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몇 년만인지 모르겠다. 추석 연휴기간 동안 TV를 보다가 우연히 e스포츠 대회를 지켜봤다. 마지막 1명이 남을 때까지 전투를 벌이는 배틀로얄 형식의 슈팅 게임이었다. 바로 <배틀 그라운드>였다. 평상시같으면 그냥 지나쳤을텐데 무엇인가 묘하게 끌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당장 어플을 다운받았다. 무엇이 그렇게 매력적인지를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100명의 전투원이 모이면(개인이 아닌 팀별로 전투를 벌이는 것도 있지만) 비행기가 이륙하고, 각자 지도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곳에 낙하하기 시작한다. 낙하할 땐 모두 맨몸이다. 무기는 오직 주먹 하나뿐이다. 아이템이 많이 있는 곳엔 사람들도 모이는 법. 각자 아이템을 먼저 얻기 위한 사투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아하! 그렇구나. 모두 똑같이 맨손으로 시작한다는 것. 그게 이 게임의 매력포인트 하나다. 생김새는 모두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능력치가 다른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면 레벨이 상승하기에 같은 레벨에선 실력차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게임을 많이 하면 할수록 전투장에 대한 정보가 쌓여 보다 나은 아이템을 빨리 습득할 수 있을 가능성은 높다. 만약 그렇게 정보를 쌓고 실력을 키운다면 레벨이 상승할 가능성이 커진다. 바로 이 부분이 이 게임의 또다른 매력 포인트 하나. 

그리고 어디에 적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 싸움을 할 수 있는 지역은 점차 좁혀진다는 점. 남아있는 숫자가 적어질 수록 전투지역은 좁아져 결국 한 곳으로 모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한 게임이 보통 30분을 넘기지 않는다는 것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는 장점이 된다. 또한 전투를 좋아하는 유형이라면 밀집지역으로 가서 전투에 치중하고, 생존을 좋아하는 유형이라면 한적한 곳에서 차곡차곡 아이템을 얻는 방법을 취하는 등 각자의 취향에 따라 전술을 달리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이 게임이 매력적인 것은 자신의 취향을 거슬러 생존이 아닌 전투로, 전투가 아닌 생존으로 도전해볼 마음을 갖게 만든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도전을 자극한다는 것이 이 게임의 진정한 매력 포인트 하나다.  

오랜만에 게임을 했더니.... 어라? 꿈속에서도 나오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저장
 

1. 엑스맨 시리즈가 처음 선을 보였을 때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소외된 자들에 대한 시선이 꽤나 매력적이었다. 돌연변이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초능력은 감독의 시선을 화려하게 꾸며주는 포장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감독의 시선보다는 변이들의 특이성이나 액션의 화려함에 더 무게가 실리는 듯했다.

 

2. 진화라는 것은 변이를 통해서 진행되고, 이 변이는 뛰어난 능력이라기 보다는 환경에의 적응력을 통해 유전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은 (물론 다른 동물들도 그렇겠지만)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한 두려움을 폭력을 통해 다른 것을 제거하거나 억제함으로써 해결해왔다. 그런데 만약 변이 중에 인간보다 탁월한 능력을 소유한 존재들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이 쉽게 제거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가진 존재가 등장한다면 말이다. 아무래도 이 존재들이 더 커지기 전에 어떻게든 제거하려 할 것이다. 항상 이들에게 지배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공존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테니 말이다. 변이의 입장에서는 이런 인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맞서 싸울 것인지, 타협을 통해 공존의 방법을 찾을 것인지.

