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이 지나고 점차 영하권의 날씨로 접어들고 있다. 다행이 아직 된서리는 내리지 않았다. 멧돌호박 10여개가 아직도 익지 않은채 초록색 빛깔을 반짝이고 있다. 아무래도 서리 내리기 전에 익을 것 같진않고... 노란 늙은 호박맛 좀 보려 했는데 힘들성싶다.

 

멧돌호박이 대판신문을 꽉 채울만큼 큼직하게 자랐다.

대판신문을 꽉 채울만큼 큼직하게 자란 덜 여문 멧돌호박 하나를 땄다. 생선조림에 무나 감자 대신으로 쓸 요량이다. 워낙 크다보니 1/6 정도 크기만 잘라내도 솥에 한가득이다.

 

잘라낸 멧돌호박에서 찐이 흘러내린다.

 

 

솥 밑바닥에 듬성듬성 큼지막하게 잘라낸 멧돌호박을 넣고, 그 위에 조기를 몇 마리 얹었다.

 

그리고 간장과 고추가루, 물엿 등으로 양념장을 만들어 부은 후 푹 끓였다.

 

오호라 이거 꽤 맛있네. 초록색의 덜 익은 멧돌호박도 조림용으로 쓰니 맛이 좋다.

다행히 노랗게 멧돌호박이 익으면 고아서 즙을 내 먹을 계획이지만, 여의치 않으면 서리 내리기 전 멧돌호박을 수확해서 두루두루 나눠 먹고, 남은 건 잘라서 말려볼 심산이다. 또 일부는 냉동실에 집어넣어서 가끔 조림요리에 넣어 먹으면 별미이지 않을까 싶다.

기대하지도 않은 멧돌호박 풍년에 미소가 절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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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맘때면 전국 어디를 가나 울긋불긋 단풍들로 반짝인다. 이불 밖이 위험하다고 집에 콕 박혀있기엔 아까운 시간이다. 감성이 묻어나는 가을 여행, 딸내미와 함께 오랜만에 경기도 양평을 찾았다.

양평하면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두물머리를 비롯해, 연꽃들이 가득한 세미원, 두물머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운길산의 수종사, 1100여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은행나무가 있는 용문사, 여운형과 이항로 기념관 등등 가볼 곳이 많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가을에 감성을 자극하며 첫사랑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만드는 소나기 마을의 황순원문학관을 다녀왔다.

 

 

황순원 문학관 건물의 전체 모습은 소나기에 등장하는 수숫단 움집의 모형을 떠서 지었다고 한다.

 

황순원 작가의 고향은 평양에서 가까운 평안남도 대동군이다. 그런데, 황순원 문학관이 왜 양평에 있는걸까? 혹시 소설 속에서 양평을 배경으로 한 것이 있어서일까.

1953년 발표된 소설 <소나기> 중 ‘어른들의 말이,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간다는 것이었다. 거기 가서는 조그마한 가겟방을 보게 되리라는 것이었다’라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양평에 황순원 작가를 기리는 문학관이 생기게 되었다.

황순원 문학관에는 황순원 작가의 연혁과 서재, 훈장, 유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문학관 안에는 황순원 작가의 연혁과 유품, 훈장, 서재, 친필원고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중 눈길을 끈 것은 평생동안 썼다는 면도기. 그분의 청렴한 성품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잘 정돈된 서재는 글쓰는 공간이 갖는 매력을 뿜어낸다.

이외에도 문학관 안에서는 작품의 배경을 재현한 전시 공간과 '소나기'를 비롯해 황순원 작가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애니메이션 관람관, 소나기 체험을 위한 우산 만들기와 터널북 만들기나 소원편지 등등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소나기 마을에서는 매시 정각마다 소나기를 맞아볼 수 있는 분수가 뿜어져 나온다.

