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27일 최고 온도 13도 맑음

 

겨울 날씨가 온화한 덕에 블루베리 가지에 꽃눈과 잎눈이 나기 시작했다. 뿌리가 잘 뻗어가기 위해선 가지가 넓게 많이 퍼질수록 좋지만, 그만큼 영양분도 많이 소모해야 한다. 뿌리가 적당하게 자랐다 싶을 때 가지를 쳐주어 뿌리는 성장하되 영양분의 소비는 줄이는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할듯 싶다.

 

 

겨울을 난 불루베리를 보면 진붉은색의 가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새롭게 자란 가지들이다. 2~3년 된 가지는 목질화가 진행되면서 연한 회색빛을 보인다. 비료 등을 주지않은 것에 비하면 새가지들이 제법 많이 뻗어자라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든 가지를 키울 필요는 없다. 아래로 뻗쳐난 가지나 너무 밀집되게 자라는 가지는 잘라주어야 한다. 나중에 잎이 나고 무성해질 때 공기의 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각종 병충해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꽃눈도 제법 달렸다. 꽃눈은 나중에 블루베리 열매가 될건데, 수확을 많이 하겠다고 달린것 모두 그대로 놔두는 것은 곤란하다. 그만큼 열매를 매달고 양분을 주느라 나무가 빨리 노화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꽃눈도 적당하게 솎아주는 것이 좋다. 

 

외부에서 자원을 투입하지 않는 무투입을 원칙으로 키우고 있지만, 이것이 방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대한 자연의 에너지를 활용해 키우기 위해선 흙과 나무의 생리를 알고 그에 맞추어 환경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를 적게 쓰고 자연적인 방법으로 키우기 위해선 공부가 필수인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무의 수형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수형을 잡아주어야 하나 그냥 놔둘까 고민했는데, 수형을 잡아줄 필요성을 느낀다. 거의 바닥에 닿을만큼 누워버린 블루베리 가지에선 새 가지가 뻗었지만 꽃눈이나 잎눈을 내지 못하고, 마르거나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누운 가지는 세워주고, 밀집된 가지들은 벌려주는 작업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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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드소마]는 유럽의 잘 알려지지않은 한 공동체마을의 9일간 벌어지는 축제에 초대된 6명의 친구들 이야기다. 자연과 조화롭게 살며 순환의 가치를 지닌 평화로운 마을처럼 보였던 첫인상은 사라지고, 점차 죽음의 공포가 그들을 둘러싼다. '한낮의 공포'라는 평을 듣고 있는 이 영화는 인류학적 고찰을 떠오르게 만든다.

 

교통의 발달을 넘어 통신의 발달로 이제 지구는 지구촌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앟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 서로를 이헤하지 못하는 문화적 풍습이나 전통, 제도를 통해 서로 다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 다름은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다.

 

이 공간적 다름과 함께 시간적 다름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고려장이나 씨받이와 같은 풍습은 이땅에 살던 우리 조상들의 모습이었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고 하지만 알게 모르게 이 풍습은 다른 모습으로 우리 주위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요양원에 내버려진(짐으로 생각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소수의 사람들) 노인들과 출처를 알 수 없는 인공수정 등은 또다른 고려장과 씨받이가 아닐까.  

 

어쨋든 이런 풍습, 제도의 다름은 삶과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와 깊은 연관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마치 종교적 차이로도 인식될 수 있는데, 영화 [미드소마]는 철저히 폐쇄된 한 공동체를 통해 삶과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를 묻고 있다. 

