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감독 곽경택, 김태훈
출연 김명민, 최민호, 김성철, 김인권, 곽시양
개봉 2019. 09. 25.

 

 

 

 

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은 남북전쟁 당시 실제 있었던 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에 실행된 이 전투는 역사적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제목에 나왔듯 잊혀진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우리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이야기인 셈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을 드러내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가장 명확하면서도 즉각적인 것은 바로 다큐멘터리이다. 그런데 이처럼 영화로 다룬다는 것은 이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다루겠다는 선언일 것이다. 그리고 15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상업영화이니만큼 많은 관객(370만명 정도가 손익분기점)을 모아야 할 극적 요소도 담아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영화 실미도(2003년, 1100만 관객)를 롤모델로 삼았을지 모르겠다. 감춰진 진실 또는 잊혀져간 사실을 극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시대의 관심을 끌어내는데 성공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감추거나 드러내려 하지 않는 사실을 통해 우리는 억압과 폭력의 실태를 들여다보고, 그것으로부터의 자유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울 수 있을 테니까. 바로 그 의지의 크기만큼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럼 <장사리:잊혀진 영웅들>은 잊혀진 사실 속에 감추어진 어떤 추악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었을까. 장사리 전투는 한마디로 손자병법 36계중 6계인 성동격서(聲東擊西)라 할 수 있다.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교란 작전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의 시선을 이쪽으로 돌리도록 만드느냐에 있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작전에 미군은 제외된다. 자신들의 전쟁도 아닌데다 이미 미군의 피해가 많은 탓도 크다. 아마 이 작전으로 사상자가 더 늘어난다면 자국내 여론도 결코 우호적이진 않으리라는 판단도 있었으리라. 그렇다면 남한은 어떤가. 영화속에서는 당시 지휘관이 이 작전에 참여하는 군인들을 총알받이로만 생각했다고 표현된다. 그래서 겨우 2주 정도밖에 훈련받지 않은 학도병을 주력부대로 내세우고, 이들의 귀환에 관심도 없을 뿐더러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는다. 항상 희생은 가장 약한 고리에서 발생한다. 북쪽도 마찬가지다. 남침을 해오며 점령한 곳에서 학생들을 강제로 징발해 총알받이로 사용한다. 전쟁이란 원래 참혹한 일이지만, 그 피해는 가장 약한 곳에서 가장 크게 발생한다는 것이 더욱 비극적이다.

 

 

이 장사리 작전을 현장에서 전투지휘했던 대대장 이명준 대위는 실제로 귀환 후 작전 실패(실제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했으니 결코 실패한 작전이라 할 수 없음에도)를 이유로 사형을 구형받지만 이후 진실이 밝혀지면서 명예를 회복한다. 이 사형 구형 또한 희생양이 필요했기 때문에 벌어진 슬픈 일이다. 영화에서는 끝부분 실제 사진을 보여주며 나레이션으로 요약한다.

 

 

잊혀져서는 안될 역사적 사실을 드러내고 우리가 기억하도록 만드는데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이 어느 정도의 소임을 다한것 같다. 하지만 영화적 재미만을 따진다면 글쎄... 이제 정말 웬만한 전투장면으로는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뛰어넘는 연출은 영화가 제작된 1998년 이후 20년이 지났건만 찾기가 쉽지않다. 드라마적 요소는? 사촌동생과 남북으로 갈려 총부리를 겨누는 극적 장면이 연출되지만, 이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비하면 약한 느낌이 든다. 영화의 재미로만 따진다면 그냥 무난한 정도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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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 ‘청년 연암’에게 배우는 잉여 시대를 사는 법
고미숙 지음 / 프런티어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백수'라는 답이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시절이 있었다. 물론 이 백수는 먹고 살 수 있는 경제적 바탕을 갖추었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그런 면에서 요즘 떠오르는 '파이어족'과 무척 닮아있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립을 토대로 자발적으로 조기 은퇴를 추진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20~30대 때 극도의 절약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서 40세 전후에 은퇴를 하는 것이다.

