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새드라마 <유령을 잡아라>는 제목과 달리 유령이야기가 아니다. 하루 이용객 780만명이라는 서울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범죄와 이런 사건들을 해결하는 지하철수사대의 활약상을 다루고 있다.

공무원으로 안정적 생활을 바라는 수사반장 고지석(김선호 역)과 지하철에서 잃어버린 쌍둥이 동생을 찾고자 지하철수사대에 들어온 유령(문근영 분)의 티격태격 활약상이 주된 소재다. 신출귀몰 소매치기단 메뚜기와 지하철 연쇄살인범 유령을 잡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질 듯하다.

 

● 우연과 과장

하지만 극의 흐름이 우연과 과장이 약간 넘쳐나는것 같아 마치 막장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 있다. 지갑이 든 종이가방과 마약이 든 종이가방이 똑같이 생긴데다, 하필 그 시간에 택배 할아버지가 수사대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다 가방이 뒤바뀌는 우연은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하기엔 어설픈 설정이다.

또 고 반장이 상의 안주머니에 택배 할아버지의 도시락을 넣어둔 덕분에 칼침을 맞고도 살아난 부분은 너무나 과장됐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개연성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장된 액션으로 재미를 주는 것은 좋지만 과장된 우연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은 염려스럽다.

 

● 뒷맛을 주는 대사

드라마 2회를 보고나서 머릿속에 맴도는 대사가 하나 있다. 고 반장이 유령에게 "그게 문제야, 열심히 하는거"라는 부분이다. 물론 극 속에선 생각을 하지 않고 행동부터 먼저 하는 유령의 자세를 지적한 것이지만, 이 말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먼저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타인이나 이웃,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하지 않고, 즉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악한 것임에도 자각하지 못하고 열심히 그 일에 집중하는 것의 문제 말이다. 요즘 검찰 개혁이 화두인데, 소위 말하는 '정치검찰'이라는 것도 이런 '열심'으로 탄생한 것일 터이다.

또하나 생각해 볼 것은 버트런트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다. 노동으로부터 소외된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로움이다. '남보다 더'라는 경쟁에서 벗어나 모두 다 똑같이 여유롭게 일하며 조금 덜 생산적이라 하더라도(지금의 생산률을 생각해보면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충분히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거봐, 그게 문제라니까. 열심히 하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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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팔랑귀가 되지마라

 

귀농을 한다는 것은 농부로서 초보자로 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것에 서툴다보니 주위의 도움이 절실할 때가 있다. 그런데 농사란 것이 정답이 없다보니-실은 작물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농사지을 땅의 성질을 잘 알고 있으면 정답이 보이긴한다. 하지만 땅이란 것이 모두 제각각이어서 모두에게 공통된 답을 찾는 건 쉽지않다 - 가르쳐주는 사람들마다 처방이 모두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무슨 농사를 지을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작물에 나타나는 증상에 대한 원인과 처방이 농부들마다 달라 혼돈스럽기까지 하다. 이럴땐 줏대를 가져야 한다. 줏대와 열린귀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것이다.

 

■ 귀농, 줏대를 잡아라

충주에서 블루베리를 키우고 있는 김진희 진농원 대표가 7년 전쯤 자신이 키울 작물로 블루베리를 결심했을 때 주위에서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블루베리는 FTA페업지원금을 신청하고 받을 정도로 레드오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친환경농업과 체험교육농장, 6차산업 등을 계획하고 있었기에, 이에 적합한 작물로 블루베리만한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자신만의 줏대가 확고했던 것이다. 이후 블루베리 농사를 열심히 배워 평가회에서 1등을 할만큼 좋은 과실을 맺고 있다. 좋은 품질이다보니 가격도 높게 책정되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됐다. 하지만 한편으론 투자 대비 소득을 따져 블루베리 최저 가격이 어느 수준까지 떨어지면 과감히 블루베리도 접겠다는 계획까지 잡아놓았다. 주위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굳건하게 가고 있는 것이다.

 

방울토마토를 키우고 있는 강사영 별농장 대표는 지난해부터 망고 재배에 도전하고 있다.

■ 귀농, 원칙을 지켜라

방울토마토를 키우는 강사영 별농장 대표는 초보농부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주위 농부들 따라하기'라고 말한다. 방울토마토를 재배한다면 방울토마토에 대해 공부하고 이 공부를 토대로 원론적인 재배 방식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험이 많은 농부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갖추어져 있다보니,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는 경우가 있다. “매년 똑같은 방식으로 짓다보면 지겹기도 하고, 보다 더 나은 방법을 찾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초보농부들이 무턱대고 이런 방식을 따라하다가는 재배 노하우를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왕좌왕하기 쉽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재배를 따라가면서 여러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하나하나 터득해가야 하는데, 주위 농부들의 말에 휘둘려 이렇게도 저렇게도 농사를 짓다보면 실력을 쌓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농사는 스스로 생각하고 관찰,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충북 옥천의 이선우 산계뜰 대표는 "농약사에서 가르쳐주는대로 농사를 짓다보면 점차 바보가 되어간다"며 팔랑귀가 되지 말라고 당부한다.  