 

인생은 18년 주기로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순환하기에 새로운 봄을 위해 겨울이 끝나는 72세에 스스로 기꺼이 죽음을 택하는 사람, 남녀간의 사랑이란 결국 후손을 낳는 수단이기에 사랑이라는 감정의 소모 대신 수정을 위한 의식만을 행하는 사람, 독립된 개체가 겪는 외로움과 고통 대신 모두가 하나로 서로에게 기대는 사람들, 

 

[미드소마]는 이런 가치의 다름이 외부인에게 폭력과 죽음으로 다가오는 축제가 될 수 있음을 긴장을 극대화하며 그려내고 있다. 문화나 인식의 차이가 어떻게 공포를 낳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다름이 이해의 대상을 넘어 공포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과연 우리는 이 공동체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공동체가 지향하는 삶과 죽음, 사랑,연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혹시 저출산률에 높은 이혼률과 자살률을 지닌 우리는 다른 집단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지는 않을까. 거침없는 죽음과 섹스의 묘사가 이런 질문들을 잊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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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의 자연사
조나단 실버타운 지음, 진선미 옮김 / 양문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요즘 '핫'한 과일 중의 하나가 아보카도다. 과육을 다 먹고 나면 탁구공(무려 탁구공이다)만한 크기의 씨앗을 볼 수 있다. 이 씨앗을 볼 때면 항상 싹을 틔워 키워보고싶은 마음이 든다. 물론 열매를 기대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물에 반쁨 담가두면 싹이 튼다는 정보를 얻고 시도해봤지만 씨앗에 곰팡이만 필 뿐 도무지 싹이 나지 않았다. 싹이 트기 위해선, 온도, 습도, 햇빛이라는 조건이 다 들어맞아야만 한다. 아마 실내 환경이 아보카도 싹을 틔우기 위한 조건과 잘 맞지 않은가보다.

 

씨앗이란게 참 묘하다. 어떻게 싹을 틔울 조건을 정확히 알아채어 싹을 내미는 것일까. 그도 그럴 것이 싹을 한 번 틔우면 다시 되롤릴 수 없다는 가혹한 운명 때문일 것이다. 각 식물마다 정말 후손을 남기기 위한 다양한 생존전략을 쓴다. 그리고 그것은 씨앗으로 표현된다. 어떤 것은 말 그대로 좁쌀만한 것도 있고 코코넛처럼 큰 것도 있다. 꺠처럼 수많은 씨앗을 품는가 하면 오직 한 개의 씨앗만 갖는 것도 있다. 보들보들한 씨앗이 있는가 하면 망치로 두드려꺠야 할 정도로 딲딱한 씨앗도 있다. 이렇게 각기 다른 씨앗들의 생존전략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씨앗의 자연사]는 씨앗이 어떻게 주위 경쟁자와 동물, 사람과 관계를 맺고 변화되어 왔는지를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그중 인상깊은 것 하나만 소개하자면. 에티오피아에서 재배가 시작된 아라비아 품종의 커피콩. 볶을때 작용하는 복잡한 화학작용으로 인한 다양한 향과 카페인이라는 특성 떄문에 사람들의 최애식물이 되었다.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각 지역조건에 따라 어려움도 겪게된다. 그러다보니 병충해에 강하지만 맛과 향은 떨어지는 커피콩 품종이 생겨났다. 여기에 더해 카페인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카페인이 없는 커피콩도 재배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카페인 없는 커피콩이 커피의 본고장인 에티오피아에도 들어와 슬슬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커피콩과 벌레, 사람과의 관계가 커피콩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진진히다.비단 커피콩만이 아니다. 사람 손에 키워지는 모든 작물들은 인간과의 관계를 통해서 많은 변화를 겪는다. 꼭 인간이 아니어도 식물들은 자신의 후손을 퍼뜨리기 위한 최적의 전략을 키운다. [씨앗의 자연사]는 이들의 재미난 전략이 가득한 이야기로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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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 21 13도 흐림 미세먼지 가득

 

겨울 초입인 지난해 12얼 중순경. 겨울나기를 준비하며 블루베리 나무를 3가지 방법으로 나누어 정리했다. 무성하게 자란 풀이 블루베리 가지를 휘감은 그대로 놔둔게 1/4, 풀을 베어서 블루베리 나무 밑에 쌓아둔게 절반, 풀을 베어 나무 밑에 쌓아둔 채 버섯톱밥퇴비를 뿌린게 1/4.