 

황순원 문학관을 둘러보는 것은 아이들에겐 조금 따분한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준비된 것이 바로 소나기 체험. 광장에서 매 시 정각마다 분수가 쏟아져 소나기를 맞을 수 있게 한 것이다. 햇빛이 내리쪼일 때는 무지개도 볼 수 있다. 동그런 구에 달린 구멍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수는 모두 4군데 인데 아이들이 이 분수를 찾아 쫓아다니는 모습은 마냥 신난다. 소나기의 아련한 첫사랑이야 어른들의 마음에 있고, 아이들에겐 소나기의 유쾌한 물장난이 좋을 뿐이다.

 

소나기 마을을 둘러싼 숲길을 걸으며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가을엔 소나기 마을을 둘러싼 숲길을 걷는 것도 좋겠다. 10~15분 정도의 산책길에서 황순원 작가의 작품 속 글귀를 만나고, 또 소설 속 조형물도 마주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을 숲길이 주는 낭만적인 모습이 걸음을 느릿느릿하게 만든다.

소나기를 모티브로 한 조각같은데..어째 서양아이들 모습같아 낯설어 보인다 ㅜㅜ;

 

아이가 체험에 빠져 있는 동안 소설 '소나기' 속 아련하고 애틋한 첫사랑을 떠올리며 소나기 마을을 거닐어본다. 두근두근 대던 가슴, 죽을 때 꼭 함께 옷을 묻어달래던 잔망스럽던 아이의 그 마음을 언제부터 어디에다 혹여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가을 단풍은 이제 마음에도 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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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가 내린다는 상강. 국화꽃 향기가 은은히 퍼지고 햇볕이 따스한 오후이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찬 기운이 제법이다. 이 기온차로 인해 서리가 내린다. 무서리는 괜찮지만 된서리가 내리면 풀과 나무들은 죽거나 활동을 거의 멈춘게 된다.

 

봄에 심었던 호박이 꽤 열매를 맺었다. 사방팔방으로 줄기를 뻗치더니10여 개가 넘게 호박이 달렸다. 봄가뭄 때 물을 몇 번 준 것 말고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도 잘 자랐다. 방치해도 이렇게 잘 자란다면 농사는 식은 죽 먹기일텐데.... ^^; 효율을 따진다면 이렇게 방치해둬도 안될 것이다. 적당히 자라도록 하고 열매는 되도록 많이 맺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자란 호박들 중 유일하게 한 개만 노랗게 익었다. 나머지는 모두 짙은 초록색을 반짝거리며 한여름마냥 달려있다. 왜 한 개 만 노랗게 익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하는데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어찌됐든 서리가 내리기 전에 나머지 호박들도 익으면 좋을텐데.... 서리를 맞아버리면 호박 상태도 급격히 나빠질 것이다. 무르익는 것도 시기가 있어 늦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고 서둘러서 되는 일도 아니다. 무릇 하늘의 뜻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방치 상태로 키웠던 야콘도 제법 잘 자라주었다. 야콘은 서리를 몇 번맞아도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느긋하게 기다렸다 서리 맞고 잎들이 쳐지기 시작하면 야콘을 캐볼 요량이다. 퇴비 한 줌 없이 얼마나 크게 열렸을지 궁금하다.

 

시골은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맞이를 준비해야 한다. 수도관이 얼지 않도록 대비해야 하고, 외풍이 들어오지 않도록 집안 곳곳도 단속해야 한다. 이제 벼와 콩잎으로 노랗던 논밭도 점차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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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지원책을 활용하라

 

귀농을 할 때 자기자본을 가지고 출발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자기자본만으로 새로운 일에 뛰어들기는 만만치않은 일이다. 자급자족형 농사가 아니라면 농사는 농업이 되는게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귀농을 하는 이들에게 창업이라는 이름으로 지원되는 정책들이 꽤 많다.  

 

● 지원금도 빚이다

먼저 정부 차원에서 창업지원금 3억원, 주택구입 7,500만원 한도내에서 대출금리 2%(또는 변동금리)로 지원해주는 것이 있다. 상환기간은 5년 거치 10년 원금균등 분할상환으로 조건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건 빚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확한 경영 계획없이 하우스 등을 시설을 짓는다며 최대한 돈을 빌렸다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 귀농을 포기하게 되는 사례도 많다. 게다가 정부지원금이다보니 지원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해야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각종 지원금에 대한 정책은 귀농귀촌종합센터www.returnfarm.com  등에 구체적으로 잘 나와있다.