 

반면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자신이 생각해온 대로 농사를 짓다 실패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실전 경험없이 자신만의 방식이 옳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귀농 후 3년 이내에 두 손을 드는 농부들도 생겨난다. 이런 경우는 줏대가 아니라 옹고집일 것이다. 줏대를 세우대 귀는 열어두어야 한다. 그리고 이 열린 귀는 전에 말했듯 인턴과정 속에서 빛을 발해야 한다. 열린 귀로 탐색기와 인턴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줏대를 세워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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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 한줌 권력이라도 쥐고 있다면 그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자들을 자주 목격한다. 그들도 그것이 잘못돼 있음을 알기에 감추려하고, 누군가는 해꼬지의 위험을 감수하고 그 감추어진 진실을 파헤친다. 가끔은 들추어진 사실이 믿기지 않아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꾸며진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반대로 드라마와 영화 속 허무맹랑한 것 같은 이야기가 오히려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또는 그 허무맹랑함 속에서 현실을 얼핏 쳐다보기도 한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주말드라마 중 <배가본드>와 <모두의 거짓말>은 감추어진 진실을 파헤친다는 내용을 다루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 천지차이다.

 

출처 배가본드 홈페이지 

 

<배가본드>는 250억이라는 제작비를 투입한 사전제작 드라마로, 모로코에서 두 달간 해외촬영을 진행했다. 당연히 볼거리가 중심이다. 이색적 풍경과 액션이 중심에 선다. 하지만 액션장면은 긴장감을 자아내기엔 다소 부족해보인다. 반면 <모두의 거짓말>은 주인공의 아버지가 죽고 남편이 실종되는 사건을 시작으로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데 중점을 둔다. 분노와 슬픔, 절망의 감정이 잔잔하게 드라마를 흐르고 있다.

 

 

 

<배가본드>는 민항기의 추락사고가 드라마의 시작이다. 이 추락을 둘러싼 무기판매조직의 로비, 정부권력과의 밀실거래를 주인공 최달건(이승기 역)이 파헤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들과 협력하는 국가정보부의 요원들, 그중 강주철 국장은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였던 '그럴줄 알았지'처럼 마치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다 알고 트릭을 쓴다는 점이 처음엔 반전의 묘미를 주는 것 같지만 도가 지나치면서 피로감을 준다. 한편으론 권력의 최정점이 썩어 있을 때 국가의 명령을 수행하는 공무원은 과연 잘못된 명령에 맹목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인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는지를 묻는듯하여 극의 재미를 준다.

 

 

출처 모두의 거짓말 홈페이지

 

 

<모두의 거짓말>은 신사업을 추진하는 국회의원과 이를 통해 이익을 취하려는 기업이 결탁해 이를 막으려는 자들을 제거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여준다. 이 사건 속에서 아버지를 잃고 행방이 묘연한 남편을 찾기 위해 그들의 꼭두각시 역할을 할 국회의원이 되는 주인공 김서희(이유영 역)의 변하는 모습이 극의 한 줄기를 맡는다. 그리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경찰 조태식(이민기 역)이 피의자로 지정한 이들이 한 명씩 죽어나가자, 혼란에 빠지면서도 집요하게 사건을 파헤져나가고자 하는 사건의 진행이 또 한 축을 이룬다. 하지만 제목이 말하는 모두의 거짓말처럼 악행을 저지른 사람보다 이를 보고도 침묵하는 다수를 향한 칼날은 무뎌보인다. 아직 드라마 속에서 다수의 침묵이 작용하는 상황을 찾아볼 수 없다.(이건 나의 무능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극이 어떻게 전개될지 두고 볼 일이다.

 

요즘은 모바일로 시청하는 이들이 많아 시청률이 의미하는 바가 크진 않지만, 그래도 시청률만을 따져본다면, 화려한 볼거리가 잔잔한 감정선보다는 더 눈길을 끄는듯하다. 아무튼 서로 다른 두 드라마가 항해를 제대로 해서 산으로 가지않기를 바라며, 색다른 재미를 만끽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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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살면서 가장 허기를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문화다. 영화를 보려면 인근 도시로 향해야 하고, 뮤지컬이나 콘서트 구경을 위해선 대전이나 서울 같은 대도시로 가야한다. 하물며 제대로 된 연극을 본다는 것은 먼저 마음을 먹는 일부터가 쉽지가 않다. 다행히 교통이 편해지면서 도시와 대도시로의 접근이 쉬워 결심만 한다면 어렵지 않게 이런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다. 하지만 잠깐만 생각해보면 시골에서 자체적으로 문화를 향유하지 못하고, 도시로 떠나야만 하는 이 상황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신의 삶터가 문화의 터가 되지 못하고, 항상 도시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누려야만 한다는 것은, 결국 시골의 삶이 도시로 빨려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소비만 하는 것은 결국 소외된 삶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작은극장 메인무대