 

두달여가 지나고 겨울이 끝나가는 즈음 3가지 방법의 븝루베리가 어떤 차이를 보였을지 궁금했다.

풀에 뒤엉킨채 그대로 놔두었던 블루베리.

풀이 보온 작용을 해주어 겨울나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가지가 성장하는데 방해를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한데 뒤섞였었다.

올 겨울이 전혀 춥지 않은 덕분이었을까. 보온의 역할을 해주었는지는 판단하기 어려울듯 하다. 가지 성장에 해를 끼쳤을까 하는 걱정도 우려였다. 다른 블루베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올 한해 어떻게 커갈지 지벼봐야 하겠다.

 

풀을 벤 자리에 버섯배지톱밥퇴비를 넣은 곳.

내심 곰팡이가 많이 피고 뿌리 발육에 도움을 주어 가지 성장에 보탬이 되길 바랐다. 지금까지 결과는 글쎄. 다른 블루베리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곰팡이도 피지 않아 아쉽다. 올 연말에는 퇴비와 함께 미생물을 첨가해봐야 할 듯싶다.

 

풀만 베고 나무 밑에 쌓아두었던 블루베리도 다른 것과 큰 차이가 없어보인다.

그래서 이중 절반은 버섯배지톱밥퇴비를 오늘 뿌려주었다. 봄 성장에 도움이 될련지 지켜볼 셈이다. 두달 전 퇴비를 뿌려두었던 것과 비교해서 어떤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될련지 잘 관찰해보아야 할듯.

 

그건 그렇고 잔가지들이 우후죽순 자라난 블루베리들이 몇 그루 눈에 보인다. 슬슬 가지치기를 해 주어야 할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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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26일 궁정동의 총성은 박정희 유신체제의 끝을 알렸다. 역사적 사건이기에 문학작품의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방아쇠를 당긴 김재규를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사건은 다각도로 읽힐 수 있다. 몰룬 이 시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있기도 하다.

 

10.26 사건을 다루는 방식은 다양할 것이다. 사건 당일만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수도 있고, 그 사건의 직접적인 계기가 될 만한 기간만을 잘라서 다룰 수도 있다. 아니면 유신체제 이후부터 다루는 것도 가능하다. 극의 전개 또한 사건 당일로 시작해 과거로부터 다시 거슬러올라갈 수도 있고, 애당초 과거로부터 10.26에 다가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10.26에서 거꾸로 시간을 거슬러 갈 수도 있겠다.

 

극의 전개는 10.26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다소 김재규의 시선이 중심에 서 있다. 10.26 이후 전두환의 발표가 김재규를 바라보는 관점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많은 평가가 이 발표의 영향 아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차지철과의 권력싸움에서 밀려나 권력의 2인자라 할 수 있는 중앙정보부장으로서의 위치가 흔들린다는 위기감이 그를 자극시켰다는 평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김재규의 재판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이는 영화 속에서 김재규가 계속해 "우리가 혁명을 왜 했느냐?"는 질문을 내뱉음으로써 10.26이 꼭 우발적인 사건인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는듯 보인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김재규의 시선으로 살짝 기울어져 전개되면서도, 꼭 그렇지 않은듯 전개된다. 이 부분이 영화의 매력일 수도 있겠고, 반대로 영화의 힘을 다소 떨어지게 만드는 부분일 수도 있겠다.

 

여기에 마치 [그것이 알고싶다]류의 '이아고'라는 정체가 영화를 미스테리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권력의 2인자라 자부하는 남산의 부장들 뒤에서 코웃음치며 진짜 2인자로 언제든 최고의 권력을 움켜쥘 수 있는 존재. 영화 속에서는 전두환이 '이아고'인 듯 묘사된다. 대중의 흥미를 끄는 음모론일지, 타당한 의문 제기일지 이아고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는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지만,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진짜 속마음은 알 수 없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추천한다. 하지만 역사의 평가는 냉혹하다. 냉혹한 평가에 더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면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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