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리소설의 매력은 무엇일까. 어디선가 범죄가 발생하고, 그 범죄를 밝히려는 사람이 등장한다.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범인이 밝혀진듯 하지만, 결말에 이르르면 진짜 범인은 다른 이인 경우가 많다. 반전의 재미, 사건을 해결하는 머리싸움, 주어진 단서들이 어떻게 아귀에 들어맞는지를 살펴보는 흥미, 점차 범인에게 다가가는 쫄깃함 등등. 추리소설의 매력은 흘러넘친다.

 

추리소설의 플롯을 활용한 영화 또한 이런 매력을 고스란힌 담고 싶어한다. [나이브스 아웃]은 추리영화의 묘미를 잘 살려냈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갑작스런 죽음. 용의자는 작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던 모든 가족들이다. 마치 애거사 크리스트의 [오리엔트특급 살인사건] 마냥 모든 인물들이 용의자로 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모두 살인동기를 하나씩 갖고 있다. 

 

[나이브스 아웃]은 러닝타임 1/3 정도 쯤에 범인을 밝힌다. 도대체 이 사건이 어떻게 벌어진 일인지를 그 이후에 풀어낸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초반에 범인이 밝혀진듯하다. 아무렴. 결국 반전이 있다. 범인이 밝혀지면서, 그리고 범행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다시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가 밝혀지는 과정이 영화 러닝타임을 치밀하게 계산한 듯 3등분 정도의 분량으로 나뉘어 있는 셈이다. 고삐를 쥐었다 풀었다 하는 솜씨가 좋다. 게다가 범행의 알리바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진짜 범인을 잡게 해줄 단서가 되도록 만들어놓은 구성이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정통 추리소설, 추리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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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방영되고 있는 월화드라마는 무엇을 보아야 할지 고민이라기 보다는, 어떻게 이걸 다 보아야 하나가 걱정이다. 의사, 교사, 검사의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그들 직업군의 고뇌를 잘 보여주는 것과 함께, 나의 일상을 돌이켜보게 만드는 힘이 있기 떄문이다. [낭만닥터 김사부2][블랙독][검사내전]은 극의 분위기 또한 서로 달라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때론 격렬하게, 때론 감동적으로, 때론 웃음으로 말이다. 

 

이에 반해 수목드라마는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없다. 

먼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머니게임]너무 무거운 분위기가 드라마를 보는 것을 질리도록 만든다. 배우들의 연기에 너무 힘이 들어가다보니 부담스러운 것이다. 시장주의와 관치라는 대립 구조 속에서 금융정책이 결코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미덕 속에서도 흥미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더 게임;0시를 향하여]는 타인의 눈을 통해 그 사람의 죽음을 미리 보는 능력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판타지이다. 하지만 죽음을 미리 본다고 해서 그 사람의 죽음을 막을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 그런데 죽음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 왜 그럴까? 꽤나 흥미진진한 상상임에는 틀림없지만, 개인적 입장에선 이야기를 끌고 가는 단편적 인물들과 사건들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

 

[포레스트]는 각각의 트라우마를 지닌 M&A전문 기업가와 외과의가 미령숲이라는 곳에서 서로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릴듯 하다. 그나마 수목드라마 중 [포레스트]에 관심이 가는 것은 숲이 주는 평화와 안녕을 담아낼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앞으로 드라마가 어떻게 숲을 그려갈지 궁금해진다. 드라마를 보며 숲이주는 치유의 힘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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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G가 풍성한 재냔영화를 좋아한다면 추천. 드라마적 재미가 담긴 재난영화를 좋아한다면 글쎄....

 

2. 22년전 만들어진 할리우드 영화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을 연상시키는 줄거리. 백두산이 화산활동을 재개하면서 한반도의 위기가 닥친다. 가장 큰 네번째 폭발이 일어나기 전 위력을 줄이기 위해 마그마를 빼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폭탄을 이용해 백두산 인근에서 폭발을 시켜야만 한다. 위의 두 할리우드 영화에서 위협의 요소였던 소행성이 백두산으로 바뀌었다.

 

3. 궂이 비교하자면 <백두산>은 <아마겟돈>에 가깝다. <딥임펙트>의 드라마적 요소가 약하기 때문이다. 반면 핵이라는 소재가 한중미 사이에 갖는 역학관계를 이야기를 끌고가는 배경으로 사용했다. 군사작전권이 여전히 없는 한국의 무력함도 등장한다. 갈등을 야기하는 소재로 사용되는데 만족할 뿐,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주진 못한다. 

 

4. 그럼에도 CG기술이 어느 정도 발전했는지를 실감케 하는 매력이 있다. 서울 도심이 지진으로 빌딩이 무너지고, 도로가 갈라지고, 한강에 해일이 이는 장면 등은 자연스럽다. 또 백두산 화산 폭발도 거슬리는 장면이 없다. 10여년 전 할리우드 영화 <2012> 수준은 다다른듯 하다.