정부지원금과 별도로 각 지자체별로 농촌에 새로 집을 지을 때, 또는 개량을 할 때 대출이 아닌 주택지원금도 있다. 또 농토 구입 등과 관련된 세금혜택 등도 있으니 시청이나 군청을 통해 이런 정책을 알아보는 것도 좋다(지자체별로 경쟁률이 달라 지원여부확률 또한 다르다).  

 

● 청년들이여 도전하라

청년들에게는 보다 많은 인센티브가 있다.여기서 청년이란 사업 시행연도 기준 만 18세 이상에서 만 40세 미만을 말한다. 창업계획서를 써서 선발되면 청년창업농 영농정착 지원금을 받게된다. 독립경영 1년차는 월 100만원, 2년차 월 90만원, 3년차 월 80만원이 지급된다. 3년간 총 3,2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받는 것이다. 이는 귀농 후 3년간은 수입이 많지않고 3년 정도 지나야 어느 정도 농사에 대한 기반을 닦을 수 있다는 현실을 감안한 정책이다. 다만 일정 수준 이상의 재산 및 소득이 있는 자는 지원에서 제외된다. 농림사업정보시스템(www.agrix.go.kr)에 지원하고 1670-0255로 사업 신청과 관련해 문의할 수 있다. 이 정책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 별로 지원되는 사업도 있기에 각 시군에도 문의해보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이런 지원정책은 선착순이 아니라 선발제이다. 따라서 귀농 후 어떻게 농업에 잘 정착할 계획인지를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창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창업계획서와 관련된 것은 주위 청년농부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창업계획서를 쓰다보면 섣부르게 귀농하지 않고, 철저한 목표와 목적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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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월화새드라마 <유령을 잡아라>는 제목과 달리 유령이야기가 아니다. 하루 이용객 780만명이라는 서울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범죄와 이런 사건들을 해결하는 지하철수사대의 활약상을 다루고 있다.

공무원으로 안정적 생활을 바라는 수사반장 고지석(김선호 역)과 지하철에서 잃어버린 쌍둥이 동생을 찾고자 지하철수사대에 들어온 유령(문근영 분)의 티격태격 활약상이 주된 소재다. 신출귀몰 소매치기단 메뚜기와 지하철 연쇄살인범 유령을 잡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질 듯하다.

 

● 우연과 과장

하지만 극의 흐름이 우연과 과장이 약간 넘쳐나는것 같아 마치 막장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 있다. 지갑이 든 종이가방과 마약이 든 종이가방이 똑같이 생긴데다, 하필 그 시간에 택배 할아버지가 수사대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다 가방이 뒤바뀌는 우연은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하기엔 어설픈 설정이다.

또 고 반장이 상의 안주머니에 택배 할아버지의 도시락을 넣어둔 덕분에 칼침을 맞고도 살아난 부분은 너무나 과장됐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개연성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장된 액션으로 재미를 주는 것은 좋지만 과장된 우연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은 염려스럽다.

 

● 뒷맛을 주는 대사

드라마 2회를 보고나서 머릿속에 맴도는 대사가 하나 있다. 고 반장이 유령에게 "그게 문제야, 열심히 하는거"라는 부분이다. 물론 극 속에선 생각을 하지 않고 행동부터 먼저 하는 유령의 자세를 지적한 것이지만, 이 말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먼저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타인이나 이웃,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하지 않고, 즉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악한 것임에도 자각하지 못하고 열심히 그 일에 집중하는 것의 문제 말이다. 요즘 검찰 개혁이 화두인데, 소위 말하는 '정치검찰'이라는 것도 이런 '열심'으로 탄생한 것일 터이다.

또하나 생각해 볼 것은 버트런트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다. 노동으로부터 소외된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로움이다. '남보다 더'라는 경쟁에서 벗어나 모두 다 똑같이 여유롭게 일하며 조금 덜 생산적이라 하더라도(지금의 생산률을 생각해보면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충분히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거봐, 그게 문제라니까. 열심히 하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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