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1도~15도

 

집 주위의 복숭아밭에 복사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연분홍빛 복사꽃이 만발할 때면 이제 진짜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공짜로 얻는 풍경이다.

 

올해는 2년전에 심었던 과수들이 꽃을 피어내기 시작했다. 돌배나무는 딱 한 가지에서만 꽃봉오리가 맺더니, 새하얀 꽃을 피워냈다. 솜털같은 순백의 색이 마음을 청정하게 만드는 듯하다.

 

 

사과나무는 2년전에 부사 1그루, 알프스오토메 1그루, 그리고 품종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1 그루, 총 3그루를 심었다. 사과 크기가 모두 다르다. 부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사과 크기이고, 알프스오토메는 미니 사과로 탁구공만한 것이다. 그리고 이름을 모르는 사과는 이 두 사과의 중간 크기로 알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사과나무가 가장 먼저 꽃봉오리를 맺었다. 아니, 다른 사과나무는 아직 꽃봉오리를 맺지 않았는데, 올해 맺을련지 알 수 없으니 가장 먼저라는 말은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처음 보는 사과꽃봉오리의 색이 화려하다. 붉은 장미꽃보다는 다소 연한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시간이 흐르니, 각자 꽃을 피워냈다. 다른 누군가를 닮지 않은 자신들만의 꽃이다. 오직 한송이 일뿐일지라도 외로워하지 않고 피워냈다. 이 꽃들이 있어 풍경은 더욱 다채롭고 환해졌다.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이제 매년 설레는 마음이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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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각처럼 생긴 미인이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호감이 가지 않는다. 매력이 없다. 간혹이지만, 이런 경우가 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각본이 잘 짜여져 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재미가 없다. 

 

2. 5만원권 지폐가 수둑한 돈가방이 문제다. 사우나실 보관함에 넣어진 돈가방으로부터 시작한 영화는, 시간을 순서대로 진행하지 않고 과거로부터 이 돈가방이 어떻게 보관함까지 흘러들어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돈가방을 놓고 벌어지는 일들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꽉 짜여진 각본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돈가방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마지막에 누가 돈가방을 손에 쥘련지 흥미진진할 만도 하겠지만, 정말 이상하리만치 별로 궁금하지가 않다. 그저 멍하니, 영화가 흘러가는대로 지켜보기만 한다. 빈틈없는 각본의 부작용인 것일까.

 

3. 모든 것은 빚으로부터 시작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빚. 하지만 꼭 필요해서 짊어져야만 했던 빚. 도대체 그 빚을 갚을 수 있을까. 한숨만 나온다. 해결책은? 단 하나. 횡재다. 횡재를 얻기 위해선 어떤 일이라도 서슴치 않는다. 도대체 왜 우리는 어쩌다 이 모양이 됐을까. 영화는 이 질문에는 전혀 답을 하지 않는다. 다만 횡재를 얻기 위해 뛰어든 물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인간군상들만을 보여준다. 하지만 어쩐지 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나와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 영화 속 짐승들과 내가 디디고 사는 곳의 물이 애당초 다르기 때문일까. 영화가 재미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듯하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그 심정은 같을지 모르나, 노는 물이 달랐던 것이다. 물론 한 탕을 바라고 한 탕을 용인하는 세상은 닮았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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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따거' '시부' 라는 단어를 들으면 주먹을 불끈 쥐고, 울분과 기대에 차는, 홍콩 무술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강추. 더군다나 이소룡의 소환이라니.... 엽문의 제자로서 이소룡을 만나는 재미가 신박하다. 도장깨기 같은 흥미도 넘친다. 

 

2. 영화 [엽문]에서 엽문이라는 캐릭터로 11년간 자리를 지켜온 견자단. 그의 일생을 전부 맡은 셈이다. 이번 더 파이널 편은 죽기 직전 미국의 차이나타운 초창기에, 인종편견에 맞서는 그의 모습을 그린다. 그리고 아버지로서 성장하는 모습도 보여진다. 엽문의 인간미가 물씬 풍긴다.