 

5. 자칫 무겁게 끌려갈 이야기를 하장우와 이병헌의 익살로 웃음을 끌어낸다. 하지만 웃음이 희생이 주는 감동을 배가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장애물이 되어버린듯하다. 재미는 있으나 감동은 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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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과 손예진이 주연으로 나오고 있는 tvN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선 북한의 일상생활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비록 실제 북한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드라마를 통해 꽤나 근접하게 그들의 일상을 유추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극중 현빈은 군인으로 나오는데, 그의 사택엔 작은 저장고가 하나 있습니다. 손예진이 보위부에 발각되는 곳이기도 한데요, 바로 땅 속 저장고입니다. 땅을 판 곳에 문을 달고 그 안에 음식물 등을 보관하고 있는 것이죠. 땅속 저장고는 겨울에는 얼지않고, 여름에는 상하지 않게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줍니다. 물론 냉장고만큼 확실하게 일정 온도를 지키진 못하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전기에너지를 쓰지않고 음식을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올해 겨울은 매섭지 않지만 그래도 땅은 얼어있습니다. 밭에는 거두다 남은 토종무가 몇 개 있습니다. 무가 필요할 때 하나씩 뽑아서 요리해 먹습니다. 겨울동안 바깥에 그대로 놔두어도 무는 얼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르거나 썩지도 않습니다. 마치 현빈의 저장고처럼 말이죠. 땅이 주는 열과 물 덕분에 여전히 싱싱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맛도 좋습니다. 쉽게 무르지 않고 탱탱한 것이 식감도 좋습ㄴ다.

 

올한해는 땅속처럼 이렇게 푸근하게 뭇생명을 감싸는 해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바이러스가 무서워 서로 접촉하지 못하고, 사람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동물을 살처분하고,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나무를 베고 숲을 없애는 일이 줄어들기를 소망해봅니다.

땅 밖에 있던 무와 땅 속에 있던 무의 비교사진. 땅 속에 있던 것은 여전히 싱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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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이 온다 - 금융위기 후 전 세계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라이프스타일 혁명
스콧 리킨스 지음, 박은지 옮김 / 지식노마드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오는 주말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무엇부터 할까?

당장 생계를 위해 해야만 했던 일을 집어치우고, 평소 하고싶었던 일들을 마음껏 하고 싶다. 만약 이렇게 생각했다면 <파이어족이 온다>라는 이 책에 조금은 공감할 듯싶다. 하지만 좋은 세단에 명품옷, 값비싼 음식 등을 먹고싶다고 생각했다면 이책 <파이어족이 온다>가 커다란 자극제가 되거나, 반대로 멀리 던져버리게 될 책이 될 것이다.

 

파이어(FIRE)족이란 '경제적 자립, 조기 퇴직'(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첫 글자를 따 만들어진 신조어다. 소위 금융위기 이후 밀레니얼 세대에게 새롭게 다가간 트렌드 중의 하나이다. 몇주 전 방영됐던 fvN시프트 김난도의 <트렌드 로드 뉴욕>에서도 언급되기도 했다.

 

앞에서 말했듯 로또 1등 당첨금이 있다면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겠다는 이들에게 돈이란 수단이다. 파이어족이 뜻하는 경제적 자립에 방점을 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이어족은 희박한 확률의 복권 대신 소비를 줄이고 열심히 일해서 복권당첨금과 같은 은퇴자금을 빨리 마련하는 것이 1차 목표다. 그리고 이 목돈이 마련되면 돈이 돈을 벌 수 있도록 굴려놓고 자신은 하고 싶었던 일을 마음껏 하겠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시스템을 활용해 돈을 모으지만, 삶의 방식은 소비를 줄이고 자신에게 행복이나 가치를 줄 행위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소비 줃심의 자본주의와는 거리를 둔다는 점이 특이하다.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에 얽매이지 않을 자유를 돈을 통해 구축해놓고 정신적 풍요로움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즉 돈이란 자유를 위한 수단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 조기은퇴가 가능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고소득, 고연봉자가 아닌 이상, 돈벌이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자금을 모아 일찍 은퇴한다는 것은 꿈속에서나 벌어질 일이다. 더군다나 임금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아무리 아끼고 아껴도 돈을 모으는 일조차 버거운 계층이 더 늘어나고 있다. 즉 파이어족의 취지에는 공감하더라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대상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먼나라 이야기이지 꿈같은 이야기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아파트 한 채 사겠다고 목숨걸 것이 아니라, 파이어족이 지향하는 '행복의 최적화'를 위해 노력해볼 만한 의지를 불태우는 자극제는 될성싶다. 파이어족이 지향하는 것처럼 완벽한 소유물의 유혹에서 빠져나와 자유롭과 완벽한 삶을 위한 길을 모색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파이어족이 온다>는 다소 우리 현실과 거리가 있어보이지만,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지를 곱씹어 보고 싶어하는 이들에겐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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