 

최근 백수가 되었다. 풀타임 정규직에서 벗어났다는 뜻이다. 7년 전엔 자발적 백수의 길을 택해 시골로 내려왔지만, 이번엔 비자발적 백수가 되다보니 기분이 다르다. 파이어족이 될만큼의 경제적 자립기반이 충분하지 않기에 다소 당황스럽다.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가야 할까. 그래서 찾아본 것이 연암 박지원의 사생팬(?)이라 할 정도로 연암을 좋아하는 고미숙의 책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였다.  

 

연암을 본보기 삼아 백수로 사는 법이 이 책의 중심 테마다. 백수로 사는 법 중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경제적 측면은 일본의 '프리터족'에 가깝다. 자유롭게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기본 생계를 꾸린다는 것이다. 되도록이면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이 아니라 자신의 활동을 통해 수입이 되는 길을 찾는 것이 더 좋겠지만 말이다. 즉 저자 자신처럼 연암을 좋아해 공부를 하고, 이 공부 덕에 강연이나 책 등을 쓰면서 돈을 버는 방식 말이다. 생계를 위한 억지 노동이 아니라, 자신의 활동이 돈이 되는 길을 찾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더라도 프리터로 활동하며 최소한의 생계비로 사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단 시간만큼은 어느 부자보다 많은 타임슈퍼리치로서 자유시간을 누리는 행복은 포기해서는 안된다.  

 

백수는 노동의 소외에서 벗어난 존재다. 백수의 경제는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활동의 산물이다. 당연히 소비와 부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동시에 투기 자본에도 포획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건 철학이다. 돈과 삶의 관계에 대한 인식론적 태도. 그게 바로 백수의 생명 주권이다.(69쪽)

 

자, 이제 쇼핑, 일, 연애, 뮤지컬 등등에 중독되지 않고-이런 것들은 대부분 돈이 없으면 누릴 수 없기에. 그래서 도서관 등 공유경제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의 거품을 걷어내고 살아보자. 무엇을 위해 살아가지 말자는 것이다. 살다보니 찾아오는 것들은 적극 반기면서 살아가는 거다. 반복은 중독을, 중독은 우울을... 또는 고립은 우울을, 우울은 중독을, 중독은 충동과 폭력을,... 그러니 새로움을 찾아, 즉 나를 변화시키기 위한 길을 떠나는 것이 좋겠다. 소유와 독점으로부터 벗어나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경험이다. 경험의 공유는 친구들과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일이다. 새로운 경험이란 새로운 감각, 시선, 생각으로 반복에서 벗어나 배움을 준다. 명랑하게 길을 떠나 친구를 만들고, 또는 친구와 함께 길을 나서 새로운 경험으로 배움을 갈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미숙이 말하는 백수의 길은 그야말로 외적성향의 청년백수에게 적용될만한 행동요령이다.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고, 내적성향의 사람에게는 다소 버거운 제안이다. 다만 화폐가 주는 쾌락, 즉 여러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고, 자신만의 활동(노동이 아닌)을 하라는 것은 새겨들을만하다. 어차피 최소한의 생계비로 삶을 유지해야하기에 거품은 걷어낼 수밖에 없다. 다만 길을 나설 수 없는 조건(과 성향)에서 끊임없는 배움을 어떻게 성취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깊다. 고미숙의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가 꼭 정답은 아닐테지만, 백수로 명랑하게 살아갈 요량과 응원을 건네주는듯하다. 자, 한 번 가보자. 명랑백수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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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의 백 투 더 북스> 2화 세익스피어 인 파리를 보고서야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알것 같다. 예고편을 보고 생각한 것은 디지털 시대에서 서점이 갖는 의미, 오랜 서점의 생존비결, 새로운 서점들의 창업 목적 등등을 다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으로써 서점이 사회적 변화의 물결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내고, 또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것이라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1화 중국 편에 이어 2화 파리 편을 보면서 이런 기대를 갖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됐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서점여행에 있다. 이는 2화 마지막 나레이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파리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습니다. 골목길 어디선가 작은 서점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이다."