 

3. 영화 [엽문]은 결국 영춘권 vs 공수도 의 대결로 압축된다. 영춘권 이외 당랑권을 비롯해 차이나타운을 책임지는 만종화의 태극권까지 다양한 권법을 볼 수 있는 것도 덤. 엽문과 만종화의 막상막하 대결, 엽문과 공수도에 뛰어난 미국 해병대 훈련관과의 대결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4. '중국 전통무술은 실전에 쓸모없다'는 미 해병대 교관의 콧대를 쓰러뜨림으로써 중국 전통무술의 자존심을 지키는 엽문. 특히 영춘권의 실전태세를 잘 보여준다. 영화는 엽문에 대한 이야기이자 영춘권에 대한 찬미에 가깝다. 이소룡을 불러내 그의 활약상을 잠깐 보여주는 것도 찬미의 일부.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비쳐지는 허풍꾼 이소룡에 화가 났다면, 이번 엽문에서의 이소룡 활약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5. 그렇다고 [엽문4 더 파이널]이 영춘권에 대한 찬미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영화가 빛나는 부분은 '중화주의'라거나, '영춘권 최고'로 오해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하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누가 최고인가 겨루어 이기는 것이 강한 것이 아니라, 서로가 강해지기 위해 서로를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진정 강하다는 것. 세상은 경쟁으로 승패를 내는 곳이 아니라, 서로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곳이라는 것. 영화 [엽문4 더 파이널] 속 엽문은 죽음에 이르기 전 우리에게 진정한 강함이란 무엇인지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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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밭 옆으로 복숭아밭이 둘러싸고 있다. 올겨울 기온이 따듯한 덕분에 꽃들이 다소 일찍 피었다. 그런데 4월초 전후로 아침 기온이 영하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과수꽃의 냉해가 걱정된다. 집에서 조그맣게 기르던 모종들도 냉해를 입었으니 말이다.

 

복숭아밭 어르신을 마주쳤다. "어르신, 복숭아꽃 냉해입지 않았나요?"

"뭐, 나야 모르지. 냉해 입었으면 입는거고. 그냥 거둘 수 있는만큼 거두면 되는 거니까."

"아~. 네"

"하기야, 어제도 아침에 물 받아둔 게 얼었더구만. 아직 새벽엔 춥긴 추워"

 

'복숭아 농사 1,2년 지은 게 아니다' 이런 포스가 느껴진다. 하기야, 만약 냉해를 입었다한들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니. 농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에 걱정을 하고 안절부절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그리고, 맞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침 기온을 올릴 수도 없는 일이고, 이미 냉해 피해를 입은 꽃들을 다시 건강하게 살려낼 수도 없는 일이라면, 그것은 그것대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몫만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행동이 '하늘에 맡긴다'는 뜻일 것이다. '농사의 반은 하늘에 달렸다'는 의미도 이런 뜻까지 포함한다고 보여진다. 내가 바꾸거나 막을 수 없는 것에 매달리지 않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자세. 그리고 그 결과를 겸연히 받아들이는 마음. 복숭아 농사를 수십 년 지은 농부로부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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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각기동대의 기억 조작 + 빅히어로, 터미네이터 T2000의 자기회복능력 + 스파이더맨의 빌런 닥터 옥토퍼스 등등이 생각나는. 심지어 여자주인공은 여전사 안젤리나 졸리를 연상시킨다는. 그래서 어디서 본듯한 기시감으로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어설프지 않은 CG와 이야기로 꽤나 흥미진진한 판타지 액션영화.

 

2. 남자주인공 빈 디젤은 자신의 눈 앞에서 아내가 죽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아내를 죽인 악당(?)에게 똑같이 죽임을 당한다. 그런데 최신의 장비-힐링나노로봇?-로 피 대신 로봇을 투입해 되살아난다. 회복훈련과 자신을 살려낸 조직의 특수임무를 시행해야 하겠지만, 아내의 죽음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당장 복수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 복수에는 함정이 있다.

 

3. 미래는 알 수 없기에 인생은 살만한 것이다. 

우리는 운명을 알고싶어한다. 하지만 미래의 운명을 알고 있다면, 그 삶은 온전한 것일까. 마치 하나의 상품이 되기 위해 컨베이어벨트를 거쳐가는 것처럼, 미래라는 운명을 향해 걸어가는 인생의 길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반면 미래를 알 수 있음으로 인해 그것을 바꿀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것을 운명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리고 바뀌어진 미래는 그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블러드샷은 알 수 없는 미래가 있어 우리가 살아간다고 말한다. 아주 통쾌한 액션을 통해. SF와 액션을 좋아한다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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