘어서고, 인성을 짓밞는다. 때론 자포자기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나을 수도 있기에.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희망은 부질없다. 사다리는 없다. 


6. 빈부 격차를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관리자였다가 홀에 들어온 이가 있다. 그녀는 <자발적 연대>를 주장한다. 서로가 조금씩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해서 불평등을 이겨내자는 것이다. 함께 함으로써 불평등을 없애자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더 플랫폼]은 이것이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이런 불평등을 깨부수고자 하는 주인공의 선택은 무엇일까. 힘을 통한 <저항>이다. 


7.[더 플랫폼]에서는 영적 지도자와 종교적 메시지를 상징하는 장면도 나온다. 뜯어보면 뜯어볼 수록 빈부격차에 대한 다양한 우화를 만날 수 있다. 잔혹한 장면이 눈을 찡그리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빈부격차에 대한 노골적 은유(?)를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수직감옥이라는 빈부격차에 대한 직설적 비유가 소름을 돋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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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일 11도~22도 맑음



블루베리밭 초입에는 뽕나무가 한 그루 있다. 블루베리밭을 만들 때 뽑아버리자는 제안을 거절하고 살려둔 것이다. 옆의 복숭아과수원 어르신도 쓸모없는 나무라며 뽑는게 나을 것이라 했지만, 고집을 부렸다. 일단 주위의 이정도 큰 나무가 한 그루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뽕나무잎과 그 열매인 오디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2년간 지켜보니 뽕나무가루이가 극심해 오디를 수확하는 것이 힘들 정도였다. 물론 관리를 하지않고 방치해 두었지만 말이다. 칡이 뽕나무를 감싸고 꽃을 피울 정도로 놔 둔 상태였다. 



올해는 생각을 바꾸었다. 오디가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새잎이 날 때 뽕잎차를 만드는 것이다. 오디가 익기 전부터 가루이가 심해지니, 그 전에 활용을 해보자는 심산이다. 더구나 뽕잎차는 5월 중순부터 6월 초순 이맘때의 새순이 좋다고 하니 오히려 안성맞춤인 셈이다. 



뽕나무잎을 조심스레 땄다. 그냥 확 잎을 잡아당기면 오디가 열리는 마디까지 한꺼번에 떨어져 나온다. 뭐, 이렇게 수확된 것은 데쳐서 나물로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일단은 올해는 오디도 수확할 수 있으면 수확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조심스레 잎만 땄다. 


잎을 따다보니 노린재가 벌써 등장했다. 아직 심할 정도는 아니지만 한두마리가 잎을 가해하기 시작했다. 새들이 노린재 좀 잡아먹으면 좋으련만.... 새들도 노린재 냄새가 싫어 좋아하진 않겠지?



채취한 뽕나무잎은 깨끗이 씻어서 한 번 쪘다. 칡순이나 녹차를 만드는 것과는 달리 이렇게 찐 잎을 바로 햇빛에 말렸다. 



이제 바싹하게 말리면 뽕잎차 완성. 틈틈히 시간나는대로 새순을 따서 조금씩 조금씩 뽕잎차를 만들어 두어야겠다. 올해는 차가 생각나는 한적한 시간엔 뽕잎차로 달래볼 생각이다. 5월의 햇살과 봄바람을 가득 담은 뽕잎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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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일 12도 ~25도 새벽 한때 비


길을 걷다 우연히 신비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과학관이나 마술을 하는 곳에서 볼법한 전기가 방전되는듯한 모습의 꽃을 본 것이다. 



검색해보니 꽃이 아니라 할미꽃이 지고 난 뒤 씨앗을 맺은 모습이다. 씨앗을 몇 개 채취했다. 



꼭 정자가 헤엄치는 모습을 닮았다. 할미꽃의 뿌리는 백두옹이라고 해서 한약재로 쓰이지만 독이 있어 잘못해 과다복용하면 생명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런 독성은 친환경농사에 도움이 된다. 백두옹을 달인 물을 희석해서 사용하면 살충제로 쓸 수 있다. 꽃도 보고 뿌리는 살충제로 쓰기 위해 할미꽃을 키워보기로 했다. 



할미꽃 씨앗은 채취 즉시 파종하지 않으면 발아율이 뚝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씨앗을 얻은 바로 그날 오후에 트레이에 씨앗을 심었다. 모종을 잘 키워서 자랄 만한 곳에 옮겨심은 후 겨울을 나면 이듬해부터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할미꽃이 할미라는 이름을 달게 된 것은 위의 씨앗이 시간이 흐르면 하얗게 센 할머니의 머리마냥 변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아무튼 잘 키워서 내년엔 할미꽃 구경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할미꽃이 피면 새하얀 머리칼을 지니셨던 외할머니도 떠오를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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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9일 13도~19도 비  5.10일 11도~18도 흐림



꽃이 진 자리에는 열매가 맺힌다. 꽃이 졌다 아쉬워하거나 슬퍼할 겨를이 없다. 진 자리에는 새로운 난 자리가 있는 것이다. 