 

 

맞다. 그냥 세계 서점 기행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듯싶다. 그렇지만 이런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지켜보아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차라리 서점 기행이라면 독특하고 매력적인 서점들을 다양하게 소개해주는게 나을성 싶은데, 막상 방송에서 보여진 서점들은 서너개에 그친다. 게다가 프로그램 맥락 상 빠져도 될 것 같은 제본공이야기가 들어가 전체 방송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출처 : 장동건의 백 투 더 북스 방송 중

 

그럼에도 방송에서 소개하고 있는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라는 서점은 정말 파리를 가게 된다면 꼭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노트르담 성당이 보이는 인근에 위치한 이 서점은 영화 <비포선셋>에서 두 주인공이 재회하는 곳으로 등장한다. 1919년 서점이 오픈했을 때는 세익스피어의 희곡과 시 등의 희귀판본을 판매했다고 한다. 나치 치하에서 문을 닫고 1950년 지금의 자리에 조지 휘트먼이 다시 재오픈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 서점의 매력은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에 열리는 '티 타임'과 '텀블위드'라는 제도다. 티 타임은 작가와의 열린 대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작가와 함께 차를 마시며 시를 낭송하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 자유로운 시간을 갖는다. 텀블위드는 매일 1권의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서점에서 자원봉사를 하면 누구에게나 숙식을 제공해주는 제도이다(조지 휘트먼이 살았던 집에서 잠을 잘 수 있다). 작가 지망생, 작가, 책을 좋아하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파리에서 무료로 거주하면서 서점의 매력에 푹 빠져지낼 수 있다. 이외에도 페미니스트 전문 서점, 중세 전문 서점 등 프랑스 곳곳의 독립서점을 소개하고 있다. 백년이 넘는 고서점은 물론 10년이 안되는 서점들까지 모두 각자의 독특한 색을 지니고 있다.

 

 

 

<백 투 더 북스>1화, 2화를 보면서 언뜻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 각 면 단위에 이런 독특한 서점들을 문화복지 차원에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운영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이런 서점을 중심으로 시골의 아이들(읍 단위가 아니라 면 단위여야 하는 것은 모든 것이 도시 중심에 쏠려 있어 사람들을 흡수해버리기에, 조금이나마 블랙홀같은 흡수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에겐 소통과 창의력의 공간을 제공하고, 도시인들에겐 서점 여행의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문화적 공간으로서 관광지가 전국 각 면단위에 생긴다면 시골의 삶도 보다 풍성해지지 않을까. 섣부른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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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9-11-06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작년에 가봤는데 정말 가볼만 한 곳입니다. 다시 가보고 싶기도 하고.

하루살이 2019-11-06 14:01   좋아요 1 | URL
부럽네요. ^^ 10년전쯤 파리에 갔을 때 노트르담 성당만 둘러보고 이 서점은 알지못해 들르지 못했어요. 아쉬움이 큽니다. 다시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혹여 갈 기회가 생긴다면 꼭 들러보고 싶어요.
 

스마트팜? 스마트농업!

요즘 정부 농업정책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스마트팜’이다. 혁신밸리를 비롯해 다양한 지원이 있다 보니 스마트팜에 대한 관심이 많다. 하지만 스마트팜이 마치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 작물재배 과정을 기계화·자동화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부분들도 있다.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이런 오해를 가지고 스마트팜에 관심을 갖기도 한다. 스마트팜 귀농도 제대로 알아보고 준비하자.

 

배양액을 조절해서 농장의 고설베드에 양액을 넣어주는 기계.

 

■ 투자비용을 생각하라

올해 열린 팜테크포럼에서는 가장 최신의 기술로 차려진 스마트팜이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스마트팜을 갖추기 위해서 들어가는 비용은 150평 1동에 2억원. 평당 130만원이 넘는 가격이다. 스마트팜에서 고부가가치의 농산물을 생산하더라도 평당 20만원 정도의 수입. 감가상각을 제외한 원가를 회복하는데만 8년이다. 그야말로 정부나 지자체 지원없이 100% 자부담 투자로는 언감생심이다.

경영마인드를 가지고 최상의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투자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경북 상주의 ‘우공의 딸기정원’을 찾았다. 우공의 딸기정원은 스마트팜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고설베드에 양액으로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데, 양액을 주고 하우스에 온·습도를 조정하는 과정이 모두 자동화 시설로 되어있다.