 

3. 다크 피닉스 편은 다른 돌연변이들의 능력을 다 합친 것보다도 더 큰 능력을 지닌 존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는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영화의 전면에 내세웠다. 칼을 잡은 사람이 그것을 통해 사익을 취하고자 한다면 도둑이 될 것이요, 타인을 위해 움직인다면 의사가 될 것이다. 힘은 어떤 의도로 사용되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엑스맨에서는 초능력을 지닌 주인공이 자신의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갈등하도록 만든다. 이 갈등의 원천은 자신을 대하는 상대의 태도에 있다. 나를 이용하려는 자인지, 사랑하는 자인지. 즉 아침이슬을 먹고 독을 품는 뱀이나, 우유를 생산하는 소처럼 서로 다른 길이 운명적,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보지않고,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갈등을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어떤 구조(사회)가 자신을 뱀이 되게 만들지 소가 되게 만들지 결정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것보다는 규모를 줄여서 자신과 관계를 맺는 집단 속에서 힘의 향방이 갈린다.

 

4.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힘은 두렵다. 하지만 그 힘에 내편이라면 두렵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 힘이 내편 네편 가리지 않고 선의를 가지고 있다면 더 안심이 될 것이다. 자신의 딸이지만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던 힘을 지녔기에 책임지지 않았던 부모는 이 힘에 악한 성정을 씌운다. 한국영화 <마녀>에서의 힘이 비뚤어지지 않았던 것과는 정반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저장
 

요즘은 TV뉴스를 어떤 한 채널에 고정하지 않고 이리저리 돌려본다. 뚜렷하진 않지만 각 채널마다 어느 정도의 정파성을 가지고 있는데(개인적으론 정파성을 뚜렷이 가지고서 항상 일관된 관점으로 보도가 되는게 좋다고 본다, 하지만 정파성을 지녔다는 채널조차 일관되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에 따라 관점이 수시로 바뀐다는 것이 문제다),  정파성의 차이로 인한 시각차의 문제보다는, 단순한 사실을 전달하는데 있어서조차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한 채널에 고정할 수가 없다.

 

이번 태풍 링링으로 인해 피해가 꽤 발생했는데 바다 양식장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태풍으로 인해 적조가 심해져 양식하던 물고기들이 폐사되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던 상식으로는 태풍이 불면 바닷물을 뒤집어 주어 수면의 온도를 낮추고 폭우로 인해 저염의 물을 공급함으로 인해 적조를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반대현상이 일어난걸까? 어떤 채널은 이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다른 채널은 태풍 링링이 적조를 연안지역으로 몰고 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첨가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링링이 오히려 더운 바람을 끌고와 수면이 상승하고 일조량이 늘어나면서 적조가 발생했다는 원인분석이 추가되기도 했다. 아무튼 아무런 설명없이 그저 태풍으로 인해 적조가 발생해 피해가 발생했다는 식의 사건이나 현상을 나열하는 것에 그쳐버리는 뉴스 수준이 안타깝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다. 내년 도쿄 패럴림픽 메달의 문양이 욱일기의 모습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일본 올림픽 조직위에 항의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메달을 보고 있자니 욱일기와 꽤 닮아있었다. 하지만 일본올림픽조직위의 설명은 달랐다. 메달 문양은 일본의 전통 부채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며,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어지는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뉴스는 일본조직위의 이 설명을 다 빼버렸다. 다분히 반일정서를 이용한 뉴스로 보인다. 일본측의 설명이 옳든 그르든, 또는 의도됐든 의도되지 않았든, 반대쪽 입장의 설명을 담는 것은 기본이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이쪽저쪽 채널을 돌려가며 뉴스를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저장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서 탄야와 은섬은 자신들의 종족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힘'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탄야는 종교를 통해서, 은섬은 경제를 통해서 -일듯 보였지만, 점차 부하를 얻는다는 흐름상 군사적 힘이 될련지도 모르겠다- 원하는 힘을 얻어가는 중이다. 은섬의 힘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을 통해 이루어진 무리를 통해 점차 커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힘이 필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맞는 말인가? 일단 돈으로 굴러가는 사회이니 당연한 전제라 여기고, 그런데 얼마나?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다익선을 말하겠지만 어떤 이는 굶어죽을 걱정없는 정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감이당과 연구공간 수유 너머의 연구원인 고미숙은 자발적 가난, 즉 청빈의 가치를 높이 여긴다). 그리고 이왕이면 고달픔 없이 돈을 벌 수 있기를 바란다. SBS스페셜 <체인저스-나도 돈벌고 싶다> 편은 '단군 이래 가장 돈 벌기 쉬운 시절'이라며 이런 욕구에 불을 댕기는듯 보여진다. 요즘 여러 방송을 통해 1년에 수억 씩 버는 유튜버나 쇼핑몰지기를 보면 일견 부러우면서도, 그 수익의 정체가 궁금해지기도 하니 말이다. 그리고 그 비결을 알고싶어진다.