 

■ 국립극단이 시골을 찾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를 생산할 수준의 인구구성조차 점차 어려워지는 환경에 처한 시골에 국립극단이 찾아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10월 한달간 용인과 음성, 양양 3군데의 초등,중학교를 찾아 2019 우리동네 작은극장이 열렸다. 운좋게도 전교생 56명의 음성 소이초등학교 근처에 살고 있는 덕에 딸내미와 함께 작은극장을 찾았다. 요란스러운 홍보가 없던 탓인지, 매달 음성지역에서 열리는 '놀장'이라는 행사와 더불어 진행됐음에도 100여 명 안팎의 사람들만 모였다. 정말 작은 극장에서 조촐하게 모여 친밀하게 연극을 관람했다. 오후 3시부터 저녁 9시까지 진행된 이번 행사 덕에 밤하늘의 별도 오랜만에 올려다보는 시간도 가졌다.

우리동네 작은극장 밤풍경

 

자살광대(위)와 말로의 작업실

 

■ 상상력이 돋보이는 1인극

이번 연극은 대부분 1인극이다. 하지만 1인극이라고 해서 극이 단조롭진 않다. 빛과 그림자, 가야금, 사다리 등 소품과 도구를 활용한 아이디어가 곳곳에서 튀어나오면서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을 정도의 30~50분 정도 길이의 연극이 7개, 1:1 인형극 2개, 콘서트<우주 도깨비> 등으로 구성됐다. 2~4세 대상의 영유아극 <꿈은 나의 현실>, 4세 이상의 <씨앗 이야기><무용극 보따리>, 12세 이상의 <구름공장>, <자살광대>, 14세 이상의 <소녀들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등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 그래도 꽤나 만족스러운 운영으로 느껴진다.

 

씨앗이야기 무대

 

무용극 보따리

 

우주 도깨비 콘서트

 

■ 유쾌한 웃음과 진지한 성찰

딸내미와 함께 본 연극은 총 3편. <구름공장><자살광대><씨앗이야기>. <구름공장>은 죽기 전 마지막 숨을 담아 구름을 만드는 공장이야기다. 그림자판을 만들어 손전등으로 비쳐 배경이나 표정을 담아낸다. 다소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인지라 아이들에겐 어렵게 느껴질듯싶다. <자살광대>는 사다리를 빌라로 사물화시켜 반지하에 살고 있는 주인공 광대가 매일 자살을 시도하는 이야기를 펼쳐낸다. 하지만 날마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죽음을 뒤로 미룬다. 딸내미는 이 연극이 가장 재밌다고 한다. 무려 자살시도가 8천번이 넘는다면서 ^^. <씨앗이야기>는 가야금을 기반으로 줄타는 처녀와 구멍가게 총각의 사랑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관객추천지수 1위답게 시종일관 유쾌하다. 관객과 호흡을 맞춰가며 진행되는데 아이와 부모가 함께 보면 더 즐거운 연극이다.

 

이야기를 만들고, 연출하고, 출연하는 모든 것을 혼자서 해내는 1인극의 묘미가 가득 담긴 우리 동네 작은 극장이 전국 곳곳에서 매주 열린다면 참 좋겠다. 국립극단뿐만 아니라 정말 우리동네 작은 극단이 펼치는 작은 극장까지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그래서 이런 작은 극장을 찾아 전국투어를 한 번 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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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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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이 왜? 지금 나랑 무슨 상관이지? 뭐라고? 내가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 빅뱅 덕분이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음.... 그러니까 스마트폰을 쓰려면 충전을 해야 하잖아. 그럼 전기는 어디서 오는 걸까? 전기→화력→석탄→3억년전 식물 리그닌→식물 광합성→햇빛→핵융합에너지→수소, 헬륨→빅뱅. 이렇게 해서 바로 빅뱅 덕분이라고.

사실 과학은 어렵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실험실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런데 우리 일상이 과학이다. 음악과 미술은 역사부터 시작해 작가들 이름까지 교양이나 상식처럼 알기 위해 공부하지만, 과학은 그냥 옆에 저만치 떨어뜨려 놓는다. 하지만 과학 또한 일상이며 상식이자 우리 시대의 교양이라 할 수 있다.

