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서 탄야와 은섬은 자신들의 종족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힘'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탄야는 종교를 통해서, 은섬은 경제를 통해서 -일듯 보였지만, 점차 부하를 얻는다는 흐름상 군사적 힘이 될련지도 모르겠다- 원하는 힘을 얻어가는 중이다. 은섬의 힘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을 통해 이루어진 무리를 통해 점차 커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힘이 필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맞는 말인가? 일단 돈으로 굴러가는 사회이니 당연한 전제라 여기고, 그런데 얼마나?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다익선을 말하겠지만 어떤 이는 굶어죽을 걱정없는 정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감이당과 연구공간 수유 너머의 연구원인 고미숙은 자발적 가난, 즉 청빈의 가치를 높이 여긴다). 그리고 이왕이면 고달픔 없이 돈을 벌 수 있기를 바란다. SBS스페셜 <체인저스-나도 돈벌고 싶다> 편은 '단군 이래 가장 돈 벌기 쉬운 시절'이라며 이런 욕구에 불을 댕기는듯 보여진다. 요즘 여러 방송을 통해 1년에 수억 씩 버는 유튜버나 쇼핑몰지기를 보면 일견 부러우면서도, 그 수익의 정체가 궁금해지기도 하니 말이다. 그리고 그 비결을 알고싶어진다.

그런데 잠깐만! 이렇게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김제동이 DJ로 나오는 라디오 게스트 중 한명인 스타일리스트 신우식의 구호 '죽는 날까지 쇼핑하기'를 위해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기에? 아마 제일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생계를 위해 구차하게 살지 않고 싶어서'일련지 모르겠다. 아무튼 청년 스타트업 10인의 공통된 의견 중의 하나는 '순전히 돈을 벌기 위해 창업하는 사람들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스페셜 편의 소개된 인물 중의 하나인 스위스 관광정보 카페지기의 수익구조는 돈을 번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스위스 관광의 알찬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 즉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사업이 되고,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즉 나눔을 통해 얻는 것. 소위 말하는 공유경제의 또다른 모습일 수 있겠다.

돈을 버는 목적, 즉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돈을 좇는 일은 위태롭다. 좋은 것을 나누고픈, 필요한 것을 주고싶은, 호혜의 마음에서 출발한 사업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될 수 있다. 지금의 초연결 시대에선 서로 나눌 수 있는 환경 또한 최상의 조건이지 않은가? 제로섬 게임이 아닌,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아이템들이 많이 나오길 희망해본다. 새로운 창업을 꿈꾸는 이들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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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3호 태풍 '링링'의 세찬 바람에 비닐하우스가 찢긴 곳이 꽤 생겼을 듯 싶다. 주위의 비닐 하우스에도 구멍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천정이 뻥 뚫려버린 하우스가 눈에 보인다. 대부분 이런 하우스 피해는 조그마한 틈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개미 구멍이 큰 둑을 무너뜨리듯 조그만 바람틈이 하우스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태풍에 대비해 하우스는 바람이 통하지 않도록 문을 꼭꼭 닫고 동여맨다. 하지만 오래된 비닐 탓에 찢어진 곳을 테이프로 보수해 놓은 곳엔 조그마한 틈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번 태풍처럼 거센 바람이 불면 그 틈으로 말미암아 비닐이 찢겨져 나간다. 

맞다. 틈이 있어서는 안된다. 작은 틈이 큰 몸체를 박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는 존재도 그렇다. '이정도는 뭐~' 하며 지나친 것, '겨우 이쯤이야'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 습관들이 나를 망칠 수 있다. 내가 나로 온전히 서 있으려면 틈이 있어서는 안된다.

 

기계의 부품과 부품이 맞닿는 곳은 유격이 있다. 즉 틈이 있어야 한다. 브레이크를 비롯해 많은 기계의 연결부위들은 각자의 유격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꼭 들어맞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틈과 그 틈을 메워주는 오일로 마찰을 줄이고 작동을 원활하게 만들어준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도 틈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와의 만남에서 꽉 들어맞기를 바라는 것은 타인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소유욕이거나, 내 뜻대로 움직이도록 만들고 싶은 권력욕의 작용이다. 만남은 여유가 있어야 하며, 숨쉴 틈이 있어야 한다. 사람과 일의 만남도 틈이 필요하다. 브레이크 없는 질주는 결국 사고로 파멸로 이어진다. 

 

자기완성은 틈이 없이, 만남은 틈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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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강타한다는 일기예보에 농촌의 논과 밭은 초비상이다. 가능한한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 강풍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골 읍내 인력회사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논과 밭, 하우스에서 일을 하고 있다. 미리 사람을 예약하지 못한 농가는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을 정도다. 