그런데 잠깐만! 이렇게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김제동이 DJ로 나오는 라디오 게스트 중 한명인 스타일리스트 신우식의 구호 '죽는 날까지 쇼핑하기'를 위해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기에? 아마 제일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생계를 위해 구차하게 살지 않고 싶어서'일련지 모르겠다. 아무튼 청년 스타트업 10인의 공통된 의견 중의 하나는 '순전히 돈을 벌기 위해 창업하는 사람들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스페셜 편의 소개된 인물 중의 하나인 스위스 관광정보 카페지기의 수익구조는 돈을 번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스위스 관광의 알찬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 즉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사업이 되고,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즉 나눔을 통해 얻는 것. 소위 말하는 공유경제의 또다른 모습일 수 있겠다.

돈을 버는 목적, 즉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돈을 좇는 일은 위태롭다. 좋은 것을 나누고픈, 필요한 것을 주고싶은, 호혜의 마음에서 출발한 사업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될 수 있다. 지금의 초연결 시대에선 서로 나눌 수 있는 환경 또한 최상의 조건이지 않은가? 제로섬 게임이 아닌,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아이템들이 많이 나오길 희망해본다. 새로운 창업을 꿈꾸는 이들로부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저장
 

 

 

이번 13호 태풍 '링링'의 세찬 바람에 비닐하우스가 찢긴 곳이 꽤 생겼을 듯 싶다. 주위의 비닐 하우스에도 구멍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천정이 뻥 뚫려버린 하우스가 눈에 보인다. 대부분 이런 하우스 피해는 조그마한 틈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개미 구멍이 큰 둑을 무너뜨리듯 조그만 바람틈이 하우스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태풍에 대비해 하우스는 바람이 통하지 않도록 문을 꼭꼭 닫고 동여맨다. 하지만 오래된 비닐 탓에 찢어진 곳을 테이프로 보수해 놓은 곳엔 조그마한 틈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번 태풍처럼 거센 바람이 불면 그 틈으로 말미암아 비닐이 찢겨져 나간다. 

맞다. 틈이 있어서는 안된다. 작은 틈이 큰 몸체를 박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는 존재도 그렇다. '이정도는 뭐~' 하며 지나친 것, '겨우 이쯤이야'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 습관들이 나를 망칠 수 있다. 내가 나로 온전히 서 있으려면 틈이 있어서는 안된다.

 

기계의 부품과 부품이 맞닿는 곳은 유격이 있다. 즉 틈이 있어야 한다. 브레이크를 비롯해 많은 기계의 연결부위들은 각자의 유격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꼭 들어맞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틈과 그 틈을 메워주는 오일로 마찰을 줄이고 작동을 원활하게 만들어준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도 틈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와의 만남에서 꽉 들어맞기를 바라는 것은 타인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소유욕이거나, 내 뜻대로 움직이도록 만들고 싶은 권력욕의 작용이다. 만남은 여유가 있어야 하며, 숨쉴 틈이 있어야 한다. 사람과 일의 만남도 틈이 필요하다. 브레이크 없는 질주는 결국 사고로 파멸로 이어진다. 

 

자기완성은 틈이 없이, 만남은 틈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