 

배양액에 들어가는 다양한 비료들. 어떤 비율로 영양을 공급했을 때 가장 건강하고 최상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지를 데이터로 구축해가야 한다.

 

■ 기계를 믿지마라

하지만 딸기를 키우고 있는 농부는 “기계를 믿지마라”는 당부를 한다. 양액의 Ph와 EC 등의 세팅값을 정해놓고 자동으로 양액을 베드에 공급할 때 꼭 양액을 체크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동화된 기계라고 하지만 이 세팅값에 오차가 발생하면서 잘못 공급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만약 단 한 번이라도 잘못된 수치로 양액이 공급되면 1년 딸기 농사를 망칠 수 있기에 기계만을 믿고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공의 딸기정원 모습.

 

 

■ 데이터가 중요하다

“스마트팜이라는 것은 자동화된 설비를 말하는 것이다. 농사는 스마트팜이 아니라 스마트농업이 중요하다. 작물의 환경을 제어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농업이다.”

즉 스마트팜은 단순히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작물에 대한 공부가 우선이고, 따라서 온도와 습도에 작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의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농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차곡차곡 정리해 자료로 만들어 가다보면, 앞으로 어떤 예기치 못한 일에도 잘 대응할 수 있다. 그리고 최상의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찾아내고, 그 환경을 만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실행해나가는 것이 바로 스마트 농업인 것이다. 농업에서도 데이터는 가장 중요한 자산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 투자 대비 소득을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 농부의 설명이다. 만약 유리온실 등 투자 비용이 2배로 든다면 생산 또한 2배로 늘릴 수 있는지를 계산해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노동, 투자, 생산, 감가상각 등을 다 따져서 스마트농업을 시작해야 한다.

 

딸기 육묘장. 딸기를 정식한 후 남겨진 딸기의 모습. 육묘와 정식작업은 모두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사족 : 스마트농업을 한다고 해서 노동이 대폭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육묘를 해서 정식하는 것은 아직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 수확하고 포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사람의 손길을 많이 필요로 한다. 농사 전 과정의 자동화, 기계화는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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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 한여름 뙤약볕에 재래종인 진주 대평무가 심겨졌다. 노지에서도 뜨거운날씨인데 하우스 안에서는 얼마나 뜨거웠을까. 흙 속에서 두려움을 안고서 싹을 내밀었을 진주 대평무. 원래 고향은 경상남도 진양군 대평면의 남강 상류 유역. 그런데 이렇게 먼 곳으로 이사와 땅도 잘 맞지 않은 곳에서 열심히도 자라줬다.

80일 정도 자라 다 컸으니, 이제 발 딛고 있던 땅에서 벗어나 모험을 떠날 시간. 대평무는 서울무보다 직립성이 강하고, 뿌리는 짧은 원통형이다. 아담한 크기가 정감이 간다.

 

진주 대평무는 육질이 치밀하여 김장용과 저장용으로 좋다. 살짝 칼로 잘라 한입 베어 무니 단단하게 꽉 차 있다. 처음엔 은은한 듯 하던 맛이 혀를 알싸하게 만들며 매운 맛을 톡 쏴댄다. 김장용으로는 제격이겠다.

어디서나 그렇듯 제맛에 사는 것들이 있다. 진주대평무라고 다를까. 쌍둥이처럼 붙어 있기도하고, 가느다란 손가락 마냥 잔뿌리를 매다는가 하면, 집게발처럼 오무리는 듯,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들과 똑같이 생기지 않았다고 소비자들에겐 환영받지 못할 운명이다. 그렇지만 그들을 키워낸 농부들의 식탁에선 빛을 발할 것이다.

 

무는 참 쓸모가 많다. 잘려진 무잎은 말려서 무청으로 쓰인다. 한겨울 햇빛을 머금게 될 무청은 탕이나 찌개, 조림에 들어가면 기막힌 맛을 선사할 것이다. 그 따스했던 겨울햇빛의 맛을 풀어내기 때문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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