 

태풍이 오기 하루 전인 오늘은 그야말로 태풍전야라 할 만큼 고요하다. 만약 뒷북에 잦은 오보라 하더라도 일기예보가 없었다면 내일 태풍이 한반도에 몰아칠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날씨다. 날씨에 아주 민감한 사람이라면 공기의 변화와 주위 동물들의 움직임을 통해 태풍을 예측할 수 있을련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위성사진 등을 통해 태풍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요즘은 어찌됐든 예측이라는 것을 한다. 그리고 예측은 예측이 맞았다 틀렸다를 논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예측을 통해 벌어질 수 있는 일을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서 행해진다. 태풍을 예고했는데, 태풍이 오든말든 아무 상관없이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예측은 그야말로 놀이나 장난, 소일거리에 불과한 일이 될 것이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행동으로 그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보고자 하는 것이 예측의 목적일 터이다.

 

우리가 운명을 알고 싶어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점을 보거나 사주를 찾는 것은 앞으로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알고, 나쁜 일에 대해선 만반의 태세를 갖추기 위해서인 것처럼 말이다. 꼭 점이나 사주가 아니라 과학적 예측도 많다. 미래학자들이 말하는 미래 사회의 모습, 앞으로 사라지거나 새로 생겨날 직업에 대한 이야기, 미래 건강과 평균수명 등등. 이 모두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대처를 위한 것들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무엇일까를 살피고 고민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 그럴 것이다. 지금 이곳에서의 충실한 삶을 잃어버릴 정도로 말이다. 아마도 그래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따로 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중요한 것은 불안하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일일 터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불안을 씻어줄 도구에 그쳐야지, 그것이 현재의 삶을 흔드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예고된 태풍에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큰 피해없이 지나가기를 희망해본다. 우린 또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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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일감정이 고조되는 시기에 딱 맞추어 개봉되었다는 행운. 1920년 실제 벌어졌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군의 완벽한 승리, 봉오동 전투를 그려냈다.

 

2. 항일 독립투쟁을 다룬다는 것은 거의 대부분 명확한 선악구도를 가정한다. 그리고 이 영화 또한 이 구도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다. 캐릭터의 묘미나 사건 전개의 흥미는 이런 구도 속에서 찾아보는 건 힘들다. 다만 선이 악을 응징하는 쾌감만은 강렬하다.

 

3. 그래서 이런 류의 영화가 가져야 할 승부수는 전쟁신의 묘사에 있을 법하다. 즉 액션장면이 주는 통쾌함이 관객의 만족도를 높여줄 것이다. 그런데 봉오동 전투의 총격장면은 참신한 부분을 찾는게 힘들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수많은 전쟁영화 속에서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장면 하나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짐작케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류해진의 칼이었을 것이다. 총알이 빗발치는 속에서 칼로 승부를 건다는 것. 단지 칼과 칼의 부딪힘이 아니라 전장 속을 뛰어다니며 마치 활처럼, 또 마치 총알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장면이 들어간 것은 이 때문일터이다. 하지만 류해진의 칼도 그리 날이 서 있진 못했다.

 

4. 영화 속 촌장도 박휘순도 기꺼이 자기 희생을 치른다. 우리의 독립은 폭력에 굴하지 않는 수많은 피 덕분이었음을 또 한번 각인시킨다. 아직도 이루지 못한 완전한 독립을 위해 우린 오늘 무엇을 희생할 각오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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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1 -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함지은 북디자이너 / 열린책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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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난 지금도 방 안을 돌아다니는 개미를 보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떠올린다. 벌써 30년 가까이 지난 이야기지만 그만큼 강렬한 반전을 안겨준 소설을 읽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베르베르의 이후 소설 중 <개미>를 뛰어넘는 소설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도 크다. 

베르베르는 <개미> 이후 <타나토노트><천사들의 제국><신> 등 사후세계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줬다. 이 책 <죽음>은 이런 사후세계에 대한 관점과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나 <상상력 사전> 등에 나온 독특한 일화나 사건, 사실 등이 섞여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소설은 대중문학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가 어느날 독살되고, 그 영혼이 자신의 살인자를 찾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육체와 영혼의 분리, 이승과 저승의 연결, 영매, 환생 등의 소재는 상상을 자극하는 재미를 준다. 또한 살아있는 육체와 그 육체를 매개로 한 감각, 현실의 순간 등을 소중히 여기게 만들어준다. 게다가 범인을 찾는 추리소설적 구성이 흥미를 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것들, 증명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개인적으로 '내버려두자'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기에 큰 울림을 주지는 못한다.게다가 범인이 드러났을 때의 반전은 예측하진 못했지만, 크게 놀라지 않는 수준인지라 다소 김이 새는 측면도 있다.

이번 소설은 마치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중문학의 저자가 고상함을 자랑하는 전통문학자들을 비판하고, 프랑스 문학 전반에 대한 평가와 함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지식인들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마당으로 쓰인듯하다. 그럼에도 여기 저기 튀어나오는 유명인들의 영혼과, 실제 역사 속에 기록되어져 있는 신비한 일들이 엮어지는 재미를 무시할 순 없다. 그리고 죽어서도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듯한 주인공의 삶과 죽음의 행로는 자신의 죽음을 생각해보며 현재 나의 삶을 돌아보고 나아갈 길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잠깐 갖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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