개복숭아가 올해도 어김없이 열렸다. 매실은 지난해 한주먹 정도였지만 올해는 한 바구니 정도는 수확할 수 있을듯싶다. 산수유도 올해 처음으로 열매를 보여줬다. 무슨 나무인지 도통 모르다 열매가 맺힐 즈음 알것 같다. 보리수다. 그런데 충피해가 심해 잎이 뚝 떨어지는 등 열매를 제대로 맺혀 익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



개미가 극성이다. 그냥 놔둘 정도가 아니다. 땅속에 집을 짓고 드나들면서 나무 뿌리를 해치는 모양이다. 하는수 없이 개미를 잡아야 할 듯 싶다. 붕산과 설탕을 1대 1로 섞고 물을 조금 넣어 반죽을 만들어놓으면 개미들이 집으로 물고가 먹고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시도해보기로 했다.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하다. 



케일 잎에 구멍이 송송 뚫리고 야금야금 줄어든 모양새가 벌레가 있음을 알려준다. 더군다나 벌레똥이 땅에 떨어져 있으니 틀림없다. 벌레가 아주 조그마했을 때는 똥도 보이지 않고 찾기도 힘들다. 하지만 점차 덩치가 커지면서 똥도 굵어지고 흔적을 남김으로써 정체가 드러난다. 덕분에 농부는 이리저리 뒤적이다 벌레를 잡는다. 남긴 흔적이 많을 수록 수명을 재촉하는 셈이다. 


사람은 어떨까. 지구에 살아가면서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을까. 처리하지 못하는 1회용 기구들로 뭇생명이 몸살이다. 커다란 탄소발자국을 남겨 지구를 뜨겁게 만들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흔적이 너무나도 크다. 그리고 점차 그 크기도 더해간다. 이렇게 흔적을 남기다보면 사람의 수명도 재촉하는 것은 아닐까.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삶.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흔적을 최소로 하는 삶. 이것이 함께 살아가는 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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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일 9도~26도 밤부터 비


내일 하루종일 비가 온다는 소식에 옮겨심을 모종을 정식했다. 정식 후 따로 물을 주지 않아도 되니 비오기 전 농부의 발걸음은 바빠진다. 지금이야 관정을 하거나 수로를 정비해서 물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져, 외부 환경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대한 자연의 힘을 이용하려는 마음 속에는 에너지를 함부로 낭비하지 않으려는 의지도 담겨 있다. 



단호박이라고 알고서 키워온 모종을 정식했다. 단호박의 경우엔 오이처럼 망을 쳐서 올려키우지만, 그냥 호박처럼 땅에 눕혀 키워볼 심산이다. 혹시나 단호박이 아니라 그냥 호박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어서이기도 하다. 



호박은 블루베리와 블루베리 사이에 옮겨심었다. 항상 블루베리 사이의 남은 땅을 활용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엔 호박을 시험삼아 정식한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 심었던 호박의 경우, 가을에 채 익지 않은게 못내 아쉬웠다. 올해도 4월 서리로 늦게 심을 수밖에 없었는데, 늙은호박을 수확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고추를 심은 곳에는 고추지지대를 박았다. 원래 계획은 지지대를 촘촘히 박아 그물망 모양의 지지줄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토마토처럼 집게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번 시험해볼 생각이다. 그런데 방아다리 이후 양쪽으로 벌어지는 가지는 어떻게 집게를 집어야할지 잘 모르겠다. 새로운 연구 대상이다. 



풀이나 나무는 꽃을 피우기 전에 옮겨심어야 한다는 소리가 있는데, 샤스타데이지 두 뭉치를 얻을 기회가 생겨 눈 딱 감고 그냥 옮겨심었다. 원래 식물을 심을 때 한가지 목적이 아니라 두가지 이상의 다양한 활용가치를 지닌 것들을 활용하자는 것이 나름 계획이었다. 이런 목표로보자면 샤스타데이지는 재배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지만, 집 옆의 짜투리 땅이 너무 삭막해 일단 심어놓기로 한 것이다. 이쪽 짜투리 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궁리를 해보고, 장기적인 계획을 짜보아야 겠다. 이왕이면 허브류의 정원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꽃과 향기가 가득하면서도 키가 크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은 것들로 말이다. 그리고 요리나 차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을 심는다면 일석이조가 아닐까 싶다. 


비가 오기 전 옮겨심을 것들을 다 옮겨심고 나니 마음이 뿌듯하다. 비를 듬뿍 먹고 잘 자라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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