김상욱 교수는 양자물리학을 토대로 과학이 현대인의 삶에 얼마나 녹아 있는지를 쉽고 명쾌하게 전달한다. 과학법칙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통찰하는 시선이 날카롭다. 이 책을 통해 양자물리학을 온전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곰곰히 생각하게 만든다. 즉 과학적 사고에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관찰하고 의심하고 도그마에 빠지지 않고 언제나 열려 있는 과학적 태도를 견지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일어날 것이다.   

양자장론이 보는 세상은 이렇다. 전자장에서 전자가 만들어진다. 전자는 실체가 아니라 전자장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비유하자면, 전자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장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형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모든 전자는 서로 구분할 수 없이 똑같다.

모든 인간의 유전자는 다른 사람과 평균적으로 99.5% 정도 같다고 한다.

자크 모노의 생각은 이렇다. 생명현상도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물리법칙은 원자 수준에서 확률만을 알려준다. 생명도 이 확률법칙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간다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왜 특정 사건이 일어난 것인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주사위를 던져 왜 하필 1이 나왔냐고 묻는 거랑 비슷하다. 1은 가능한 사건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처럼 진화는 우연히 일어난다. 우연으로 선택된 수많은 사건의 연쇄에 의미를, 아니 더 나아가 의도를 부여할 수도 있다. 이렇게 우연은 필연이 된다. 하지만 거기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주에는 네 종류의 힘이 존재한다.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 그것이다.

힘은 두 입자 사이에 작용한다. 입자가 혼자 있을 때 힘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힘은 상호관계다.

에너지를 전기장 형태로 저장하는 장치를 축전기라 하고, 자기장 형태로 저장하는 장치를 코일이라고 한다.

알코올은 인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유기화합물의 하나다. 술에 들어 있는 알코올은 효모라는 세균이 분해할 때 부산물로 나온다. 산소 없이 에너지를 만드는 이 과정을 발효라 부르는데, 루이 파스퇴르가 발견했다. 인간의 경우 산소를 이용하여 음식에 들어 있는 포도당을 분해한다. 우리가 숨을 쉬고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다. 파스퇴르는 발효가 단순한 화학반응이 아니라 생명의 고유한 현상이라며 여기에는 어떤 목적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이것을 생기론이라 한다. 화학으로 환원할 수 없는 생명의 고유한 현상이 있다는 생각이다. 파스퇴르가 죽은 후 에두아르트 부흐너는 발효가 화학반응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 발견으로 생기론은 종말을 맞았으며 생명을 환원주의로 설명하는 시각이 득세하기 시작한다.

물질에서도 상전이를 통해 얼음이 물이 되거나 물이 수증기가 되듯이, 상전이 이전에 물질이 갖지 않았던 속성이 새롭게 생겨난다. 이처럼 구성요소에서 없던 성질이 전체 구조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창발이라 부른다. ... 원자로부터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모두 창발이라 보면 된다.



근육 내 ATP를 만드는 데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에너지는 호흡으로 얻는다. 호흡은 유기물을 산소로 태워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다. 유기물은 우리가 먹은 음식을 분해하여 얻는다. 우리가 먹고(유기물) 숨을 쉬어야(산소) 하는 이유다. 유기물을 태울 때 에너지가 나오는 것은 유기물이 높은 에너지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높은 에너지 상태의 유기물을 만드는 것은 대개 식물의 몫이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유기물을 만든다. 식물도 에너지를 창조할 수는 없다. 광합성에 필요한 에너지는 햇빛에서 얻는다. 결국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에너지원은 태양이다.

분자들 가운데 탄소화합물은 특별하다. 복잡하고 긴 구조물을 쉽게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탄소화합물은 산소와 결합하여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를 연소라 부르는데, 쉽게 말해서 타는 거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부터 38억년 전 지구상 어딘가에서 탄소화합물로 이루어진 화학반응의 복합체가 탄생한다. 그 복합체는 에너지를 생산하여 자신의 구조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그 구조를 같은 형태로 복제하는 능력을 가졌다. 바로 생명이다.

태양도 에너지를 창조하지는 못한다. 태양에서는 핵융합반응이 일어난다. 수소 원자들이 결합하여 헬륨이 되면서 에너지가 생성된다. 수소들이 따로 흩어져 있는 것보다 헬륨으로 뭉쳐 있는 것이 에너지가 작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소의 에너지는 어디서 왔을까? 수소는 우주의 탄생, 그러니까 빅뱅 때,정확히는빅뱅이 있은 후 38만 년이 지났을 즈음 만들어졌다. 빅뱅 당시 우주의 모든 에너지가 한 점에 응축되어 있었다. 이 에너지가 물질로 변환된 것이다 결국 우리 주위의 모든 에너지는 빅뱅에서 기원한다. 에너지 보존법칙이 우리에게 알려준 놀라운 사실이다.

사피엔스는 왜 농업을 선택했을까? 하라리는 우리가 농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농작물이 우리를 선택한 거라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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